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1)
마운드의 빌런-161화(161/285)
마운드의 빌런 161화
평소 하성의 선발등판이 있는 날이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어슬레틱스의 경기를 본다.
그래서 어슬레틱스를 제외한 다른 경기의 경우 시청률이 낮게 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양키스 경기도 시청률이 장난 아닌데요?”
“동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방송국에선 양키스의 경기에 몰린 시청자들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그만큼 오늘 경기는 무척이나 중요한 경기였다.
[딱!!] [타구 빗맞습니다! 중견수 뒤로 물러나며 위치 잡습니다.] [퍽!] [안정적으로 잡아내면서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사바시아 선수 1회 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감합니다.] [역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는 사바시아입니다.]사바시아는 변화구와 안정적인 제구력을 내세워 세 명의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웠다.
그와 반대로 하성은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01마일의 광속구가 미트에 꽂힙니다! 세 번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1회에만 탈삼진 두 개를 잡아냈어요! 오늘 경기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1회를 무난하게 끝낸 두 투수.
하지만 타선은 달랐다.
[딱-!!] [때렸습니다! 삼유간을 가르는 타구! 안타입니다!] [역시 데릭 지터! 여전히 좋은 타격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이 흔들려도 캡틴은 흔들리지 않는군요!]데릭 지터의 선두타자 출루.
그것을 시작으로 맹렬한 공격이 시작됐다.
[딱-!!] [잘 맞은 타구! 이번에는 우중간을 가릅니다! 데릭 지터는 안정적으로 3루에! 타자 주자는 2루까지 진루합니다!] [1회에 바로 찬스를 잡아내는 양키스입니다.]양키스가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마크 테셰이라였다.
[따악-!!] [3구를 강타! 이건 큽니다!!]높게 떠오른 타구가 삽시간에 담장밖으로 넘어갔다.
[넘어갑니다! 첫 타석에서 쓰리런을 터뜨리는 마크 테셰이라! 양키스가 레드삭스를 상대로 3 대 0으로 앞서 나갑니다!]단숨에 사바시아를 향해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 * *
양키스가 점수를 올리고 있을 때.
어슬레틱스의 첫 공격은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아놀드 선수가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한 어슬레틱스. 확실히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키스는 집중력을 살려 1회부터 3점이란 점수를 낸 상황인데요.] [과연 어슬레틱스 타선이 폭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마운드에 하성이 다시 올랐다.
[정하성 선수의 외로운 사투가 계속 이어집니다.]점수를 내주지 못하는 동료들만큼이나 투수를 외롭게 만드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야구에는 흐름이 존재한다. 그 흐름이 오기 전까지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 해.’
흔히 야구는 흐름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팀이라도 흐름이 찾아온다.
그 흐름이 찾아왔을 때 준비가 된 선수라면 그것을 잡아낼 것이다.
투수에게 준비란 간단히 말해 점수를 내주지 않고 버티는 걸 말한다.
점수를 내주지 않는 피칭을 이어가면 같은 팀의 타자들이 점수를 냈을 때 승리투수의 여건을 채우니 말이다.
‘내가 할 것은…….’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것.’
사인을 교환한 그가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찾아온다.’
킥킹과 함께 스트라이드를 내디딘 하성의 2회가 이어졌다.
* * *
어슬레틱스와 양키스.
두 팀은 서로를 상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팬들은 두 팀을 주시했다.
-사바시아가 유리하네.
-그러게 말이야.
-3점이나 얻어주네.
-아무리 배트가 무뎌졌어도 양키스는 양키스네.
-클럽하우스는 여전히 분위기가 좋은가 본데?
양키스가 3점을 앞선 상황.
팬들은 이번 다승왕 레이스가 사바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초반이지만 3점의 리드를 얻은 사바시아가 승리를 올리지 못할 가능성은 적었다.
반면 어슬레틱스는 이렇다할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어슬레틱스 타선 오늘도 암덩어리네.
-ㅇㅈ.
-오늘은 그래도 아놀드가 나름 힘내는데?
-벌써 멀티히트 때려냈네.
-안타와 2루타.
-나쁘지 않은 듯.
-문제는 그걸 점수로 내지 못하는 거지.
-하성의 부탁에 각성이라도 한 걸까?
아놀드는 벌써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회복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점수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는 5회를 지나고 있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점수를 내지 못한 가운데. 6회 초 정하성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현재까지 투구 수가 70개에 이르는 정하성 선수, 탈삼진은 어느덧 9개를 잡아냈지만 점수가 나지 않으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면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는데요.] [맞습니다. 투수가 마운드를 굳건히 지켜주고 있을 때 점수를 내지 못하면 흐름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예상은 적중했다.
딱!!
[때렸습니다! 타구 3루 라인……! 안쪽에 떨어집니다!] [아-! 좋은 타구가 만들어졌어요!] [타자 주자 2루까지 안전하게 들어갑니다!] [타구의 코스가 너무 좋았기에 타자가 2루까지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 첫 안타를 허용하는 정하성 선수! 그리고 위기에 봉착합니다!]무사에 2루.
누가 보더라도 위기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점수를 내준 것도 아니고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지금 해야 할 건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타자들의 집중력도 높아진다.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집중력 역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후우…….”
상체를 숙여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한 하성이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2루 주자를 눈으로 견제한 정하성 선수, 빠르게 슬라이드 스텝!]세트포지션에서 스트라이드를 밟는 동작을 슬라이드 스텝이라 부른다.
이 동작이 느리거나 미숙하면 주자에게 도루를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성의 슬라이드 스텝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콰직!
스트라이드와 함께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박혔다.
휘릭!!
