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2)
마운드의 빌런-142화(142/285)
마운드의 빌런 142화
딱-!!
[때렸습니다!!]로드리고의 배트에 맞은 공이 높게 떠올랐다.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는 하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넘어가나?’
순간 넘어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타구였다.
하지만 타구는 곧 힘이 떨어지더니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넘어가진 않아!’
하성이 고개를 내려 우익수의 위치를 확인했다.
‘저걸 잡으려고?’
펜스에 딱 붙어 타이밍을 재는 수비의 모습에 하성은 불안함을 느꼈다.
워낙 높게 떠올랐기에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오히려 장타를 내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아-!! 공 놓쳤습니다!!]점프를 했지만, 타구는 펜스를 맞고 튕겨 나왔다.
문제는 중견수의 백업 위치가 아닌 정반대로 공이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로드리고 벌써 2루 돌았습니다! 급하게 공을 잡아 송구하지만……! 로드리고가 서서 3루에 들어갑니다!]수비의 아쉬운 판단과 함께 로드리고가 3루에 도착했다.
[커리어 첫 3루타를 내주고 마는 정하성 선수!] [오늘 로드리고 선수에게 계속해서 당하게 되네요.]로드리고의 좋은 타격과 아쉬운 수비가 합쳐지면서 나온 3루타였다.
그리고 하성은 후속 타자에게 중견수 뜬공을 허용하면서 2번째 실점을 내주게 되었다.
[중견수 뜬공에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 로드리고! 오늘만 2득점을 올립니다!]스코어는 2 대 0이 되었다.
* * *
6이닝 2실점 4피안타.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기록을 남긴 게 하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하성 시즌 첫 6이닝 2실점 피칭!] [로드리고에게 당했다!] [알렉스 로드리고 히트 포 더 사이클 달성!] [슈퍼스타는 슈퍼스타였다! 로드리고의 대활약!]로드리고는 무려 히트 포 더 사이클, 한국에서는 사이클링 히트라 불리는 기록을 달성했다.
홈런과 3루타, 그리고 2루타와 안타까지.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모든 안타를 때려내는 기록을 달성한 로드리고는 단연 이번 경기의 MVP였다.
-정하성 완패네.
-오늘은 로드리고에게 당했다.
-그나마 팀 동료들 덕분에 패전은 면했네.
-ㄹㅇㅋㅋ
-아놀드가 2타점 올린 거 아니었으면 커리어 첫 패배지.
-역시 알렉스 로드리고네.
-약빨이 아직 안 줄었나?
-그럴 수도 ㅋㅋ
-아니면 최근에도 약 하는 거 아니냐?
-메이저리그 도핑테스트가 얼마나 심한데. 아직도 하겠냐?
-예전에도 했잖아?
-그때보다 더 심해짐.
몇몇 팬들이 로드리고의 도핑에 대해 의심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로드리고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기자들은 오늘 같은 내용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A-로드! 오늘 경기에서 대활약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오랜만에 예전의 나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그동안 약했던 정하성 선수에게 오늘 복수를 했는데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작 1년만 부딪힌 겁니다. 상대 전적을 거론할 가치가 없어요! 그는 아직 어린 투수입니다. 미래에 성장할 수 있지만, 제 레벨까지 오기에는 아직 무리입니다!”
“그건 무슨 소린가요?”
“저는 십 년이 넘는 세월을 메이저리그에서 업적을 쌓아왔습니다! 그 사이 1~2년 반짝하고 사라진 투수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정하성 선수도 그런 투수들 중 하나가 될 거란 말씀이신가요?”
“그러든지 말든지 관심 없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그보다 더 위대한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로드리고는 하성의 성적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였기에 기자들은 그의 말을 적어 내려가기 바빴다.
그때였다.
“아이고 위대한 선수가 다 죽었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기자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정하성이다!”
“정하성이 여기에 왜 온 거야?”
“뭐지?”
현재 인터뷰가 진행되는 곳은 양키 스타디움의 클럽하우스였다.
말 그대로 양키스 선수단의 전용공간이란 소리였다.
그곳에 상대 팀인 하성이 등장했으니 기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뒤로 구단 직원들이 급하게 다가와 그를 만류했다.
“정하성 선수, 이쪽은 출입 불가입니다.”
“돌아가 주세요.”
하지만 그들의 만류에도 하성은 로드리고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 하성을 직원들이 잡았지만, 그의 전진을 막는 건 역부족이었다.
기자들은 그의 기세에 비켜서서 카메라로 그를 찍었다.
하성은 정확히 로드리고 앞에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활약 대단하시네.”
“그래서 억울하기라도 한 거야? 이렇게 찾아오고 말이지.”
“억울? 억울은 하지. 약쟁이 새끼한테 홈런 처맞았으니까 말이야.”
“하-! 약쟁이? 나한테 홈런 얻어맞고 여기까지 와서 하는 말이 고작 그거냐?”
“왜? 사실이잖아?”
“한순간의 잘못이었다. 무엇보다 난 그것에 대해 이미 처벌을 받았어!”
“아~ 처벌받으면 끝이냐?”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야구로 팬들에게 실망을 주었던 것에 대해 사과할 거다.”
로드리고의 멘트는 청산유수였다.
사실 과거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걸 알기에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소식을 듣고 크리스 단장과 토니 감독 그리고 어슬레틱스의 선수들이 달려왔다.
