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7)
마운드의 빌런-167화(167/285)
마운드의 빌런 167화
어슬레틱스 vs 레드삭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는 두 팀의 대결이란 점보다 다른 부분이 더 두각이 되었다.
“정하성이 벨트레를 도발했다면서?”
“벨트레가 예고 홈런을 선언했다니까?”
“정하성은 그런 벨트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겠다고 선언했다더군.”
“정말 정하성은 미친놈이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들의 기대감은 과연 하성과 벨트레 중 누가 자신의 발언을 지킬 것이냐는 것이었다.
물론 둘 다 모두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경우 두 선수 모두 웃음거리가 된다.
하지만 만약 한 명이라도 지킨다면?
[세상은 또 한 명의 베이브 루스를 보는가?]슈퍼스타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예고 홈런은 베이브 루스의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진위 여부가 정확하진 않지만, 베이브루스는 1932년 10월 1일.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 4 대 4 동점 상황에서 펜스를 가리켰다.
그리고 곧장 홈런을 때려내며 예고 홈런이라는 전설적인 설화를 남겼다.
이 일화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진위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이브 루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가 공언하면서 자료가 남은 상황이었다.
누구라도 이것을 이룬다면 베이브 루스의 예고 홈런을 넘어서는 파장을 일으킬 건 분명했다.
* * *
[아메리칸리그의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 오클랜드와 보스턴의 격돌이 시작됩니다! 오클랜드는 1차전 선발로 당연히 이 선수를 출전시켰습니다!]카메라가 마운드에 서 있는 하성을 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선사한 한국인 투수! 정하성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서 많은 전문가가 정하성 선수의 경험에 의문을 표했습니다만, 정하성 선수는 그러한 의문을 싹 지워버리는 활약을 디비전 시리즈에서 보여주었습니다.] [편안하게 던지면서 페넌트레이스처럼 언터처블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렇습니다. 무대는 이제 챔피언십 시리즈로 바뀌었지만, 정하성 선수에 대한 물음표는 사라진 상태입니다.]전문가들은 더 이상 하성의 경험 부족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잘 던질 거라 예상했고 최소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줄 거라 이야기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하성이 잘 던지는 게 아니었다.
[현재 많은 야구팬의 관심은 과연 정하성과 벨트레 두 선수가 내세운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겠습니까?] [정말 두 선수 모두 무모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쉬운 공약이 아니죠?] [예. 물론 정하성 선수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지만, 벨트레같이 좋은 타자를 모든 타석에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건 쉽지 않습니다.]전문가들은 하성이 무모한 공약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건 벨트레에게도 같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벨트레가 내세운 정하성 선수에게 홈런을 뺏어내겠다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그것도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정하성 선수가 올 시즌 허용한 홈런은 모두 7개에 불과합니다. 거기에 작년 시즌에도 보여주었지만, 큰 무대에서는 쉽사리 얻어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두 선수의 공약이 실패할 거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더군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플레이볼!!”
[지금 시작합니다!!]구심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하성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1번 타자인 빅터를 상대했다.
[빅터 마르티네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정규시즌 3할 2푼, 안타 149개와 홈런 20개를 때려낼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컨택 능력도 좋고 파워도 보유한 선수인지라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합니다.]모든 경기가 그렇지만, 큰 경기에서는 첫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냐에 따라 흐름이 결정될 수 있다.
그걸 잘 아는 하성은 초구부터 강하게 나가는 걸로 결정했다.
‘포심으로 가자.’
‘오케이.’
트레버도 하성의 성향을 잘 알기에 처음부터 그가 원하는 공을 요구했다.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섰다.
“후우……!”
하성이 크게 호흡을 뱉으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초구부터 화려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린 그가 와인드업과 함께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기합 소리와 함께 던진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코스는 타자의 몸쪽.
아슬아슬한 위치로 파고드는 공에 타자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타자의 배트와 공의 궤적이 일치하는 순간.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타구는 휘어져 나가며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코스는 정확히 예측했으나 99마일의 빠른 공에 배트가 살짝 밀리는 느낌입니다.] [정하성 선수의 볼 끝이 오늘도 좋습니다. 기대해도 좋겠는데요.]하성의 컨디션은 베스트였다.
그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보는 이들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손에 걸리는 느낌이 좋아.’
하성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음 공을 준비했다.
그런 하성을 보며 토니 감독은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성의 컨디션이 좋군.”
“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저런 공을 던지는 걸 보니 안심이 되네요.”
“하하! 그렇지.”
하성 같은 투수만 있다면 마운드를 운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토니 감독은 하성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를 흐뭇하게 보는 건 아니었다.
“망할 자식!”
“오늘도 컨디션이 좋나 본데요?”
“그러게 말이야. 콱! 배탈이나 나지.”
레드삭스 더그아웃은 하성의 공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특히 벨트레는 마치 원수를 보는 것처럼 눈을 부라렸다.
‘확실히 공은 좋다. 하지만 나한테 허세를 떨어도 될 정도는 아니야.’
벨트레는 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도발한 것에 대한 화가 더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한 말들은 그저 전문가가 했던 말을 옮긴 것에 불과했다.
기자나 팬들을 위한 멘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걸 꼬투리로 잡다니.
