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21)
마운드의 빌런-121화(121/285)
마운드의 빌런 121화
[정하성!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기록을 쓰다!] [62이닝 연속 무실점 피칭을 기록한 정하성!] [역사를 세운 정하성! 2시즌 연속 사이영상이 보인다!]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인가? 정하성 특집 보도!]하성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이제 5월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임에도 벌써부터 사이영상이 언급될 정도로 하성의 활약은 대단했다.
하성은 5월까지 9전 3승 무패 평균자책점 제로라는 성적을 안고 6월을 맞이했다.
6월 하성의 첫 등판은 인터리그에서 이루어졌다.
[2010시즌 인터리그가 시작됐습니다. KBO를 주로 시청하는 팬들은 이 인터리그가 생소할 텐데요.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메이저리그는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 양대리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소에 이 두 리그에 속한 팀들은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리그가 열리는 6월부터 7월까지는 양대리그에 속한 팀들끼리 경기를 치를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교류전이라 보면 되겠군요.]오늘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이 두 팀의 라이벌전도 볼만하죠?]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된 역사를 지닌 라이벌 관계죠. 일단 연고지가 다리 하나만 지나면 바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다리의 이름을 붙여 베이 브릿지 시리즈라 부를 정도죠.]중계진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사이.
하성은 더그아웃에서 한 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인간이 올해부터 뛰었던가?’
그의 시선에 닿는 선수는 포수 마스크를 쓴 앳된 청년이었다.
그때 아놀드가 하성에게 다가와 물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바라봐?”
하성은 대답 대신 턱짓으로 마스크를 쓴 포수를 가리켰다.
“아~포지? 자이언츠에서 엄청나게 기대하는 거 같더라. 너처럼 작년에 마이너에 데뷔했는데. 올해 벌써 메이저라니.”
“대단하지. 그것도 앞으로 더 대단할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버스터 포지가 누구인가?
2010년대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이다.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는 데뷔와 함께 ROY를 수상하는 등,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떡잎부터 다른 포수였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긴 시간을 뛰진 못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수로 이름을 알렸다.
“좋은 타자이면서 포수지.”
“오호, 네가 그렇게 판단할 정도라면 쉽지 않겠는데?”
버스터 포지와의 대결이라니.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 *
[어슬레틱스 1회에 득점권까지 주자가 나갔지만, 점수를 내진 못했네요.] [아쉽지만, 아직 1회이니 괜찮습니다.] [어슬레틱스의 마운드에는 정하성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현재까지 62이닝 무실점 피칭을 펼치면서 이 부문 신기록에 올라선 그가 과연 기록을 어디까지 갱신할지 궁금하네요.]카메라가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하는 하성을 비추었다.
미국에서도 그의 무실점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가 자이언츠의 버스터 포지를 상대합니다. 올 시즌부터 자이언츠에 합류한 선수인데, 1번을 맡고 있네요.] [포지션이 포수라는 걸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타순이랄 수 있지만, 버스터 포지는 뛰어난 타격기술을 보유한 선수이기에 가능합니다.] [작년 마이너리그에 데뷔해 엄청난 활약을 펼쳤죠?] [적수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자이언츠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습니다.]버스터 포지는 포수이면서도 발이 빠른 독특한 유형의 선수였다.
‘아직 젊으니까 그렇겠지. 부상 이후로는 점점 발이 느려졌으니까.’
워낙 유명한 선수였기에 하성은 그에 대한 데이터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조심히 상대하자.’
하성은 포지에 대한 주의를 하면서 그와의 승부를 시작했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스트라이크!”
하성은 2구에서 슬라이더를 던져 포지의 배트를 유인했다.
퍽!
“볼!”
[이걸 참아내네요. 슬라이더에 배트를 내밀지 않는 포지!] [좋은 선구안입니다. 루키지만, 침착함이 돋보이는 선수네요.]볼카운트 원볼 원스트라이크.
트레버는 고민하지 않고 포심 패스트볼을 요구했다.
‘루키 녀석이니 네 패스트볼에 반응하지 못할 거야.’
하성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마이너리그를 경험했다지만, 100마일의 공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도 제구와 구위까지 강력하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미래에 좋은 타자가 된다지만, 아직은 루키다.’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3구 던집니다!]쐐애애액-!
전력을 다해 던진 공이 포지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후웅!!
거의 동시에 포지가 배트를 돌렸다.
딱!!
날카롭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때렸다.
잘 맞은 타구가 좌익으로 날아갔다.
[잘 맞았습니다!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아-! 이건 장타 코스네요! 좌익 가장 깊숙한 곳으로 타구가 향했습니다!] [포지 선수가 여유롭게 2루까지 들어가겠네요.]2루타가 확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 버스터 포지의 돌발행동이 나왔다.
파팟!
[아-! 포지 선수! 2루 베이스를 지나서 속도를 높입니다!]버스터 포지가 3루 베이스를 노린 것이다.
