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3)
마운드의 빌런-143화(143/285)
마운드의 빌런 143화
사무국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알렉스 로드리고가 약물을 했다는 게 사실인가?”
버드 셀릭 커미셔너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직원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아직까진 의혹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의혹을 제시한 것이 정하성 선수입니다.”
정하성이 터뜨린 약물 의혹은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를 휩쓸고 있었다.
“앤서니 보니는?”
“확보했습니다. 증언하겠다는 서약도 받았는데, 문제는 알렉스 로드리고입니다.”
“왜?”
“벌써부터 언론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의혹이 음모론이고 그것을 터뜨린 정하성은 자신을 시기해서 했다는 식으로요.”
“검사를 하면 끝나잖아?”
“그게, 거부하고 있습니다.”
“뭐?”
메이저리그의 도핑테스트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검사하는 전수검사, 일부 선수를 대상을 하는 랜덤 검사가 있다.
전자는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모든 선수들을 검사하고 후자는 시즌도중에 랜덤으로 선수를 선별해 검사를 진행했다.
만약 이 검사를 거부하게 되면 사무국에서는 징계를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로드리고는 그걸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징계를 내려야겠군.”
“문제는 약물 복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징계 수위는 다소 약해집니다.”
로드리고는 이번이 두 번째로 확정될 경우 징계의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다.
반면 거부로 인한 징계는 그것보다 약하기에 로드리고는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 검사는?”
“불가능합니다.”
“인권 문제도 있고 선수 본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강제로 검사할 방법이 없어요.”
“젠장…….”
로드리고의 전략은 사무국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노조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후우……. 일단 로드리고 쪽이랑 계속 접촉해서 설득시켜. 그리고 앤서니를 통해 다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긴 싸움이 될 거 같았다.
* * *
양키스는 로드리고를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표면적으론 건강상의 이유였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모든 이가 알고 있었다.
단순히 선발 제외만이 아니라 팀과 동행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언론과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로드리고가 언론에서 사라지면서 온갖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알렉스 로드리고 잠적!] [약물 의혹을 받는 로드리고의 잠적, 결국 그는 다시 약물에 손을 대었는가?] [정하성이 떨어뜨린 핵폭탄! 그 여파는 어디까지?] [알렉스 로드리고, 사무국의 도핑검사를 거부!]로드리고는 기사를 보다 짜증이 났는지 스마트폰을 내동댕이 쳤다.
콰직!
스마트폰을 산산 조각냈음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망할 새끼! 감히 내 앞에서 그딴 소리를 지껄여?!”
로드리고의 분노는 약물 복용이 폭로됐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정하성이 자신 앞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그것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화났다.
“내가 누군지 알고……!”
로드리고는 스스로를 위대한 선수라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나르시시즘이 과도한 유형의 인간이었기에 자신의 업적을 비하하는 인간들을 용납지 못했다.
하성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폭로했다.
“이대로 내버려 둘 거야?”
그때 한 여인이 다가와 로드리고에게 물었다.
마치 모델을 연상케 하는 몸매와 섹시한 페이스를 가진 여인의 질문에 로드리고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날 건드린 게 얼마나 잘못된 건지 톡톡히 알려주도록 하지.”
“어떻게?”
“어차피 내가 도핑을 했단 직접적인 증거는 없어. 내 몸에 들어온 약물은 며칠 내로 다 흘러나가게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앤서니가 잡혔잖아?”
“흐흐, 녀석이 증언하는 것도 모두 직접 증언이 될 순 없어. 무엇보다 내가 녀석에게 모두 현금만 줬기 때문에 걸릴 수 없지.”
로드리고는 이미 한차례 도핑에 적발됐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했고 만약 적발됐을 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 공부를 해둔 상태였다.
무엇보다 자기에게는 엄청난 변호사단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무죄를 위해 벌써부터 뛰어다녔다.
“반드시 복수해 주겠어.”
로드리고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이번 일에 대해 보복을 할 생각이었다.
로드리고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 * *
크리스 단장은 하성과 미팅을 가졌다.
“도대체 어쩌자고 그런 일을 터뜨렸나?”
“왜요? 제가 뭐 잘못했나요?”
“후우……. 잘못은 아니지만, 상의라도 해주지 그랬어.”
“상의할 게 있나요? 녀석이 약물을 투약한 건 명확하고 그걸 직접 한 당사자도 옆에 있었는데요.”
“그렇긴 하지만…… 문제는 로드리고가 그걸 부정하고 있다는 걸세.”
“부정이요?”
“그래. 사무국측의 도핑테스트까지 거부하면서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한다더군.”
하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무국은 그걸 믿는답니까?”
“믿지는 않지만, 방법이 없지.”
“방법이 없다고요?”
“강제로 채혈해서 검사를 돌리는 건 무리가 있어.”
“앤서니가 있지 않습니까? 장부나 직접 증언까지도 가능하잖아요?”
“앤서니도 사무국에 협조한다고 했지만, 문제는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돈이 오갔다는 증거가 없어.”
하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소립니까?”
“가능하겠지. 하지만 도핑 적발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제재가 들어갈 가능성이 커.”
로드리고가 제대로 된 벌을 받기 위해선 도핑적발이 가장 확실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은 대부분 도핑에 의해 나온다.
첫 적발은 그리 강한 처벌이 나오진 않지만, 누적되면서 제명까지 될 수 있을 정도였다.
