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14)
마운드의 빌런-114화(114/285)
마운드의 빌런 114화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투수가 연속해서 실점하지 않고 던진 이닝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1위는 LA다저스의 전설 오렐 허샤이져였다.
1988년 59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신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2위는 돈 드라이스데일이 1968년 기록한 58이닝.
3위는 빅 트레인 월터 존슨이 1913년에 남긴 55.2이닝이었다.
[현재 42이닝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치고 있는 정하성 선수, 또 한 번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가장 가까운 기록은 7위인 45이닝입니다. 앞으로 3이닝만 더 무실점을 기록하면 다음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건 10위가 아닌가요?] [아, 메이저리그에서 45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가 총 3명입니다.] [아~ 공동 7위인 거군요. 그 세 명의 선수는 누구죠?] [1950년의 샐 매글리, 1904년에 닥 화이트, 그리고 전설적인 투수인 사이 영 투수가 1904년도에 기록한 45이닝입니다.] [전설의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하성의 다음 등판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2차전으로 결정되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최근 페이스가 무척 좋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는 역시 조 마우어겠죠?] [예. 10시즌을 앞두고 트윈스와 계약 기간 8년 연봉총액 1억8천4백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재계약한 조 마우어는 연봉만큼이나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작년 시즌 정하성 선수와는 총 두 번 만났습니다. 하지만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는데요.] [상대 전적에선 정하성 선수가 우위에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선발로 만나는 것이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과연 정하성 선수가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번 주 수요일을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 *
구장에 도착한 하성은 평소와 같이 훈련에 집중했다.
“훅! 훅!!”
하성의 훈련 루틴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제일 먼저 시작하고 유산소로 이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웨이트를 끝내고 스트레칭까지 해주면 훈련이 마무리된다.
달라진 점은 강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시즌 도중에 지금과 같은 강도로 훈련하면 부상이 찾아올 수 있어. 부상이 아니더라도 신체가 지치면서 마운드에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낼 수 없을 거야.)
자신을 도왔던 트레이너 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훈련 강도를 대폭 낮추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훈련 강도였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것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양과 강도였다.
“후우…….”
훈련을 모두 끝낸 하성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성,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는 쉬엄쉬엄하는 거지.”
“허…… 마운드에서도 그렇고 넌 정말 알기 힘든 녀석이군.”
지나가던 트레버가 고개를 저으며 바벨을 짊어지고 중량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하성이 지나가듯 말했다.
“스쿼트를 할 때 조금 더 다리를 벌려서 고관절이 잘 움직이도록 해.”
“응? 하지만 내가 배울 때는 고관절이 너무 벌어지면 별로라고 하던데?”
“그건 근육을 크게 만들 목적일 경우에나 그렇지. 너는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많이 하는 포수잖아. 그러니 평소에도 고관절이 많이 움직이는 자세를 취하는 게 좋지.”
일반적인 웨이트와 선수의 웨이트는 다르다.
일반적인 웨이트는 극소부위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프로선수는 다양한 근육을 단련시켜야 했다.
그러니 당연히 훈련법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평소 캐치를 할 때처럼 편하게 벌리고 앉으면 실전에서 사용하던 근육들이 자연스레 단련이 돼서 도움이 될 거야.”
“확실히 그렇겠네. 고맙다.”
“서포트 해줄 테니까, 한번 해봐.”
“오케이!”
하성은 트레버의 뒤에서 서포트를 해주며 그의 훈련을 잠깐 도왔다.
* * *
하성이 경기 준비에 한창일 때.
한국에선 그가 던진 폭탄으로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두연 의원, 국방부에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병역 면제가 적합한가에 대한 논의할 것임을 천명한 이두연 의원!] [국방부 김 대변인 브리핑에서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가 병역 특례를 확보하기 쉽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 병역 특례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해 보겠다”라고 밝혀!]국회와 국방부에서 관련 법안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언론에서 떠드는 게 아닌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KBO 역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도대체 일을 어떻게 진행했기에 정부가 나서게 만들어요?!”
“여론도 너무 좋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표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도대체 이진철 부장, 그 사람은 일을 왜 그런 식으로 처리한 겁니까?”
“위원장! 입이 있으면 말을 좀 해봐요!”
KBO 회의실.
프로야구 구단의 사장들이 모두 모인 사장단 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시즌 도중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그만큼 KBO도 이번 병역 특례와 관련해서 일어난 이슈를 무척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 자리에는 기술위원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술위원장이 높은 자리인 건 맞으나, 사장단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눈에 기술위원장은 그저 일개 직원에 불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위원장 역시 을의 위치에서 철저하게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필요 없고!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자칫 잘못하다가 병역 특례법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그로 인해 선수들의 이탈은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위원장은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힘겹게 대답했다.
