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6)
마운드의 빌런-146화(146/285)
마운드의 빌런 146화
몇몇 기자들은 하성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빅마우스’.
입을 열면 엄청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낸다.
누구도 눈치보지 않고 쏟아내는 그의 말을 기사로 옮기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어느 정도 선은 지켰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로드리고에게 직접 주사한 의사가 튀어나왔는데, 노조는 여전히 선수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선수 노조는 확실한 증거 없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그러니까! 그 확실한 증거를 확인해 보자고 검사를 하자는 거 아닙니까?”
“현재 로드리고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표적 검사를 한다는 건 규정 위반입니다.”
“그 규정 때문에 약물이란 반칙을 버젓이 저지른 선수를 내버려 둔다는 겁니까?”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입니다.”
대화가 오가다 보니 뭔가 이상해졌다.
기자들이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고 하성은 그 입장을 하나씩 부수고 있었다.
자신들이 왜 이런 대변을 해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기자들은 하성의 멘트를 더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기자들도 이 말에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팬은 이 메이저리그란 거대한 사업을 유지해 주는 동력입니다. 그 사람들이 왜 야구를 봅니까? 선수들이 한계를 넘어서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한 거 아닙니까?”
하성의 열변에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약물을 투약한 약쟁이가 나타나서 메이저리그의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 있어요. 반칙을 통해 역사를 세우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어떨 거 같습니까?”
하성의 말은 현재 팬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그의 말을 받아 적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약물 복용이 일어난 게 한두 번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무국과 노조는 기껏해야 몇백 경기 출장 정지를 내리지 않습니까?”
“현재 내리고 있는 처벌이 약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약물은 메이저리그의 근간을 헤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첫 번째야 용서를 할 수 있다지만, 두 번째부터는 상습범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의 처벌 규정이 약하다는 거죠.”
하성의 말은 최근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약물에 대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처벌이 약하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습범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선수인 하성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었다.
이건 조금 의미가 달랐다.
어떻게 보면 동료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 기자가 입을 열었다.
“지금 주장이 동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데, 동료의식이 너무 부재중인 거 아닙니까?”
“약물을 주입한 새끼들은 제 동료가 아닙니다. 제 동료는 규정을 지키고 정정당당하게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죠.”
“로드리고가 동료가 아니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리고 그 녀석도 우리를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겠죠. 만약 그랬다면 동료를 팔지 않았을 테니까요.”
기자들이 술렁였다.
“동료를 팔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제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하지만 하성은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했다.
여기에서 할 것은 떡밥을 던지는 것이다.
떡밥에 궁금증이 생긴 기자들이 알아서 물 때까지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는 약물에 대한 규정을 당장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노조도 당장 사무국과 협의에 나서야 합니다!”
하성이 유연하게 주제를 바꾸자 다른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현재 몇몇 팬들은 정하성 선수도 약물을 투약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로드리고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말을 돌리지 마세요!”
기자들의 질문이 뒤섞였다.
하지만 하성은 자신이 원하는 질문을 캐치해 그 기자를 향해 말했다.
“제가 약물을 주입했다고요? 증거가 있습니까?!”
“일부 팬들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거는 로드리고도 없지 않습니까?”
갑자기 이야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주위에서 로드리고에 대해 질문하던 기자들도 멈추고 하성과 기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하…… 그러니까, 증거 없는 주장은 그만하란 소리겠군요.”
“정하성 선수의 주장대로라면 증거가 없더라도 의혹은 내밀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맞는 말입니다.”
의외로 하성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먹잇감을 잡았다는 듯 그를 몰아붙이려 했다.
하지만 하성이 먼저 선수쳤다.
“말만 앞서서는 곤란하겠죠. 그러니 제 의혹부터 말끔하게 해결하겠습니다.”
“해결하다니, 어떻게 말이죠?”
“자진해서 도핑테스트를 받겠습니다.”
하성의 충격 발언이었다.
* * *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 오른 정하성! 자진해서 도핑테스트를 받겠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약물 의혹! 그럼에도 도핑테스트를 받겠다는 정하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퍼펙트게임, 노히터 달성자인 정하성의 자진 도핑테스트! 과연 옳은 일인가?]하성의 자진 도핑 테스트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많은 선수가 도핑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서 도핑테스트를 받겠다 했던 케이스는 없었다.
도핑테스트는 채혈을 통해 이루어진다.
많은 양을 뽑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경기력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규정이 아니었으니 굳이 나서서 도핑테스트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가 된 하성이 자진해서 테스트를 받기로 한 것이다.
이는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와…… 빠꾸없네.
-여기서 먼저 테스트를 받을 줄은 몰랐네.
-상남자네.
-이거 이러면 로드리고도 발뺌 못 하는 거 아님?
-ㅇㅈ
-이래도 계속 도핑테스트 거부하면 빼박이란 거지.
-가장 재밌는 건 테스트했는데, 하성이 약물 나오는 거 아님?
-ㅋㅋㅋ 그럼 역대급이겠네.
