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3)
마운드의 빌런-163화(163/285)
마운드의 빌런 163화
24승 무패.
선발로 전향한 하성의 2010시즌 성적이었다.
평균자책점은 1.27, 탈삼진은 371개를 기록했다.
[정하성 정규시즌 종료!] [경이로웠던 2010시즌!] [메이저리그를 정벌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토록 완벽했던 선발투수는 없었다!]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은 라이브볼 시대 역대 최고의 피칭!] [1974년의 놀란 라이언도 넘었다! 라이브볼 역대 탈삼진 4위에 오른 정하성!] [메이저리그 투수 트리플크라운 확정! 시즌 MVP가 보인다!]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할 것인가?!]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하게 될 정하성!]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까지.
야구를 하는 모든 나라에서 하성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한국은 말 그대로 신드롬이 일어났다.
[메이저리그를 정벌한 정하성 선수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이런 선수가 또 나올지 의문입니다.] [한국 야구의 미래는 밝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추적해 보겠습니다!]각종 프로그램에서 하성과 관련된 특별코너를 만들어 방영했다.
케이블TV만이 아니라 공중파에서도 하성의 소식을 전달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인터넷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정하성 사고 쳤네.
-와…… 이게 실화냐?
-24승 무패 ㅋㅋ
-09시즌에는 마무리투수로 신기록 쓰지 않았냐?
-ㅇㅇ…….
-얘 무슨 시즌만 치렀다 하면 신기록 작성이네.
-한국 야구사에 이런 애가 또 나올 수 있나?
-불가능할 듯 ㅋㅋ
-이런 애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던 태일고 뭐냐 ㅋㅋ
-예토전생 지린다.
-걔네들 이미 관짝에 들어간 지 오래임.
-야구부 사라졌더라 ㅋㅋ
영원히 고통받는 태일고가 조리돌림을 당하는 와중에 기자들은 KBO를 찾아갔다.
그들의 목표는 KBO 총재였다.
“총재님!!”
“정하성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총재는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타국에서 고생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준 정하성 선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기자들은 그의 코멘트를 받기 위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정하성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사가 낳은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겁니다.”
총재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기자들은 의문이 들었다.
‘정하성이 왜 한국 프로야구사가 낳은 선수야?’
‘KBO에서는 뛴 적이 없는데?’
‘협회 선수도 아닌데 무슨 한국 프로야구사?’
‘하여간 어떻게든 다리를 걸칠려고 한다니까.’
‘으이그! 짜증 나.’
총재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일에 발을 걸쳐 자신이 마치 도움을 주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자는 없었다.
총재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는 취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총재의 말에 불만이 생겨도 조용한 기자들이었다.
* * *
어슬레틱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딱-!!
[아놀드 3구를 강타! 타구 큽니다!! 큽니다!!] [아~ 이건 넘어갔어요.] [넘어갔습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는 아놀드 선수! 타격감이 확실히 돌아왔습니다!]아놀드의 그랜드슬램과 함께 어슬레틱스가 완승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다.
지구 1위를 기록한 팀답게 클럽하우스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아놀드 선수! 오늘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트레버! 올 시즌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는데, 어떠셨나요?”
기자들이 선수들에게 붙어 인터뷰를 따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많은 기자들이 모인 선수는 단연 하성이었다.
“정하성 선수!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트리플크라운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올 시즌 MVP 수상도 유력한데. 받으실 수 있으실 거 같나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성은 기자들이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인터뷰 때마다 화끈한 멘트를 터뜨려 기사를 쓰기 편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하성의 입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당연히 제가 MVP 수상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일각에선 조시 해밀턴의 수상도 점치고 있는데요.”
“해밀턴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제 성적에는 따라올 수 없습니다. 만약 그가 받는다면 전 투표단에 정말 실망할 거 같습니다.”
본인의 수상이 유력하다지만, 투표단에 실망할 거라니.
하성의 발언에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이 유력합니다! 작년에는 마무리투수로 참가해 큰 활약을 못 했는데. 올 시즌은 자신이 있으신가요?”
“작년에는 제가 활약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우리의 상대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절 상대로 이길 거란 기대는 버리라 말하고 싶네요.”
“오오~”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하성의 화끈한 발언이 이어지자 기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미국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끝나고 뒤이어 한국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하성 선수! 한국에서 신드롬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종료 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그건 시즌 끝나고 생각해 보죠.”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는 참가하지 않는 건가요?”
“이미 끝난 이야기잖아요. 좀 뭔가 영양가 있는 질문 없습니까?”
하성의 말에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KBO의 이민규 총재의 인터뷰를 보셨나요?”
“안 봤는데요. 뭐라고 했나요?”
“정하성 선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는데요. 타국에서 고생한 정하성 선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사가 낳은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하성의 입술이 뒤틀렸다.
“제가 왜 한국 프로야구사가 낳은 선수입니까?”
“예?”
예상치 못한 대답이다.
