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59)
마운드의 빌런-159화(159/285)
마운드의 빌런 159화
호텔에서 쉬던 하성은 오랜만에 이사벨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다름이 아니라 크리스 단장이 저에게 연락을 해왔어요. 장기계약을 이야기하자고요.]장기계약이란 말에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요?”
[네. 일단 의사 전달은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말씀드렸어요. 하지만…….]“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번 제의를 그냥 무시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왜죠? 장기계약의 장점은 잘 아시잖아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건 프리랜서인 선수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조건이죠.]선수는 엄연히 따지면 프리랜서와 같다.
1년 단위 계약을 맺으며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계약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성적에 따라 연봉이 줄어들 수도 있고 그 폭이 클 수 있었다.
당연히 선수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선수들 역시 사람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수입이 안정적이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오히려 플러스 알파가 되는 경우가 많죠.]“잘 아시는데. 무시하자고 하시는 건 어떤 이유일까요?”
[첫 번째는 어슬레틱스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는 부분이에요.]“계속 말씀해 주세요.”
[어슬레틱스는 대표적인 스몰마켓이에요. 구단주가 팀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한정된 자금력으로 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죠.]정확한 이야기였다.
[물론 정하성 선수는 이런 케이스에서 논외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슬레틱스가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최대 1억달러가 넘지 못할 거예요.]“계약 기간이 짧으면 나쁠 거 같지 않은데요.”
[잘해야 6년일 거예요. 그쪽 구단주의 성향을 생각했을 때는 8년, 혹은 10년까지 될 가능성이 높고요.]“후자 쪽이 더 무게가 높다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어슬레틱스의 구단주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높아요.]투자에 인색하다 못해 거의 없는 수준인 어슬레틱스의 구단주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이사벨의 설득이 이어졌다.
[아마 어슬레틱스는 장기계약에 실패할 경우 최대 2년을 잡으려고 할 거예요. 2번의 연봉 조정 신청이면 자신들의 자금력으로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요.]“그러니 연봉 조정 신청을 허용하고 트레이드를 대비하자는 거군요.”
[정확해요. 빅마켓으로 넘어간다면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는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아니, 확실해요.]이사벨이 확언을 했다.
이는 에이전트에게 있어 다소 위험한 발언과도 같았다.
만약 실패했을 경우 자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하성을 믿었다.
그가 기록한 엄청난 성적들은 단지 반짝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성이 직접 시즌을 준비하면서 보여주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현재 정하성 선수의 수입은 연봉보다는 더 높은 광고 개런티에 있습니다. 그 부분에 집중한다면 당장 연장계약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거예요.]이사벨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하성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장기계약은 어슬레틱스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미루는 쪽으로 하죠.”
[잘 선택하셨어요!]“대신 올 시즌이 끝난 뒤 광고 부분을 확실하게 책임져 주세요.”
[네! 대신 시즌 종료 이후에는 미국에서 더 머물러야 할 수도 있어요.]“상관없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정리해서 보고드릴게요!]전화를 끊은 하성은 창밖을 바라봤다.
이제는 익숙해진 오클랜드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볼 수 있는 것도 길지 않겠어.”
팀에 대한 애정은 있었다.
팬들 역시 친절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것들보다 자신의 몸값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결국 트레이드되겠지.”
어슬레틱스는 자신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다.
그것을 알기에 그들은 장기계약을 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 조건에 응할 생각은 없었다.
어슬레틱스가 갑자기 미쳐서 10년 3억 달러 정도의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내가 FA가 되는 2010년대 중반, 그리고 2020년대에는 연봉이 더욱 올라간다.”
하성은 이미 미래를 경험했다.
지금 최고연봉이라 말하는 알렉스 로드리고의 2,000만 불 후반의 금액은 2020년대에는 흔한 게 된다.
메이저리그는 도태되지 않고 더욱 부흥하며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헐값에 계약할 순 없지.”
그걸 알기에 하성은 기다렸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데 집중하면서 말이다.
* * *
어슬레틱스와 텍사스.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두 팀의 레이스가 계속되고 있었다.