뒤이어 그의 몸이 회전하며 빠르게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던졌습니다!]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코스는 타자의 바깥쪽 낮은 곳을 정확히 찔렀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타구가 우익수를 향해 날아갔다.
우익수는 뒤로 물러나면서 펜스 앞에 자리를 잡았다.
[2루 주자 태그업 준비!]동시에 2루 주자가 베이스를 밟고 뛰어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공이 우익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순간.
퍽!
타닷-!
[2루 주자 뛰었습니다! 우익수 아놀드! 있는 힘껏 3루로 공을 뿌립니다!]아놀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강견으로 뽑히는 외야수였다.
하지만 펜스 앞에 떨어진 타구였기에 주자를 잡는 건 어려움이 있었다.
촤아앗-!
퍽!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희생플라이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냅니다.] [원아웃에 주자 3루. 상당히 어려워진 정하성 선수입니다.]이제 희생플라이 하나만 나오더라도 득점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하성의 입장에선 가장 껄끄러워진 상태였다.
[위기에 빠진 정하성! 반면 기회를 잡은 매리너스! 과연 매리너스가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원아웃에서 피칭이 이어집니다!]하성은 자신의 손에 들린 공을 바라봤다.
‘3루라……. 여차하면 점수를 내주겠군.’
단 1점이지만, 지금 경기의 흐름대로라면 결정타가 될 수 있었다.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게 가장 베스트인 상황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지.’
어려운 일이었지만, 하성은 자신 있었다.
‘여기에서 필요한 건 삼진이다.’
삼진을 잡아내면 타자는 움직이지 못한다.
만약 때리더라도 외야로 나갈 수 없는 타구를 유도해야 했다.
‘낮은 코스로 가자.’
트레버 역시 같은 계산이었다.
그가 요구한 코스는 바깥쪽 낮은 코스.
우타자가 때리더라도 3루 쪽으로 굴러갈 확률이 높기에 여차하면 더블플레이까지 노려볼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정하성 선수, 어려운 상황에서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삼진 혹은 그라운드볼입니다.] [과연 정하성 선수가 여기에서 점수를 내주지 않고 막아낼 수 있을지! 공 던집니다!]세트포지션은 필요 없었다.
주자가 3루에 있기에 바로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주자 역시 무리하지 않았다.
어설프레 달리려 했다가 견제사라도 당하면 분위기는 단번에 넘어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성은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3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 [타자가 공격적으로 나오네요.] [어떻게든 외야로 보내기 위해 퍼 올리는 스윙을 하는 타자입니다.] [당연한 선택입니다. 여기에서 선취점을 낸다면 오늘 경기 흐름상 결승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빠른 템포로 2구 던집니다!]하성은 타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흡!!”
쐐애애액-!
후웅!!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103마일! 오늘 경기 최고 구속이 찍히면서 배트를 헛돌게 만듭니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볼의 회전력도 좋아서 스윙의 궤적보다 더 높은 코스로 들어갔어요.] [위기의 순간, 가장 필요할 때 최고의 공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이제는 천천히 가도 됩니다!]투스트라이크다.
타자는 조급하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제외한 모든 것을 커트해야 했다.
완전히 빗나가는 공이 아닌 이상 카운트는 투수인 하성의 편이었다.
여기에서는 천천히 승부를 해도 된다.
변화구를 던져 그의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해도 된다.
하지만.
‘어설픈 공을 던질 바에는 승부를 봐야 한다.’
어설픈 공을 던졌다가는 얻어맞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희생플라이가 될 수도 있기에 하성은 긴장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승부를 보겠어.’
하성의 사인에 트레버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하성 선수, 3구 던집니다!]와인드업과 함께 하성이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바깥쪽을 찔러 들어갔다.
‘이번에도 패스트볼이냐!’
후웅!!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패스트볼을 기다리고 있던 타자의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공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배트의 위를 그대로 통과했다.
후웅-!!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정하성 선수! 이번에도 103마일의 공을 던지면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냅니다!]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삼진을 만들어내는 정하성!!]투아웃에 주자는 3루.
하성에게는 가장 위험했던 상황이 사라졌다.
이제는 아웃 카운트 하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이들이 위기가 건너갔다고 생각한 순간.
딱-!!
[때렸습니다!!]다음 타자가 2구를 강타.
타구가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잘 맞은 타구!!]타구의 코스가 좋았다.
좌익수와 중견수의 한가운데인 위치.
타구의 속도도 빨라 이대로 떨어지면 장타 코스가 될 게 분명했다.
3루 주자는 이미 홈플레이트 앞에 도착한 상황.
그때 아놀드가 타구를 향해 맹렬히 질주했다.
“마이!!”
그리고 외마디 외침과 함께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아놀드 다이빙!!]마치 슈퍼맨처럼 날아오른 아놀드가 팔을 뻗었다.
퍽!!
촤아아앗-!!
떨어지던 공이 사라지고 아놀드가 잔디 위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속도가 줄어들자 글러브를 높게 치켜들었다.
카메라는 그런 아놀드의 글러브를 줌인해 안에 있는 공을 잡아냈다.
[잡았습니다!! 엄청난 수비가 나오면서 실점 위기를 막아내는 아놀드!!] [아-! 정말 탄성밖에 나오지 않는 호수비가 나왔어요!] [이것이 메이저리그입니다! 이것이 메이저리그 레벨의 수비예요!!] [정하성 선수도 마운드 위에서 아놀드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위기를 넘긴 하성은 더그아웃 앞에서 아놀드를 기다렸다가 손을 내밀었다.
“나이스 캐치!”
“도움 좀 됐지?”
“물론이지! 덕분에 한숨 돌렸다!”
두 사람이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이닝이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