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0)
마운드의 빌런-160화(160/285)
마운드의 빌런 160화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의 다승왕 승부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
최근 한국에서 방영 중인 메이저리그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날에 있었던 경기 소식과 메이저리그의 전반적인 소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꽤 정확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진다는 평가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건 역시 개인 타이틀 부문이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는 정하성 선수로 23승을 올린 상태입니다. 그 뒤를 C.C사바시아 선수가 22승으로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정말 감회가 새롭네요. 설마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다승왕을 그것도 20승 이상을 기록하다니 말이죠.] [하지만 아직 다승왕이 확정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내일 선발로 나서는 C.C사바시아 선수가 승리를 거둔다면 두 선수의 다승왕 경쟁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화면에 사바시아와 하성의 프로필이 떴다.
[현재 정하성 선수는 탈삼진, 평균자책점은 1위로 확정을 지은 상황입니다.] [정말 경이롭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성적입니다. 358개의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1.24는 표현이 어려울 정도의 성적이네요.] [이미 훌륭한 성적을 올렸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당연히 욕심을 내야 합니다. 이런 기록을 또 언제 달성할지 모르기에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할 수 있을 때 타이틀을 획득하는 게 좋습니다.]다승 타이틀만 획득한다면 하성의 트리플 크라운은 완성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성의 리그 MVP 역시 가능한 상황이었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도 정하성 선수의 리그 MVP 수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주요 언론들을 중심으로 리그 MVP 수상이 가능할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죠.] [분명 그런 예측도 있지만, 여전히 받지 못할 거란 예측도 많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가상투표에서는 정하성 선수가 MVP 수상을 하지 않았습니까?]화면이 바뀌고 그래프 화면이 나타났다.
거기에는 두 선수의 이름이 있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시 해밀턴과 하성이었다.
[이 그래프는 미국 최대규모의 메이저리그 팬사이트인 메이저리그 매니아에서 진행한 조시 해밀턴과 정하성 선수 중 누가 더 리그 MVP에 걸맞으냐는 투표의 결과였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압도적인 표를 받았군요.] [예. 총 투표자 수가 1만 7천 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1만 4천 명이 정하성 선수에게 투표했습니다.]팬들은 알고 있었다.
하성이 리그 MVP를 받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결과가 언제나 팬들이 원하는 대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 거 같습니다.] [과연 기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정하성 선수는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MVP 수상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
다음 날.
사바시아는 선발로 등판해 8이닝 3실점 탈삼진 11개를 잡아내면서 승리투수가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성은 입맛을 다셨다.
“더럽게 잘 던지네.”
사바시아의 투구는 확실히 예술적이었다.
파이어볼러의 유형은 아니었지만, 던지는 변화구들 모두가 위력적이었다.
“이걸로 동률인가.”
다승왕은 하성으로서도 탐나는 타이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걸 얻으면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KBO에서도 단 한 번밖에 해내지 못했었지.”
KBO에서 뛸 당시 하성은 4년 차에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었다.
한 번 맛을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제 눈앞까지 다가온 기록이라서 그런 걸까?
하성은 트리플 크라운에 욕심이 생겼다.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되겠네.”
하성과 사바시아.
두 투수는 모두 1번씩의 등판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이대로 동률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자칫하면 두 명의 다승왕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한 명이 나올 거 같은 느낌이야.”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란 게 있었다.
지금이 딱 그랬다.
자신 아니면 사바시아.
둘 중 한 명만이 다승왕이란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해야지.”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는 하성의 눈이 빛났다.
* * *
하성과 사바시아 두 선수의 다승왕 경쟁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양키스의 에이스 C.C사바시아와 어슬레틱스의 에이스 정하성 선수의 다승왕 경쟁이 치열합니다.] [정하성 선수는 이번 시즌 다승왕 타이틀까지 차지하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 리그 MVP 역시 받을 것이 유력한 상황이 됩니다.] [두 선수의 시즌 마지막 등판은 같은 날에 열려 메이저리그 팬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하성과 사바시아의 마지막 등판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로 배정됐다.
직접적으로 두 팀이 맞붙는 건 아니었다.
양키스는 같은 동부지구인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하고 어슬레틱스는 서부지구인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한다.
두 팀 모두 강팀이라 할 수 없는 팀들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승왕 타이틀이 누구의 손에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블루제이스와 매리너스를 상대로 두 투수가 난타를 당할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사실상 두 투수 모두 승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두 팀의 타선이 힘을 못 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긴 최근 양키스의 팀 분위기가 매우 나쁘죠.]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 이후 양키스의 타선은 붕괴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로 인해 1위를 지구 라이벌인 레드삭스에 내주고 말았죠.]본래라면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했었다.
