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9)
마운드의 빌런-139화(139/285)
마운드의 빌런 139화
7월의 마지막 경기를 끝낸 하성은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내일은 휴식이니 다들 푹 쉬도록 해.”
“예!”
한여름에 하루의 휴식은 단비와 같았다.
곧장 호텔로 돌아간 하성은 욕조에 물을 받고 그대로 들어가 몸을 풀었다.
“하아…… 죽인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건 이전부터 그가 주로 하던 힐링 방법 중 하나였다.
다소 유치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것만큼이나 심신을 릴렉스 해주는 건 없었다.
“여기에 노래까지 들으면 딱이지.”
블루투스 스피커가 보급되진 않았기에 아쉽지만, 거실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음악을 들었다.
“신곡 좋네.”
들려오는 음악은 은하의 신곡이었다.
그녀는 최근 신곡을 발표하고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이때부터 그녀에게 푹 빠졌지.”
마치 이전의 삶으로 돌아온 듯했다.
“그때도 이렇게 노래를 들으면서 힐링을 하곤 했었지.”
그때부터 시작됐던 힐링법이었으니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성은 물에 몸을 담근 채 스마트폰을 켰다.
“아직 방수는 되지 않으니 빠뜨리지 않게 조심하자.”
인터넷을 하면서 자신의 기사와 반응들을 검색했다.
[시즌 14번째 승리를 거둔 정하성, 20승도 가능할 것인가?] [후반기부터 무섭게 승리를 챙기기 시작한 정하성!] [동양인 최다 탈삼진을 갱신하고 있는 정하성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선발 첫해에 역사를 써 내려가는 정하성!]기사들은 하나같이 호의적이었다.
“확실히 인기가 올라가니 기자들도 조용해지는군.”
데뷔 때부터 기자들과는 트러블이 수시로 일어났었다.
하지만 하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자들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잘못 언급했다가는 그들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러다 내 성적이 내려가는 순간 내 목을 치려고 덤벼들겠지.”
기자들은 친구가 아니다.
언제든지 자신의 목을 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하이에나와 같았다.
그들의 본성을 잘 알기에 하성은 딱히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뭐, 대부분 인간관계가 비슷하지. 온전히 주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 가지도 못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성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모든 걸 잃었을 때는 모든 이들이 떠났었다.
“한 녀석 빼고…….”
문득 자신을 찾아왔던 친구가 떠올랐다.
하성은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장태수]이름을 검색하자 몇 개의 기사가 떴다.
[서울 엔젤스의 슈퍼루키 장태수, 시즌 5번째 승리를 올리다!] [미래가 기대되는 장태수!] [최고구속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장태수의 미래는?]기사들이 나쁘지 않았다.
하성과 마찬가지로 장태수 역시 신인 때부터 기대받았던 슈퍼루키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미래에 이 녀석과 같이 죽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려나?”
그럴 수도 있었지만, 아닐 가능성도 높았다.
“뭐, 멀티버스 이런 걸로 바뀌겠지?”
정확하진 않았기에 그저 하나의 궁금증으로 남기고 하성은 유튜브에 접속했다.
“이제 슬슬 영상들을 업로드해 볼까.”
유튜브 플랫폼은 아직 전 세계적인 유행을 타고 있지 않았다.
이용자 수가 적은 건 아니었지만, 미래처럼 전 세계의 대부분 인터넷 인구가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미리 영상을 올려두고 기록해둘 필요는 있었다.
“선점효과라는 게 있으니까.”
실제 많은 유튜버가 초기에 자리를 잡으면서 커진 경우였다.
물론 초기에 자리를 잡는다 해서 자연스레 시청자가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거기에 맞는 컨텐츠를 올려야 했고 끊임없이 시청자의 니즈를 키워야 했다.
“지금의 나라면 이름값만으로도 어느 정도 시청자가 모이긴 하겠지. 워낙 파이가 작으니까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겠지만.”
하성은 유튜브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었다.
잘 키워두면 또 하나의 수입원으로 자신의 은퇴 이후의 라이프를 책임져 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내가 직접 찍어서 올리는 쪽으로 하자. 그래도 편집을 도와줄 사람은 있어야겠지.”
영상을 찍는 건 자신이 직접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았다.
아직은 유튜브 자체가 전문성보다는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상편집 부분은 달랐다.
관련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했기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이사벨이었다.
[내일부터 리미티드 에디션이 판매될 거예요.]리미티드 에디션의 판매가 도래했다.
* * *
[정하성 비고르와 협력한 두 번째 한정판 신발, 1분 만에 전체 매진!] [완판남 정하성!] [한정판 1천 개 1분 만에 판매됐다!] [이베이를 통해 단숨에 1만 달러까지 치솟은 정하성 모델!]하성의 두 번째 리미티드 에디션 피니스V1이 매진되는 시간은 단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상품을 1,000켤레로 한정했기에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했다.
거기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했으니 그 가치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판매된 상품은 이베이를 통해 판매되기도 했다.
상품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실망하고 있을 때, 비고르에서 하나의 기사를 내놓았다.
[비고르, 피니스 일반버전도 판매한다!]한정판이 아닌 일반버전의 피니스 판매를 결정했다.
