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25)
마운드의 빌런-125화(125/285)
마운드의 빌런 125화
투수에게 짧은 출장정지는 큰 의미가 없다.
5경기라면 한 경기 로테이션을 쉬는 정도였다.
즉, 사무국에서도 이번 일을 크게 보고 있지 않다는 소리였다.
-보여주기식 아님?
-ㅋㅋ 그러게.
-한 경기 푹 쉬면 되겠네.
-빈볼 던지고 휴가 얻고 좋네.
-그나저나 빠던 때문에 그런 일이 터지냐?
-메쟈 애들 이상하다.
-어쩌겠냐 그게 문화라는데?
-빠던 못하게 할 거면 투수들도 포효하는 거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님?
-그러게.
-스트라이크 아웃 잡고 포효 지르더만.
-이상한 놈들이야.
한국 네티즌들은 메이저리그의 배트 플립 불가 불문율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하성의 활약과 유입된 새로운 뉴비들은 더더욱 말이다.
놀라운 건 이러한 반응이 미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배트 플립한 거 가지고 징계까지 하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투수들도 못 하게 해야지.
-나는 오히려 멋지던데.
-화려하더라.
-가끔 나오는 배트 플립하고는 차원이 다르던데?
-이런 거 자주 보면 좋겠다.
젊은 팬들 사이에서 배트 플립에 대한 옹호 발언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올드팬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젊은 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저런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좋아할 수밖에 없겠죠.”
“MLB.tv를 통한 반응은 어때?”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만들어서 개재했는데. 현재까지 조회수가 가장 높습니다. 아마 며칠 내로 올해 하이라이트 영상들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할 거 같습니다.”
“배트 플립이 인기가 있는 건지. 정하성이 인기가 있는 건지 모르겠군.”
“구글 측의 검색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배트 플립 자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으흠.”
배트 플립은 선수들 사이에선 금지라는 게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커미셔너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보여주는 쇼맨십으로는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도대체 선수들은 이걸 왜 불문율로 막았는지, 이해할 수 없군.”
“투수를 도발한다는 이유 때문인데. 사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투수의 포효도 막아야죠.”
“그러게 말이야. 이런 걸 계속 보여줘야 새로운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자연스레 매출도 오를 텐데. 선수들은 그걸 몰라.”
최근 메이저리그는 하락세를 겪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위기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긴 경기시간과 정적인 경기는 젊은 팬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버드 셀릭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MLB.tv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곳을 통해 짧은 영상들과 다양한 흥밋거리를 만들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하성의 이슈는 매우 눈에 들어왔다.
“이걸 잘 활용하면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아 보이는데…….”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한 직원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정하성 선수가 이의신청을 넣었습니다.”
“뭐?”
예상하지 못한 하성의 행동이 그를 당황시켰다.
* * *
[정하성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출장정지 이의신청!]하성의 행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걸 왜 이의신청을 해?
-그냥 한 경기 쉬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왜 이랬지?
-이상하네.
-이 녀석은 하는 짓이 종잡을 수가 없음.
-레알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ㅋㅋ
하성의 선택에 팬들은 하성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면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했다.
당연하게도 언론들이 그를 취재하면서 하성의 목적이 드러났다.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의신청을 하셨는데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벌을 받아야 합니까?”
“빈볼을 던진 건 사실 아닙니까?”
“녀석들이 먼저 던졌으니 저도 던진 겁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징계까지 가지 않았고요.”
하성은 이미 과거 데이터를 확인한 듯 물 흐르듯 말했다.
그런 하성에게 기자가 물었다.
“5경기 출장정지라 해도 선발등판을 한 번 정도 미루면 그만이니, 그냥 받아들여도 되지 않냐는 의견도 많은데. 굳이 이의신청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한 경기를 빠지면 탈삼진기록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아…….”
이해했다는 듯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기자를 보며 하성은 속으로 웃었다.
‘이걸로 내 이미지가 좋아지겠지.’
이번 이의신청은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작전이었다.
‘이번 배트 플립으로 올드팬들이 안티로 돌아설 수 있으니. 야구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면 여론도 돌아서겠지.’
팬은 소중한 고객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이미지메이킹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언론에 말한 게 모두 거짓은 아니었다.
‘기록은 세울 수 있을 때 세워야 한다. 언제 또 이런 탈삼진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하성의 현재 탈삼진 개수는 역대기록에 버금가는 속도로 쌓아가고 있었다.
만약 한 경기를 쉰다면 그만큼 기록이 떨어지게 된다.
‘최종적으로 기록을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따라 내 몸값이 달라지겠지.’
지금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앞으로 연봉조정과 FA까지 생각한다면 최대한 기록달성을 해두는 게 좋았다.
‘그래야 구단과 싸울 때도 내가 유리할 거고.’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하성이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자 캐서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자주 보네요?”
“하…… 정하성 선수가 사고를 너무 치시니까 그렇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에요.”
“딱히 사고를 친 기억이 없는데요?”
“커미셔너가 만나자고 요청해 왔어요.”
“으흠…….”
이건 조금 예상 밖이었다.
* * *
커미셔너가 선수를 직접 만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성도 설마 이런 일로 커미셔너가 자신을 만나러 올 줄은 몰랐다.
‘뭐, 그냥 아저씨 만난다고 생각하면 되지.’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바로 커미셔너다.
