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23)
마운드의 빌런-123화(123/285)
마운드의 빌런 123화
작년 하성은 올스타전에 출전해 1이닝을 던졌다.
마무리투수로서 경기를 끝내는 역할을 맡아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런 하성이 올해도 올스타전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정하성 선수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작년 마무리로 한 시즌 최다세이브를 갱신하더니 올해는 선발로 전향하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처음 뉴스를 보고 오보인 줄 알았습니다.] [저도 뭔가 잘못됐다 생각했죠.] [그만큼 충격적인 뉴스였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올 시즌 그의 활약입니다.]하성과 관련된 특집방송은 이제 놀라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놀라운 건 미국의 공중파 채널이라 할 수 있는 ESPN에서 방송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그의 성적을 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월까지 17경기에 나서 119이닝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은 143개를 기록 중입니다. 현재 페이스라면 300개까지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부상이 아니라면 앞으로 15경기에 더 등판할 수 있을 텐데. 현재 탈삼진 페이스인 경기당 1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게 되면 단순계산으로 180개를 더 기록해 361개로 역대 6위인 루브 워델을 넘게 됩니다.] [참고로 역대 단일 시즌 탈삼진 1위는 73년도에 놀란 라이언이 세운 383개죠.] [새삼스레 놀란 라이언의 기록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네요.]하성의 기록을 언급할 때 이제는 레전드 플레이어들과 함께 언급이 되고 있었다.
놀란 라이언은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고 알려진 선수다.
통산 탈삼진 기록이 5714개로 1위에 랭크된 것만 봐도 그의 포심 패스트볼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정하성 선수의 인기는 최근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 표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의 유니폼 판매를 나타낸 수치인데요.]화면이 바뀌고 표가 나타났다.
1위에는 하성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이 스몰마켓임에도 불구하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위인 데릭 지터를 가볍게 따돌렸습니다.] [지터가 판매 순위 2위로 내려온 것은 오랜만에 보네요.] [정하성 선수의 상품성이 정말 대단합니다.] [단순히 실력만 좋은 선수가 아니라 대중의 인기도 한몸에 받는 선수란 소리겠죠?] [그렇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스타성이 뛰어난 선수죠.] [그러다 보니 최근 그의 신발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거기에는 하성의 일상이 다수 찍힌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호텔로 걸어가는 모습, 구장에 들어가는 모습 혹은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하는 모습까지.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사진의 구도가 그보다는 신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 그가 신고 다니는 비고르의 운동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상당히 괜찮네요.] [비고르 제품이라면 저도 잘 아는데. 이런 모델은 본 적이 없는데요?]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비고르에서 조만간 출시한 한정판 모델이라 하더군요.] [오호~ 정하성 선수의 한정판인가요?] [이건 가지고 싶네요.]신발은 전 세계적으로 수집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특히 비고르의 레어 모델은 고가에 팔리기에 재테크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TV를 보던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ESPN에서 알아서 홍보를 해주다니. 이거 땡큐인데?”
하성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이동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오클랜드 시내의 전경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흐아…… 이제 곧 올스타전이네.”
어느덧 7월이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올스타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올스타전 선발로 나가겠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다.
각 팀을 대표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인기가 높은 선수들이 모여 각축을 치르다 보니 선발이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모든 스탯을 보더라도 나보다 더 뛰어난 투수는 없다.”
현재 아메리칸리그에서 사이영상에 거론되는 건 하성과 펠릭스 에르난데스였다.
하지만 세부 스탯을 놓고 보았을 때 하성의 압승이었다.
“선발이라…….”
작년에는 올스타전에서 마무리를 맡았다.
그런데 이제는 선발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전반기를 완벽하게 끝낸다.”
당장 생각해야 할 건 그것이었다.
하성은 경기를 위해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 * *
7월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성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정하성 선수, 4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하성은 오늘 경기에서도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었다.
4회까지 피안타 1개 볼넷 1개를 허용한 걸 제외하고는 완벽한 투구내용을 이어가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가 세 번째 타자를 잡아내면서 5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냅니다!] [투구 수가 70개를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100마일 이상을 던지는 정하성 선수의 괴력이 무섭네요.]더그아웃으로 돌아간 하성은 글러브를 벗고 배팅 장갑을 착용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 하성에게 잭이 말했다.
“오늘은 하나 쳐야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카메라에 잭과 대화를 나누는 하성의 모습이 잡히자 캐스터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정하성 선수가 배팅 장갑을 착용한 모습이네요.] [이번 이닝에서 한 타자라도 출루에 성공하면 타순이 돌아오게 되니 미리 준비하는 거 같습니다.] [인터리그가 시작된 이후 정하성 선수는 타석에 총 6번 섰지만 아직까지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잘 맞은 타구는 제법 나왔었죠.] [맞습니다. 6번의 타석 중 3번이 외야로 날려 보내는 플라이볼이 나왔을 정도로 파워는 가지고 있어요.]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두 리그는 단순히 팀을 나눠놓은 것만이 아니었다.
규정도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지명타자 제도였다.
본래 야구에선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는 게 기본적인 규칙이다.
