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6)
마운드의 빌런-136화(136/285)
마운드의 빌런 136화
하성의 구속이 돌아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01마일의 패스트볼!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강속구가 돌아오면서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돌아섰다.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선은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의 강속구 앞에는 속수무책이에요!]90마일 중후반의 공을 보다 갑자기 100마일이 넘는 공이 들어오니 체감속도가 확연하게 증가했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빨라지면 어떻게 때리라는 거야?’
하지만 그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하는 정하성 선수!]하성은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몸 상태가 올라온 이상 그들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시작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타자 연속 삼진!! 정하성 선수의 원맨쇼입니다!]6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깔끔하게 이닝을 마감한 하성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와~ 6회에 원래 구속 돌아오네.
지금까지 뭐 한 거지?
컨디션이 별로였나?
처음에는 별로였다가 지금은 컨디션이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아니, 그게 가능해?
베테랑 중에는 그런 선수가 있다고는 하던데.
아니 ㅋㅋ 근데 얘 이제 2년 차잖아?
이건 뭐 경험까지 겸비한 괴물이냐?
타고난 걸 수도 있지.
미치겠다 진짜 ㅋㅋ
야구팬들은 하성의 이런 변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건 상대 팀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론 워싱턴 감독은 벤치로 돌아가는 하성을 보다 투수코치인 마이크 매덕스에게 물었다.
“저 녀석 갑자기 구속이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아마 경기 초반에는 컨디션 난조로 조금 고생하니, 맞춰 잡는 피칭을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거 같습니다.”
“아니, 그게 가능해?”
“예. 가능하긴 한데…….”
“한데?”
“신인급 선수가 할 만한 일은 아니죠.”
그렉 매덕스의 형인 마이크 매덕스는 레인저스의 마운드를 재정비한 인물로 손꼽힌다.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가 이런 활약을 하는 것도 마이크 매덕스의 공이 크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그렇기에 하성이 어떤 일을 해낸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냥 괴물이 아니었어.’
마이크 매덕스는 하성을 높게 평가했다.
단순히 힘으로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정교한 제구가 더해진 투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더한 괴물이 숨어 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겠어.’
현재는 레인저스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성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어슬레틱스가 불붙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거다.
* * *
7회 초.
호투를 펼치던 클리프 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를 내밀지 않는 아놀드 선수! 좋은 선구안으로 출루에 성공합니다!]아놀드가 볼넷을 얻어내면서 어슬레틱스가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어슬레틱스의 타자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삼유간을 가르는 안타! 아놀드 선수는 2루까지! 1사에 1, 2루 찬스를 얻어냅니다!] [클리프 리 선수의 공이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합니다.] [투구 수도 어느덧 100구에 육박하고 있네요.]워싱턴 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마이크 매덕스가 말했다.
“교체해야 합니다.”
“음…….”
“이번 이닝을 확실히 막기 위해선 불펜을 가동하는 게 좋습니다.”
투수코치의 조언에 워싱턴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론 워싱턴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옵니다.]클리프 리가 강판되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태였지만, 책임주자가 남은 상황.
[좋은 투수교체 타이밍입니다. 어슬레틱스의 타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체력이 떨어진 리의 공으론 위험하죠.] [레인저스의 두 번째 투수는 대런 오데이 선수입니다!]대런 오데이.
잠수함 투수로 09시즌에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다.
올 시즌에도 레인저스의 불펜을 확실하게 지켜내면서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잠수함 투수인 대런 오데이, 과연 어슬레틱스 타선이 이 투수를 잡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KBO에도 귀한 언더핸드 투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더더욱 보기 힘든 유형의 투수였다.
일반적인 공의 궤적과 다르기에 공을 제대로 때리기 힘들었다.
거기에 익숙한 궤적이 아니라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고 말이다.
하지만 어슬레틱스 타선의 상승세는 그것을 무시할 정도로 강력했다.
딱-!!
스코어가 1 대 1이 되었다.
* * *
게임이 리셋되었지만, 바뀐 것도 있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7회 말, 마운드에 올라온 정하성 선수! 레인저스 타선을 압도합니다!] [벌써 다섯 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고 있습니다!]레인저스의 마운드는 바뀌었지만, 하성은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더 이상 에이스 간의 대결이 아니게 된 것이다.
거기에 하성은 경기 초반 피너스 피처의 모습에서 자신의 본모습인 파워피처로 돌아왔다.
[벌써 다섯 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가, 어디까지 이 기록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찾아보니 연속 타자 삼진 기록 1위는 1970년 뉴욕 메츠 소속이던 톰 시버가 기록한 10연속 삼진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앞으로 5개의 탈삼진을 더 잡아내면 이 부문 타이 기록을 세운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해설진이 관련 기록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사이.
