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4)
마운드의 빌런-134화(134/285)
마운드의 빌런 134화
며칠 뒤.
하나의 기사가 떴다.
[KBO 기술위원장 김민규,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발표.] [아시안게임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기술위원장의 사퇴! 어떻게 봐야 하나?]김민규가 사퇴했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의아한 일이었다.
그가 보여준 마지막 행보가 하성과의 만남이었기에 기자들은 하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번 김민규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내부 사정이야 모르죠.”
“하지만 정하성 선수와 만남을 가진 후에 사퇴가 결정됐는데요.”
“그럼 절 합류시키지 못해서 아니겠습니까?”
“미국에 와서 정하성 선수에게 합류를 요청해 왔나요?”
“예. 하지만 전 같은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가 중요하고 아시안게임은 후순위라고요. 제가 없어도 우승할 수 있는 대회에 왜 나갑니까?”
하성의 일관된 주장에 기자들은 자신들만의 근거를 붙여 기사를 내보냈다.
[김민규 기술위원장의 사임은 징계성인가?] [KBO 내부관계자, 김민규 기술위원장 사임은 윗선에서 내려온 압력 때문!] [아시안게임의 흥행에 사활을 거는 KBO, 이유는 무엇인가?] [병역특례를 위한 무대가 되어버린 국제무대, 과연 병역 혜택이 필요한가?]하성이 던진 것은 작은 돌멩이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생긴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넓게 퍼지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게 그냥 좀 내버려 두지.”
기사를 본 하성이 혀를 찼다.
자신을 내버려 뒀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KBO는 다시 선을 넘었고 하성은 가볍게 그들을 밀어냈다.
“시즌에 집중하자.”
자신이 해야 될 건 시즌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성적을 지키기만 해도 퍼펙트한 시즌이다.”
현재 하성의 성적은 20경기에 출전해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0.9를 기록하는 동안 245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소화 이닝은 139이닝으로 매 경기 6.95이닝 이상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선발 첫해에 이런 성적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만약 이와 같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하성의 가치는 끝없이 오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궁금해했다.
과연 하성이 이 성적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 말이다.
“앞으로 남은 13경기. 집중하자.”
스스로에게 다짐한 하성이 훈련에 들어갔다.
* * *
최근 훈련에서 하성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딱-!!
“나이스 배팅!”
딱!!
“아주 좋아!!”
타격 훈련에 조금 더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예전에는 마지못해 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열정적으로 배트를 돌려댔다.
후웅-!!
빠각!!
“굿 배팅!!”
그가 배트를 돌릴 때마다 타격코치인 버튼이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하성의 스윙은 파워풀했다.
분명 스킬적인 부분에서는 손봐야 할 곳이 많았지만, 자신감 있게 돌리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때 하성이 타격 훈련을 끝내고 배팅장을 나왔다.
“후우…….”
“수고했어! 오늘 스윙도 아주 좋았어!”
“그랬습니까?”
“그래. 네 스윙에 가장 큰 장점은 힘을 제대로 싣는다는 거야. 이러니 제대로 걸리면 그대로 넘겨버리는 거지.”
하성이 가진 본래의 파워는 엄청났다.
그 힘을 모두 배트에 실을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코치의 칭찬에 하성이 웃으며 물었다.
“그럼 투타 겸업이라도 할까요?”
“엉? 하하! 그것도 나쁘지 않지. 20승을 노리는 투수가 10홈런 이상을 때려내면 그것도 엄청난 이슈가 될 거야!”
타격코치는 우스개소리로 넘겼다.
하지만 그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된다.
사실 오타니 등장 이전에도 수많은 선수가 투타 겸업에 도전한다.
하지만 대부분 중간계투 혹은 지명타자 출전을 하는 등, 한쪽의 비중을 줄이면서 체력 분배를 했다.
오타니 역시 체력 분배를 했지만, 선발이자 외야수, 그리고 타자로 출전하는 등.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를 뒤흔들 정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지.’
특히 2021시즌 MVP를 차지했던 건 야구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내용이었다.
‘나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있나?’
사람들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본다.
이미 깔려 있는 라인을 벗어나 다른 길로 달리는 것이기에 별종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사람은 개척자가 되고 영웅이 된다. 그리고 그가 깔아놓은 레일을 따라다니려는 이들이 많아지지.’
후속주자들도 많은 박수를 받지만, 개척자만큼의 명예는 얻지 못한다.
‘명예를 얻으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어.’
아직은 그저 그림만 그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 시즌이 끝나면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볼 생각을 하며 다음 훈련으로 넘어갔다.
* * *
7월이 끝나가는 시점.
메이저리그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클리프 리, 텍사스 레인저스로 전격 트레이드!]2008시즌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리프 리가 시애틀을 떠나 텍사스로 이적이 결정됐다.
이 결정을 들은 크리스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젠장! 결국 리를 텍사스가 데려가는군. 망할! 어린놈에게 제대로 당했어!”
어린놈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존 대니얼스 단장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28세에 텍사스 레인저스의 단장인 된 그에게 제대로 당하고 만 것이다.
“아쉽네요. 어떻게든 카드를 맞춰가고 있었는데…….”
