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24)
마운드의 빌런-124화(124/285)
마운드의 빌런 124화
배트 플립.
한국에서는 빠던이라 불리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홈런 혹은 장타를 때린 선수가 배트를 던지면서 자축하는 행위와 같았다.
과거 한국에서는 스윙의 동작 중 하나라고 말하는 선수도 있었지만, 현재는 퍼포먼스라는 게 정설이었다.
이런 행동은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해 빠던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달랐다.
[아-! 충돌이 일어납니다!!]그라운드를 도는 하성이 2루 베이스를 통과할 때였다.
“이 새끼야! 빨리 돌아!”
“뭐?”
“예의도 없는 새끼! 배트를 던져?”
“X발, 뭐라는 거야?”
피츠버그의 2루수 닐 워커가 하성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닐의 욕설에 가만히 있을 하성이 아니었다.
당연히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오갔고 그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닐 워커가 베이스를 도는 정하성 선수에게 한소리를 했나 보네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은 비매너로 간주되는 플레이니까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매 경기 나오는 장면이잖습니까?] [문화가 다른 셈이죠. 메이저리그도 규칙으로 정해져 있진 않습니다만, 선수들 사이에 불문율로 지켜지고 있습니다.]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을 한다는 건 빈볼을 맞춰달라는 말과 같았다.
그렇기에 하성에게 욕설을 뱉는 피츠버그 선수들의 행동은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었다.
[정하성 선수는 아마 한국에서 보던 걸 그대로 따라 한 거 같죠?] [그렇습니다. 한국에서야 일상적으로 나오는 배트 플립이니 버릇대로 나왔겠죠.]중계진들은 하성의 배트 플립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배트 플립이 금지라는 불문율을 깜박하고 있었네.’
이전 삶에서 한국에서만 야구를 했기에 직접 경험하진 못하고 듣기만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작년에는 타석에 선 적이 없었고 올해는 안타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뜬금 홈런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배트를 던졌다.
‘뭐, 그래도 큰일이라도 나겠어?’
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홈런은 때려냈고 일부러 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도 아니었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이스 홈런!”
“최고다!”
“첫 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어내냐?”
“진짜 넌 미쳤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홈런을 때렸다는 게 그제야 실감이 났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였다.
퍽!!
“악!!”
그라운드에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을 흘린 건 오클랜드의 1번 타자인 마크였다.
쓰러져서 고통스러워하는 마크의 모습에 동료들이 분노해서 외쳤다.
“저 새끼 일부러 맞췄어!”
“이 새끼가!!”
어슬레틱스 선수들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펜스에 매달렸다.
그 모습은 그대로 카메라를 통해 중계되었다.
[아-! 바로 빈볼이 나왔습니다.] [경기 분위기가 험악해지네요.] [아무래도 배트 플립에 대한 보복성 빈볼이겠죠?] [그렇습니다. 바로 보복구를 던지네요.]그때 쓰러져 있던 마크가 일어나더니 그대로 마운드를 향해 달려갔다.
[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납니다!]그라운드가 한바탕 소란에 휩싸였다.
* * *
벤치 클리어링은 큰 난투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경기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두 팀의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배트 플립에 빈볼, 거기에 벤치 클리어링까지 일어나면서 나올 수 있는 건 모두 나왔네요.] [구심도 두 팀의 더그아웃으로 가서 직접 경고를 내리네요.] [아무래도 경기 분위기가 나빠지니 그런 거 같습니다.]구심은 피츠버그의 더그아웃으로 가서 경고를 주고 어슬레틱스의 더그아웃으로 왔다.
“구두 경고는 이번이 마지막이요. 이후 한 번만 더 이와 같은 비매너 플레이가 나온다면 관련된 선수는 즉시 퇴장 조치를 할 겁니다.”
구심이 선언하듯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올 수 있는 모든 게 나오다 보니 구심의 경고도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정하성 선수가 이번 일로 영향을 받지 않았음 좋겠네요.] [영향이요?] [예. 빈볼과 벤치 클리어링이 사실상 정하성 선수로 인해 촉발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걸 본인의 탓으로 돌리면 투구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거죠.] [아…….] [투수는 매우 예민하기에 이런 부분에 악영향이 갈 수도 있습니다.]해설위원의 걱정은 어느 정도 타당해 보였다.
그걸 아는지 카메라도 더그아웃에 있는 하성을 비추었다.
* * *
어슬레틱스는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하성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본인의 홈런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정하성 선수가 6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도 침착한 투구를 해야 합니다.]그라운드에 평소와 달리 차가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관중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심의 경고도 있었기에 다들 더 이상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건 경기를 보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빈볼 던질까?
-에이 설마.
-구심이 경고했는데 그러겠음?
-여기에서 던지면 바로 퇴장 각임.
-하성이 조금 똘끼가 있지만, 그러진 않을 거임.
-여기가 무슨 UFC도 아니고 던지겠냐?
설마 던지겠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하성이 사인을 교환했다.
‘던졌단 말이지.’
그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눈에는 눈…….’
그 다잡는 마음이 조금 다른 쪽이어서 문제였다.
‘이에는 이다!’
스트라이드와 함께 공을 뿌리는 순간.
그의 시선은 정확히 타자에게 향해 있었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타자가 급히 몸을 틀었다.
하지만 백 마일의 공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뻐억-!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공이 그대로 타자에게 명중했다.
뒤이어 구심이 마스크를 집어 던지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너 퇴장이야!!”
[아-! 정하성 선수에게 바로 퇴장 조치가 내려집니다!! 그리고 양 팀의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난입합니다!! 다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습니다!!!]두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위협만이 아닌 실제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하성을 향해도 한 선수가 달려들었다.
