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8)
마운드의 빌런-148화(148/285)
마운드의 빌런 148화
하성은 기사를 보며 웃었다.
“제대로 굴러가고 있네.”
기사의 소스를 제공한 건 하성이다.
그렇다고 기자에게 직접 소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내가 알려준 걸 한 명이라도 알고 있다면 언젠가는 세상에 퍼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하성은 이 말을 철저하게 믿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특정지을 수 없다. 수많은 이야기가 뜬소문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런 곳에 올린다면 내가 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익명성이란 가면을 쓰고 올렸다.
자신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물론 어딘가에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러지 못했다.
중요한 건 이번 한 방으로 로드리고는 궁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녀석은 구단이 자신을 퇴출시키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 지금과 같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게 반대로 자신을 찌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어.”
구단에서 로드리고를 퇴출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손해배상 때문이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로드리고가 언론을 고소하기 위해선 막대한 손해배상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녀석이 약물 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미국은 한국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였다.
언론을 고소한다는 건 그런 기조에 반대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실제 소송으로 가더라도 로드리고가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언론들이 인터넷 정보를 가지고 기사를 만들 수 있는 이유지. 라이언 브론에 대한 기사를 만든 뒤에도 로드리고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으니 후속보도도 나온 거고.”
로드리고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사들은 결국 그곳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마리아노 리베라 도핑테스트에 나섰다!]양키스 선수단의 최고참 중 한 명인 리베라가 도핑테스트에 나선 것이다.
“이 양반도 팬서비스가 대단한 사람이지. 게다가 양키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고.”
마리아노 리베라가 나섰다는 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자발적 도핑테스트에 나섰지만, 양키스 선수들은 전무했다.
팀 동료인 로드리고가 연루되어 있으니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동료를 먼저 팔아버린 녀석을 보호해 줄 필요가 없어진 거지.”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 * *
[자발적 도핑테스트에 참가하는 선수들 대폭 증가!] [동료를 팔아버린 로드리고! 여전히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 [구장에도 나타나지 않는 로드리고! 양키스 선수단 내부에서 불만 속출!] [양키스 팬들 로드리고를 퇴출시키라는 시위를 시작하다!] [뉴욕 타임즈에 게재된 양키스의 수치 로드리고라는 광고!]미국에서 로드리고에 대한 민심이 바닥을 달렸다.
선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도핑테스트에 나서면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숫자가 테스트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뉴욕 메츠 소속의 세자르 푸에요, 구단을 통해 자발적인 도핑 고백!] [선수 본인이 밝힌 최초의 사례!]선수가 먼저 도핑을 했다고 고백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기에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기자들은 세자르 푸에요를 찾았고 구단에서는 그의 기자회견을 열어주었다.
카메라 앞에 선 세자르 푸에요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성적의 압박에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실망하신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세자르 푸에요의 고백은 의외로 팬들의 동정심을 얻었다.
-그래도 얘는 자기가 밝히네.
-이런 케이스면 정상참작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자기가 걸릴 거 예상하고 겁에 질려서 고백하는 거 아니냐?
-똑같은 약쟁이지 뭐.
-그래도 먼저 고백하는 게 낫지.
-로드리고보단 낫다.
-로드리고 이 새끼는 처박혀서 나오질 않잖아?
-ㅇㅈ.
팬들의 여론은 로드리고보단 낫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런 여론 속에서 사무국이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세자르 푸에요의 징계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였다.
“세자르는 자신이 직접 도핑을 고백했으니 정상참작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가 고백한 이유는 현재 추세라면 결국 자신이 도핑한 것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서 한 거 아니겠습니까?”
“분명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징계를 한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없습니다.”
“어떤 메시지 말입니까?”
“자진신고에 따른 메리트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 말입니다.”
“메리트를 주자는 겁니까?”
“정상참작을 하자는 거죠. 그렇게만 되면 이번 사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사무국에서도 이번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은 골칫거리였다.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그들의 소망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선수들의 자발적인 도핑테스트는 하늘에서 내린 선물과도 같았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도핑테스트를 하면서 예상했던대로 궁지에 몰린 도핑 의혹 선수가 처음으로 자진신고를 했습니다. 아직 남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선례를 잘못 남긴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사무국에서 걱정하는 건 선례였다.
자진신고를 했다고 징계를 완화시켜주면 차후 비슷한 케이스에서 선례를 들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될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선례를 남기는 걸 꺼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화하자는 쪽의 주장은 강했다.
“선례가 남더라도 이번이 특별 케이스라는 걸 못 박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이후 도핑에 대한 제재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노조쪽에서 찬성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반대한다면 답도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사무국에서 규정을 단독으로 수정할 수 없다.
특히 CBA가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노조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노조 쪽에서 징계를 완화시켜 주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한 직원이 다급히 들어왔다.
