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0)
마운드의 빌런-140화(140/285)
마운드의 빌런 140화
하성은 토미와 논의를 이어나갔다.
“가장 중요한 건 채널의 이름이야.”
“음, 정하성 선수가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테니까. 채널명은 큰 문제가 아닐 거 같아요.”
“그러려나?”
“네. 사실 언론 인터뷰 하나만 따내도 홍보는 충분할 거 같거든요.”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녀석이 말한 것을 하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물어본 것은 토미가 얼마나 유튜브를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괜찮은 녀석이네.’
이런 녀석을 데려온 이사벨에게 보답을 해주어야 할 거 같았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컨텐츠와 편집이죠. 대중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컨텐츠를 촬영하는 게 우선이에요.”
“첫 번째 영상 후보 같은 거?”
탁!
노트북의 스페이스바를 누르자 로렉스 시계를 구매했을 때 찍었던 영상이 재생됐다.
“맞아요, 이런 거. 이런 게 대중이 원하는 거죠. 분명 알고 있지만, 그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게 인기를 끌겠죠.”
“그럼 명품 쇼핑이나 해볼까?”
“그건 좀 나중에요. 1화에 로렉스 쇼핑이 올라갔으니 2화에는 다른 컨텐츠가 올라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군.”
“편집은 어떻게 사장님께서 지시를 내려주실 건가요?”
어느새 호칭이 사장님으로 바뀌었다.
외모는 너드에 가까웠는데, 사회생활 스킬이 제법 되는 모양새였다.
“내가 오더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편집 스킬이 있었다면 직접 했겠지. 그건 맡기겠어.”
“그럼 편집은 당분간 제가 맡기로 할게요.”
“편집인력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하도록 해.”
“에이, 그걸 할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돈도 안 되는데.”
“돈이 안 돼?”
“뭐 딱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니 대부분 무급으로 일하거나 몇 푼 받는 게 전부죠.”
유튜브는 이제 시작 단계였다.
몇몇 선지자들이 유튜브의 가능성을 알아채고 덤벼들고 있지만,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의 취미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보수 역시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노동의 대가는 정상적으로 받아야지. 자신이 한 만큼 받아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야.”
“예?”
“월급 준다고. 1,500달러로 시작해서 경력이 쌓이면 높여가는 식으로 하자.”
“1…… 1,500달러요?”
한화로 2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다.
미국에서는 그리 높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유명 선수와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온 토미 입장에선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난 이 유튜브가 잠깐 반짝이고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아. 미래에는 유망한 업종이 될 거란 말이지. 그래서 선점을 해두려는 거야.”
“저……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퀄리티를 확보해 둘 생각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이 들어가 줘야 하지.”
컨텐츠의 제작에 있어 자본금은 중요했다.
처음에는 투자를 조금 아낄 생각이었지만, 토미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이 녀석이 어느 정도 유튜브를 알고 있는 거 같으니. 초반에 확실히 잡아둬야지.’
유튜브를 아는 건지 컨텐츠 제작에 탁월한 감각이 있는 건지 알 순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녀석을 잡아두면 꽤 편리할 거라는 것이다.
“자, 그럼 계약서부터 작성할까?”
“계약서까지 써요?”
“당연하지. 일하는데 계약서도 쓰지 않을 생각이었어?”
사실 토미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유튜브는 대부분 취미생활의 연장선이었다.
간혹 몇몇 스타 방송인이 돈을 번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액수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편집이나 관리인에게 월급을 천 달러 이상 주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돈이 넘쳐나는 건가? 일단 계약하고 받아야 해!’
토미에게는 지금이 기회였다.
안 그래도 최근 금융위기다 뭐다 해서 일거리가 줄어들었다.
고정적인 수익이 들어오면 자신에게는 이득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써…… 써야죠!”
“좋아. 앞으로 잘 부탁해.”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었다.
* * *
토미의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자신의 영상본을 하루 만에 편집해서 업로드를 했다.
아직은 시범 단계이기에 편집에는 그렇게 높은 퀄리티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은 하성이 보기에도 미래의 그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지금 올라온 영상들보단 훨씬 퀄리티가 좋은 편이지.’
영상이 올라간 것을 확인한 하성은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유튜브에 관심을 끄고 자신의 일정을 소화했다.
‘어차피 이제 막 열었는데. 누가 찾아오겠어.’
아직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기 전이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용자 수는 있었지만, 아직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대형 크리에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취미 수준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조만간 인터뷰에서 슬쩍 언급해야겠네.’
반응을 한 번에 뒤엎을 방법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인터뷰에서 지나가듯이 발언하면서 간접적으로 홍보를 할 생각이었다.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아직 유튜브가 문제 될 정도로 거대한 곳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하성의 착각이었다.
그걸 알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 * *
인터넷 커뮤니티는 온갖 정보의 바다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가지의 정보가 올라오고 주제가 바뀌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 이들에게 가십거리는 언제나 물고 뜯고 맛보기 좋은 먹이와도 같았다.
새로운 뉴스가 올라오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그것을 퍼다 날랐다.
그리고 오늘도 수천 가지의 뉴스들이 오르락내렸다.
-유튜브 봤음?
-유튜브에 왜?
-누가 또 ㅂㅅ 같은 거 올림?
-정하성 채널 개설했던데?
-정하성?
-오클랜드의 정하성?
-ㅇㅇ 영상도 올라왔더라.
-무슨 영상인데?
-로렉스에서 시계 사는 영상.
-이상한 영상이네.