[시즌 중반만 하더라도 텍사스 레인저스의 기세가 매서워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후반기 어슬레틱스가 속도를 내면서 어느새 텍사스를 따돌리고 지구 1위를 차지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어슬레틱스가 텍사스를 잡아낼 수 있었던 이유로 이 선수를 꼽았습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선 하성을 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고의 선발투수가 된 정하성 선수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올 시즌 성적은 경이롭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죠.] [작년 메이저리그 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한 정하성 선수, 돌연 10시즌 선발투수로 전향해 많은 우려를 받았지만 실력으로 그런 시선을 걷어냈습니다.]하성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어디를 가더라도 최고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만큼이나 스타성도 좋기에 하성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하성은 그러한 기대에 걸맞은 피칭을 이어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0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정하성 선수가 매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을 잡아서 당연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매 경기 한다는 건 정말 엄청난 겁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놀란 라이언, 랜디 존슨을 제외하고 매 경기 탈삼진을 잡아내는 선수는 없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하성의 활약은 오늘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시즌 23번째 승리를 위한 그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9회 초 스코어 3 대 1에서 정하성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미 투구 수가 110구에 이르렀지만, 코치진은 정하성 선수를 계속 기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어슬레틱스의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게 하나의 이유겠죠?]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를 제외하곤 어슬레틱스의 선발투수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연스레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기에 정하성 선수가 던질 때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어슬레틱스의 투수들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투수도 정하성 선수이지 않습니까?] [정답입니다. 불펜을 포함하여 모든 투수들 중 평균자책점을 포함해 WHIP 등, 모든 스탯이 낮으니 다른 투수를 투입할 이유가 없죠.]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선발투수가 불펜투수보다 ERA를 비롯해 모든 스탯이 낮다니 말이다.
그만큼 하성의 올 시즌 활약이 경이롭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110구를 넘더라도 하성이라면 충분히 세 명의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
토니 감독은 마운드 위의 하성을 보며 확신을 가졌다.
그동안 보여준 하성의 실력이라면 오늘 경기에서도 확실하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정하성 선수 첫 타자를 상대합니다.]체력이 빠졌다는 걸 알고 있는 타자는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하성의 노련함이 한 수 위였다.
“흡!!”
쐐애애액-!
하성이 공을 던지고.
후웅-!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공을 낚아챘다.
높게 떠오른 타구가 좌익을 향해 날아갔다.
[잘 맞은 타구! 쭉쭉 뻗습니다!!] [아~ 이건 위험합니다!]육안으로 보더라도 잘 맞은 타구였다.
하지만 공을 때린 타자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타구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 타구 급격하게 떨어집니다!]당장에라도 담장 밖으로 날아갈 거 같던 타구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좌익수가 펜스 앞에 멈춰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공은 정확히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퍽!
[아웃입니다! 넘어갈 거라 생각했던 타구! 하지만 더 이상 뻗지 못하고 펜스 앞에서 잡힙니다!]그때 하성의 구종이 나왔다.
[아! 정하성 선수가 던진 공이 포심 패스트볼이 아니라 컷패스트볼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커터였기에 배트의 중심에서 벗어났고 그로 인해 타구의 위력이 마지막에 줄어든 것이죠.] [정하성 선수를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만들어주었던 커터를 9회에 다시 사용하면서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냅니다!]자신을 메이저리그에 각인시켰던 커터로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재밌는 승부를 펼쳤다.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를 어떤 공을 던질지, 사인을 교환한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와인드업과 함께 하성이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몸쪽을 빠르게 찔러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돌아갔다.
딱!!
[이번에도 잘 맞은 타구!]이번 타구는 우익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익수는 뒤로 물러나 이번에도 펜스 앞에서 위치를 잡고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타구 급격하게 떨어집니다!]마치 첫 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와 데자뷰가 일어난 듯한 장면이었다.
잘 맞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익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퍽!
[잡았습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도 펜스 앞에서 잡힙니다!] [이번에 던진 공은 스플리터였네요. 이번에도 포심 패스트볼을 노리는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공이었습니다.] [첫 타자도 그렇고 두 번째 타자 역시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왔지만, 정하성 선수의 노련한 피칭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거 참…… 이제 21살인 선수에게 노련한 피칭이란 말이 어울리다니. 정말 알 수 없는 투수입니다.]흔히 노련한 피칭이란 말은 베테랑에게나 쓰는 말이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2년 차인 하성에게 사용하니 언밸런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성은 세 번째 타자를 상대했다.
‘젠장……. 지쳤으니 당연히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질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두 개의 공 모두 커터와 스플리터라니.’
두 개의 공 모두 패스트볼을 노리는 타자를 요리하기에 완벽한 공이었다.
즉, 하성은 타자들이 패스트볼을 노릴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소리다.
‘이번에는 패스트볼이 올 거야.’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설마 3번 모두 패스트볼이 아닌 변화구를 택하진 않을 것이다.
그럴 만한 배짱을 가지기에는 하성은 너무 어렸다.
하지만.
“흡!!”
[공, 던졌습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은.
쐐애애액-!!
‘이번에야말로 패스트볼이다!’
패스트볼처럼 위장한.
휘릭!!
‘멈췄어!’
체인지업이었다.
‘젠장……!’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 앞으로 달려 나오며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냅니다! 정하성 선수의 완투승이 완성됩니다!!] [아~ 정하성 선수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9회였습니다!] [시즌 23번째 승리를 달성하는 정하성 선수! 다승 1위의 자리는 흔들림이 없습니다!!]시즌 23승.
9월에도 하성의 승리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