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53)
마운드의 빌런-153화(153/285)
마운드의 빌런 153화
다음 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하성의 기사로 도배됐다.
[메이저리그 단일경기 최다 탈삼진 20K를 달성한 정하성!] [랜디 존슨 이후 두 번째로 무사사구 20K를 달성하다!] [정하성의 한계는 없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가 된 정하성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선발 데뷔시즌,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는 정하성!]하성의 활약은 큰 화제가 되었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투수, 정하성 선수가 단일경기 20탈삼진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우리 일본에도 유망한 투수들이 많지만, 정하성 선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일본에서도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해 하성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일관계를 생각하면 그들이 한국인 선수를 비중 있게 다루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하성에 대한 기사를 올리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2ch에도 하성의 스레드가 계속 만들어질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높았다.
대만은 물론 중국과 심지어는 야구가 비인기 종목인 유럽에서도 하성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괴물이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양의 젊은 투수!]하성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또 다른 기사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와 도핑에 관련한 실무자 회의 시작!]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본격적인 접촉을 시작했다.
그동안 두 조직은 각자의 입장을 준비하면서 조직 간의 교류는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내 두 조직의 실무진이 접촉하면서 도핑과 관련된 새로운 입장을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연히 각종 야구 관련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시즌 도중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새로운 협약을 위해 접촉하는 일, 이전에도 있었습니까?] [몇 차례 있긴 했습니다. 특히 리그가 파업에 이르게 됐던 순간에는 마지막까지 두 단체가 협의를 이루어갔죠.] [그러고 보니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수 노조 쪽에서 파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실제 파업이 이루어진 건 노조가 설립된 이후 8번이 있고 그로 인해 리그가 중단된 건 4번이 있습니다.]선수 노조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카드는 파업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즈니스인 메이저리그의 핵심인 선수들의 파업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무국이 도핑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반발이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적을 겁니다.] [이유는 뭘까요?] [이미 노조 측에서 선수들에게 의사를 어느 정도 확인한 상태입니다.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노조 측에서 진행한 설문에서 선수들은 로드리고를 비롯한 도핑 선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기울었습니다.] [이건 상당히 이례적이군요?] [최근 메이저리그가 하향세를 겪고 있다는 점과 선수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거 같습니다.]현재 메이저리그는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긴 경기 시간은 보는 이들을 지치게 했고 복잡한 경기규정은 새로운 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되었다.
덕분에 입장 수입과 시청자 숫자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 선수층은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약물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에 대해 보고 배워왔다.
그렇기에 거기에 반감을 가졌고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자 그 당사자들에게도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 위원님께서는 이번 사무국과 노조의 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 보십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나오는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나섰다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군요. 과연 이번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리고 핵심인물인 알렉스 로드리고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든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 * *
메이저리그 사무국.
회의실에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모든 핵심인물들이 모였다.
변호사를 포함한 양측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 자리에는 버드 셀릭 커미셔너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자, 오늘 담판을 내렸으면 좋겠군요.”
버드 셀릭의 말에 토니 메디슨 노조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질질 끄는 것도 팬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인식되겠죠.”
“의견이 통일한 거 같군요. 그간 실무진들이 의견교환을 한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건 이번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을 기점으로 도핑과 관련된 처벌을 강화하는 겁니다.”
“하지만 2회차에 제명을 한다는 건 너무 과한 요구입니다.”
“다시 줄다리기를 하자는 겁니까?”
버드 셀릭과 토니 메디슨이 서로를 노려봤다.
노조의 회원들인 선수들도 도핑 처벌에 대한 강화, 그리고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에 연루된 선수들에게 강한 처벌을 내리는 건 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도핑과 관련된 제재 목록을 더 타이트하게 변경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선수들이 무지해서 복용하게 된 약물들 역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지는 죄가 아니다.
물론 그게 변명이 될 순 없지만, 실제 많은 선수들이 금지약물인 것을 모르고 복용하는 일이 있었다.
선수 노조 측이 주장하는 건 그러한 약물의 목록을 줄이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사무국의 입장은 명확했다.
“그리되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억울하다면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주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명에 실패한다면 결국 제명으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두 진영은 이 부분에 대해 긴 토론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결국 중간지점에서 타협을 했다.
“그럼 약물의 목록을 지금보다 25퍼센트 줄이는 쪽으로 진행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첫 번째 안건이 넘어갔다.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하던 안건이 넘어갔다는 건 사무국과 선수 노조 모두 오늘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버드 셀릭의 말과 함께 회의는 두 번째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번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과 연루된 선수들에게 내릴 징계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존 협약에 따라 징계를 내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데이먼이 발언했다.