로드리고는 이번이 두 번째 적발이다.
그렇게 될 경우 로드리고가 받을 제재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 1년간 출장 정지를 받았었지.’
“무슨 생각을 하나?”
“아닙니다. 그래서 로드리고의 처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군요.”
“그럴 가능성이 아니라 그렇게 되겠지. 선수 노조에서도 그를 보호하려 들 테고 말이야.”
선수 노조는 선수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그럼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간단했다.
바로 선수의 연봉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고액연봉자일수록 많은 금액을 노조에 지불하고 노조는 그 수입으로 굴러가는 형태였다.
메이저리그의 선수 노조는 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들이 받는 돈이 많은 만큼 그들의 수입 역시 높았다. 거기에 선수들의 연금까지 관리하니 그들이 굴리는 돈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런 곳이니 로드리고를 내버려 둘 수 없겠지.’
로드리고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다.
단순히 명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받는 연봉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제명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노조의 수입에 직격타를 입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선수의 권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로드리고를 옹호해왔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크리스의 말에 하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겠군요.”
“그게 정답일세. 다음부터는 부디 이런 일이 있으면 나에게 미리 상의를 하게.”
“알겠습니다.”
크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국도 멍청이들이 아니고 이번 일을 제대로 터뜨리겠지.’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볼 시간이었다.
* * *
사무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로드리고와 접촉하는 동시에 노조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특히 노조와의 협의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노조에서 나서야 합니다. 어떻게든 로드리고를 설득해서 도핑검사를 받도록 도와주세요.”
“선수는 선수의 권리가 있습니다. 도핑 검사를 거부한다면 거기에 맞는 징계를 내리면 됩니다.”
“로드리고는 이미 한 번의 적발사례가 있습니다. 2차로 적발이 될 경우 징벌이 강해지기에 고의적으로 검사를 피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은 억측입니다. 로드리고와 그의 변호사들은 현재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러지 않겠습니까?”
“뭐가 당연히 그렇죠?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야 로드리고도 납득하고 인정하지 않겠습니까?”
사무국 측의 대표로 나온 데이먼이었다.
그는 로드리고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사무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었다.
사실 사무국 입장에선 이런 노조의 태도는 답답했다.
하지만 노조가 선수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이런 태도는 당연했다.
“앤서니의 증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수첩에서 로드리고가 언제 어디서 주사를 맞았는지에 대해서도 나왔습니다.”
“그건 그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직접적으로 로드리고가 약물을 주입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
“하아…….”
사무국의 직원인 게리는 한숨을 내쉬며 녹음기의 버튼을 눌러서 정지시켰다.
“데이먼, 솔직히 말해봐요. 도대체 왜 그렇게 로드리고를 감싸는 겁니까?”
“감싸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앤서니의 증언만으로도 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어요.”
“단지 그의 증언만으로 로드리고에게 징계가 내려간다면 규정 위반입니다.”
메이저리그의 약물 규정은 직접적인 증거가 나와야 적용이 된다 되어 있었다.
즉, 앤서니의 증언만으로는 로드리고에게 도핑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소리였다.
“팬들이 벌써 실망하고 있습니다. 올드팬들은 이번 사태로 실망하고 떠나는 이들도 있어요. 메이저리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사무국에서 결정하는 건 팬의 이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메이저리그의 시청률이나 티켓 판매액 등, 전반적인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반면 선수들의 연봉은 천장을 모르고 오르기만 하니 구단들의 수익 폭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는 구단을 운영하기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팬들이 떠날 일이 또 생기니 사무국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달리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공정해야 성립된다.
각자의 노력으로 공정한 무대에서 스타트를 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약물이란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면 공정한 무대라는 부분이 훼손된다.
그러한 기본적인 부분에서 불신이 생기면 팬들은 베이스볼에서 아예 떠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무국 입장에선 이런 부분에서 무척이나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노조 역시 그럴 거라 믿었다.
하지만 데이먼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팬들은 어차피 슈퍼스타가 나오면 언제든지 경기장을 찾습니다. 9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로드리고 선수 같은 슈퍼스타가 그라운드를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억지 논리까지 펼치면서 로드리고를 두둔하는 그를 보며 게리가 인상을 구겼다.
“도대체 왜 그렇게 로드리고를 감싸는 겁니까?”
“우리 노조는 선수를 위해 존재합니다. 법정으로 따지면 변호사 같은 존재죠. 변호사가 변호하는 게 이상할 일입니까?”
“이익……!”
“아무래도 계속 평행선을 걷는 거 같군요. 다음에 다시 논의하도록 하죠.”
데이먼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닫히는 문 사이로 보이는 게리는 분노에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먼은 복도를 걷다가 전화를 꺼내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
“어, 나야. 방금 끝났어. 확실히 말해뒀으니 강제로 나갈 일은 없을 거야.”
[그래? 사무국에선 뭐라고 하는데?]“뭐라 하긴, 규정대로 이야기했으니 억울해도 지켜야지.”
[후후, 그렇지. 고생했어. 뉴욕에는 언제 와?]“조만간에 가야지.”
[알았어. 그럼 그날 이번 수고비까지 챙겨서 주도록 할게.]“언제나 고마워.”
[하하! 기브 앤 테이크지.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그래.”
전화를 끊은 데이먼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기브 앤 테이크.
세상은 언제나 그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