“사장님들께서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허허, 위원장.”
“예, 총재님.”
“이진철 부장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데.”
총재의 말에 위원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저 말의 뜻은 해고가 아닌 스스로 책임지고 옷을 벗는 모습을 보이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국민들께서 상처를 많이 입으셨으니 공개적으로 사과도 했으면 좋겠고 말이야.”
거기에 기자회견까지 원하고 있었다.
이진철은 자신의 라인이기도 했기에 순간 망설임이 생겼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자, 사장님들. 이번에는 이쯤에서 넘어가고 골프나 치러 가지요.”
“크흠! 이걸 이렇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까?”
“맞습니다. 다음 라운딩에서는 벌타를 적용하겠습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이거 제가 불리하지만, 저희 직원의 실수이니 어쩔 수 없죠.”
회의실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 * *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1차전.
하성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조 마우어 자식, 여전히 무섭네.’
1차전의 MVP는 조 마우어였다.
그는 3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맹활약을 이어나갔다.
스몰마켓 중 하나인 미네소타가 돈을 쓰면서까지 그를 잡은 이유를 알 수 있는 1차전이었다.
‘하지만 장타력은 많이 죽었어.’
다른 이들이 조 마우어의 타격 실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하성은 그의 약점을 찾아내고 있었다.
‘조 마우어는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여러 이유로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올해부터 시작이지.’
자세한 성적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조 마우어의 장타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건 기억이 났다.
‘정면승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현재 언론에서는 하성이 조 마우어의 장타력을 조심해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그는 09시즌 28개의 홈런과 함께 장타율이 5할 8푼 7리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슬러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가 올해부터 장타력이 덜어질 걸 아는 하성이기에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뭐가 됐건 오늘 경기도 졌군.’
8회를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트윈스가 7 대 2로 경기를 끌고 가는 중이었다.
‘현재 팀의 타격으론 역전은 어림도 없지.’
희망을 버린 하성의 생각대로였다.
어슬레틱스는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1차전을 내주었다.
* * *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패배함으로써 어슬레틱스는 4위와의 차이가 줄어들었다.
도무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어슬레틱스의 타선에 팬들은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다.
“하…… 오늘도 공격이 막혀서 답답하겠네.”
“크리스 단장은 뭐 하나 몰라. 제대로 된 애들 좀 데려오지 않고 말이야.”
“그러게. 오늘도 하성이 올라오는데,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이런 불만 속에서도 오늘 경기는 매진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하성이란 메이저리그의 라이징스타가 등판하는 날이었으니 말이다.
‘매진은 안 됐다.’
하지만 크리스 단장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하성이 등판할 때마다 매진 행진을 이어가던 오클랜드 주민들이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선 매진이 되지 않았다.
‘역시 타선의 침묵이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건가.’
하성의 활약은 역대급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타선이 따라주지 않으니 팬들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빈자리가 생기는 건 좋지 않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크리스의 시선이 마운드로 향했다.
뻐어억!
“와아아아!”
“오늘도 컨디션이 최고네!”
거기에는 하성이 연습 투구를 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공은 이전과 전혀 다를 게 없군.’
이런 상황에선 대부분의 투수들이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베테랑이 아닌 신인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하성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녀석이야.’
그를 바라보면서 크리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제 2년 차인 선수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수십 년 동안 야구를 해온 자신이 흔들릴 순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
크리스가 마음을 다잡는 사이.
연습 투구를 끝낸 하성에게 토니 감독이 다가왔다.
“오늘도 무시무시한 공이군.”
“감사합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팀 사정이 썩 좋지 않아. 오늘 경기에서 지면 4위까지 떨어지게 되지.”
본래 토니 감독의 성격상 이런 말을 할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그만큼 하성을 신뢰하고 의지한다는 뜻이었다.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겠네.”
하성의 어깨를 두드린 토니 감독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홀로 마운드에 남은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히며 관중석을 바라봤다.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이네. 확실히 팬들도 지쳐서 떨어질 때가 됐지.’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마치 막다른 길목에 몰린 상황 같았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내가 빛을 낼 수 있는 순간이지.’
하성은 오히려 지금 순간을 즐겼다.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지금을 말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어.’
공을 돌려받은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섰다.
타자가 타석으로 걸어 들어오고 뒤이어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플레이볼!!”
하성의 시즌 6번째 등판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