하지만 하성이 터트린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과 로드리고가 연달아 터뜨린 사건들은 양키스란 거대한 팀을 붕괴시켰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진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로 인해 타선이 무너져 현재는 레드삭스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양키스는 양키스입니다. 이전 사바시아 선수의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터질 때는 화끈하게 터지는 팀이란 소리죠.] [반면 어슬레틱스의 타선은 답답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최근 5경기에서 평균 득점이 2.7점으로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중심타선인 아놀드 선수가 부진한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더군요.]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다 보니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만, 확실히 최근 타격에 문제가 있죠.]아놀드는 친구들이 하성을 습격하려고 했던 사실을 안 이후부터 타격이 침체되어 있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그가 부진하자 타선 자체가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어슬레틱스에서 현재 그를 대처할 선수도 마땅치 않았다.
‘아놀드의 파워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한 방이다. 녀석을 바꿀 순 없어.’
토니 감독은 하성의 경기에서도 그를 원래대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아놀드는 경기를 준비하는 내내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젠장……. 집중이 되지 않아.’
그 이유는 아놀드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동고동락했던 자신의 친구들이 팀메이트를 습격하려고 했던 사실이 충격이었다.
흑인들에게는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그들의 문화들 중 하나인 커뮤니티는 동네 친구를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인식한다.
커뮤니티 중 한 사람이 성공하면 그 사람이 커뮤니티 일원을 모두 부양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호미 문화라고 일컫는데, 이로 인해 성공한 스타들이 파산하는 일이 많았다.
한마디로 친구도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아놀드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 가족이 내 친구를 죽이려고 했어…….’
그 충격은 어린 나이의 아놀드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컸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경기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성이 그에게 다가갔다.
“아놀드, 곧 경기에 나가야 되는 놈이 왜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야?”
“하성…….”
아놀드가 고개를 들어 하성을 바라봤다.
“설마 네 친구들 때문에 네가 죄책감을 느끼는 거야?”
“……단순한 친구들이 아니야. 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내던 친구들이었어.”
“호미 문화를 말하는 거군.”
“알고 있어?”
“어릴 때 흑인이었던 친구가 있었어. 녀석에게 들었지. 너희들 문화들 중 하나인 커뮤니티에서 성공한 사람은 일가친척은 물론 친구들까지 부양해야 한다는 거.”
“부양이 아니야. 그건 책임인 거지. 내가 번다고 해서 전부 내 것이 아니야.”
흑인 특유의 문화다.
하성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다.
미국에 건너와 슈퍼스타였던 이들이 친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어려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모습을 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 물어봤다.
그렇게 힘든데 왜 친구들까지 부양하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했다.
[나 역시 그렇게 커왔으니까.]그것은 단순히 1~2년 이루어진 문화가 아니었다.
흑인들과 함께 커왔기에 그것을 벗어 던지라는 건 불가능한 소리와 같았다.
‘호미 문화에서 벗어나라는 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개소리지.’
본질을 벗어나는 조언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했다.
하성은 아놀드의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 오늘 꼭 이기고 싶다.”
“어?”
“다승왕이란 거 이왕 기회가 왔으니 해보고 싶다고.”
“아…….”
“이거만 잡아내면 트리플 크라운이다. 너도 알지? 트리플 크라운이란 거 하기 힘든 거.”
“알지.”
“그런데 내가 아무리 잘 던져도 경기에서 혼자 이기는 건 불가능하거든.”
하성이 아놀드를 바라봤다.
“그러니 네 도움이 좀 필요하다.”
“내 도움…….”
“그래. 나도 네 친구 아니냐? 그러니 힘들 때는 네가 좀 도와주라.”
아놀드는 책임감이 강한 선수였다.
그 책임감이 스스로에 대한 책임보다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란 게 문제였다.
‘이런 유형의 타입이 은근히 많지.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주위 사람들부터 챙기는 유형.’
아놀드는 그중에서도 꽤 심각한 타입의 유형이었다.
이런 타입에게 너를 위해서 쳐라라는 말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건드려 주는 게 좋았다.
“난 너만 믿는다.”
바로 그의 바운더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호미 문화는 결국 가족의 개념을 커뮤니티까지 확장시킨 것에 불과했다.
말인즉슨 친구로서 그에게 부탁한다면 아놀드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리였다.
“그럼 오늘 경기에서 부탁하마.”
남들이 보기에는 부담을 주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아놀드의 책임감에 불을 지폈다.
‘하성이 날 믿는다.’
책임감이 불타기 시작한 아놀드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 * *
[홈구장에서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서는 정하성 선수! 다승왕을 위해서는 오늘 경기에선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오른 하성을 잡았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니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2010시즌.
정규시즌 마지막 피칭이 시작됐다.
“플레이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