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69)
마운드의 빌런-169화(169/285)
마운드의 빌런 169화
하성의 폭주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4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하성 선수!] [엄청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정하성 선수의 피칭은 멈추지 않습니다!] [100마일이 넘는 공을 연달아 뿌리면서 레드삭스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어요.]14개의 탈삼진.
103개의 공을 던지면서 8이닝, 24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그중 절반이 넘는 아웃 카운트를 탈삼진으로 잡아낸 것이다.
챔피언십 시리즈라는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레드삭스 타자들 역시 챔피언십 시리즈이기에 평소보다 더 집중하고 있을 텐데. 정하성 선수의 공을 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포스트 시즌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선수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평소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한다.
포스트 시즌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이 자주 나오는 이유 중 하나였다.
레드삭스와 어슬레틱스의 모든 선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하성이 압도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현재 정하성 선수의 집중력이 레드삭스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결국 더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하는 게 누구인가?
그 차이가 지금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본인이 내걸었던 공약마저 지켜낸 정하성 선수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거 같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하성 선수는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습니다!] [에이스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낸 정하성 선수! 8이닝 무실점 14탈삼진을 기록하면서 마운드를 내려옵니다!]3 대 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
그때 카메라가 레드삭스의 벤치에 앉아 있는 벨트레를 비추었다.
오늘 경기에서 완벽하게 하성에게 농락당한 그의 표정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리그를 지배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정하성 선수에게 완패를 당한 벨트레 선수의 표정이 무겁습니다.] [본인의 공약은 물론이거니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실망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실망을 넘어 자괴감을 느끼는 벨트레였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 대한 정신적 타격이 컸다.
그런 벨트레와 달리 하성을 비롯한 어슬레틱스 선수단의 기세는 미치도록 올라갔다.
‘기선을 잡았어.’
선수들을 보며 토니 감독은 챔피언십 시리즈의 기선을 잡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은 승리로 이어졌다.
딱-!!
[잘 맞은 타구! 하지만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갑니다!]퍽!
[잡았습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가는 어슬레틱스!] [그리고 정하성 선수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승리하는 한국인 투수가 됩니다!]그동안 한국인 선수들 중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됐던 사례는 없었다.
하성은 그 첫 번째 선수가 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 역사를 써 내려갔다.
* * *
[투수판 베이브 루스가 된 정하성!] [자신의 예언을 지켜내다!]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애드리안 벨트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다!] [베이스볼 버전 무하마드 알리가 된 정하성!] [올 시즌 최고의 투수라는 걸 다시 입증하고 있는 정하성!]경기가 종료되고 모든 언론이 하성과 관련된 보도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미국과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언론이 그의 기사를 써 내려갔다.
그만큼 이번에 하성이 터뜨린 사건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성의 이번 예고 삼진이 더 대단한 이유는 투구 내용에 있었다.
[정하성은 벨트레를 상대로 최저 98마일에서 최고 104마일까지의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모두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벨트레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벨트레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15타수 7안타 2홈런을 때려내는 활약을 펼쳤으니까요.] [그럼 정하성 선수의 피칭이 한 수 위였다. 이렇게 봐야겠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벨트레 선수를 상대할 때마다 본인의 최고 구속에 가까운 공을 던졌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게 뭘까요?] [아마도 평소 완급 조절을 했었을 거고 필요한 순간에 전력 피칭을 했다고 봐야겠죠.]한국 나이로 21살.
만으로는 20살인 투수가 완급 조절을 하면서 던진다.
말이 쉽지 실제론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은 완급 조절을 하는 것에 겁을 먹는다.
자신이 약하게 던졌다가 안타를 맞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 말이다.
그것을 이겨내고 던졌다는 건 하성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의미였다.
[자신감은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정하성 선수는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보면서 저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 말이죠?]패널이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동안 정하성 선수를 뛰어난 선수라고 표현했지만, 이 표현이 잘못된 거 같습니다.]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건가요?] [뛰어나다는 표현으론 부족합니다. 그는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충분히 될 겁니다.]하성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올라갔다.
* * *
비고르도 바빠졌다.
“정하성이 미쳐 날뛰고 있군.”
“전 세계에서 정하성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터뜨린 예고 탈삼진의 여파가 저희들의 예상보다 더 대단합니다.”
비고르 내부에서도 이번 예고 탈삼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해두고 있었다.
성공한다면 어떤 여파를 일으킬 것인지 실패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하성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실패한 것은 비고르 내부에서 파악한 세상에 미친 여파였다.
“우리가 정하성이란 선수에 대해 너무 얕보고 있었던 거 같군.”
“어떻게 할까요?”
“모든 여력을 동원해서 정하성에 대한 마케팅을 준비하도록 해. 포스트 시즌이 끝나는 대로 그를 메인으로 마케팅을 시작한다.”
“비중은 어느 정도로 둘까요?”
비고르에는 다양한 모델들이 존재한다.
그들 하나하나가 각 스포츠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이었다.