하성이 타자를 강속구로 윽박지르고 있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102마일의 광속구에 타자 배트 헛돕니다!] [아~정말 정하성 선수의 포심 패스트볼은 명품이에요!] [투스트라이크 원볼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 과연 여기에서 승부를 낼까요?!]하성은 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촤앗-!
킥킹에 이어 몸을 비튼 하성이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흡!!”
쐐애애액-!
[던졌습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찔렀다.
타자는 너무 멀다고 생각했는지, 배트를 내밀지 않았고 공은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결정구는 103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아~ 조쉬 해밀턴은 공이 멀다고 어필하지만, 분명 들어왔어요!] [이로써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하성이 또 하나의 기록을 위해 질주하고 있었다.
* * *
마이크 매덕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투수들이 삼진을 잡아내는 건 대부분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중후반에 갑자기 삼진을 연속해서 잡아낸다고?’
마이크 매덕스의 말대로 연속 삼진 기록을 달성한 투수들 대부분이 경기 초반에 달성했다.
가장 많은 9연속 삼진을 달성한 제이크 피비, 리키 놀란스코는 모두 5회 이전에 이 기록을 달성했었다.
‘유일하게 10연속 삼진을 기록한 톰 시버만이 6회 2사부터 기록을 시작했었다.’
라이브볼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톰 시버이기에 납득이 되는 기록이었다.
그 기록을 이제 갓 데뷔한 하성이 이루고 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남은 2이닝 동안 모두 탈삼진을 기록하게 되면 12개를 달성하게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톰 시버의 10개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내 예상을 뛰어넘는 투수다.’
하성을 단순히 파워피처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 * *
8회 말.
하성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6회부터 6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하성 선수, 이번 이닝마저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다면 9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아~과연 이 기록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와인드업에 들어간 하성이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딱!!
[초구부터 배트 돌아갑니다! 잘 맞은 타구!]배트에 맞은 공이 빠르게 외야로 날아갔다.
이대로 기록이 깨지나 싶었던 순간, 타구에 회전이 걸리면서 파울라인으로 흘러나갔다.
“파울!!”
[파울입니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파울라인 밖에 떨어지네요!] [아~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보는 이들조차 간담이 서늘한 상황.
하지만 하성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런 하성에게 트레버가 사인을 보냈다.
‘패스트볼에 반응이 좋은데, 슬라이더로 가는 게 어때?’
‘싫어. 패스트볼로 가자.’
‘후우…… 알았어.’
하성의 고집에 트레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2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딱!!
“파울!!”
[이번에도 파울입니다!] [정하성 선수가 구위로 타자를 눌러버리려 하고 있네요.] [하지만 이럴 때는 다른 변화구를 던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정하성 선수가 워낙 정면승부를 좋아해서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하성이 패스트볼을 고집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투스트라이크네.
뭐 던질까?
당연히 패스트볼이지.
ㅇㅈ.
정하성 하면 패스트볼이지!
일반 팬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하성의 투구는 단조로운 편이었다.
당연히 타자들 역시 알고 있었다.
‘패스트볼이 오겠지.’
타자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사인교환을 끝낸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과연 어떤 공을 던질지!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흡!!”
쐐애애액-!!
빠르게 존의 가운데를 파고드는 공에 타자가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걸렸어!’
후웅-!
그의 배트가 절반쯤 돌아갔을 때였다.
갑자기 공이 타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
깜짝 놀랐지만, 스윙을 멈추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목표를 놓친 그의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후웅-!
퍼퍽-!!
직후 둔탁한 소리가 연속해서 들리고 그의 엉덩이를 미트가 툭 건드렸다.
툭!
“아웃!”
[헛스윙 삼진! 뚝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아~ 허를 찌르는 종슬라이더로 타자를 완벽하게 잡아냅니다!] [트레버 선수의 포구도 훌륭했죠?] [그렇습니다. 원바운드 된 공을 잘 잡아내고 빠르게 타자를 터치하면서 아웃을 만들어냈어요!] [이로써 7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모두의 예상을 깨고 하성의 결정구는 종슬라이더였다.
이전에도 몇 번 보여준 적이 있었지만, 주로 사용하는 구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고집을 꺾은 모습이었다.
‘투수는 중요한 순간에 자신이 믿는 공을 던지기 마련이다. 정하성에게 가장 믿을 수 있는 공은 당연히 패스트볼일 텐데.’
마이크 매덕슨은 감탄을 터뜨렸다.
‘설마 던지는 비율이 낮은 종슬라이더도 믿을 수 있는 공이란 말인가?’
7연속 삼진을 잡아낸 하성을 카메라가 포커싱했다.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 신기록에 도전 중인 정하성 선수! 남은 아웃카운트는 5개! 신기록까지는 3명의 타자를 연속해서 잡아내면 됩니다!]카메라의 구도가 바뀌면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잡아냈다.
[하지만 타석에는 레인저스의 영웅! 마이클 영이 들어섭니다!]마이클 영이 타석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