팬들은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했다.
만약 여기에서 도핑이 나온다면 하성이 저지른 일들은 개그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웃긴 일이 될 수도 있단 생각에 팬들은 약간의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도핑 결과에는 반전이 없었다.
[정하성 도핑테스트 결과 약물 불검출!] [정하성은 깨끗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던 도핑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에 성공한 정하성!] [메이저리그 팬들은 정하성의 과감한 결단에 박수를!] [로드리고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하성의 도핑테스트 결과는 당연하게 나왔다.
도핑테스트에 통과하자 팬들은 로드리고에게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역시 정하성은 아니었네.
-당연하지.
-당당하니까, 스스로 받겠다고 한 거겠지.
-이러면 로드리고는 뭐임?
-당당하지 않으니까 거부하는 거겠지.
-이 새끼 분명 또 약 빨았다.
-ㅇㅈ
-야야, 그런데 그거 들었냐?
-뭐?
-라이언 브론 찌른 게 로드리고라던데?
-그게 사실임?
인터넷은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나온 이야기들 중에는 허황되지만 나중에는 사실로 밝혀지는 것도 제법 있었다.
관계자가 뿌려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나온 말도 가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후속 글들이 제법 구체적이었다.
-로드리고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뿌렸다니까?
-브론 한 명이 아님.
-다른 애들도 뿌렸다는 소문이더라.
-곧 메이저리그가 발칵 뒤집힐 거임.
각종 이야기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네티즌은 이게 사실인지 궁금해했다.
-소스가 어딘데?
-어디서 들은 거야?
-이거 맞는 말이야?
-그냥 카더라 아님?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지만, 글을 남긴 인물은 사라졌다.
애초에 익명인 사이트였다.
그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모니터 너머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한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 정도 떡밥이면 충분히 물겠지.”
하성은 자신의 글에 반응하는 네티즌을 보며 만족했다.
“루머는 스노우볼과 같지. 그렇게 커진 눈덩이를 기자들이 그냥 지나칠 이유는 없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것이 퍼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무엇보다 국적과 시간을 가리지 않기에 순식간에 대중에게 퍼질 것이다.
대중이 관심을 가지면 기자들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나설 것이고 그리되면 로드리고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끝까지 한번 붙어보자고.”
하성은 로드리고가 인정할 때까지 이번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다음 스텝을 향해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갈 순 없었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 *
메이저리거들은 성향은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파티를 즐기고 매일 밤마다 여자와 놀러 다니는 이들도 있었고 또 누군가는 훈련에만 열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가 팬을 먼저 생각했다.
물론 이것도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대체적으로 그들은 팬서비스를 우선시했다.
그렇기에 이번 로드리고의 태도에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성이 자진해서 도핑테스트에 나서니 몇몇 선수가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하성 다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같은 팀 소속인 아놀드였다.
평소 하성과 친분이 있었던 아놀드가 두 번째로 도핑테스트에 나서자 어슬레틱스 선수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슬레틱스의 1루수 잭,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안방마님 트레버도 받았다!]하성과 친분이 두터운 선수들이 테스트를 받으면서 팬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약물천국이던 어슬레틱스에서 도핑테스트를 받네 ㅋㅋ
-그러게.
-90년대에는 얘네들이 주도하지 않았나?
-이것도 신기한 일이네.
-그나저나 이런다고 뭐 변화라도 있으려나?
-로드리고 양심은 이미 터져서 없을 거 같은데.
-어차피 몇몇 선수들이고 대부분 네임밸류 없어서 이대로 묻힐 듯 ㅋ
-피 뽑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누가 계속 하겠음?
-괜히 했다가 약물검출되면 난리날 듯 ㅋ
-무엇보다 선수 노조에서 막을 거 같은데?
동료들이 나서고 있었지만, 네임밸류가 약해서 크게 번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수 노조에서 이러한 선수들의 행동을 막고 있었다.
하성도 메일을 통해 선수 노조의 공문을 받으면서 그들이 태도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최근 일어나는 자진 도핑테스트라는 행동은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자진해서 도핑테스트에 나서지 말라……. 하 참.”
황당했다.
도핑테스트를 자진해서 받는 게 선수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게 하는 행동이라니?
“한마디로 약물을 했어도 그게 들키지 않는 게 그들의 권리를 지킨다는 건가?”
어떻게 설명해도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공문 때문에 조금 곤란하게 되었다.
‘이걸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막히면 도루묵인데.’
사실 동료들이 자진해서 도핑테스트에 임한 건 하성의 예상밖이었다.
자신이 직접 부탁했던 것도 아니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메이트들이 나서면서 하성은 이게 메이저리그 선수 전체로 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선수 노조에서 차단한 것이다.
“쩝, 일단 내 방식대로 가야겠군.”
외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셈이기에 하성은 원래 방법대로 갈 생각이었다.
그때 하나의 기사가 떴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조 마우어, 도핑테스트를 받겠다 선언!]네임드 플레이어인 마우어가 도핑테스트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