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1)
마운드의 빌런-131화(131/285)
마운드의 빌런 131화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때렸다.
[담장을 그대로 때린 타구! 1루 주자 2루 돌아 3루까지! 타자 주자는 1루에 멈춥니다!] [투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브랜드 선수가 출루에 성공합니다!] [아주 깔끔한 스윙이 나왔습니다!] [패스트볼을 노린 스윙이었어요!] [주자 1, 3루의 찬스를 잡아내는 어슬레틱스! 상위타순으로 기회가 이어집니다!]브랜드가 1루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선행주자는 3루까지 진루하면서 단번에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브랜드는 손에 남은 감각을 느끼며 감격에 차 있었다.
‘기회를 잡았어…….’
이번 안타로 자신은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남을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잡게 된 것에는 오직 한 사람.
하성의 조언이 컸다.
‘넌 도대체 뭐냐?’
베이스 위에 선 브랜드는 벤치에 앉아 있는 하성을 바라봤다.
도대체 정체가 뭐기에 자신에게 그런 조언을 해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조언이 딱 맞아떨어졌을까?
모든 게 의문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네 덕분에 내가 안타를 때릴 수 있었다.’
자신이 안타를 때린 건 모두 하성의 덕분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 *
6회, 어슬레틱스가 드디어 점수를 뽑아냈다.
[어슬레틱스의 상위타선이 다시 불을 뿜었습니다. 6회 초에만 3점을 내면서 선발투수였던 제러드 위버를 강판시켰습니다.] [브랜드 젠트리 선수의 한 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이후 제러드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상위타순이 기회를 살릴 수 있었어요.]일종의 도미노효과였다.
삼진이 많다는 건 투구 수가 많다는 소리였다.
실제 제러드는 5회가 끝난 시점에서 투구 수가 80구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업선수에게 안타를 맞았으니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타자는 1, 3루에 나가 있는 상황.
타자들 입장에선 흔들리는 제러드를 노리기에 아주 좋았다.
‘모든 게 완벽했어.’
마운드에 오른 하성은 전광판을 바라봤다.
0의 행진이 깨져 있었다.
[3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정하성 선수, 평소 그의 모습이라면 이 리드를 지키는 건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 역시 매서운 질주를 하고 있는 에인절스이고 현재 경기의 흐름이 과열되고 있거든요.] [맞습니다. 야구에는 흐름이란 게 존재하는데. 지금 그 흐름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순간이죠.]하성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타자들을 압도해야 할 때지. 어설프게 던졌다가는 얻어맞기 딱 좋다.’
로진을 손에 묻힌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정하성 선수, 마운드에 섰습니다!]그리고 상체를 숙이고 포수인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초구는 반응을 볼까?’
트레버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성향이었다.
평소라면 하성의 성향대로 패스트볼을 요구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흐름이 평소와는 달랐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운 성향이 다시 튀어나온 것이다.
‘아니. 그냥 힘으로 누를 거야.’
당연하게도 하성은 트레버의 사인을 거부했다.
이런 분위기를 피한다면 그건 에이스가 아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야지만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법이었다.
하성의 사인에 트레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포심으로 간다. 코스는…….’
트레버가 사인을 보내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동시에 트레버가 타자의 몸쪽으로 붙었다.
[1구 던집니다!]스트라이드와 함께 몸을 회전시킨 하성이 1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든 공이 날카롭게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타자의 엉덩이가 뒤로 빠질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었습니다!] [101마일의 공이 몸쪽을 파고든다면 제아무리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놀라서 엉덩이를 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초구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보여주는 것이 딱 정하성 선수다운 모습입니다.]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타자는 이번에야말로 때리겠다는 듯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공은 타자의 배트를 피해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미트에 들어갔다.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체인지업에 타자의 배트 헛돕니다!] [101마일의 강속구 이후에 던진 공이 89마일의 체인지업이니, 타자 입장에선 때리는 게 어려운 게 당연하죠.]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하성은 3구에서 슬라이더로 타자의 볼을 유인했다.
퍽!
“볼!!”