그걸 예상하지 못한 어슬레틱스의 좌익수 라이언이 뒤늦게 송구를 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포지가 몸을 날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터치했다.
촤아앗-!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버스터 포지 선수가 정하성 선수에게 첫 3루타를 뺏어냈습니다!] [아~ 좌익수 라이언 선수가 다소 안일한 수비를 했네요.] [송구가 늦었죠?] [그렇습니다. 버스터 포지 선수가 포수이기에 발이 느릴 거라 생각했는지, 3루로 송구하는 게 늦었습니다.]실책성 플레이였지만, 주자가 3루에 생긴 건 돌릴 수 없었다.
‘이것도 야구지.’
실책성 플레이도 야구다.
이런 것에 하나하나 반응했다가는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없다.
그걸 알기에 하성은 무덤덤하게 다음 타자를 맞이했다.
그리고 3구를 던졌을 때.
딱-!!
[타구 높게 뜹니다!!] [아~ 이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겠네요.]퍽!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온 포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하성 선수의 기록이 62이닝에서 멈춥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이미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으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었습니다!]선발투수가 시즌 내내 무실점을 가져갈 순 없었다.
오히려 62이닝 동안 무실점 기록을 세운 것이 기적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였다.
하성 역시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이지.’
사실 본인도 62이닝까지 무실점 피칭을 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양반들은 아닌 거 같지만.’
하성은 마운드에 올라온 토니 감독과 트레버를 바라봤다.
“하성, 너무 신경 쓰지 마.”
트레버의 위로를 시작으로.
“그래. 이미 너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세운 거야. 여기에서 깨졌다고 마음 쓸 필요는 없다.”
토니까지.
자신을 위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대기록을 달성 중이던 선수가 그것이 깨졌을 때, 급격하게 흔들리는 일이 많았다.
‘기록을 달성 중이라는 건 선수의 집중력도 그만큼 높다는 소리니까.’
목표가 사라지면서 집중력이 일순간에 깨진다.
그래서 갑작스레 기량 저하가 나타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그렇지?”
“맞아. 아직 시즌은 길다! 그러니 마음 쓸 거 없어!”
마지막까지 두 사람은 하성을 안심시키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홀로 남은 하성은 로진을 손에 묻히며 다음 타자를 노려봤다.
‘감독의 말대로 시즌은 길어. 1점 실점했다고 흔들린다면 에이스의 자격이 없다.’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선 하성이 상체를 숙여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실점을 허용한 정하성 선수! 과연 여기에서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사인을 교환했습니다!]하성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후우…….”
호흡을 내뱉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이전과 같은 집중력을 끌어올린 하성이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던졌습니다!]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걸렸어!’
타자가 배트를 있는 힘껏 돌렸다.
기록이 깨진 직후 던질 공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일 것이다.
타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패스트볼을 노리며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우뚝!
공이 허공에 멈추면서 타자의 스윙과 타이밍이 완벽하게 어긋났다.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체인지업에 배트 헛돕니다!] [아~ 정하성 선수! 아주 영리하게 체인지업을 택했습니다.] [당연히 패스트볼을 던질 거라 예상했는데 말이죠.] [위기의 순간에 주 무기를 쓰는 건 당연하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허를 찌른 거죠.] [타자가 패스트볼을 노릴 거란 걸 예상하고 체인지업을 던졌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런 순간에도 냉정한 투구를 보여주네요.] [이럴 때야말로 더 냉정해져야 합니다. 정하성 선수는 정말 뼛속까지 투수라는 게 느껴지네요.]중계진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성이 2구를 던졌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이번에는 101마일의 빠른 공이 몸쪽을 찌릅니다!] [체인지업 이후에 101마일의 패스트볼! 타자 입장에선 101마일이 아니라 107마일 혹은 그 이상으로도 느껴졌을 겁니다.] [느린 공을 본 직후이기에 체감속도는 그 이상으로 느껴졌을 거다. 이 말씀이시죠?] [정확합니다!] [기록이 깨진 뒤에도 냉정한 투구를 이어가는 정하성 선수! 과연 3구는 어떤 공을 던질지! 와인드업과 함께 던집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몸 뒤에서 날아오는 공에 타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 순간.
공이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며 그대로 미트에 들어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타자는 황망한 표정으로 공이 지나온 궤적을 배트로 그려보았다.
“젠장…… 이걸 어떻게 때려?”
그리고 방송에는 들리지 않는 한 마디를 툭 던지고는 고개를 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실점 이후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아주 멋집니다!] [본인이 주로 던지는 체인지업,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완벽하게 타자를 요리했습니다!] [볼 배합도 좋았지만, 마지막에 던진 슬라이더도 정말 멋지지 않았습니까?] [저런 궤적으로 슬라이더가 들어오면 타자 입장에선 몸으로 날아온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비록 기록은 깨졌지만, 정하성 선수의 언터처블에 가까운 피칭은 계속됩니다!]62이닝 무실점의 마감.
하지만 하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라도 있냐는 듯 하성은 호투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