-그런데 로렉스에서 시계 사는 건 뭐 다름?
-명품이니까 다르지 않을까?
-가서 보면 되겠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정하성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건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유명인 중에 유튜브 하는 애들이 있나?
-없을걸?
-딱히 할 이유가 없지.
-ㅇㅇ 돈이 안 되는데.
-취미로 하는 애들 있지 않나?
-모르겠음.
이 시기 유명인들은 TV를 우선시했다.
기껏해야 SNS를 하는 정도로 팬들과 소통했다.
즉, 유튜브를 직접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런 시기에 메이저리그 최고스타가 채널을 개설하자 큰 이슈가 되었다.
-오~ 로렉스 매장 고급지네.
-크으~ 직원들 친절한 거 봐.
-하나에 수만 달러짜리 사는데 친절해야지 ㅋㅋ
-오호, 저런 식으로 사는 거구나.
-이야~ 저 비싼 걸 그냥 질러버리네.
-이거 퍼펙트게임 했을 때 산 거지?
-ㅇㅇ 트레버한테 주기 위해서 산 거임.
-크으~ 로렉스 사서 동료한테 주네.
-지렸다.
-이게 메이저리거지.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로렉스 매장이야 웬만한 도시에는 전부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그곳에 들어갈 일이 적었다.
거기에 하성이라는 유명인이 방문해서 직접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영상을 본 이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나둘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정하성 유튜브 시작했더라.
-영상 하나 올라왔는데, 로렉스 매장 방문했던데?
-퍼펙트게임 기념으로 트레버한테 주는 시계 사는 영상이더라.
그리고 영상의 내용을 알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글을 본 사람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영상을 보기 위해 유튜브로 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서서히 가속도가 붙고 있었다.
* * *
8월 두 번째 등판을 앞두고 하성은 루틴대로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날이 상당히 더워졌어. 한국에 있을 때보다 오늘이 더 더운 거 같아.’
한국의 무더위도 심한 편이지만, 미국 역시 만만치 않았다.
‘보양식이라도 한번 먹으러 가야 하나?’
원래 여름이 되면 보양식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
삼계탕이나 장어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그러한 보양식을 먹지 못했기에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뉴욕에도 파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군.’
하성의 8월 두 번째 등판은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였다.
양키스는 올 시즌 역시 좋은 경기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로드리고 녀석은 여전히 잘 뛰고 있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쟁이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뛰다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 이쯤이면 600홈런 달성을 해야 할 텐데.’
알렉스 로드리고는 아직 600홈런 달성을 못하고 있었다.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2010년 여름 즈음에 600홈런이란 대업을 달성한다.
당시 양키스의 팬이었던 하성은 그의 기록달성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1군에 처음 올라오던 시기였기에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아직 595홈런이란 말이지.’
의아했다.
사실 이는 하성 때문이었다.
작년과 올해 하성과 로드리고는 의외로 자주 만났다.
그리고 그때마다 로드리고는 하성에게 막혀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 타이밍이었다.
타자의 타격은 상승세에 올라야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다.
그런데 그때마다 하성에게 가로막히니 제대로 상승세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본래는 이미 도달했어야 할 600홈런에 아직도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뭐 상관없지. 이 녀석이 600홈런에 오르면 오히려 그게 더 더러운 거니까.’
약물로 만들어진 기록을 인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왕이면 더 늦추고 싶을 뿐이었다.
‘오늘도 한번 작살을 내볼까?’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경기 시작하기 30분 전.
로드리고는 클럽하우스가 아닌 자신의 밴에 앉아 있었다.
“이 새끼는 왜 이렇게 안 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로드리고는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곧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야 하건만, 오기로 한 녀석이 늦어지고 있었다.
전화를 꺼내 상대에게 걸려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에 급히 문을 열었다.
드르륵!
“미안, 미안. 늦었군.”
“빨리 좀 다니라고!”
그는 올스타전에서 하성과 마주쳤던 앤서니 보니였다.
차에 오르고 문을 닫은 앤서니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땀을 닦았다.
“어후…… 일찍 오려고 했지. 그런데 오늘따라 차가 미치도록 밀리더라고.”
“오늘 이 몸이 경기에서 뛰는 날인데. 당연한 거 아니야?”
“정하성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거…….”
“뭐야?!”
로드리고가 눈을 부라렸다.
워낙 거구의 선수이기에 앤서니도 움찔할 정도였다.
“그 어린놈의 새끼, 오늘이야말로 본때를 보여주겠어. 오늘은 특별한 놈으로 가져왔지?”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날 거야. 그런데 괜찮겠어? 이번 거는 효과가 좋은 대신에 검사에는 걸릴 텐데?”
“어차피 삼 일만 지나면 걸릴 일이 없다면서?”
“그렇긴 하지. 하지만 감찰관 애들이 그 안에 뜨면 어떻게 하려고?”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앤서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핑 검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주관한다.
그것도 사무국 내의 독립된 기관에 속한 도핑 프로그램 감찰관이 진행한다.
도핑검사 대상은 무작위로 뽑기에 사전에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없었다.
그런데 로드리고는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묻진 않았다.
‘많이 알수록 다치는 법이지.’
그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저 약을 배합하고 놔주는 대신 돈만 받으면 그만이었다.
“이번 거는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지만, 파워와 집중력은 확실히 늘어날 거야.”
“오케이.”
로드리고가 팔을 걷자 앤서니가 준비해온 약물을 주입할 준비를 시작했다.
어두운 주차장의 밴에서 그렇게 베이스볼은 더럽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