[3구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하지만, 타자의 배트가 나오다가 멈춥니다!] [좋은 선택이었는데, 아쉽게도 타자의 선택이 더 좋았네요.] [볼카운트는 원볼 투스트라이크!]유인구에 속지 않는다면 남은 건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었다.
“후우…….”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숨을 내쉰 하성이 발을 차올렸다.
킥킹으로 힘을 모은 그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가운데를 향해 날아들었다.
‘걸렸어!’
그것을 확인한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이번에야말로 때려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스윙이었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하더니 존의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젠장!’
저 멀리 달아나는 공을 보며 타자는 어떻게든 때리기 위해 엉덩이를 빼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공이 한 번 더 바깥으로 휘어나갔다.
후웅!!
[배트 헛돕니다!!]원래라면 거기에서 상황이 끝났어야 했다.
[아-! 트레버 포수! 공을 놓쳤습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입니다!]삼진은 잡았지만, 포수가 잡지 못해 타자에게 기회가 남은 상황이었다.
타자는 다급히 1루로 뛰었다.
다행히 트레버가 공을 빠르게 잡아 1루로 송구했다.
퍽!
“아웃!!”
[다행히 후속 조치가 빨랐던 트레버 포수!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홈플레이트 근처까지 걸어온 하성이 트레버의 헬멧을 집어 건넸다.
그런 하성에게 트레버가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
“괜찮다. 내 슬라이더가 너무 위력적이라서 놓친 건데. 어떻게 네 탓을 하겠냐?”
“허허…….”
“다음부턴 제대로 잡어.”
“오냐.”
하성의 말에 트레버는 고마움을 느꼈다.
‘자식, 이런 상황에서도 날 신경 써주다니.’
마스크를 쓴 트레버가 다시 홈플레이트에 섰다.
‘좀 더 연습해야겠어. 녀석의 공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끔.’
하성은 연일 발전하고 있었다.
슬라이더만 하더라도 시즌 초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커져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하성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녀석에게 발을 맞추려면 나도 발전해야 한다.’
“플레이볼!”
경기가 계속 이어졌다.
* * *
[메이저리그 정하성 선수가 시즌 11승을 거두면서 팀의 8연승을 지켜냈습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8연승을 질주하며 올 시즌 팀 최다 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서부지구 2위에 등극한 어슬레틱스의 폭주!] [정하성 선수 17탈삼진을 거두면서 시즌 탈삼진 228개로 선두를 지켜내다!]하성의 활약과 어슬레틱스의 폭주는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이러다가 2002년 재현하는 거 아니냐?
-뭐? 한일월드컵?
-ㅂㅅ아! 어슬레틱스 20연승 말하는 거잖아!
-그나저나 정하성 탈삼진 개수는 실화냐?
-그러게.
-7월이 끝났는데 벌써 228개면 진짜 신기록 가능하겠는데.
-실화냐?
-어떻게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탈삼진으로 신기록에 도전하냐?
-이런 애를 국대에 뽑지 않는 KBO는 뭐하냐?
기승전 국대로 이어지는 네티즌들의 반응에 김 위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그놈이 거부하는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그때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어쩌긴 어째? 가서 설득을 시켜야지!”
“초…… 총재님! 가서 설득을 시킨다니……. 설마 직접 미국에 가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당장 가서 그놈 설득시키고 와!”
“하지만 총재님…….”
“하지만? 지금 내게 토를 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이제 데뷔 2년 차인 녀석을 직접 찾아가서 설득을 하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는 거군.”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선 배알이 꼴릴 일이었다.
그는 프로세계에 20년 이상 몸을 담그고 있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었다.
원로들을 제외한 누구도 자신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야구계에 영향력도 컸다.
그런 자신이 이제 2년 차인 하성에게 직접 가서 설득시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군. 자네는 협회보다 자존심이 우선인 사람이군.”
“그…… 그게…….”
“됐네. 그럼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겠군. 자네보다 더 협회를 위하는 사람으로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총재를 보며 김 위원장은 급히 소리쳤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당장 미국으로 날아가겠습니다!”
“정말인가?”
