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2)
마운드의 빌런-162화(162/285)
마운드의 빌런 162화
위기 뒤에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도 그러한 흐름이 나오고 있었다.
[6회 초, 실점의 위기를 넘긴 정하성 선수. 그리고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이번 이닝의 공격 타순이 좋습니다. 상위타순인 잭부터 시작하고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던 아놀드 역시 세 번째 타자로 나오게 되네요.] [위기를 넘긴 만큼 여기에서 점수를 내주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렇습니다.]하성을 응원하는 모든 이가 점수나기를 기원했다.
하성 역시 벤치에 앉아 동료들의 타격을 바라봤다.
‘흐름이 나쁘지 않아.’
많은 경험을 했기에 이런 순간에 점수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딱-!!
[4구를 강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선두타자 잭이 출루합니다!]잭이 출루했다.
간결한 스윙으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다음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뻐억!
“볼! 베이스 온 볼!!”
[빠졌습니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빠지는 볼을 잘 참아냅니다! 이로써 무사에 주자는 1, 2루가 됩니다!] [오늘 경기 제일 좋은 찬스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타석에는 6회 초 엄청난 슈퍼맨 캐치를 보여준 아놀드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좋은 타격과 수비까지 보여준 아놀드 선수가 여기에서 한 방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아놀드의 컨디션은 좋았다.
최근 부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역시 녀석은 자신을 위한 삶보다 타인의 위한 삶에 더 익숙한 타입이야.’
하성은 벤치에서 아놀드를 보며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확신했다.
조금 극단적인 유형의 타입이었지만, 나쁠 건 없었다.
‘이번 타석도 기대해도 되겠어.’
과연 아놀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그리고 하성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놀드였다.
뻐억-!
“볼!”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 내밀지 않는 아놀드 선수! 오늘 선구안이 매우 좋습니다!] [컨디션이 좋아 보여요. 그러니 그런 타구를 슈퍼맨 캐치로 잡을 수 있었겠죠!] [볼카운트가 쓰리볼 원스트라이크가 됐습니다.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아놀드 선수!] [여기서는 노림수를 가지고 과감하게 배트를 돌려도 좋습니다!]투수가 완전히 몰린 상황.
아놀드가 확실히 유리한 위치에서 5구를 맞이했다.
[사인을 교환한 투수, 세트 포지션에서 공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전력을 다한 투수의 공이 아놀드의 바깥쪽 낮은 코스를 노리고 들어왔다.
절묘한 코스였다.
공의 구위와 구속 모든 게 완벽했다.
저곳에 꽂히면 타자가 제대로 반응하기 어려웠다.
만약 때린다 하더라도 공의 범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완벽한 코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후웅-!!
아놀드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마치 밑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밑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스윙으로 공을 낚아챘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높게 떠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순식간에 관중석에 떨어졌다.
툭!
[넘어갔습니다!! 쓰리런 홈런!! 아놀드 선수가 가장 필요한 순간, 한 방을 터뜨립니다!]아놀드의 쓰리런이 터졌다.
* * *
3 대 0.
어슬레틱스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는 사이.
딱-!!
[잘 맞은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 2루 주자 3루 돌아 홈으로! 홈인! 스코어 3 대 2가 됩니다!] [양키스의 사바시아 투수 7회 초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계 투구 수에 가까워지면서 사바시아의 제구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아직 주자가 득점권에 있다는 것이죠.] [조 지라디 감독이 여기에서 에이스를 교체할 건지가 중요하겠군요.]에이스.
팀에 존재하는 투수들 중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를 의미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승리를 가져오는 것.
그런 역할을 하기에 에이스가 가지는 프라이드는 대단했다.
그렇기에 지라디 감독은 함부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교체해야 한다.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사바시아가 손짓을 보내고 있다.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신호였다.
에이스가 저렇게 의사표현을 해온다면 감독의 입장에서도 함부로 교체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에이스이기에 지켜봐야 한다.
설령 그게 팀의 패배라 할지라도 말이다.
[원아웃 주자 2루에서 사바시아가 다음 타자를 상대합니다.]사바시아도 잘 알고 있었다.
뻐억-!
“스트라이크!”
[91마일의 빠른 공이 미트에 꽂힙니다! 스트라이크 원!]지금 이 순간 마운드에 내려가는 게 올바른 선택이란 걸 말이다.
딱!
“파울!!”
[2구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갔습니다!]하지만 에이스이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승리를 지키고 다승 1위에 오르고 싶었다.
퍽!
“볼!!”
[슬라이더에 배트 내밀지 않습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투구 수가 117구까지 늘어납니다!]쓸데없는 고집이라 말할 수 있었다.
투수의 승리는 혼자 지키는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이틀이 걸린 경기였다.
이런 경기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매듭을 짓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신감도 있었다.
‘7회까지는 잡아낼 자신이 있다.’
