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26)
마운드의 빌런-126화(126/285)
마운드의 빌런 126화
시즌 17번째 등판.
VS LA 에인절스.
[정하성 선수, 에인절스를 상대로 5회까지 1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오늘 정하성 선수의 투구는 정말 매섭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투구입니다.] [5회가 끝난 현재 투구수는 단 67개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최다 탈삼진 기록은 퍼펙게임을 기록한 개막전에서 18개를 기록한 게 최다탈삼진 기록이네요.] [오늘 이 페이스라면 20개 이상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라면 가능합니다!]그때 카메라에 잡힌 아놀드가 3구를 노리고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펜스를 직격합니다! 그사이 2루 주자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옵니다! 달아나는 점수를 올리는 어슬레틱스!] [스코어가 3 대 0이 됐으니 정하성 선수의 어깨가 한결 더 가볍겠습니다.] [반면 에인절스 타자들 입장에선 이 3점을 어떻게 따라잡을지 머리가 아플 거 같네요.] [정하성 선수를 상대로 3점을 뺏는 건 불가능한 미션이나 다름없습니다. 현재까지 평균자책점이 0.51로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0점대 평균자책점입니다.] [정말 만화에나 나올 법한 성적이네요.]해설진의 극찬이 이어지는 사이.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다시 하성이 올라왔다.
[6회 말,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번 이닝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마운드에 오른 하성의 강력한 모습은 계속 이어졌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14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후웅!!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슬라이더 헛스윙 삼진! 15번째 탈삼진이 올라갑니다!] [정말 삼진을 쉽게 쉽게 잡아냅니다.] [단순히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만이 아니라 볼의 배합이 무척이나 훌륭하네요.] [그렇습니다. 패스트볼만이 아니라 변화구의 구위도 훌륭하니 타자들 입장에선 미칠 노릇일 거예요.]두 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하성이 세 번째 타자를 상대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찌르는 101마일의 패스트볼!] [타자 꼼짝도 못 하네요!]딱!!
“파울!!”
[2구는 파울이 됩니다. 94마일의 커터였네요.] [면도날처럼 마지막에 휘어버리니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과연 3구는 어떤 공을 던질지! 와인드업과 함께 3구 뿌립니다!]“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날아갔다.
후웅-!!
타자는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지만, 공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타자의 배트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결정구는 103마일의 패스트볼이었습니다! 하이 패스트볼이었지만, 타자는 배트를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높이로 공이 들어오니 배트가 반사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6회 말 세 개의 탈삼진을 잡는 데 필요했던 공은 단 13개였습니다! 투구수는 79구! 그리고 탈삼진은 16개까지 늘어납니다!]* * *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하성은 곧장 벤치에 앉아 정신집중을 이어나갔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본인이 느껴도 환상적인 컨디션이었다.
최근 이런 경우는 없었다.
‘죽빵 한번 갈기니까 스트레스라도 풀린 건가?’
닐 워커에게 날렸던 펀치가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만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오늘이라면 내 기록을 넘어설 수 있겠어.’
퍼펙트게임을 기록했을 때 나왔던 18개의 탈삼진.
오늘이라면 넘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기록은 얻을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얻어야지.’
마치 먹잇감을 보는 맹수처럼 하성의 눈이 에인절스 타자들을 노려봤다.
* * *
7회 말.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7회에도 삼진 2개를 추가하면서 18개까지 탈삼진이 늘어납니다!] [아~오늘 정말 사고 치나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0개의 탈삼진은 처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본인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TV에서 흘러나오는 해설진의 목소리에 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장님 아드님 정말 멋지네요!”
“크으……! 이런 선수가 우리 부장님 아드님이라니.”
“아드님 귀국하시면 회사에서 팬미팅 한번 해주세요!”
“크흠! 김 대리! 부장님 아드님이 얼마나 바쁘신 몸이신데. 어떻게 미팅 같은 걸 하겠나?”
“아차…… 제가 실언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괜찮네. 그럴 수도 있지.”
하성의 활약이 높아질수록 회사에서 아버지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었다.
이건 아버지만이 아니었다.
“어머 어머! 하성이가 오늘도 잘 던지네! 하성 엄마 정말 좋겠어!”
“저런 아들 둬서 정말 부러워.”
“우리 아들은 매일 집구석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는데. 어휴! 속이 터진다 터져!”
어머니는 동네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하성의 활약을 반가워하는 건 아니었다.
“쯧! 망할 녀석. 던지기는 더럽게 잘 던지네.”
“그러게 말입니다.”
“에휴! 뭐 단점이라도 있어야 까든지 하지.”
KBO의 기술위원회.
설치된 TV로 하성의 경기를 보는 위원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하성이 활약할수록 KBO에 대한 압박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거 누가 쓴 거야?”
기술위원회의 김 부장이 신문을 내밀었다.
신문의 메인에는 (정하성이 없는 국가대표가 진정한 국가대표인가?) 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써져 있었다.
“도대체 언론 관리 제대로 안 할 거야?! 이런 기사들이 수도 없이 보여!”
툭!
그러면서 또 하나의 신문을 던졌다.
거기에는 (야구 국가대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이 써져 있었다.
“그게…… 정하성이 활약할수록 관심이 높아지니 언론에서도 계속 건들 수밖에…….”
“그러니까! 그때마다 다른 기삿거리를 주면 될 거 아니야!”
대답했던 부하직원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에 정하성을 누를 수 있는 기삿거리가 어디에 있다고.’
전 국민이 시청할 정도로 하성의 경기는 관심이 뜨거웠다.
그런 하성의 관심을 누를 수 있을 만한 기사가 존재할 리 없었다.