“예! 어떻게든 정하성을 합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 번만 믿어보도록 하겠네.”
“옙!”
허리를 숙이는 김 위원장을 보며 총재가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김 위원장은 이를 악물며 주먹을 쥐었다.
“망할 새끼…….”
그의 분노는 하성에게로 향했다.
문제는 하성을 잡아 올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었다.
“예전보다 더 커져 버린 이 새끼를 어떻게 데려와야 하지?”
정중하게 데려온다는 선택지는 김 위원장의 머릿속에 없었다.
이미 하성은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대역죄인이었다.
그런 녀석을 정중하게 데려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을 정도의 머리가 김 위원장에게는 없었다.
결국 남은 건 하나였다.
“대한민국에 인맥 아니면 안 되는 게 없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하나밖에 없었다.
“어! 나야. 그 정하성 있잖아. 걔네 부모님이랑 어떻게 다리 좀 놔줄 수 없을까?”
* * *
시즌 11승을 거둔 하성은 하루를 휴식하고 구장에 출근했다.
그런 하성을 기다리고 있던 선수가 있었다.
“브랜드. 나한테 볼 일이라도 있는 거야?”
그 선수는 다름 아닌 브랜드 젠틀리였다.
“네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고마워.”
“별걸 다 고맙다고 하네. 그리고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이야. 그걸 네 걸로 할 수 있었던 건 평소 그만큼 노력했단 거다.”
“내 노력…….”
“그래. 결국 평소에 하는 노력이 경기에서 나타나는 거지. 그러니, 힘내라.”
“고맙다.”
브랜드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인사에서 진심을 느낀 하성이 조심스레 말했다.
“앞으로는 너를 조금 더 믿어라. 내가 알려준 게 계기가 되었다지만, 그 상황에서 그런 타구를 만들었다는 건 네 실력이란 소리니까.”
“그래. 조금 더 날 믿어볼게.”
“그리고 타격을 할 때 팔을 돌린다기보다는 팔꿈치가 나간다는 식으로 배트를 돌려봐.”
“팔꿈치?”
“그래. 그럼 배트가 헤드부터 돌아가지 않고 배럴부터 돌아가면서 좋은 스윙이 나올 거야.”
지금 하성이 말해준 건 조금 더 미래에 나오는 스윙법이었다.
이런 스윙이 보급화되면서 메이저리그는 타고투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타자들의 스윙 메커니즘은 한 단계 발전하면서 투수들도 발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넌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거야?”
“그냥 주워들었어.”
그때였다.
우우웅-!
“나 전화 좀.”
“응. 조언 고맙다.”
브랜드에게 손짓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하성은 전화를 꺼냈다.
번호를 확인한 하성의 눈이 커졌다.
‘작은아버지가 웬일이지?’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작은아버지였다.
하성은 의아함을 뒤로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하성아, 작은아버지다.]“예,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웬일은! 오랜만에 네 목소리나 듣자고 연락했지! 최근 경기 잘 보고 있다! 아주 잘하고 있더구나.]“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이제 훈련해야 해서요. 나중에 통화해도 괜찮을까요?”
[어허! 이 녀석, 작은아버지가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매정하기는!]“제가 정해진 스케줄이 있어서요.”
[크흠! 알았다. 그럼 바로 본론을 꺼내마. 너 이번에 국가대표 안 나간다고 그랬다며?]이게 무슨 소린가?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인데! 그런 자리에 나가야 되지 않겠냐?]“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게 본론이라면 끊겠습니다.”
[어허! 이건 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우리 집안의 명예가 달린 일 아니냐? 너 혼자 결정을 내릴 게 아니라, 우리 가문 모두가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야! 그러니 이 작은아버지의 말을 따르거라!]“아니…….”
[며칠 뒤에 KBO의 높은 분이 널 만나러 갈 테니. 그때 바로 들어가겠다 그래! 그럼 이만 끊는다!]하성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전화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KBO에서 날 잡고 흔들 수 없으니 집안사람을 건드리고 있단 소리군.’
하성의 입가가 뒤틀렸다.
“끝까지 해보자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