결정을 내린 사바시아가 5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던졌습니다!!]후웅-!!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릭!
공이 밑으로 뚝 떨어지며 배트 아래를 지나 미트에 꽂혔다.
퍽!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삼진을 잡아내는 사바시아! 양키스의 에이스다운 피칭입니다!]7이닝 2실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로 사바시아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 * *
사바시아의 투구가 마무리된 시간.
어슬레틱스의 마운드는 여전히 하성이 지키고 있었다.
[방금 사바시아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갔다고 하는군요. 7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면서 스코어는 3 대 2.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로 교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사바시아네요.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어요.] [이렇게 되면 사바시아 선수의 24승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양키스의 불펜을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요.]양키스의 불펜에는 리베라가 있었다.
노장이지만 리베라는 올 시즌에도 30개 이상의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한 가지 불안요소라면 그의 세이브 성공률이 최근 5년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80퍼센트 중반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제 다승왕 타이틀에 대한 키는 정하성 선수에게 넘어왔습니다.]7회 초에 마운드에 오른 하성은 세 명의 타자를 연달아 상대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2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딱!!
“마이!!”
퍽!
[2루수가 안정적으로 타구를 잡아냅니다! 투아웃!!]딱!!
[잘 맞은 타구!!]퍽!!
쐐애애액-!
뻐억!
“아웃!!”
[아웃입니다! 연달아 멋진 수비가 나오면서 이닝 종료됩니다!] [어슬레틱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동료들도 알고 있었다.
하성이 다승왕 타이틀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렇기에 지켜주고 싶었다.
‘에이스가 원하면 해줘야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다.’
팀 전체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 * *
모든 이들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공동 다승왕 가나?
-그럴듯.
-두 명 모두 잘 던지네.
-하성이 여기에서 더 실점할 가능성은 없잖아?
-ㄹㅇㅋㅋ
질 거 같지가 않다.
다승왕은 공동으로 받을 거 같다고 말이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두 팀은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었다.
[8회 초, 정하성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어슬레틱스의 불펜은 누구도 몸을 풀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정하성 선수가 경기를 끝내겠다는 소리로 보이네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정하성 선수는 단순히 공이 빠른 것만이 아니라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는 투수니까요.]하성이 투수로서 보여준 모습은 엄청났다.
탈삼진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선발에게 가장 필요한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90구가 넘은 상황에서도 어슬레틱스의 불펜에선 몸을 푸는 투수가 없었다.
[정하성 선수가 8회 첫 타자를 상대합니다.]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하성이 타자들을 가볍게 요리했다.
구속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공을 때려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한 하성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나이스 피칭!”
“땡큐.”
동료들과 가볍게 글러브를 터치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였다.
“헤이! 정!! 리베라가 불을 질렀어!”
관중석에서 있던 사내가 외쳤다.
불을 질렀다는 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는 소리였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하성은 곧장 매니저를 찾았다.
“양키스 스코어가 어떻게 되고 있어?”
“어…….”
매니저는 당황했다.
이미 토니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토니 감독이 직접 찾아왔다.
“3 대 3이 되었다. 리베라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어.”
“정말입니까?”
“그래. 네가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전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토니 감독이 천장을 노려봤다.
관중석과 가깝다 보니 쓸데없는 정보가 들려오는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성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설마 제가 이런 일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그럼 조금 실망인데요.”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제가 경기를 끝내겠습니다.”
“음…….”
토니 감독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하성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까지 휴식도 취할 수 있으니 괜찮겠지.’
하성은 오늘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다.
다음 등판은 일주일 뒤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네 손으로 직접 다승왕을 거머쥐도록 해.”
“예.”
* * *
[속보입니다.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 선수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사바시아 선수의 24승이 좌절됐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단독 다승왕에 오를 수 있겠군요!] [사실 이제 교체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과연 9회에도 정하성 선수가 오를까요?]그때 카메라가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는 하성을 비추었다.
[말 끝나기 무섭게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경기를 끝내겠다 이거군요.]마운드에 오른 하성이 피칭을 이어나갔다.
* * *
[첫 타자를 상대로 원볼 투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정하성 선수, 4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2루수 몸을 날립니다!]퍽!
[잡아냅니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 1루로!]퍽!
“아웃!!”
집중력을 잃지 않은 수비.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3구 던집니다!]“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몸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98마일의 빠른 공!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하성의 기가 막힌 피칭.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어슬레틱스는 막강했다.
[9회 투아웃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 이제 남은 건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이들에게 매리너스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딱-!!
[4구를 강타!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아-! 이건!]높게 떠오른 타구를 아놀드가 자리를 잡고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퍽!
“와아아아아-!!”
그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고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있는 하성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승리를 자축했다.
[시즌 24번째 승리를 달성하는 정하성 선수! 그리고 동시에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1위를 확정 짓습니다!!]하성의 트리플크라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