양 팀이 교류하는 인터리그에서는 경기가 치러지는 홈구장의 팀이 속한 리그의 규칙을 따른다.
내셔널리그에 속한 팀의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지명타자제도 없이 투수가 직접 타석에 들어선다.
지금 하성처럼 말이다.
딱!!
[잘 맞았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라이언 선수가 욕심부리지 않고 가볍게 때려내면서 안타를 만들어냈어요.]6번인 라이언이 출루에 성공하면서 더블플레이가 아니면 하성에게까지 기회가 오게 되었다.
이후 두 개의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는 동안 라이언은 2루에 진루하는 게 전부였다.
[투아웃에 주자는 2루. 그리고 타석에는 투수인 정하성 선수가 들어섭니다.]카메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하성을 잡았다.
[대타를 쓸 수도 있지만, 아직 투구 수가 여유롭기에 그런 작전은 나오지 않네요.] [정하성 선수의 투구 수라면 앞으로 2이닝은 더 던질 수 있을 테니까요.] [올 시즌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둔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정하성 선수, 과연 오늘 경기에서 첫 번째 안타를 때려낼 수 있을까요?]사람들의 관심은 하성의 안타에 집중되어 있었다.
타석에 들어선 하성은 가볍게 배트를 쥐고 타격자세를 취했다.
‘타격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단 말이지.’
이전 삶에서도 타격은 고등학생 때 해봤던 게 전부였다.
프로에 들어간 뒤에는 딱히 타격 훈련을 하지 않았다.
선발로 뛰기 바빴으니 그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조금 달라진 게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투수도 타격 훈련을 따로 한다는 게 좀 놀랐어.’
인터리그가 존재하다 보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투수에게 따로 타격 훈련을 시켰다.
당연히 하성도 타격 훈련에 임하면서 조금씩 메커니즘을 배우고 있었다.
‘그동안에는 너무 정면으로 갔단 말이지.’
비록 지금까지 안타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타자도 아닌 투수이기에 주눅들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스윙이나 타구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묘하게 자신감이 생겨.’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타격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를 봐서 그런가?’
오타니 쇼헤이.
약 10년 뒤,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투타 겸업 선수다.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 나타난 제대로 된 투타 겸업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오타니 쇼헤이는 투타에서 모두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다.
투수로서는 100마일의 광속구를 뿌렸고 타자로서는 홈런을 40개 이상을 때려내는 등.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녀석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는 없지.’
물론 그만큼 대단한 타격기록을 내는 건 어려울 것이다.
오타니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그와 같은 기록을 내는 선수가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식의 차이였다.
투수이기에 타격을 못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현재 상황에서 하성만큼은 다르게 생각했다.
‘투수라고 타격을 못 할 이유는 없어.’
이런 생각과 함께 타석에 들어선 하성은 스윙 한 번에 전력을 다했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파울!!”
[타구의 궤적이 휘면서 파울이 됩니다!] [비록 파울은 됐지만, 아주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스윙에 자신감이 넘치네요.] [마치 투구를 할 때처럼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가져가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하성의 스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다고만 할 순 없었다.
후웅-!!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투!!”
[풀스윙으로 헛스윙을 하고 마네요.] [하하! 자신감 넘치는 스윙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네요.] [볼카운트가 몰린 정하성 선수, 불리해졌습니다.]타석에서 물러난 하성은 가볍게 배트를 돌리면서 몸 상태를 체크했다.
‘뭐, 이상한 곳은 없네. 그나저나 떨어지는 공에 반응하는 게 쉽지 않은데?’
다시 타석에 들어서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집중력을 더 끌어올려야겠어.’
하성은 투구를 할 때처럼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투구를 할 때와 비슷한 집중력을 유지하자.’
집중력을 끌어올리려고 마음먹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뒤이어 투수의 주위에 자리 잡고 있던 외야수들이 사라지고 내야수들마저 모두 사라졌다.
“후우…….”
호흡을 내뱉은 하성의 시선에 투수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는 게 보였다.
‘더…… 더…… 더……!’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투수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스트라이드.’
투수가 발을 내디디고 하체의 회전을 시작했다.
하성은 거기에 맞춰 스윙의 박자를 가져갔다.
‘하체…… 골반… …그리고 상체…….’
투구 메커니즘에 맞춰 팔을 뒤로 이동해 힘을 축적시킨 뒤.
“흡!!”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힘을 폭발시켰다.
시선은 날아오는 공에 집중하면서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매서운 소리를 내뿜으며 돌아간 배트가 공의 궤적에 맞춰 스윙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두 궤적이 하나가 되는 순간.
딱!!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하성은 마지막까지 스윙을 가져가면서 타구에 마지막까지 힘을 실었다.
덕분에 타구는 큼지막한 궤적을 그리며 외야로 날아갔다.
[때렸습니다!!]화면이 둘로 나뉘며 왼쪽에는 타구를 쫓는 화면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하성을 비추었다.
그 순간.
오른쪽 화면에 나오던 하성이 돌발행동을 했다.
[아-! 정하성 선수……!]등 뒤로 넘어갔다 돌아오던 배트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배트를 던졌습니다!!]배트 플립과 동시에 타구가 관중석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