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28)
마운드의 빌런-128화(128/285)
마운드의 빌런 128화
전야제가 끝난 다음 날.
하성은 올스타전이 열리는 엔젤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에 도착했다.
“2년 연속으로 와도 어마어마하네.”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올해 올스타전을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듯했다.
‘한국인도 많이 보이고.’
이번 올스타전에는 한국인 팬들의 숫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내 인기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소리지.’
하성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명실상부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자국인 한국에서의 인기와 관심도는 역대 최고를 찍고 있었다.
“오…… 있다.”
경기장을 둘러보던 하성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비고르의 새로운 상품에 대한 광고가 올라와 있었다.
“잘 나왔네.”
자신을 모델로 한 비고르의 리미티드 에디션, 피니스V1이었다.
라틴어로 마지막이란 뜻을 가진 피니스라는 단어를 모델명으로 삼은 것은 하성의 처음 별명인 디엔드를 모티브로 삼았다.
“오~ 저게 네 전용모델이야?”
그때 조 마우어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작년 그와 호흡을 맞춘 탓인지 친밀감을 보이는 마우어였다.
하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우어가 감탄한 듯 말했다.
“디자인 죽이네. 검은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아주 잘 어울려. 나도 하나 사야겠어.”
“한정판인데, 구매할 수 있겠어?”
“돈이면 웬만한 건 다 되더라고. 그건 너도 알잖아?”
“잘 알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
만약 안 되는 게 있으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었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 식이었다.
올 시즌 재계약과 함께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마우어가 한정판을 구입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어쨌든 축하한다. 한정판이라니, 난 언제 저런 거 하나 내보나 모르겠다.”
“너도 모델로 계약하지 그래?”
“안 그래도 요즘 접촉하고는 있어. 그런데 뭐 쉽지는 않네.”
“네 인기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이왕이면 마스크 쪽으로 해봐. 넌 포수니까, 그쪽의 부상을 조심해야 하잖아.”
“하하! 그건 그렇지.”
조 마우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맞은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선수는 아니었고 어느 구단의 관계자로 보이는 남자였다.
“저 쓰레기가 여기에 왜 왔지?”
그런데 그 남자를 본 조 마우어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소 의외였다.
마우어는 성격이 좋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실제 자신에게 와서 말을 먼저 걸어줄 정도로 성격이 괜찮았다.
그런 마우어가 대놓고 적대를 드러내니 의아함이 들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오던 남자가 하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이며 지나갔다.
‘뭐지? 아는 사람인가?’
문제는 자신의 기억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마우어가 하성에게 물었다.
“하성, 방금 지나간 남자를 개인적으로 아는 거야?”
“아니.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넌 아는 사람이야?”
“대충은 알지. 어쨌든 모른다면 상관없어. 썩 좋은 사람도 아니니까 알게 되더라도 무시해 버려.”
“도대체 저 남자가 누군데?”
하성의 질문에 마우어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앤서니 보시.”
예상치 못했던 이름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2010년대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바이오제니시스 스캔들의 주범이 바로 그였으니 말이다.
* * *
[스타들의 스타가 모여 펼치는 꿈의 경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시작됐습니다! 내셔널 올스타팀의 선공으로 시작되는 경기! 아메리칸 올스타팀의 첫 번째 투수로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로 선정된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서있는 하성을 잡았다.
[2년 연속 올스타로 선정된 정하성 선수, 올해는 마무리가 아닌 선발로서 마운드에 오릅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1이닝만 던지겠지만, 별드의 전쟁인 올스타전에서 선발을 맡았다는 게 의미가 큽니다.] [동양인으로는 노모 히데오 이후 정말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죠.] [그렇습니다.] [전반기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정하성 선수가 내셔널 올스타팀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하성이 연습투구를 끝내고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런 그의 시선에 타석으로 걸어오고 있는 내셔널 올스타팀의 1번 타자 안드레 이디어가 보였다.
‘내가 상대해야 할 타자는 이디어, 데이빗 라이트, 그리고 알버트 푸홀스. 세 명이다.’
하나같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었다.
만만한 선수는 전혀 없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가볼까.’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첫 상대는 LA다저스 소속인 안드레 이디어입니다.] [이디어는 전반기 타율 0.321, 장타율이 무려 0.564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쉬운 상대가 아니네요. 뭐, 당연한 소리겠지만요.]올스타전이다.
쉬운 상대가 나올 리 없었다.
“후우…….”
상체를 세우며 심호흡을 내뱉은 하성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긴 이닝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껏해야 1이닝, 전력을 다한다.’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보이는 건 오직 단 하나.
안드레 이디어밖에 없었다.
‘던져야 할 건…….’
촤앗-!!
킥킹과 함께 몸을 비튼 하성이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콰직!!
다리를 내디딤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켰다.
후웅-!!
몸의 회전에 맞춰 팔을 돌려 자신의 릴리스포인트까지 가져온 하성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1구 던졌습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이디어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후웅-!!
그때 이디어의 스윙이 시작됐다.