당연히 마케팅에는 그들이 동원된다.
비중을 조절하는 건 비고르의 역할이었다.
그동안에는 축구의 리오넬 메시나 복싱의 메이웨더 주니어 등.
최고의 스타들을 마케팅의 중심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바뀔 때가 되었다.
“정하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도록 해. 그리고 그의 모델들의 제작에 속도를 높이도록.”
“알겠습니다!”
비고르의 마케팅 전략이 바뀌고 있었다.
* * *
하성의 승리로 어슬레틱스는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어슬레틱스와 레드삭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5회까지 박빙의 대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차전은 정하성 선수의 원맨쇼였다면 2차전은 두 팀의 투타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투타의 밸런스가 잡힌 경기였다.
스코어가 3 대 3으로 마운드가 크게 무너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타격이 터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둘 모두의 밸런스가 잡히면서 박빙인 경기가 이어졌다.
‘오늘 경기는 결국 마운드의 교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갈리겠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하성은 흐름을 읽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내가 저런 역할을 하려고 했지.’
슬쩍 고개를 돌리자 투수 코치가 토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선발을 언제 교체하고 다음 투수로 누굴 올릴지에 대해 상의하는 모습이었다.
본래라면 자신이 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바뀌면서 연줄이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결국 하성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하성은 자신에 대한 기사들을 떠올렸다.
전 세계 모든 언론이 자신을 찬양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꿀 선수라면서 떠들었다.
‘이렇게 화제성을 띄운다면 올 시즌이 끝난 뒤에도 기대해도 되겠어.’
유명세는 결국 돈으로 보답을 받는다.
자신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기업들이 달라붙을 테니 말이다.
‘이걸로 당분간 돈 걱정은 사라지겠어.’
유명해질수록 들어가는 돈은 많아진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수입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장기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당분간 광고 수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위해 하성은 자신의 이름값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었다.
‘이번 포스트 시즌이 끝나도 바쁘겠군.’
경기를 바라보면서도 다음 스텝을 준비 중인 하성이었다.
* *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2차전 역시 승리로 장식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1차전을 에이스인 정하성 선수가 확실하게 잡아주니 다른 선수들이 더 힘을 내주는 느낌이에요.] [이제 무대는 보스턴으로 옮겨질 텐데요. 앞으로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2승을 챙긴 어슬레틱스가 구부 능선을 넘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레드삭스도 이제 홈으로 돌아가는 만큼 그냥 물러설 거 같지는 않은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어슬레틱스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건 바뀌지 않을 거 같습니다.]모든 전문가의 의견은 동일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매우 유리하다.
이런 예상을 할 수 있는 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4승 중 2승을 어슬레틱스가 챙겼기 때문이다.
[과연 어슬레틱스가 이대로 챔피언십 시리즈를 점령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레드삭스가 반격의 칼날을 빼 들 것인지!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을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을 마무리한 두 팀은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5차전까지 치른 뒤, 승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온다.
하지만 5차전 중 오클랜드가 2승을 챙길 수 있다면 챔피언십 시리즈는 종료된다.
그렇기에 많은 전문가가 오클랜드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승부는 보스턴에서 나지 않겠냐?
-4차전에서는 어차피 정하성이 등판하잖아?
-이 녀석이 나오면 1점만 올리면 게임 끝인데. 어슬레틱스는 이미 3승을 올린 거지.
-ㅇㅈ
-보스턴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정하성이 있으면 무리다.
-3차전 내주면 사실상 게임 끝이네.
-ㅋㅋ 아직 4차전도 안 했는데. 이런 예상이 나오다니.
-그만큼 정하성이 대단하다는 거지.
-ㄹㅇㅋㅋ
팬들조차 하성이 등판하는 4차전은 어슬레틱스의 승리로 점치고 있었다.
그만큼 하성이 보여주는 포스는 대단했다.
하지만 레드삭스 역시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딱-!!
[때렸습니다!!]어슬레틱스와 레드삭스의 3차전.
4회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벨트레의 호쾌한 스윙이 나왔다.
[큼지막한 타구!! 이 타구는 펜웨이 파크의 그린몬스터를 향해 날아갑니다!!]펜웨이 파크에는 파크 왼쪽에 있는 거대한 녹색 괴물이 타구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다른 구장과 달리 높이 11.2미터의 펜스가 존재한다.
보통의 구장이라면 펜스를 넘길 타구도 이 펜스에 막히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벨트레의 타구는 그린몬스터에 먹히지 않았다.
[넘어갔습니다!! 그린몬스터를 넘겨 버리는 벨트레의 그랜드슬램이 터집니다!!] [레드삭스 팬들이 기다리던 벨트레의 홈런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집니다!] [아직 챔피언십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3차전.
레드삭스가 10 대 4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하며 귀중한 1승을 챙겼다.
그리고 4차전, 하성이 레드삭스의 성지인 펜웨이 파크의 마운드에 오를 것이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