하지만 선수에게 딱히 무언가를 할 순 없다.
그럴 경우 선수노조가 들고 일어서니 말이다. 그렇기에 겁을 낼 이유가 없었다.
똑똑-!
“들어와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크리스 단장과 익숙한 얼굴의 노신사가 앉아 있었다.
“왔군. 이쪽은 버드 셀릭 커미셔너시라네.”
“자네가 최근 메이저리그를 핫하게 만들고 있는 정하성 선수로군. 반갑네.”
“정하성입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버드 셀릭이 이야기를 꺼내려는 찰나.
“이의신청 때문에 오셨나요?”
하성이 선수를 쳤다.
그의 행동에 크리스는 당황했다.
원래 저런 성격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커미셔너에게까지 저럴 줄은 몰랐다.
반면 버드 셀릭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맞네. 자네가 왜 이의신청을 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기자들에게도 말했지만, 한 경기를 나가지 못함으로 인해서 시즌기록에 영향이 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음, 메이저리그 시즌기록에 도전할 생각인가?”
“질문이 조금 이상하네요.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그것에 도전하지 않는 선수도 있습니까?”
당돌하다면 당돌하고 선을 넘었다면 넘은 대답이었다.
무례한 대답일 수도 있기에 크리스 단장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였다.
버드 셀릭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를 보고 있으면 로드리고의 젊었을 때를 보는 거 같군. 그 역시 아주 자신만만했고 실제 자신의 말을…….”
“아, 죄송한데요. 약쟁이랑 비교하는 건 좀 기분 나쁜데요?”
“음?”
“로드리고의 기록은 결국 약물 때문에 만들어진 거 아닙니까? 그런 자와 비교하면 제 기분이 좀 나쁘죠.”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금하신 거에 대해서 질문은 대충 한 거 같으니 전 일어나 보겠습니다. 앞으로의 일정들이 있어서요.”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크리스 단장은 당황했다.
하지만 버드 셀릭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바라봤다.
그때 등을 돌렸던 하성이 다시 몸을 돌렸다.
“참, 그리고 배트 플립 좀 했다고 빈볼 던지는 걔네들이 이상한 거지. 제가 이상한 거 아닙니다. 이번 징계는 철회해 주십쇼.”
“논의해 보도록 하지.”
“솔직히 제 배트 플립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보면 아시잖습니까? 이건 그저 팬서비스입니다. 팬들이 좋아해야 우리가 있는 거 아닙니까?”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네. 그럼 자네는 배트 플립을 도입해야 팬들이 좋아할 거란 말인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플레이가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팬들은 더 이상 그걸 보는 걸 신기해하지 않아요.”
“배트 플립을 보는 건 신기해하고 말인가?”
“이미 보고를 받으셨을 텐데요?”
그 말과 함께 하성이 단장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크리스 단장이 급히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정하성 선수가 워낙 자유분방한 스타일인지라.”
“오히려 재밌군. 평소에도 저런 타입인가?”
“예.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했지만, 아무래도 젊은 선수다 보니…….”
“왜? 오히려 보기 좋구만.”
“예?”
“젊은 선수다운 패기가 있어. 앞으로 지켜볼 만한 선수겠어.”
커미셔너는 메이저리그의 여러 정책을 결정한다.
그중에는 마케팅도 있었다.
특정팀이나 선수를 밀어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실제 버드 셀릭은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밀워키 브루워스를 편애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랬던 그였기에 이런 발언은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커미셔너가 정하성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게 과연 잘 된 걸까?’
크리스 단장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 * *
하성이 이의신청을 걸면서 일단 출장정지는 유보되었다.
이의신청이 진행되는 동안엔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정상적으로 나가겠지만,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두 경기 모두 나갈 수 있겠지.’
하성이 이의신청을 한 건 인터뷰에서 말한 이유 그대로였다.
하성은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치르고 싶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하성은 기록이란 게 얼마나 이루기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게 딱 맞아 떨어져야 겨우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의 목표를 300탈삼진으로 잡았다.
‘이번 시즌의 목표는 일단 300탈삼진 그 이상을 노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에 쉬면 안 돼.’
300탈삼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기록이었다.
에이스급 투수가 한 시즌에 등판하는 경기는 28경기에서 많게는 33경기 나온다.
현재 하성은 16경기를 등판했고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18경기까지 등판할 수 있다.
‘후반기 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13경기에 나설 수 있다. 즉, 나에게는 15경기가 남은 셈이야.’
이번 시즌 역대급 기록을 달리고 있기에 노려볼 수 있는 기록들이 제법 있었다.
“이번 시즌을 잘 치르고 다음 시즌까지 잘 치르면…….”
사실 하성이 좋은 성적을 올리려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첫해 연봉조정에서 천만 달러 이상 받는 것도 꿈은 아니다!”
바로 연봉조정 때문이었다.
연봉조정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금액이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선수의 스텟이 쌓이면서 가치가 점점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첫 연봉조정에서 최대한 적은 금액을 주려고 한다.
너무 높은 금액을 주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성은 구단에 끌려갈 생각이 없었다.
“최대한 스텟을 쌓아서 단번에 천만장자가 된다.”
한화로 백억이 넘는 돈을 손에 쥘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되는 하성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한 경기도 그냥 넘길 수 없지!”
하성이 의지를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