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8)
마운드의 빌런-168화(168/285)
마운드의 빌런 168화
하성의 스타트는 완벽했다.
[1회 안타 하나를 내주었지만, 두 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정하성 선수!] [무엇보다 자신이 공언했던 벨트레 선수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겠다는 공약의 첫걸음을 성공했다는 게 고무적이네요.]벨트레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겠다는 공약.
그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
무엇보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하성은 완벽한 투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하성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역시 정하성이야!”
“녀석만 있으면 1승은 챙기고 시작하는 거라니까.”
“자기가 말한 대로 벨트레를 삼진으로 잡아내다니!”
“공약대로라면 앞으로 2번은 더 잡아야 하잖아?”
“과연 가능할까?”
하성은 벨트레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겠다고 공언했다.
평균적으로 한 경기에 하성이 던지는 이닝은 7이닝.
얼마나 많은 안타가 나오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위 타순인 벨트레를 3번 정도 만나게 된다.
한 번은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니 앞으로 두 번 더 삼진을 만들어내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과연 하성이 자신의 말을 지킬 수 있을지 말이다.
* * *
3회까지 두 팀의 경기는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레드삭스의 선발투수인 존 레스터와 하성의 호투가 이어지면서 타자들은 이렇다 할 점수를 내지 못했다.
[레드삭스의 존 래스터, 올 시즌 19승을 올리고 사이영 투표 5위에 오른 선수답게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규 시즌에는 볼넷의 숫자가 늘어난 게 흠이었지만, 챔피언십 시리즈에선 안정적인 제구를 보여주네요.]존 래스터의 호투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미쳐 날뛰던 어슬레틱스의 타선을 잠재웠다.
그리고 그건 레드삭스의 타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4회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투아웃을 잡아냅니다!]카메라가 대기 타석에 있는 선수를 비추었다.
[그리고 이번 타순은 애드리안 벨트레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대결이 펼쳐지겠군요.] [첫 번째 대결에선 정하성 선수의 완승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정하성 선수가 완벽한 투구로 벨트레를 압도했죠. 하지만 공은 볼수록 눈에 익게 되어 있습니다.] [첫 타석이 있었으니 벨트레 선수가 정하성 선수의 공에 익숙해졌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익숙해졌을 겁니다. 애드리안 벨트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뛰어난 타자니까 말이죠.]예상은 정확했다.
벨트레는 첫 타석에서 하성의 공을 정확히 봤다.
덕분에 공의 타이밍과 궤적을 어느 정도 눈에 익힌 상태였다.
‘또 패스트볼을 던지면…….’
벨트레는 배트를 쥐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네 공약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벨트레는 하성을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공약은 너무 무모했다.
그건 벨트레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벨트레 연속 삼진 가즈아-!
-하성이 분위기가 더 좋네.
-그래도 하성이 공약 지키는 건 어려움.
-ㅇㅈ
-벨트레 정도 되는 타자를 모든 타석에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건 무리지.
-차라리 공약을 범타로 처리하겠다라고 했으면 현실성이 있었겠다.
-전 타석 삼진은 무리야.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벨트레는 메이저리그 톱클래스의 타자였다.
그런 벨트레를 모든 타석에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성의 공약이 실패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었다.
[예고 삼진과 예고 홈런을 선언한 두 선수가 두 번째로 만남을 가집니다!]여러 의견이 오가는 사이.
하성이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브레이킹볼로 갈까?’
하성의 공약은 동료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트레버는 파트너답게 그의 공약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다.
하지만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패스트볼로 가겠어.’
‘괜찮겠어?’
트레버는 다시 한번 하성의 의중을 파악했다.
‘괜찮아.’
하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트레버는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패스트볼을 던지면 벨트레가 때릴 수 있을 거라는 건 녀석도 알고 있을 텐데.’
하성은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말할 때야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지만, 냉정하게 상대를 파악하고 상대했다.
그렇기에 평소 그의 투구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번에도 무슨 생각이 있겠지.’
지금은 그저 그를 믿어줄 때였다.
트레버는 미트를 내밀고 하성의 공을 기다렸다.
그런 그를 보며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군말 없이 따라줘서 고맙군.’
트레버의 생각대로 하성은 벨트레를 얕보지 않았다.
단지 한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녀석이 패스트볼을 기다리는 건 나도 알고 있어.’
그건 누구든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성이 던지는 공들 중 노려야 하는 건 패스트볼이란 걸 말이다.
‘내 공은 노린다고 해서 칠 수 있을 정도로 싸구려가 아니야.’
벨트레는 좋은 타자다.
아니,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뛰어난 타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최고였다.