간결하고 빠르게 돌아간 그의 배트가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아니, 낚아챘다고 생각했다.
후웅!!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이디어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이전보다 더 떨어지지 않는다.’
인터시즌에서 이디어는 하성과 붙은 적이 있었다.
당시 1안타를 때려내는 등, 나쁘지 않은 대응을 보였다.
그때의 이미지에 맞춰 타이밍을 잡았는데, 공이 덜 떨어지면서 배트 위를 지나갔다.
‘공의 위력이 더 올라갔다는 건가?’
이디어가 고민에 잠긴 사이.
해설진들의 해설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의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로 구속은 100마일이 찍혔습니다.] [올스타전에서도 변함없이 빠른 공을 던지네요.] [아주 좋습니다.] [이런 페이스로 세 명의 타자를 잡아내면 정하성 선수의 임무는 마무리됩니다.]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2구를 던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초구 좋은 공을 던진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이번에는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렀다.
‘빠졌다.’
공이 빠진 것이라 판단한 이디어가 스윙을 멈춘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면서 미세하게 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뻐억-!!
“스트라이크!! 투!!”
“이게 들어왔다고?”
“마지막에 공이 보더라인에 걸쳤어.”
“허…….”
이디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중계화면에는 공의 궤적이 슬로우화면으로 나오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의 패스트볼이 마지막 순간에 휘면서 보더라인에 걸쳤네요.] [중간까지는 일직선으로 들어가는 듯 했기에 이디어의 판단도 맞았습니다.] [타자 입장에선 이런 공은 미칠 노릇일 겁니다. 볼이라 판단하고 스윙을 포기했는데, 스트라이크로 들어왔으니 말이죠.] [거기에 구속도 102마일까지 찍히면서 생각할 시간을 더더욱 주지 않고 있습니다.]공이 빠르고 무브먼트는 늦게 변화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웬만한 공들은 다 걷어내야겠어.’
투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
공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후우……!”
심호흡과 함께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던질 공은 단순했다.
‘정면승부다.’
올스타전 MVP를 노리고 있었다.
임팩트를 주기 위해선 정면승부로 타자를 누르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컨디션도 좋았다.
이런 순간에는 기교보단 힘으로 붙는 게 최고였다.
“흡!!”
쐐애애액-!!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코스는 스트라이크존의 정가운데.
가슴 높이로 들어오는 공에 이디어의 배트가 돌아갔다.
‘걸렸어!’
이 높이의 공은 홈런을 만들기에 딱 좋다.
넘겼다고 생각한 순간.
공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배트를 지나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정하성 선수가 안드레 이디어를 돌려세웁니다!] [마지막에 들어간 공의 무브먼트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공이 지저분해서 정타를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했어요!] [본인 최고 구속인 103마일을 던지면서 이디어를 돌려세운 정하성 선수! 올스타전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습니다!]안드레 이디어는 자신의 배트를 바라봤다.
‘분명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공의 무브먼트가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거기에 실제 구속보다 체감속도는 더 빨랐다.
한마디로 이전보다 강력해진 공을 건들 수 없었다는 소리였다.
‘저놈은 미친놈이야.’
이디어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공을 던지는 녀석이 같은 리그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 *
두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타석으로 뉴욕 메츠 소속의 데이빗 라이트가 들어섭니다.] [라이트는 올 시즌 타율 0.313, 장타율 0.543을 기록하는 등, 타격지표가 모두 훌륭합니다.] [역시 올스타전답게 연달아 힘든 상대들을 만나네요.]내셔널리그를 휩쓸고 있는 또 한 명의 타자.
데이빗 라이트의 등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1구 던집니다.]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합니다. 정하성 선수의 공에 내셔널리그 타자들이 좀처럼 타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데이빗 라이트는 정하성 선수와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하성 선수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데이빗 라이트는 2구 역시 놓쳤다.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그냥 내버려두었고 보더라인을 걸치면서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결정구를 어떤 공으로 던질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와인드업을 한 하성이 전력을 실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코스는 바깥쪽.
높이는 타자의 허벅지 부근이었다.
그것을 본 데이빗 라이트가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후웅!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두 타자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오늘 포심의 구위가 무시무시합니다!]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들을 연달아 돌려세우고 있어요!]두 타자를 연속으로 돌려세운 하성이 다음 타자를 기다렸다.
[타석으로 올 시즌 내셔널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알버트 푸홀스가 들어섭니다!] [내셔널리그만이 아니라 2000년대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 선수죠.] [작년 시즌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던 만큼 전반적인 스탯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율 0.306, 출루율 0.415, 장타율은 무려 0.571을 기록 중이네요. 홈런도 20개를 기록하면서 전반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 시즌 MVP도 가능한 선수이기에 과연 오늘 정하성 선수와 어떤 대결을 벌일지 궁금합니다.]알버트 푸홀스가 타석에 섰다.
카메라는 하성과 푸홀스를 같이 비추며 두 사람의 대결을 포커싱했다.
[정하성 선수가 알버트 푸홀스를 상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