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5)
마운드의 빌런-135화(135/285)
마운드의 빌런 135화
텍사스 레인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이클 영을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차지한 앤드루스.
작년 시즌 신인왕 득표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10시즌에도 안정적인 수비와 나쁘지 않은 타격으로 팀의 리드오프를 맡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앤드루스의 몸쪽을 파고드는 패스트볼, 구속은 97마일이 찍혔습니다.] [아직 몸이 덜 풀렸나요? 정하성 선수가 97마일의 공을 던지네요.] [보통의 경우 초구에 100마일을 많이 던질 텐데 말이죠.]공을 돌려받은 하성은 가볍게 어깨를 돌렸다.
‘평소와 다를 건 없는데. 이상하게 구속이 나오지 않는데.’
하성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공을 던지는 루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몸 상태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구속이 떨어졌다.
‘웜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가능성은 충분했다.
신체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예열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근육과 관절이 제대로 움직이면서 힘의 전달이 잘 이루어진다.
그런데 웜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이러한 전달에 문제가 생겨 구속이 떨어질 수 있었다.
‘평소 루틴대로 했는데.’
이상한 부분은 평소 루틴대로 준비했다는 거다.
하지만 정상적인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당장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고 투구폼에 수정을 가할 수 없었다.
그럴 경우 오히려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몸 상태를 천천히 끌어올린다.’
문제는 그 전이 위기란 소리였다.
단순히 구속이 떨어진 게 아니라 구위도 이전과 같지 않으니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은 피해야 했다.
‘어쩔 수 없군.’
하성은 파워피처로 분류된다.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니 당연한 분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속구만 가진 투수는 아니었다.
[정하성 선수, 트레버 포수와 사인을 교환합니다.] [이번에는 100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져주면 좋겠네요.] [과연 어떤 공을 던질지, 2구 던집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앤드루스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공이 뚝 떨어지면서 앤드루스의 스윙 타이밍에서 벗어났다.
앤드루스는 어떻게든 공을 맞히기 위해 스윙 속도를 늦추었지만, 그게 오히려 실수였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 제자리에서 잡아냅니다! 원아웃!] [2구에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앤드루스의 타이밍을 뺏었습니다! 아주 좋아요!] [평소와 달리 일찍부터 변화구를 던지면서 앤드루스를 일찌감치 돌려세웁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있는 하성을 비추었다.
‘강속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는 굳이 그걸 고집할 필요가 없지.’
겉모습은 20대의 젊은 청년.
하지만 그 안에는 야구에 미쳤던 백전을 치른 투수가 깃들어 있었다.
* * *
딱-!!
[때렸습니다! 3루수 멋진 다이빙 캐치! 곧장 일어나 1루로!!]쐐애애액-!
퍽!!
“아웃!!”
[아웃입니다! 3루수 케빈의 멋진 수비가 나왔습니다!] [아~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클라스죠! 명품 수비가 나오면서 정하성 선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줍니다!] [비록 1실점을 했지만, 정하성 선수의 호투는 계속됩니다!]3이닝 1실점 3피안타.
평소 하성의 활약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성적이었다.
거기에 내용을 보면 더더욱 그러했다.
오늘따라 뜬공이 많은데?
패스트볼 왜 안 던지냐?
100마일 넘는 공이 없음.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가 본데?
안타도 너무 많이 허용했네.
오늘따라 왜 이럼?
위기인가?
체력 떨어진 거 아니냐?
경기를 보는 야구팬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의 의견은 하나같이 타당하고 날카로웠다.
하성이 100마일 이상을 던지지 않은 것도 캐치했고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는 것도 알아냈다.
그만큼 하성의 오늘 피칭이 평소와 다르다는 의미였다.
‘분명 구위와 구속은 평소 경기와 다르다. 하지만…….’
토니 감독은 기록지를 확인하면서 하성의 투구 내용을 복기했다.
‘투구 수 자체는 오히려 평소보다 적어.’
맞춰 잡는 피칭을 하면서 투구수가 줄어들었다.
한 타자를 상대하는 데 공을 적게 던지니 당연한 일이었다.
3회까지 던진 투구 수가 고작 31개밖에 되지 않으니 얼마나 효율적인 투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완투까지도 가능해.’
이닝이터인 하성이지만, 완투경기는 개막전에 한 번밖에 없었다.
삼진을 많이 잡는 파워피처의 특성상 긴 이닝을 끌어가는 건 힘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비록 실점했지만, 고작 1실점이야. 우리 타선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수 있다.’
토니 감독은 벤치에 앉은 하성을 보며 경기의 시나리오를 그려갔다.
감독은 이런 자리였다.
경기 내내 시나리오를 그리고 상황에 맞춰 그것을 수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생각을 멈춰선 안 됐다.
그때였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좌익수 정면!]퍽!
“아웃!!”
[4회 초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하는 클리프 리!! 지금까지 피안타 딱 2개만 내주며 완벽한 피칭을 이어갑니다!]상대인 클리프 리 역시 만만치 않았다.
‘골치 아프군.’
투수전이 되어가는 상황.
어슬레틱스의 골칫거리는 새로운 난적이 된 클리프 리였다.
* * *
딱-!!
[잘 맞은 타구! 하지만 유격수 백핸드 캐치로 잡아서 턴하면서 2루로!]퍽!
