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52)
마운드의 빌런-152화(152/285)
마운드의 빌런 152화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생각했다.
-20탈삼진은 그냥 가는 거 아니냐?
-신기록 갱신도 가능하겠네.
-7회까지 17탈삼진이면 쌉가능이지.
-앞으로 6번 중에 4개만 잡아내면 신기록이다.
-가즈아-!
단일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인 20개.
지금까지 소수의 투수만이 도전했지만 단 3명에게만 허락됐던 그 기록이 깨질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마의 기록은 괜히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중견수 거의 제자리에서 타구 잡아냅니다! 원아웃!!] [투스트라이크를 잡았는데. 아쉽네요.] [아웃 카운트를 잡긴 했지만, 역시 지금 상황에선 삼진을 잡아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을 테니까 말이죠.] [그렇습니다.]6개의 아웃 카운트 중 첫 번째가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됐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자 역시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와 함께 아웃 카운트가 만들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안전하게 잡아 1루로!]퍽!!
“아웃!!”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두 개의 아웃 카운트 모두 범타로 만들어졌다.
순식간에 6개의 아웃 카운트 중 두 개가 올라갔지만, 탈삼진의 개수는 여전히 17개에 불과했다.
-갑자기 탈삼진 실종했네.
-역시 힘들려나?
-8회에 하나는 잡아야 가능성이 있을 텐데.
-구속이 떨어져서 힘들 듯.
-90마일 중반이 떨어졌다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역시 힘이 떨어진 건가?
-어쩔 수 없지.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하성의 구속도 떨어졌다.
100마일을 넘나들던 공은 90마일 중반까지 떨어졌다.
최고 구속은 기껏해야 97마일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게 떨어졌다고 표현하긴 애매했다.
다른 투수들의 전력투구와 비슷한 구속이었으니 말이다.
하성이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에 투수들은 하성의 공에 익숙해져 있었다.
당연히 구속이 떨어진 그의 공을 쳐내는 건 쉬워졌다.
‘우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지.’
마운드 위의 하성은 오히려 담담했다.
지금 상황에서 답답해해 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힘은 어느 정도지?’
침착하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공을 쥐면서 손에 남은 악력을 확인했다.
발을 돌리며 가볍게 하체의 근육도 풀어주었다.
결코 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럴 때야말로 더 침착하게 움직여야 한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체력이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말이다.
‘괜히 기록을 의식할 필요는 없어.’
기록을 달성한다면 베스트다.
하지만 그걸 의식하는 순간 오히려 컨디션이 떨어질 수 있었다.
실제 전생에서 그걸 여러차례 경험했던 하성이기에 최대한 의식에서 떨어뜨려 놓았다.
‘지금 해야 할 건…….’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1구, 1구에 전력을 다한다.’
마음을 다잡은 그가 힘을 끌어올렸다.
* * *
“후우…….”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정하성 선수.]팔을 들어 올려 힘을 축적한 뒤 킥킹과 함께 몸을 돌렸다.
[1구 던집니다!]휘릭!!
몸의 회전과 동시에 모든 힘을 손끝으로 이동시켰다.
“흡!!”
그리고 단말마의 기합과 함께 일순간에 힘을 방출시켰다.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간 공이 타자의 몸쪽을 찔렀다.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구속은 97마일!] [배트를 돌리는 타이밍이 조금 늦었습니다.]스트라이크를 잡아낸 하성은 곧장 2구를 던졌다.
쐐애액-!
뻑!!
“볼!!”
[2구 떨어지는 스플리터! 하지만 타자의 배트가 나오지 않네요.] [스플리터는 손의 악력이 중요한 변화구입니다. 지금처럼 악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공이 다소 일찍 변화해서 타자가 이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거죠.]스플리터는 양날의 검이다.
타자의 배트가 돌아갈 때쯤 떨어지게 만들면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일찍 떨어진다면 회전이 적기에 타자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렇기에 하성은 스플리터를 머리에서 지웠다.
‘타자를 속일 수 없는 공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하성은 구종을 고집하지 않았다.
괜히 하나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을 막다른 길에 몰아넣게 된다.
그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하성은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었지만, 집착에서 벗어났다.
‘이럴 때는 오히려 단순하게 가는 게 낫다.’
쓸데없는 공을 던져 투구 수를 늘리거나 신체에 데미지를 줄 필요는 없었다.
단순하게.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공을 던질 필요가 있었다.
[정하성 선수 3구 던집니다!]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바깥쪽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딱!!
“파울!!”
[파울입니다! 이번 공의 구속은 98마일! 이전보다 조금 더 구속이 올랐습니다!]구종은 단순한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구속의 변화로 타자가 타이밍을 놓쳤다.
반대로 하성은 지금의 느낌이 좋았다.
‘지금의 감각을 잊기 전에 던져야 해.’
하성은 템포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뻐어억-!
“볼!!”
[4구 볼이 됩니다! 하지만 구속은 99마일까지 올라옵니다!] [막판에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하는 정하성 선수!]하성의 구속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잡념을 버리고 패스트볼 하나에만 집중하니 힘을 내기 시작한 걸까?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하성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의 페이스가 좋으니 유지한다.
오직 그 생각만 가지고 5구를 던졌다.
“흡!!”
쐐애애액-!!