“이 개X끼가!”
욕설과 함께 날리는 주먹을 바라보며 하성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날아오는 주먹이 느려졌다. 하성은 거기에 맞춰 크로스 카운터를 내밀었다.
뻐억-!!
오히려 얻어맞고 쓰러진 선수를 바라보던 하성이 피츠버그 선수단을 향해 외쳤다.
“다 덤벼!!”
그 모습은 카메라를 통해 생생하게 생중계되었다.
-오~ 크로스 카운터.
-이 상황에서 왼손으로 때리네.
-여기 UFC 맞는 듯.
-나도 잘못 말했다. 똘끼 있는 게 아니라 또라이네.
-레알 미친놈인 듯 ㅋㅋ
-이단옆차기 이후로 최고 아니냐?
-ㄹㅇㅋㅋ
하성의 첫 홈런은 그렇게 벤치 클리어링과 함께 마무리됐다.
* * *
경기 종료 이후.
원정 클럽하우스에는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한 사람.
하성이었다.
“정하성 선수! 배트 플립은 의도된 거였나요?”
“빈볼은 왜 던졌습니까?!”
“배트 플립이 먼저 잘못된 거 아닙니까?”
“동료선수에게 주먹질을 했는데!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의 질문 폭격이 시작됐다.
워낙 많은 기자가 모인 탓에 구단 직원들이 그들을 막고 있었다.
경호원들이 세운 벽 너머에서 기자들을 바라보던 하성이 대충 질문을 듣고는 입을 열었다.
“빠던…… 아니, 배트 플립은 그냥 버릇처럼 나온 겁니다. 한국에서는 홈런을 때리면 다들 하니까요.”
“한국에서는 배트 플립을 그냥 한다고요?”
“빠던은 무슨 말이죠?”
“한국에서 배트를 빠따라고 부르거든요. 배트를 던진다고 해서 줄여서 빠던이라 부릅니다.”
“빠던…… 빠던…….”
기자들 중 몇몇이 하성의 말을 적어 내려갔다.
“한국에서 배트 플립을 그냥 한다는 건 무슨 말이죠?”
“메이저리그처럼 딱히 금지가 아니라는 거죠.”
“그게 정말입니까?”
“예.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나온 거뿐입니다. 그런데 빈볼을 던지다니.”
“이곳은 메이저리그입니다. 그러니 메이저리그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규칙이 명시되어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선수들 사이에서 불문율로 지키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공식 규칙도 아닌 불문율 하나를 몰라서 어겼다고 빈볼을 던진 게 잘한 거란 겁니까?”
하성의 반문에 질문을 던진 기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트 플립으로 누가 다칩니까? 피해를 보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건…….”
“빈볼은요? 아까 샤워하는데 내 친구 마크의 엉덩이에 이따만한 피멍이 들었더군요!”
하성의 말에 기자들의 시선이 마크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그의 엉덩이를 바라봤다.
“아니! 뭐야? 왜 내 엉덩이를 봐요?!”
갑작스레 주목의 대상이 된 엉덩이를 가리기 위해 마크가 몸을 돌렸다.
“배트 플립과 빈볼! 도대체 어떤 게 더 잘못된 겁니까?!”
“정하성 선수도 빈볼을 던지지 않았습니까?”
“그럼 친구가 당했는데 그냥 내버려 둡니까?”
“복수를 했다는 겁니까?”
자극적인 대답을 원하는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하성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복수했습니다.”
* * *
하성의 인터뷰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레딧에서는 하루 종일 그의 게시판에 새로운 글들이 올라왔다.
-정하성 인터뷰 봤음?
-백 마일의 공으로 빈볼을 던지네.
-얘 진짜 앞뒤 가리지 않는다.
-빈볼도 빈볼이지만, 크로스 카운터가 예술이더라.
-얻어맞은 닐 워커 바로 해롱대던데?
-UFC 갔어도 대성했을 듯.
-그런데 배트 플립한 놈이 잘못한 거 아니야?
-맞지.
-몰랐다고는 하지만, 지가 잘못해 놓고 또 빈볼을 던지네.
-예의가 없는 놈이야.
-원래 동양인들은 예의 바른 놈들 아니었어?
-너 그거 인종차별임.
-뭐만 했다 하면 인종차별이래.
이번에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았다.
어떻게 보면 하성의 행동은 메이저리그의 문화를 무시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올드팬들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젊은 팬들에게는 달랐다.
-배트 플립 그냥 하면 안 되나?
-알고 한 것도 아니라면서?
-한국에서는 그냥 한다고 하던데.
-빠던이라고 부른다며?
-나 지금 찾아보고 왔는데. 장난 아닌데?
-왜?
-이 녀석들 배트 플립이 거의 아트야.
-아트라고?
-어떻길래?
-주소 공유 좀 해주라.
배트 플립을 그냥 하면 안 되냐는 의견부터 시작하여 빠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런 팬들의 반응에 언론도 나서서 빠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빠던은 무엇인가?] [배트 플립 메이저리그에서는 불문율로 금지. 한국에서는 허용?] [팬서비스의 일종으로 쓰이는 빠던!] [배트 플립을 금지시켜야 하나?]몇몇 기사에는 배트 플립을 왜 금지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면서 공론화가 되어가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하나의 성명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고의적으로 빈볼을 던진 정하성에게 5경기 출장 정지 징계!] [정하성 포함 오클랜드 선수 2명, 닐 워커 포함 피츠버그 선수 2명에게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메이저리그 사무국!]하성에게 출장 정지가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