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5)
마운드의 빌런-145화(145/285)
마운드의 빌런 145화
야구에서 투수가 올릴 수 있는 기록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퍼펙트게임이다.
안타는 물론이거니와 볼넷도 내주면 안 된다.
거기에 실책에 의한 출루 역시 퍼펙트게임을 깨뜨리는 하나의 요인이었다.
즉, 1루 베이스를 밟는 순간 기록은 끝난다.
다음으로 어려운 기록이 바로 노히터였다.
[한국과 미국의 노히트노런의 개념은 좀 다릅니다. 한국은 승리투수가 되어야 하고 한 선수가 끝까지 던져야 노히트노런에 도달할 수 있는데요.] [미국은 다른가요?] [네. 패배해도 안타를 내주지 않으면 인정이 됩니다. 그리고 교체가 되더라도 후속 투수들이 안타를 내주지 않는다면 노히터로 인정됩니다.] [어…… 그러니까, 팀 노히터로 인정이 된다는 거죠?] [맞습니다. 이는 공인기록으로 비공인이 되는 한국과는 다른 점이죠.]메이저리그의 노히터 기록은 수백개에 달했다.
이렇게 많을 수 있는 이유가 한국보다는 조금 더 유연한 규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하성 선수처럼 1인 노히터는 그리 많지 않을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퍼펙트게임만큼이나 어렵기에 많은 투수가 실패하는 기록이죠.] [정하성 선수는 올 시즌 이미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했었습니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노히터를 달성한다면 한 시즌에 퍼펙트게임과 노히터 모두를 달성하게 되겠네요.]말이 되지 않는 기록이었다.
하성의 나이가 이제 21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은 이제 2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투수가 한시즌만에 퍼펙트게임과 노히터를 동시에 달성하려 하고 있었다.
이런 하성의 활약에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말이 되냐?
-와씨…… 만화에서 이렇게 그려도 욕먹겠다.
-밸런스 X망했어요!!
-얘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냐?
-이 정도로 5년만 뛰어도 역대급 기록 쌓이겠는데?
-초반기록만 놓고보면 린스컴 뺨때리네.
-린스컴보다 더하면 더했지.
-우완의 랜디 존슨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니까.
팬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 사이.
8회에도 안타를 내주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온 그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제 1이닝 남았다.’
3개의 아웃 카운트만 더 잡아내면 노히터를 달성하게 된다.
또 하나의 업적이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게 되는 것이다.
하성은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기회는 찾아왔을 때 잡는다.’
하성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마지막 이닝을 기다렸다.
* * *
스코어 2 대 0의 상황에서 하성이 9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흡!!”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자리를 잡고 안전하게 잡아냅니다! 원아웃!] [구속은 96마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구위가 살아 있는 공에 배트가 밀렸습니다.]투구 수가 어느덧 100개를 넘어섰다.
자연스레 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전력이 죽지는 않았는지 타자들의 배트가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깔끔하게 잡아낸 정하성 선수,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두 번째 타자 역시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를 올린 하성은 마운드에서 벗어나 숨을 골랐다.
“후우…….”
한숨을 내쉬는 하성의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자 캐스터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정하성 선수의 체력이 걱정되네요.] [그렇습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으면서 투구 수는 딱 110구가 되었습니다. 평소 그의 투구 수라면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되겠지만, 오늘은 더 던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기록이 진행 중이다.
깨지지 않는 이상 하성이 교체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우려도 있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체력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오늘 경기에서는 어쩔 수 없다 봐야겠죠.]노히터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중이다.
체력 안배가 후순위로 밀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트레버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는 정하성 선수.] [여기부터는 신중하게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투구 수가 늘어난 만큼 신중한 승부도 나쁘지 않았다.
트레버는 그런 생각으로 변화구 사인을 보냈다.
‘이 녀석은 오늘 슬라이더에 당했으니, 다시 슬라이더로 간을 보자.’
앞전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돌렸던 타자다.
그걸 알기에 트레버는 슬라이더를 요구했다.
하지만 하성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올렸다.
‘패스트볼로 가자.’
‘여기에선 위험해. 자칫 잘못해서 안타가 나오기라도 하면…….’
물론 뒤는 트레버만의 생각이었다.
그 역시 노히터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었다.
투수에게도 중요한 기록이지만, 포수 역시 동료이기에 노히터라는 기록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여기에선 힘으로 몰아붙이겠어.’
하성이 다시 패스트볼 사인을 보내자 트레버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현 상황에서 투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트레버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자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98마일의 패스트볼!] [구위가 이전보다 더 살아난 느낌입니다. 아주 좋아요!] [컨트롤 역시 환상적이었습니다.]보더라인에 살짝 걸치는 초구였다.
타자 입장에선 이것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준 구심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저걸 때리려면 처음부터 오픈 스탠스를 잡아야 한다는 건데.’
첫 스텝을 바깥쪽으로 잡게 되면 그만큼 멀어지는 공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즉, 하나를 완전히 포기해야만 제대로 공을 때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컨트롤이었단 소리였다.
‘110구가 넘어가도 도무지 컨트롤이 흔들리지 않는군.’