“시애틀에서 베일리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면 충분히 맞출 수 있었던 카드야. 미친놈들…….”
크리스 단장 역시 클리프 리를 노리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구 2위까지 올라선 이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야 될 상황이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선발 뎁스를 늘려야 했다.
클리프 리는 노장이긴 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였다.
“리를 데리고 왔으면 딱이었을 텐데.”
“이미 지나간 카드예요. 다음 카드라도 잡아야 해요.”
“후우……. 휴스턴 쪽은 어떻게 되고 있어?”
“필라델피아와 양키스, 두 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요. 카드는 오스왈트와 버크먼이고요.”
“오스왈트는 작년에 부진했잖아?”
“올 시즌에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요. WBC가 영향을 끼쳤던 게 사실인 거 같아요.”
로이 오스왈트.
휴스턴 부동의 1선발이던 그가 트레이드 루머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제법 됐다.
휴스턴은 리빌딩을 선택했고 당연히 몸값이 높은 1선발, 오스왈트를 트레이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스왈트라…….”
하지만 크리스 단장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스왈트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유망주 카드를 대거 내줘야 한다.
몇 년 동안 하위권에서 맴돌던 오클랜드이니 팜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잠자고 있었다.
그들 중 어떤 카드를 내밀지 고민이 되었다.
“우리가 오스왈트를 데려오면 얼마만큼의 승리를 더 얻을 수 있지?”
“오스왈트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최소 5승은 더 얻을 수 있어요.”
“5승…….”
나쁘지 않은 투자다.
반년간의 연봉을 내주고 다음 시즌에는 내보내면 되니 말이다.
“휴스턴에 연락해야겠군.”
크리스 단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하성은 시즌 21번째 등판을 위해 텍사스로 이동했다.
‘클리프 리를 상대한다라…….’
21번째 등판의 상대는 클리프 리였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된 그와의 대결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컨트롤의 마술사와 대결하는 슈퍼에이스 정하성!] [지구 1위, 2위의 대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어슬레틱스!] [정하성은 7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이번 대결은 서부지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결이었다.
텍사스와 오클랜드 두 팀은 현재 7게임 차까지 좁혀져 있는 상황이었다.
3연전에서 오클랜드가 2승만 거두더라도 격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에이스인 하성의 등판이 중요했다.
-좌완 매덕스랑 붙게 됐네.
-리가 텍사스로 올 줄 누가 알았겠음 ㅋ
-그러게.
-시애틀이 너무 일찍 보낸 거 아니냐?
-뭐가 됐건 이번 시리즈가 중요할 듯.
-연승 깨진게 좀 아쉽네.
오클랜드의 연승은 11연승에서 스톱이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시 3연승을 달리면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리가 대단하긴 하지만, 어차피 정하성 승리 아님?
-ㅇㅇ 그럴 가능성이 높지.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라 타선만 터져주면 끝이지.
-ㅇㅈ
-정하성이 버티면 누가 와도 비비기 힘듦.
팬들은 정하성의 승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클리프 리가 대단한 투수이긴 하지만, 하성은 2010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이런 성적을 기록 중인 투수가 승리를 놓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하성이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 * *
[서부지구의 패권을 두고 오클랜드와 텍사스가 맞붙습니다! 텍사스의 마운드는 시애틀에서 갓 트레이드된 컨트롤의 마술사! 클리프 리가 지킵니다!] [올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3경기에 나서 8승 3패를 거두는 동안 103과 2/3이닝을 던졌습니다. 평균자책점은 2.34를 기록 중이고 피홈런은 5개밖에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죠.] [탈삼진은 아직 100개가 되지 않네요?] [아무래도 맞춰 잡는 피칭을 하는 피네스 피처에 가깝기에 탈삼진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이 당시 클리프 리는 피네스 피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좌완 매덕스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를 파워피처로 보는 시선은 적었다.
하지만 클리프 리는 스트라이크존의 가운데에 꽂아 넣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파워피처의 스타일도 갖춘 투수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1회에서부터 잘 보여주었다.
“흡!!”
쐐애액-!
딱!!
[엘리스 타자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 훌리오가 잡아냅니다. 원아웃!] [좋은 서클 체인지업이었습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내면서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타자까지 뜬공과 내야 땅볼로 만들어내며 공 10개로 1회를 마무리했다.
[클리프 리의 투구는 팀을 옮겨도 여전한 거 같습니다. 좋은 피칭으로 1회를 마무리하는 클리프 리였습니다!]비록 시애틀 매리너스에선 킹 펠릭스에게 밀려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텍사스에선 C.J윌슨을 제치고 에이스를 맡기에 충분했다.
물론 당장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적었지만 말이다.
[1회를 깔끔하게 끝낸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할 투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이 선수입니다!]카메라에 하성이 잡혔다.
연습피칭을 하는 그의 투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이나믹했다.
[올 시즌 정하성 선수의 사이영상 수상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호투를 하고 7월을 마감할 수 있을지! 정하성 선수의 투구가 시작됩니다!]연습 투구를 끝낸 하성이 로진을 손에 묻히고 마운드에 섰다.
[텍사스의 리드오프, 앨비스 앤드루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대결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