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57)
마운드의 빌런-157화(157/285)
마운드의 빌런 157화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328탈삼진을 기록한 정하성!] [2002시즌 랜디 존슨의 334탈삼진까지 남은 개수는 단 6개!] [다음 경기에서 랜디 존슨을 넘어설 것이 유력한 정하성!] [선발 첫 전환에서 20승을 만들어낸 정하성! 트리플 크라운이 보인다!] [뉴욕 양키스의 C.C사바시아와 다승 공동 1위에 오른 정하성!]트리플 크라운.
선발투수가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걸 의미한다.
한마디로 시즌을 지배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징과도 같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트리플크라운이 나온 것은 36번에 불과했다.
1990년대 이후로 한정 지으면 단 5번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기록이었다.
[정하성 선수가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면 이번 시즌 MVP 달성도 유력하지 않겠습니까?] [MVP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이번 시즌 MVP의 라이벌은 바로 조시 해밀턴인데. 이 선수가 정말 미친 듯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거든요.]조시 해밀턴.
텍사스 레인저스를 이끄는 타격 괴물이었다.
올 시즌 3할 5푼에 달하는 타율, 30개가 넘는 홈런 거기에 6할이 넘는 장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거기에 OPS는 1.0이 넘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면서 한마디로 메이저리그를 폭격하고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올 시즌 조시 해밀턴의 페이스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그럼 정하성 선수가 MVP를 받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건가요?] [여러 상황을 봐야 하기에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박빙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MVP 수상에는 타자가 유리한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패널의 이 발언은 팬들의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MVP는 당연히 하성이지.
-조시 해밀턴도 괴물이지만, 하성이랑 비교하면 어림도 없음.
-정하성 bWAR이 지금 9.8인데. 장난하나?
-아무리 메이저리그가 타자에게 후하다고는 하지만 올 시즌 MVP는 하성이 답이지.
-남은 4경기에서 2승만 올려도 MVP는 하성임.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그만큼 이번 시즌 하성의 활약은 투수 타자를 가리지 않고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fWAR은 조시 해밀턴이 더 우위에 있지 않냐?
-거기에 해밀턴은 미국인이고.
-보수적인 얘네들이 과연 한국인인 하성을 뽑을지 모르겠다.
메이저리그는 보수적인 집단이었다.
그렇기에 최초의 기록을 내는 것에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시즌 막판까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은 흘러갔다.
* * *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하성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바꾼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냥 마무리투수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엄청난 기록을 남긴 선수였다.
그런 투수가 선발투수로 바꾼다는 건 모험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모든 우려를 실력으로 잠재우고 있었다.
9월의 두 번째 등판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시 해밀턴과의 대결.
첫 타석에서는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기록지에는 단타로 기록됐다.
중견수가 다이빙캐치에서 실패해 2루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에서 5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 만약 조시 해밀턴을 잡아낸다면 2002년의 랜디 존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좌완으로 불리는 랜디 존슨.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조시 해밀턴이라는 상대를 만나게 됐다.
[과연 이번 승부에서 해밀턴을 잡아낼 수 있을지. 정하성 선수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합니다.]트레버의 사인을 받은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구 자세에 들어간 정하성 선수, 1구 던집니다!]와인드업에 이어 킥킹을 이어간 하성이 있는 힘껏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해밀턴은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타구!] [파울이 되긴 했지만, 조시 해밀턴은 역시 스윙에 자신감이 넘치네요.] [현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타자라는 게 스윙에서도 느껴지고 있습니다.]트레버가 던진 공을 받아든 하성이 몸을 돌려 로진을 손끝에 묻혔다.
‘내 공에도 확실하게 반응하고 컨디션이 좋긴 하네.’
올 시즌 조시 해밀턴은 메이저리그에 있는 어떤 타자들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네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라면 난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란 소리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와 타자의 맞대결.
피할 생각은 없었다.
[정하성 선수가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습니다. 상체를 숙이고 사인을 교환하는 정하성 선수.] [신중하게 가야 합니다.] [사인 교환을 끝내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초구는 100마일의 패스트볼이었다.
스윙 타이밍이 좋았기에 다른 투수였다면 여기에서 변화구를 던져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하성이다.’
그러나 조시 해밀턴은 하성을 평범한 투수들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지 않았다.
‘정면승부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하성과는 자주 마주쳤다.
같은 지구이기에 아무래도 그와 상대할 기회가 더 많았다.
그때마다 하성이 평범한 투수와는 전혀 다른 피칭을 한다는 걸 몸소 느꼈다.