어떻게든 빈틈을 보이면 그것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녀석이 21살이라니.’
경험이 더 쌓이면 어떤 투수가 될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2구 던집니다!]하성의 투구 패턴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빨랐다.
타자가 생각을 정리할 틈은 없었다.
“흡!!”
쐐애애액-!
딱!!
“파울!!”
[마지막 순간에 공이 떨어지는 공을 걷어내기 급급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스플리터를 던지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냅니다!]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하성이 직접 사인을 보냈다.
이미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하성이 택한 것은 정면승부였다.
‘피해 가도 되겠지만…….’
트레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이닝 하성의 컨디션은 무서웠다.
그것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미트를 내밀자 하성이 기다렸다는 듯 와인드업과 함께 다리를 차올렸다.
콰직!
다리를 내딛는 것과 동시에 회전을 시작하며 3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기합을 터뜨리면서 던진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코스는 존의 정중앙, 높은 코스였다.
제대로 걸린다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코스였다.
타자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후웅-!!
반드시 때려내겠다는 각오로 돌린 배트가 먹이를 낚아채는 맹수처럼 공을 잡아갔다.
하지만 먹잇감이라 생각했던 공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유유히 배트의 위를 지나갔다.
후웅!!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하성의 노히터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 *
[(속보) 정하성 선발 데뷔 첫 시즌에 퍼펙트게임, 노히터 달성!] [(속보)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9이닝 14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노히터를 달성한 정하성!]하성의 노히터 소식은 속보로 국내에 전달되었다.
당연히 이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모았다.
-헐…… 이게 뭐냐?
-오보 아님?
-퍼펙트 한 게 몇 개월 전인데 노히터까지 했음?
-실화냐?
-미쳤네.
하성의 경기를 라이브로 보지 못한 팬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걸 라이브로 보네.
-크으…… 지렸다.
-설마 이걸 성공할 줄 몰랐네.
-정하성 미쳤다.
실시간으로 본 사람들은 감상을 올리면서 인터넷에는 하성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물론 모든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만 보이는 건 아니었다.
-이런 성적이면 얘도 약물 아니냐?
-ㅇㅈ.
-어떻게 노히터까지 달성해?
-얘도 도핑테스트 검사해 봐야 함.
잠자고 있던 안티들이 나타나 하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안티들은 이번 로드리고 사태 이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하성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도핑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러나 억지 주장이었기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치지 않았고 이번에도 하성의 도핑테스트에 대해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반 팬들은 그런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관심을 줘봤자 오히려 날뛸 거라는 걸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그런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는 사이.
오클랜드 홈구장에선 기자들이 미디어실로 모이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미디어실이라니.”
“그러게 말이야.”
“원래라면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노히터라서 특별히 여기에서 하는 건가?”
메이저리그에선 기자들이 클럽하우스에 출입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을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해 현장감을 살리는 일이 많았다.
물론 경기 이후에는 공식 기자회견도 열지만, 그건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회견이었다.
선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을 수 없기에 기자들은 클럽하우스 인터뷰를 더 선호했다.
그동안 하성은 클럽하우스에서 빅마우스를 터뜨렸기에 기자들은 이번에도 클럽하우스 인터뷰를 기대했다.
그런데 오클랜드 측에서 클럽하우스 출입을 막아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이런 적이 없었기에 기자들은 의아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황당해하는 건 크리스 단장이었다.
“진짜 그렇게 할 생각인가?”
“예.”
담담하게 대답하는 하성을 보며 크리스는 두통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로드리고는 사무국에서 처리할 문제야.”
“저도 그냥 내버려 둘까 싶었는데. 로드리고가 절 건드리더라고요.”
“건드리다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더군요. 그러니 제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보여줘야죠.”
원래 하성도 이번에는 사무국에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로드리고가 자신을 건드렸으니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말이다.
크리스 단장은 더 이상 하성을 만류할 수 없었다.
상대 쪽에서 먼저 건드렸다는데, 여기에서 더 만류했다가는 오히려 하성을 보호하지 않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었다.
결국 크리스는 하성을 만류하는 걸 포기했다.
“그럼 내가 도와줄 건 뭐가 있나?”
“그냥 지켜봐 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하성이 기자회견장으로 나갔다.
그가 등장하자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면서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성은 토니 감독을 지나쳐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곧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정하성 선수! 노히터를 달성했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첫 질문은 가볍게 시작됐다.
하지만 하성의 대답은 그 질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노히터에 대한 소감은 됐고요.”
“예?”
“로드리고에 대해서나 이야기해 보죠.”
하성의 말에 기자들의 눈이 커졌다.
설마 이 자리에서 저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하지만 하성의 폭탄 투하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 라이언 브론도 약물 의혹을 받더군요.”
화살은 라이언 브론에게 향했다.
그리고 하성은 마지막 화살을 날려보냈다.
“여기가 무슨 약물의 왕국입니까? 선수 노조와 사무국은 도대체 뭐 하는 겁니까?!”
기자들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설마 하성이 이렇게 나올 줄이야.
‘모두 까버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