용납할 수 없었다.
딱-!!
“와아!!”
그때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삼유간을 갈랐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하성 선수, 두 번째 타자인 케빈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타구의 코스가 좋았습니다. 공은 나쁘지 않았으니 지금처럼 던지면 됩니다.]안타 하나를 내주었지만, 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안타를 맞은 뒤로 집중력이 더 올라갔다.
‘집중…… 집중…….’
그 효과는 엄청났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안타를 맞은 직후 던진 공에서 101마일의 구속을 내는 정하성 선수!] [볼의 회전력도 더 높아진 거 같습니다. 볼 끝이 더욱 살아서 들어오고 있어요!하성의 공이 더욱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 결과.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세 번째 타자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아~ 정말 멋집니다! 안타를 맞은 직후의 투구에서 오히려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정말 대단합니다!]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시선이 대기 타석에 있는 선수에게로 향했다.
[투아웃 주자는 1루의 상황! 그리고 타석에는 이 선수가 들어섭니다!]카메라가 타석으로 걸어오는 거구의 사내를 비추었다.
[첫 번째 FA에서 부진했지만, 레드삭스에서 부활한 남자! 애드리안 벨트레입니다!]두 선수가 드디어 마주쳤다.
* * *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하성 VS 벨트레 개봉박두!
-누가 이길까?
-첫 타석이니 그래도 정하성이 이기지 않겠음?
-첫 타석부터 예고 홈런 터지면 예술이겠네 ㅋㅋ
-그게 가능하겠냐?
-난 하성이에게 한 표!
-그럴 바엔 그냥 베팅해 ㅋㅋ
-이게 베팅이 열림?
-ㅇㅇ 열렸더라.
미국의 베팅 사이트에는 하성과 벨트레의 공약 중 어떤 게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 베팅이 열렸다.
단순히 두 개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둘 모두 실패할 거라는 항목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돈이 걸린 곳은 둘 모두 실패한 것이라는 항목이었다.
[두 선수의 대결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보는 저희도 이렇게 떨리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떨릴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과연 두 선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 첫 번째 대결이 시작됩니다!]하성이 상체를 숙이고 사인을 교환했다.
‘패스트볼로 가자.’
트레버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를 정하고 상체를 세운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달릴 생각은 없고.’
하성의 시선이 어깨너머로 향했다.
1루 주자의 리드폭은 그리 길지 않았다.
투아웃의 상황.
괜히 도루를 시도했다가는 견제사에 당할 수 있다.
거기에 타석은 벨트레였다.
레드삭스에서 가장 잘 때리는 선수가 있는데 무모한 시도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도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덕분에 하성은 벨트레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널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하성이 호흡을 내뱉었다.
‘내가 메이저리그를 넘어서는 스타가 되기 위해선 희생양이 필요하거든.’
벨트레는 위대한 타자다.
그건 하성도 인정하는 바였다.
비약물 선수로서 그는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그렇기에 희생양으로는 딱이었다.
‘널 잡으면 내 이름은 더욱 올라간다.’
그렇기에 도발했다.
벨트레의 성격이 다혈질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걸 이용했더니 정말 바로 낚였다.
덕분에 일은 쉽게 풀렸다.
‘이 승부 내가 이기겠어.’
마음을 다잡은 하성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은 순간.
촤앗-!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벨트레의 몸쪽 낮은 코스로 날아가는 공.
순간 벨트레의 스윙이 시작했다.
후웅-!!
그의 배트가 매서운 속도로 공을 때리려는 순간.
공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배트의 위를 통과했다.
뻐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입니다!] [구속이 103마일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전력투구가 느껴지네요.] [자신이 공언한 만큼 확실하게 벨트레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주네요.]벨트레가 장갑을 고쳐 끼며 하성을 노려봤다.
‘입을 놀릴 만큼 공 하나는 잘 던지네.’
인정할 수밖에 없는 1구였다.
하지만 그것과 분노는 별개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때린다.’
다시 타석에 선 벨트레를 상대로 하성이 2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벨트레를 몸으로 날아들었다.
‘맞는다!’
몸에 맞는 공을 의식하고 벨트레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했다.
‘싱커!’
그제야 공의 구종을 눈치챘지만, 대응하기에는 늦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구심의 손은 지체 없이 올라갔고 벨트레는 입술을 깨물었다.
[투스트라이크! 벨트레가 움찔할 정도로 위력적인 싱커가 미트에 꽂힙니다!] [정하성 선수가 자주 던지진 않지만, 싱커의 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리고 벨트레에게는 불리한 볼카운트가 됐다.
‘삼진만은 피해야 해.’
그 생각이 벨트레의 머리를 지배했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 있는 하성은 그런 벨트레의 생각을 읽어냈다.
‘너 정도 되는 타자가 벌써 쫄면 곤란하지.’
하성이 다시 마운드에 서서 사인을 보냈다.
트레버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과연 세 번째 공은 무엇을 던질지!]하성이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삼진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지배당한 벨트레는 제대로 된 스윙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전력으로 뿌린 하성의 포심을 때릴 리 만무했다.
후웅-!!
뻐어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정하성 선수! 공언대로 벨트레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첫 번째 삼진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