‘거기에 이번 승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인 나와 상대하는 거다. 피할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사실 변화구를 던지는 게 피한다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하성의 공격적인 피칭을 생각한다면 그가 변화구를 던지는 게 어찌 보면 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해밀턴은 하성이 정면승부를 해올 거라 예상했다.
‘정면으로 들어온다면 반드시 때려낸다.’
하성의 패스트볼을 염두에 두고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피칭머신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리고 스윙의 속도를 더해갔다.
특히 덜 떨어지는 하성의 공을 때려내기 위해 스윙을 조금 위로 하는 등.
많은 변화를 주었다.
‘앞선 타석도 그렇고 직전 공도 그렇고 패스트볼에 제대로 반응이 되고 있다.’
오늘 경기에서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된 해밀턴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하성이 2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던졌습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것을 본 해밀턴의 눈이 빛났다.
‘왔다!’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 해밀턴은 패스트볼이라 판단을 내렸다.
해밀턴은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후웅-!!
매서운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배트가 공의 궤적을 따라 돌아갔다.
두 궤적이 일치하는 순간.
해밀턴은 이번에야말로 때려낼 거라는 각오를 다졌다.
그 순간.
휘릭!
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깜짝 놀란 해밀턴이 고개를 내려 공을 찾았다.
그런 해밀턴의 눈에 밑으로 떨어진 공이 보였다.
‘스플리터……!’
공의 종류를 확인했지만, 패스트볼에 맞춘 스윙을 바꿀 방법은 없었다.
후웅-!!
배트는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고 직후 공이 미트 속으로 들어갔다.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는 조시 해밀턴!!] [완벽하게 타자를 낚는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정말 완벽한 투구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정면승부를 선호하는 정하성 선수가 멋지게 변화구로 타자의 허를 찔렀습니다!]해밀턴은 인상을 구겼다.
‘여기에서 변화구를 던지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구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처할 수 없었다.
‘망할 새끼.’
하성에게 농락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저 어린 나이의 투수가 이런 공을 던질 수 있을까?
아니,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냉정할 수 있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정구는 분명 패스트볼로 들어올 거다.’
어린 나이일수록 자기가 가진 최대의 무기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성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누가 뭐라 해도 패스트볼이다.
그 광속구는 메이저리그 최고라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분명히 결정구는 패스트볼로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패스트볼을 던지진 않겠지.’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이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은 정면승부가 아니라 변화구로 배트를 끌어내는 승부를 해야 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도 빠른 승부를 즐기는 녀석이잖아?’
문제는 상대가 하성이란 점이다.
하성은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승부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형태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해밀턴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번에도 승부를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밀턴은 엘리트 타자였다.
그것도 올 시즌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였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혼란스러운 생각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다시 패스트볼을 던질 거야.’
결정을 내린 해밀턴이 타석에 섰다.
그리고 배트를 쥐고 마운드 위의 하성을 노려봤다.
보통 선수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패스트볼이 들어올 거라 예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타자들이 하성에게 유리한 볼카운트가 잡히면 유린당했다.
하지만 해밀턴은 달랐다.
‘네가 승부를 해온다면 나도 피하지 않겠어.’
하성이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였다.
하성의 패스트볼은 보통의 것과 달랐다.
100마일이 넘는 광속구였기에 미리 대처하지 않는다면 공을 건들 수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하성이 빠른 승부를 결정지을 때 타자들이 반응조차 못 한 것이다.
‘던져라!’
해밀턴은 하성이 패스트볼을 던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그가 패스트볼을 던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너도 MVP를 원하는 거겠지? 그러니 지금 나를 완벽하게 누르고 싶은 거잖아?’
오늘 승부에서 해밀턴을 완벽하게 잡아낸다면 하성은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시즌 막판이었으니 이미지를 심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거기까지 생각할 정도로 해밀턴은 영리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
그러나 그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흡!!”
쐐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공의 궤적을 확인한 해밀턴의 눈이 빛났다.
‘걸렸어!’
자신의 예상대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해밀턴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먹이를 잡았다는 확신이 드는 스윙이었다.
그 순간.
우뚝!
공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 공을 바라보는 해밀턴의 눈동자가 커졌다.
‘체인지……!’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배트를 억지로 멈추려 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속도가 붙은 배트는 공이 도착하지도 않았음에도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후웅-!
‘……업!’
허망하게 배트가 허공을 가르고.
퍽!
“스윙!”
공이 미트에 꽂혔다.
그리고 구심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배터 아웃!!”
[삼구삼진입니다! 스플리터에 이어 체인지업으로 해밀턴을 완벽하게 속이는 정하성 선수! 시즌 334번째 탈삼진을 달성합니다!!]하성이 랜디 존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5회.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오늘 경기 7번째 탈삼진! 그리고 시즌 335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랜디 존슨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