토니 메디슨은 자신의 허락도 없이 발언하는 데이먼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버드 셀릭 역시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번 스캔들과 연루된 선수들은 그 방식이 무척이나 악랄합니다.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약물을 복용했고 테스트를 피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스캔들은 이전의 미첼리포트보다 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입니다.”
“확실한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교훈을 줄 수 없어요!”
사무국의 의견은 확실했다.
이번 일과 관련된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징계를 내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선수 노조는 조금 달랐다.
사무국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닌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징계를 강화한다는 건 소급 적용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도 사무국이 이번 일을 선례로 삼을지 누가 압니까?!”
반대의견을 내는 노조의 일원들의 말에 사무국의 사람들 역시 발끈했다.
“소급 적용이 아니라! 이번 일은 특별 케이스로 다루자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범죄를 저질렀습니까?! 잘못은 그쪽 선수들이 했어요!”
회의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이해집단을 형성한 두 진영이 뜻을 합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집단의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 버드 셀릭은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직접 바쁜 몸을 이끌고 회의실로 온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토니,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버드 셀릭이 위원장과의 일대일 면담을 요청했다.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토니 위원장이 수락하며 두 사람의 밀실 면담이 이루어졌다.
장내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버드 셀릭이 시가를 꺼냈다.
“피우겠나?”
“괜찮습니다.”
“그럼 실례하지.”
버드 셀릭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다 입을 열었다.
“저 데이먼이란 친구가 로드리고와 친분이 두터운가 보군.”
“좀 그런 면이 있습니다.”
“로드리고가 확실히 발이 넓기는 해. 나에게도 다양한 친구들이 연락 와서 알게 모르게 압박을 넣는단 말이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니 당연한 거겠죠.”
알렉스 로드리고는 여전히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국이란 나라의 흑인사회에서 슈퍼히어로와 같은 역할을 해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버드 셀릭은 자신과 같은 처지인 토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네나 나나 비슷한 처지로군.”
버드 셀릭의 말에 토니 역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징계 수위를 높인다면 압박은 더 강해질 겁니다.”
“하하! 이미 다 늙은 나한테 그래봤자 겁이 나지 않아.”
“진심이십니까?”
토니 위원장이 놀란 눈으로 버드 셀릭을 바라봤다.
버드 셀릭은 야망이 큰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늙은이라고 칭하다니, 이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버드 셀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며칠 전에 정하성을 만났네.”
“그러셨군요.”
“그 친구가 나한테 그러더군. 이제 명예를 챙겨야 할 때가 아니냐고 말이야.”
“명예요?”
“그래. 약물에 대해 미적지근하게 나가지 말고 화끈하게 나가라 조언을 해주더군. 믿기나? 이제 스무 살짜리 신인이 나에게 조언을 했다 이 말이야.”
토니는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이 사실인가 싶었다.
설마 버드 셀릭에게 저런 말을 할 선수가 있었다니?
거기에 그게 20살에 불과했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정하성이기에 이내 인정했다.
“정하성이라면 가능하겠죠.”
“하하! 자네의 말대로야. 녀석이니 가능한 이야기지. 정말 독특한 친구가 나타났단 말이지.”
“그래서 화끈하게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녀석의 조언대로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나? 커미셔너로도 이번 일이 내 임기 중에 일어나는 마지막 사건이 되겠지.”
버드 셀릭이 시가를 비벼서 껐다.
“메이저리그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해. 그래야지만 변화하는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네.”
“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과거에 일어났던 어두운 사건을 확실히 드러내고 가자는 거군요.”
“당장은 아프겠지만, 뿌리까지 뽑아야 메이저리그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걸세.”
버드 셀릭의 뜻은 확고했다.
두 진영에서 아무리 많은 반대의견이 나오더라도 제일 위에 있는 이들이 손을 잡으면 뿌리칠 수 있다.
물론 그 후폭풍도 두 사람이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버드 셀릭은 그 후폭풍을 같이 맞자고 말하는 것이었다.
토니는 고심을 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야구를 위해서라면…….”
“그래. 야구를 위해서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 * *
다음 날.
모든 언론이 사무국과 노조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도핑과 관련된 규약을 강화할 것을 합의!]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과 관련된 선수들에게 특단의 징계를 내릴 것!] [버드 셀릭 인터뷰에서 “알렉스 로드리고를 제명, 그리고 그의 기록을 모두 삭제하도록 지시하겠다”라고 밝히다!] [알렉스 로드리고 새로운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공식성명을 통해 “사무국의 조치에 강력 반발하며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의견을 밝혔다.] [침묵을 깬 알렉스 로드리고!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사무국과 노조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침묵을 깬 로드리고의 외침이 기사에 실렸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로드리고 올 시즌 600홈런은 물 건너갔네 ㅋ
-13년 연속 30홈런 100타점도 빠이~
그의 대기록들이 물 건너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