‘이런 적은 처음이야.’
전생에서도 수없이 많은 공을 던졌다.
매 경기 마운드에 올랐고 수만 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내 공에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다니.’
누구에게도 맞을 거 같지 않았다.
이런 감각은 생전 처음이었다.
많은 경험을 한 자신조차도 말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자만심이 아니었다.
혹독한 훈련을 거듭한 결과 나온 자신감이었다.
‘이걸 배신하고 다른 공을 던지라고?’
그건 스스로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성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넌 좋은 타자지만…….’
하성이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난 그걸 뛰어넘는다.’
촤앗-!!
몸을 비틀면서 킥킹과 함께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기합과 함께 날아오는 공을 본 벨트레의 눈이 빛났다.
‘걸렸어!’
후웅-!!
기다렸던 포심 패스트볼이 초구부터 들어오는 모습에 벨트레는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모든 걸 날려 버리겠다는 듯 엄청난 힘이 담긴 배트가 공을 때리려는 순간.
공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배트 위를 통과했다.
후웅!!
뻐어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엄청난 헛스윙이 나왔습니다!] [자세가 무너질 정도로 풀파워로 휘둘렀네요.] [그만큼 정하성 선수가 던질 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거겠죠?] [스윙의 스타트를 보았을 때 패스트볼인 걸 알고 있었던 거 같은데도 때리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정하성 선수의 이번 공은 대단했습니다! 구속은 무려 104마일! 본인의 최고 구속을 찍었습니다!!]하성이 104마일을 던지는 건 무척이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자신의 최고 구속을 던진 하성이지만, 그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그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성은 지금과 같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흡-!!”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딱!!
“파울!!”
[파울입니다! 103마일의 공을 건드렸지만, 공은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오늘 정하성 선수의 공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위력이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하성의 공은 평소와 달랐다.
그건 상대인 벨트레가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분명 타이밍에 맞게끔 배트를 돌렸는데…….’
타이밍이 어긋났다.
정확히는 늦었다.
그만큼 하성의 공이 위력적이란 소리였다.
‘거기에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이 압박감은 뭐야?’
실전에서 선수들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게 있었다.
이런 건 직접 상대하는 사람밖에 느낄 수 없었다.
지금 하성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다.
‘젠장…….’
이를 악문 벨트레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하성은 그런 벨트레를 상대로 연달아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딱!!
“파울!!”
[이번에도 파울입니다! 구속은 다시 103마일! 계속해서 본인의 최고 구속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는 정하성 선수입니다!] [마운드에 서 있는 정하성 선수의 압박감이 정말 대단하네요.] [분명 벨트레 선수도 베테랑인데. 정하성 선수의 압박감에 눌리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정하성 선수가 거침이 없습니다.]연달아 세 개의 패스트볼을 뿌린 하성이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세 개 연속으로 패스트볼이다. 이번에는 벨트레가 맞출 수도 있어.’
트레버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떨쳐내며 사인을 보냈다.
‘지금 하성의 페이스를 깰 순 없어.’
트레버가 사인을 보냈다.
구종은 패스트볼.
‘자유롭게 던져봐.’
어떤 공이든 받아줄 테다.
각오를 다진 트레버가 미트를 내밀었다.
그 모습에 입꼬리를 올린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마음에 들었어.’
촤앗-!
킥킹과 함께 모든 정신력을 집중시켜 4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벨트레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벨트레는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후웅-!!
벨트레의 배트가 간결하게 돌아갔다.
어떻게든 때려내겠다는 생각이 담긴 스윙이었다.
그리고 그건 실수였다.
‘그렇게 어중간한 마음으로…….’
하성의 공은 벨트레의 배트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또 한 번 벨트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벨트레 같은 특급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하성은 타석에서 힘없이 돌아가는 벨트레를 주시했다.
‘때릴 정도로 싸구려가 아니야.’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하성이었다.
* * *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하성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오늘 경기 10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본인의 커리어 첫 챔피언십 시리즈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정하성 선수의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습니다. 던지는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00마일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공들을 던지고 있어요.] [관중석을 채운 관중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눈치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이 정도로 잘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있을까요?]관중은 물론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만드는 피칭이었다.
하성은 뛰어난 투수다.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이런 투구를 할 거란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규 시즌에서 잘 던진 투수라 하더라도 포스트 시즌만 되면 부진한 선수들이 있었다.’
‘포스트 시즌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지.’
‘그런데 정하성은 다르다.’
경기를 보는 모든 관계자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가 정하성은 너무 과소평가한 걸 수도 있어.’
그동안 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평가가 과소평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하성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관계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던 정하성의 평가가 더욱 높아지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