“아웃!”
[선행주자 아웃! 2루수 점프하며 1루로!!]퍽!
“아웃!!”
[더블플레이입니다! 멋진 6-4-3의 멋진 수비가 나오면서 정하성 선수! 4회 말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합니다!]하성은 맞춰 잡는 피칭으로 타자들을 유린해나갔다.
그로 인해 야수들의 멋진 수비가 등장하면서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어슬레틱스 오늘 수비 뭐냐?
애들 날아다니네.
원래 이렇게 수비 잘했나?
ㅇㅇ 어슬레틱스 수비 나쁜 편 아님.
얘네들 다른 선발 나오면 원래 날아다녀.
그동안에는 하성이 워낙 잘 던지니 활약할 기회가 적었던 거지.
메이저리그의 수비들이다.
간혹 어이없는 실책이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수준은 매우 높았다.
다만 삼진을 주로 잡아내는 하성의 피칭스타일 특성상 하성이 등판할 때는 활약의 기회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팬들에게 어슬레틱스 수비들은 평범하거나 그 이하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하성이 피네스 피처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정하성 VS 클리프리의 에이스 대결! 4회가 끝난 지금까지는 클리프 리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2회에 1실점을 내준 반면 클리프 리는 여전히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막 팀을 옮겼음에도 본인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는 클리프 리가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텍사스로 이적하고 첫 등판에서 클리프 리는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하성은 혀를 찼다.
‘쯧! 포스트시즌 괴물이 이적하고 첫 경기부터 날아다니고 있네.’
본래 클리프 리는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본인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냈다.
그런데 오늘 첫 등판부터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듣던 것과 다른 그의 활약에 하성 입장에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5회에도 마운드에 선 클리프 리는 힐끔 어슬레틱스의 벤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시애틀에 있을 때는 펠릭스 때문에 너와 맞상대 할 일이 없었지.’
시애틀 매리너스의 에이스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였다.
당연하게도 하성과의 맞대결은 주로 펠릭스가 나섰고 클리프 리는 정규시즌에서 하성과 만날 일이 없었다.
‘널 잡아내면 내 가치도 올라가겠지.’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클리프 리는 자신의 가치를 더 올리고 싶었다.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플레이오프 무대나 에이스들 간의 대결에서 이기는 게 임팩트를 주기 좋았다.
그렇기에 하성과의 대결에서 의욕이 솟았다.
‘이번 대결은 내 승리다!’
클리프 리의 승부욕이 치솟았다.
* * *
클리프 리의 무실점 피칭은 6회까지 이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좌익수에게 잡히는 타구! 클리프 리가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달성합니다!] [오늘 거의 모든 공들의 컨디션이 좋아 타자들이 곤욕을 치르네요.] [최근 불을 뿜는 어슬레틱스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투구가 인상적입니다!]클리프 리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6회 말 하성이 올라왔다.
[정하성 선수 현재까지 5이닝 1실점 5피안타를 허용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피안타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집중타를 허용한 것은 2회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산발성 안타들이 나오면서 큰 위기는 없었죠.] [맞습니다. 하지만 평소의 강력했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다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해설진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었다.
투수마다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그 스타일이 갑자기 변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파워피처이자 100마일을 가볍게 넘기는 패스트볼을 지닌 하성이 오늘 경기에서 던진 최고구속은 99마일.
이것만 보더라도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성은 아니었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과거 수많은 경기에서 던졌던 하성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많이 겪었다.
‘이런 변수에 대응을 하는 게 최우선이지. 1실점을 하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고.’
마운드에 선 하성이 가볍게 몸 상태를 체크했다.
‘슬슬 구속을 올려볼까.’
피너스 피칭 스타일로 던졌기에 5회가 끝났음에도 투구 수는 60개밖에 되지 않았다.
거기에 전력투구가 아닌 제구 위주의 투구를 했기에 체력은 평소보다 더 남아 있는 상태였다.
‘몸도 제대로 풀렸고.’
공을 던지면서 점점 몸 상태가 돌아오는 걸 느꼈다.
이제는 던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선 하성이 마운드에서 사인을 직접 보냈다.
‘패스트볼로 갈게.’
‘드디어냐?’
트레버가 미소를 지으며 미트를 내밀었다.
코스는 정가운데.
한마디로 전력투구를 해보라는 뜻이었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하성이 몸 상태가 돌아왔다고 확신한 이유는 집중력에 있었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을 때는 집중력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지.’
정신을 집중하자 주위의 풍경이 검게 물들었다.
평소 하성의 컨디션이 백 퍼센트일 때 나타나던 현상이었다.
보이는 건 오로지 트레버의 미트.
그 외에는 그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힘을 집중시켜라.’
촤앗-!!
몸을 틀면서 킥킹을 한 하성이 골반을 틀어 힘을 집중시켰다.
그 상태로 균형을 앞으로 이동시키자 외다리로 서 있던 그의 몸이 앞으로 무너져내렸다.
가속도가 붙으면서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는 순간, 몸을 회전하며 모든 힘을 손끝으로 집중시켰다.
“흡!!”
그리고 그 힘을 일순간 방출시키며 공을 뿌렸다.
[1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굉장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타자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공이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꿰뚫는 광속구! 구속은…… 103마일이 나왔습니다!]컨디션이 원래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