“더 이상 국대 이야기로 정하성이 나오지 않게끔 머리를 잘 굴리란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김 부장이 나가자 한소리를 들었던 직원이 말했다.
“하……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
“그러게.”
“백일기도라도 올려야 하나?”
“무슨 기도?”
“정하성이 못 던지게 해주세요. 부상이라도 당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이야.”
“낄낄! 그거 괜찮네.”
“으하하!”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태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말입니까?”
“왜 그래?”
“또 뭐가 문젠데?”
“아무리 우리하고 트러블이 있다지만, 같은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우리 후배나 다름없고요! 그런데 부상을 당하길 원하는 게 선배들이 할 생각입니까?!”
“같은 한국인이 밥 먹여주냐?”
“게다가 쟤가 우리를 선배 대접을 했어? 후배는 무슨 얼어 죽을 후배.”
“그리고 웃자고 한 소리에 정색하고 덤비지 좀 마. 아휴-! 무서워서 농담하겠어?”
대답을 들은 김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하나같이 썩었어.’
실망이 커지는 나날들이었다.
* * *
7회를 끝낸 하성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런 하성에게 토니 감독이 다가왔다.
“하성, 몸은 좀 어때?”
“괜찮습니다.”
“다음 이닝도 가능하겠어?”
하성의 투구수는 어느덧 99개에 도달했다.
여기에서 교체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의사를 묻는 건 하성을 존중해서였다.
“다음 이닝도 나가겠습니다.”
“음, 그래. 무리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사인을 보내게.”
“예.”
고개를 끄덕인 하성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아직 2개 남았다.’
한 경기를 끝내는데 필요한 아웃카운트는 모두 27개다.
이 중에서 선발투수가 2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는 건 여러 의미를 가진다.
‘선발에게 가장 필요한 이닝이터다운 모습과 탈삼진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었다는 소리지.’
7회까지 21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18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능력.
이런 능력은 메이저리그의 톱클래스 타자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들만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사고 한번 치자고.’
하성의 탈삼진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현재 K/9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경기에서 2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기회가 찾아왔으니 그걸 놓칠 생각은 없었다.
* * *
[정하성 선수가 8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투구수를 보고 교체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토니 감독의 선택은 정하성 선수였네요.]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정하성 선수의 의지가 담겨 있지 않나 싶습니다. 18개의 탈삼진도 훌륭하지만, 20개를 채우고 싶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군요. 과연 정하성 선수가 한 경기 20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을지. 경기 시작됩니다!]하성이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후우…….”
깊은 호흡을 내뱉었지만, 쉽사리 호흡이 정돈되지 않았다.
‘확실히 8회까지 오니 회복이 느리다.’
평소라면 벤치에서 쉬는 동안 회복이 끝났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쩔 수 없지.’
회복이 되지 않았으면 되지 않은 대로 던지면 그만이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 1구 던집니다!]쐐애애액-!
딱!!
[잘 맞은 타구! 하지만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파울! 정하성 선수의 투구수가 100구가 되었습니다!] [100구째 던진 공의 구속이 97마일까지 떨어졌네요.] [다른 투수들에겐 최고구속에 가까운 구속이 떨어진 구속이라니.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하하! 그렇습니다.]공을 돌려받은 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혔다.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이 흩어진다. 힘을 손끝까지 전달하려고 할 때 집중력이 풀려 버려.’
체력이 떨어지면서 집중력이 풀린 것이다.
‘하체의 힘을 더 이용하자.’
이런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수백 경기를 치렀던 경험이 있기에 그에 대한 해결방법도 가지고 있었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를 준비합니다.]두 팔을 모은 하성이 천천히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호흡을 내뱉으며 정신을 집중한 그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하체에 더욱 집중…….’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함께 발이 마운드에 박히는 순간.
모든 정신을 집중해 힘이 이동하는 걸 느꼈다.
‘더더더더!!’
그 힘을 최대한 끌어올려 손끝으로 보내면서 강하게 공을 던졌다.
“흡!!”
쐐애애애액-!!
후웅!
뻐어억!
“스트라이크!!”
[2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은 다시 99마일이 찍혔습니다!] [이거 놀랍네요. 설마 100구를 넘긴 상황에서 다시 구속이 상승하다니.]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는 느낌이네요.]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진 하성은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흡!!”
쐐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후웅-!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그 순간 공이 뱀처럼 휘면서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면서 배트를 피하더니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95마일의 싱커로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아~비록 직구는 아니었지만, 마치 뱀직구와 같은 궤적을 그렸어요!] [정말 멋진 공을 던진 정하성 선수! 19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탈삼진을 기록한 하성은 다음 타자를 3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퍽!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범타가 됐지만, 삼진이 아닌 게 아쉽네요.] [과연 커리어 첫 20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을지. 정하성 선수가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하성의 투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99마일의 패스트볼에 배트 밀립니다! 파울!]뻐억!
“스트라이크! 투!”
[2구는 고속슬라이더가 보더라인에 걸칩니다! 투스트라이크!] [아-! 이제 스트라이크 하나면 20탈삼진을 기록하게 됩니다.]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하는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은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이걸로 끝낸다.’
파앗-!
힘이 넘치는 킥킹과 함께 뒤이어 발을 뻗어 내디뎠다.
콰직!!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박히는 것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켰다.
후웅-!!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팔을 휘두르면서 공을 뿌렸다.
“흐앗!!”
쐐애애액-!!
[기합과 뿌린 3구!!]빠르게 날아간 공이 그대로 타자의 몸쪽을 꿰뚫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굉음과 동시에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삼구삼진!! 101마일의 공으로 자신의 20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입니다!!]커리어 첫 20탈삼진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