“노조 쪽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이라니?”
“이번 도핑테스트에 대해서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할 거란 성명입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 *
하성은 자신에게 온 메일을 확인했다.
내용이 길었지만,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도핑테스트와 관련하여 자발적으로 나설 것인지에 대해 확인 여부였다.
“의사를 묻는 건 결국 노조에서도 이번 일이 그냥 지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군.”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은 상당히 심각해지고 있었다.
단순히 선수와 팬만이 아니라 정부 인사들도 이번 일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특히 최초의 흑인대통령인 오바마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로드리고에 대해 직접적인 실망을 밝혔다.
아무래도 흑인사회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기에 오바마 역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대통령까지 언급할 정도니 노조도 그냥 지켜만 볼수는 없었다.
“동료를 팔아버린 게 가장 큰 문제였지.”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같은 뉴욕 양키스 소속의 선수다.
팀메이트까지 팔아버린 로드리고를 동료들이 계속 감쌀 이유는 사라졌다.
로드리고는 점점 궁지에 몰리는 상황.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 사무국이 남아 있다는 거겠지.”
사무국과 노조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테스트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문제는 현재 커미셔너로 있는 양반이 약물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문제고.”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은 분명 대단히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비난받을 부분도 있었다.
바로 약물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오직 리그의 흥행에만 집중했기에 약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 그게 커미셔너에서 내려간 뒤에도 계속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그가 밀워키 브루어스를 편애했다는 점이다.
“라이언 브론을 옹호했고 새미 소사를 무척이나 아꼈지. 그렇기에 약물 의혹이 터졌을 때 제대로 일을 진행시키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되면 사무국과 노조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었다.
“기대할 건 그가 임기말에는 라이언 브론에게 출장정지를 내리는 일이 있었지. 그걸 기대해야겠어.”
버드 셀릭은 긴 세월 커미셔너를 맡으면서 약물 파동에 여러차례 휩싸였다.
그래서 지쳤던 걸까?
버드 셀릭은 임기 말기에 터진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에서 라이언 브론에게 출장정지를 내렸다.
그동안 그가 했던 행동들을 봤을 때 의외의 선택이었기에 관계자들은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으흠.”
하성은 어떻게 할지 고민에 잠겼다.
* * *
메이저리그가 들썩이고 있었다.
당연히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도 이번 일과 관련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놈들은 도핑하지 않으면 야구를 못 하는 건가?!”
집무실에서 버드 셀릭은 분노의 일갈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이번 스캔들은 쉽사리 잦아들 거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노조나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도핑 테스트를 하고 있으니 사무국도 거기에 발 맞추는 게 좋아 보입니다.”
“브루어스는?”
“예?”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선수들 중에 브루어스 선수들이 있냐 이 말이야.”
버드 셀릭의 말에 감찰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브루어스의 편애는 여전하군.’
브루어스 구단주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대놓고 그들을 편애하니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라이언 브론 이외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분명한가?”
“예. 현재까지 앤서니의 입에서 나온 이름 중에 브루어스 소속 선수는 라이언이 끝입니다.”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의 선수들이 없다는 것에 버드 셀릭이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아. 그럼 노조 측이랑 협의해서 전체적으로 뒤엎어 보도록 해.”
“로드리고는 어떻게 할까요?”
“그놈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군. 규정을 아예 바꾸는 쪽으로 논의를 해.”
“알겠습니다.”
사무국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 * *
알렉스 로드리고는 자신의 호화저택을 초조하게 오가고 있었다.
“X발!”
그러다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뱉었다.
저택에 있던 여인들은 그런 로드리고의 욕설에 깜짝 놀라며 눈치를 봤다.
하지만 그런 여인들은 로드리고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망할 새끼들, 도대체 왜 갑자기 자기들이 나서서 난리야?”
로드리고가 분노하는 건 양키스 선수단이 나서서 도핑 테스트를 받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당혹스러웠다.
그때 로드리고의 전화가 울렸다.
변호사인 제임슨이었다.
“어, 나야.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큰일 났어. 사무국이랑 협회 측에서 실무진이 접촉했어.]“뭐? 걔네들이 왜?”
[도핑과 관련해서 규정을 바꿀 생각인 거 같아. 게다가 너의 징계에 대해서도 논의할 거라더군.]“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지금까지 이런 케이스는 없어서 우리도 당혹스러워. 설마 CBA가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규정 수정이라니.]“젠장! 내가 너희들에게 돈을 얼마나 주는데, 답변이 그따위야?!”
[미안하다…….]“미안하다면 다야?!”
[할 말이 없다. 아무래도 테스트를 받아야 할 거 같아.]“이런 X발!!”
퍽!!
로드리고가 던진 스마트폰이 산산 조각났다.
궁지에 몰린 그의 얼굴이 시커멓게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