“정하성!”
“그만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동료들의 등장에 하성은 그들을 힐끔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슬레틱스 선수단은 기자에 막혀 좀처럼 앞으로 전진을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이 하성에게 닿으려는 순간.
“너 또 약 했지?”
하성이 핵폭탄을 터뜨렸다.
“무슨 개소리야?!”
로드리고의 외침과 동시에 기자들의 카메라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특종이다!’
‘빅뉴스야!’
‘이건 미쳤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건 엄청난 뉴스가 될 것이다.
선수가 선수를 향해 약물 했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니 말이다.
그것도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라이징스타가 슈퍼스타가 던진 한 방이었다.
그리고 하성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 번 약했던 놈이 또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
“이 새끼가! 난 그동안 메이저리그의 모든 도핑테스트를 통과했어! 그런데 뭘 근거로 내가 도핑을 했다는 거야?!”
로드리고가 화를 참지 못하고 하성의 멱살을 잡았다.
하성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멱살을 잡힌 채로 입을 열었다.
“앤서니 보니.”
그 이름을 들은 로드리고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한테 약물 넣은 새끼잖아.”
하성의 말에 기자들이 발칵 뒤집혔다.
“정하성 선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앤서니 보니가 누굽니까?!”
“그가 약물을 넣었다는 게 확실합니까?!”
“증거를 가지고 계신 겁니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 * *
한 시간 전.
등판을 마무리한 하성은 더그아웃을 나와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본래라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더그아웃을 지켰겠지만, 오늘은 영 기분이 별로였다.
‘젠장……. 저 새끼 분명 또 약 빨고 나왔네.’
평소와 다른 타격과 반응이었다.
로드리고가 약물을 한다는 걸 알기에 유추할 수 있었다.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건데.’
증거만 있었으면 당장 녀석의 약물복용을 폭로했을 거다.
문제는 그게 없었다.
증거 없이 터뜨렸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좋았다.
‘도핑테스트를 한다 해도 이 시기에 녀석의 약물복용이 터지지 않았다는 건 그걸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해냈다는 거고.’
이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봤자, 녀석의 몸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2013년까지 기다려야 하나?’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이 터지는 건 앞으로 3년 뒤다.
‘그 사이에 녀석은 이룰 건 다 이루고 칭송받을 건 다 받을 거 아니야?’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쟁이가 600홈런에 도달하고 30홈런 100타점 신기록을 세운다는 게 말이다.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하성은 걸음을 옮겨 클럽하우스를 나갔다.
바람이라도 쐴 생각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하성의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그는 올스타전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
‘저 새끼는……?’
앤서니 보니.
바이오 제네시스 오브 아메리카의 원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기사에서……’
그를 보자 옛날에 봤던 기사가 떠올랐다.
(알렉스 로드리고는 주사 공포증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주사를 하러 다녔다.)
CBS에 나와 했던 그의 증언이 실린 기사였다.
순간적으로 하성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인사하며 옆을 지나가는 순간.
툭!
어깨로 그를 밀쳤다.
“억!!”
앤서니 보니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동시에 그의 가방이 열리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이 쏟아졌다.
수많은 약병과 주사기가 쏟아지자 앤서니 보니는 다급히 그것들을 주워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약병을 주우려는 순간.
“약병이 많네요?”
“아…… 가…… 감사합니다. 제가 의사라서 좀 가지고 다닙니다.”
“의사요? 양키스 소속 의사십니까?”
“아…… 아뇨. 그냥 작은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것 좀 주시겠습니까?”
앤서니 보니가 손을 뻗어 약병을 가져오려는 순간, 하성이 그것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이거 무슨 약품입니까?”
“그냥 건강보조제입니다. 빨리 돌려주세요! 정하성 선수가 이러는 걸 언론에서 알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그럼 기자 좀 불러볼까요?”
“아……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닥터 앤서니.”
“……어떻게 제 이름을……?”
“이거 PED지?”
앤서니 보니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 아닙니다. 그건 평범한…….”
“그럼 성분 분석 의뢰해도 되겠네?”
앤서니 보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 선택해. 내가 고발하든지, 아니면 네가 스스로 사무국이랑 협조해서 감형을 받을지 말이야.”
“크으……!”
앤서니 보니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 * *
하성이 터뜨린 핵폭탄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휩쓸었다.
기사는 순식간에 알렉스 로드리고의 약물 의혹으로 도배되었다.
야구팬들 역시 이번 사건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A-로이드 어디 안 갔네.
-와…… 또 약물 한 거야?
-얘 양키스로 이적한 이후로 약 한 적 없다면서?
-개구라였단 소리지.
-양키스 팬들 어쩌냐?
-이 정도면 영구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
-사실이면 영구제명 가야지.
-이 새끼 약물 중독자였네.
-약빨로 기록 세운 거였어.
-그런데 정하성은 어떻게 알고 이걸 터뜨렸냐?
-아니, 애초에 이걸 터뜨릴 생각은 어떻게 했지?
-알렉스 로드리고 명성이면 터뜨리기도 무서웠을 텐데.
-정하성 거침없네.
알렉스 로드리고에 대한 실망감은 곧 정하성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원래라면 3년 뒤에 터졌어야 할 사건이다.
하지만 하성의 개입으로 사건은 3년이나 일찍 터졌다.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하성조차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