그렇다고 한정판의 가치가 떨어진 건 아니었다.
한정판에는 고유넘버가 찍혀 있고 문양이 조금 달랐다.
반면 일반버전에는 넘버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한정판의 가치를 살려두었다.
일반버전의 판매에 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런 반응을 보며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한정판의 가치는 살리면서 일반버전도 판매하면 앞으로 한정판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지겠지.’
상품을 구입하는 데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사용을 위해 구매하고 누군가는 수집을 위해 구매한다.
수집하는 사람들은 상품의 가치가 희귀할수록 더욱 수집 욕구가 강해진다.
그런 이들이 꾸준히 있어야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었다.
하성은 그러한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 비고르에 제안했다.
비고르는 환영했고 이번 판매 전략이 짜였다.
“성공적이야.”
하성은 자신의 판매 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정답이었다는 건 일반버전의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바로 드러났다.
[비고르의 피니스 모델, 세계 각지에서 품귀현상 일어나!] [피니스 일반버전도 없어서 못 판다!] [정하성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피니스 모델의 품귀현상!]품귀현상까지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 * *
하성은 8월에도 승리를 수집해 나갔다.
[정하성 선수, 7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첫 경기부터 타선이 도와주고 있었다.
[오늘도 어슬레틱스의 타선은 폭발하여 스코어는 8 대 1의 상황! 정하성 선수가 투구를 이어갑니다!]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교체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토니 감독은 하성을 계속 올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 자릿수 탈삼진은 잡고 싶다니.’
탈삼진 타이틀은 물론이거니와 메이저리그 전체기록까지 탐내고 있기에 하성은 더 많은 탈삼진을 잡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투구 수도 여유가 있었다.
이번 이닝에서 15개 이하로만 던진다면 투구 수는 110개를 넘지 않을 거다.
[정하성 선수, 초구 던집니다.]뻐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찌르는 슬라이더! 타자가 움찔할 정도로 각이 살아 있습니다!]우투자의 경우 하성의 슬라이더가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워낙 각이 커서 그러한 느낌을 받는데, 제대로 때려내기가 힘들었다.
[2구 던집니다.]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2루수 정면, 안전하게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2구 만에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이번에 던진 커터는 배트의 중심을 벗어나는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음…… 더 꺾을 생각이었는데.’
원래는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악력도 같이 떨어져서인지 공의 궤적이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커터를 던지면 범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제외다.
‘탈삼진 열 개는 채워야 해.’
기록 달성을 위해서라면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야 한다.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원아웃을 잡은 정하성 선수,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딱!
“파울!!”
[초구 때렸지만, 파울이 됩니다. 구속은 97마일에 구종은 패스트볼! 확실히 투구 수가 많아지니 구속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스윙이 조금 빨랐던 걸로 보입니다.] [2구 던집니다!]딱!!
“파울!!”
[2구 연속 파울! 체인지업에 완전히 타이밍이 어긋났습니다!] [투구 수가 많아져도 정하성 선수의 승부 근성은 계속됩니다!]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이 트레버를 향해 직접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직접 낸 정하성 선수, 이럴 때 가장 많이 던졌던 공은 역시 주무기인 패스트볼이었는데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워낙 다양한 공을 던지니 어떤 공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그렇네요.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3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궤적을 확인한 타자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공과 배트의 궤적이 하나가 되려는 찰나.
‘사라졌어?!’
공이 타자의 눈에서 사라졌다.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오늘 경기 열 번째 탈삼진을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아~ 결정구로는 직전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스플리터였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숨겨두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면서 타자를 돌려세웁니다!]한 번 보여주었지만, 오늘 경기에서 5번도 던지지 않았던 스플리터였다.
타자 입장에선 때려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가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이미 경기는 하성의 페이스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딱!!
[높게 떠오른 타구! 좌익수 앞으로 달려나오면서 가볍게 잡아냅니다! 7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며 7이닝 1실점 10탈삼진을 기록합니다!]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간 하성은 이날 시즌 15번째 승리를 기록하게 됐다.
* * *
다음 날.
하성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노래를 들으면서 쉴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딩동-!
“왔다!”
벨 소리가 들려오자 자리에서 일어난 하성이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이사벨이 서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직접 오셨네요?”
“사람을 소개하는 자리니까요. 인사해요, 이쪽은 부탁하셨던 IT전문가인 토미예요.”
“아…… 안녕하세요.”
토미라고 불린 청년은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외모에 편견을 가지면 안 되지만, 저런 타입이 오히려 신용이 되지.’
하성은 인사를 건네면서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그런데 갑자기 IT전문가를 구해달라니.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예요?”
이사벨이 질문을 던졌지만, 하성은 그녀 대신 토미를 바라봤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혹시 관련해서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까?”
“유튜브요?”
토미의 눈이 커졌다.
“그래. 영상은 내가 직접 찍어둔 게 있어. 그걸 편집하고 네가 올리는 거지. 어때?”
하성의 질문에 토미는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해요.”
“오케이. 그럼 영상부터 확인해 보자.”
두 사람은 곧 노트북을 이용해 영상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사벨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또 날 무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