[5구 던졌습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허벅지 높이로 날아갔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지만, 이번에는 공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서 배트의 위를 지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8회에 삼진 1개를 추가하면서 18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 [신기록에 대한 불씨가 꺼지지 않았습니다!]오늘 경기 18번째 탈삼진을 기록한 하성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 * *
벤치에 앉은 하성이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후우…….”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힘드네.’
하성의 피칭 스타일은 전신을 쥐어짜서 힘을 집중시키는 타입이었다.
이런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건 하성의 신체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하성의 신체가 약했다면 그의 피칭스타일을 따라오지 못했을 거다.
‘확실히 돈을 쓴 보람이 있어.’
하성은 번 돈의 상당 부분을 트레이닝과 식단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도 식단은 신체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게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효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체력이 떨어졌을 때 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혹독한 트레이닝의 결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 쉬어야 해.’
하지만 지금은 휴식이 필요했다.
이미 경기 후반부터 전력투구를 하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소진되어 있었다.
이렇게 소진된 체력은 짧은 시간에 회복할 수 없다.
그게 아무리 하성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공격이 길어지면 베스트인데…….’
너무 길어져서도 안 된다.
딱 자신의 체력이 회복될 정도로 적절한 공격이 펼쳐지길 기원했다.
그런 하성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
딱-!!
“파울!!”
[파울입니다! 잭이 좋은 선구안으로 연달아 파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동료들이 하성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안타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덕분에 하성은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구할 수 있었다.
“후우…….”
그는 깊은 호흡을 뱉으며 최대한 몸속 깊숙한 곳으로 산소를 보내는 데 집중했다.
* * *
스코어 1 대 0.
한 번의 실수로도 동점 혹은 역전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 스코어였다.
하지만 토니 감독은 마운드에 하성을 올려보냈다.
[원래라면 마무리를 투입해야 할 상황! 하지만 신기록이 달려 있기에 토니 감독은 정하성 선수를 다시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신기록이 걸려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겠죠.] [과연 정하성 선수가 두 개의 삼진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인지! 첫 타자를 상대합니다!]로진을 손에 묻히며 하성은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좀 쉴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체력이 돌아왔다.’
동료들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하성의 체력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마운드에 다시 서면서 하성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전력으로 간다.’
힘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이제는 전력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게 그가 할 일이었다.
“플레이볼!”
[정규 이닝 마지막 수비가 시작됩니다!]하성이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힘이 어느 정도 돌아왔지? 공격적으로 가자.’
다른 투수라면 조심스럽게 접근했을 거다.
신기록과 완봉도 걸려 있는 경기다.
거기에 1점 차이니 조심히 접근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운드에 있는 건 에이스 하성이었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
‘마음에 들었어.’
하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촤앗-!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몸을 회전시켰다.
[1구 던집니다!!]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아가려는 찰나.
뻐어억-!!
“스트라이크!!”
공이 먼저 존을 통과했다.
[1구 몸쪽을 찌릅니다! 구심의 손은 망설임 없이 올라갔습니다! 구속은 100마일!!] [정하성 선수의 괴력이 다시 나오는군요.]9회에 다시 100마일의 공을 던진다.
불가사의한 일이지만, 하성은 그걸 해냈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체력이 돌아온 하성은 더더욱 망설임 없이 공을 뿌려댔다.
쐐애애액-!
딱!!
“파울!!”
[2구 파울입니다! 투스트라이크!!]쐐애애액!
뻐어억!
“볼!!”
[3구 볼!! 원볼 투스트라이크가 됩니다!]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이 4구를 던지기 전, 직접 사인을 보냈다.
트레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4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하성이 모든 힘을 모아 4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확하게 찔렀다.
뻐어억-!
굉장한 소리와 함께 공이 미트에 꽂혔다.
아슬아슬한 코스.
사람들의 시선이 구심에게 집중되었다.
구심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주먹을 뻗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9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하성이 19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는 순간이었다.
* * *
버드 셀릭은 여전히 VIP룸에 앉아 있었다.
“다음 일정이 밀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번 이닝까지만 보고 가지.”
버드 셀릭의 말에 수하직원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분 단위로 스케줄이 잡혀 있는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이 경기 하나를 통째로 보다니.
이후 스케줄들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처리하는 것은 모두 자신들의 일이었다.
[딱-!!] [빗맞은 타구! 우익수가 앞으로 달려 나오며 잡아냅니다!]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버드 셀릭은 경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 번의 기회가 남았군.’
단 한 번의 기회만이 남은 상황.
하성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101마일이 찍혔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괴력이 눈부시네요.]버드 셀릭은 TV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만약 녀석이 슈퍼스타라면 여기에서 잡아낼 거다.’
슈퍼스타는 리그를 이끌어가는 선수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는다.
‘녀석이 잡아낸다면…….’
[딱!!] [파울!!] [2구 파울입니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버드 셀릭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어느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주먹 안에는 땀이 흥건했다.
보고 있는 자신도 긴장이 되고 있는 상황.
[3구 던집니다!!]그 상황에서 하성이 3구를 뿌렸다.
빠르게 날아간 공이 타자의 몸쪽을 찔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20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신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웁니다!!]그 말과 동시에 버드 셀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수행원들이 급히 그를 따랐다.
앞서가던 버드 셀릭이 뒤를 따르는 수행원에게 말했다.
“회의를 소집하도록.”
“회의요?”
“그래. 그리고 선수 노조에도 연락해. 내가 보잔다고.”
“아, 예. 그런데 사유는……?”
“약물 복용과 관련된 규정을 수정하기 위해서라고 전해.”
버드 셀릭이 결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