누구나 머릿속에 가지고 있지만, 설마 저 말을 밖으로 뱉을 줄이야.
아무리 하성이라 해도 저런 말을 그냥 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기자가 원한 건 그저 비꼬는 말이 전부였다.
하지만 하성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전 고교야구에서 퇴출당하고 홀로 미국에 건너와 나 혼자의 힘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습니다. 도대체 KBO가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자꾸 절 엮으려는 겁니까?”
기자들의 손이 더 바빠졌다.
“이민규 총재님에게 똑똑히 전합니다. 전 KBO와 관련이 없는 선수입니다. 자꾸 제 업적에 숟가락 얹으려고 하지 마세요.”
묵직한 돌직구가 이민규 총재에게 박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그대로 전해졌다.
[정하성! 시즌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민규 총재를 저격!] [내 업적이다! 숟가락 얹지 마라! 이민규 총재에게 돌직구를 날린 정하성!] [KBO와 관련 없다! 나는 내 힘으로 메이저리그에 온 것이다! 정하성의 수위 높은 발언!] [브레이크는 없었다! 대놓고 이민규 총재에게 직구를 날린 정하성의 인터뷰!]기자들은 연달아 기사를 쏟아냈고 모든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기사로 도배됐다.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ㅋㅋㅋㅋ 미치겠다.
-정하성 이 꼴통새끼 ㅋㅋㅋ
-와 이걸 이렇게 터뜨리네.
-KBO 수장인 총재에게도 브레이크따위는 없네.
-그런데 맞말 아님?
-맞는 말이지. KBO가 하성이에게 무슨 도움을 줌?
-한국 프로야구사 ㅇㅈㄹ ㅋㅋ
-공 던지는 것만큼 멘트도 시원하다~
-하여간 꼰대들 누가 뭐만 했다 하면 숟가락 얻으려는 거 짜증 났었는데. 속 시원하다!
대부분 반응은 좋았다.
하성의 발언이 시원하다는 게 줄을 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내가 알기론 프로야구에서 아마추어 야구로 지원 많이 할 텐데.
-KBO에 선수등록은 안 됐지만, 알게 모르게 지원받지 않았을까?
-아무리 그래도 어른한테 너무하네.
-막말하는 게 시원하다는 건 좀…….
-한 단체의 수장한테 숟가락 얻는다는 표현이 뭐냐?
하성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걸 잘 알 수 있는 게 그의 유튜브였다.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 날에 파티가 열리는 클럽하우스!]논란의 기사가 나온 날.
그의 유튜브에는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샴페인 파티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1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맞은 사람은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 망할 놈이……!”
이민규 총재는 기사를 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누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지껄인단 말인가?
그것도 일개 야구선수가 말이다.
“나에게 이런 소리를 지껄이다니……!”
화가 났다.
분노에 볼살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놈이 KBO 소속이었다면……!”
잘근잘근 씹어 먹었을 거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다.
건들 수 없었다.
지금 이 분노를 참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망할!!”
쾅!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친 이민규 총재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변했다.
* * *
하성의 유튜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어때?”
“구독자가 미치도록 늘어나고 있어요. 벌써 30만 명이 넘었어요.”
“백만도 아니고?”
“백만 명이 몇 명이나 된다고요?”
“쩝……. 하긴…….”
이 시대에 백만 유튜버는 흔한 게 아니다.
유튜브 사용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편집은 잘되고 있어?”
“네. 이번에 새로운 편집 담당자를 고용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아마 주에 2회까지 늘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현재 하성의 유튜브는 주 1회 업로드가 되고 있었다.
구독자들은 더 늘려달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동안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편집자가 생기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비용이 조금 드는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돈 걱정은 하지 마.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잖아.”
“하지만 아직 연봉이…….”
“그것도 걱정 마. 올 시즌이 끝나면 대폭 오를 테니까.”
“그 소식이 정말이었어요?”
“무슨 소문?”
“연장계약 한다는 소문이요! 1억 달러 계약을 맺을 거라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파다하던데요?”
야구 커뮤니티는 물론 SNS에서도 하성이 어슬레틱스와 연장계약을 할 거란 이야기가 무수히 돌고 있었다.
그 소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기에 하성은 비웃음을 지었다.
“헛소문이야.”
“어? 그래요?”
“고작 1억 달러로는 날 잡을 수 없지.”
“와…….”
1억 달러를 고작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업적을 남기고 있는지 잘 알기에 토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참, 이번에 촬영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어떤 아이디어요?”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오르는 걸 찍어서 올리는 거지. 어때?”
“준비하는 거까지 말이죠? 좋은데요?”
디비전 시리즈.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축제라 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 시리즈의 1차전에 오르는 선발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어서 올린다?
구독자는 물론 야구팬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영상이었다.
“그렇지? 당장 준비하자!”
“옙!”
하성은 새로운 컨텐츠를 준비하면서 디비전 시리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정하성 선발로 내세워!]당연하게도 하성이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