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72)
마운드의 빌런-172화(172/285)
마운드의 빌런 172화
7회.
레드삭스의 투수가 바뀌었다.
[호투했던 존 래스터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불펜이 가동됩니다.]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이닝입니다.] [오클랜드의 타선도 좋습니다. 2번 잭부터 시작하여 3번 아놀드 4번 트레버로 타순이 이어집니다.]이번 이닝에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성은 벤치에 앉아 땀을 닦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날이 선선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성은 꽤 많은 양의 땀을 흘렸다.
높은 집중력은 그만큼의 체력을 소모시킨다.
거기에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건 육체적으로 피로한 일이었다.
괜찮은 거 같지만, 하성도 꽤 지쳐 있는 상태였다.
‘이번 이닝에 점수가 나온다면 좋겠는데.’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경기에선 이길 수 없다.
선발투수가 퍼펙트게임을 달성해도 마찬가지였다.
페넌트레이스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챔피언십 시리즈는 달랐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은 게 하성의 마음이었다.
‘답답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선발투수로서 가장 답답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잭 선수의 좋은 타구가 나왔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안타가 나왔습니다.]잭의 출루는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놀드가 그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풀카운트 승부에서 떨어지는 볼을 잘 골라내는 아놀드 선수!] [좋은 선구안으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욕심내지 않고 후속 타자에게 기회를 넘겼어요!] [무사 1, 2루의 찬스를 잡아내는 오클랜드!]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은 찬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정하성 선수의 파트너 트레버 4번 타자가 들어섭니다.]트레버의 등장에 레드삭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우-!!”
레드삭스 팬들의 야유에 트레버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공을 던지는 거야?’
문득 하성이 어떤 마음으로 공을 던졌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쏟아지는 야유 속에서는 맨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텐데 말이다.
‘파트너로서 그냥 돌아설 순 없지.’
투수와 포수를 묶어 배터리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부부라고 부를 정도로 두 포지션의 호흡은 매우 긴밀했다.
당연하게도 트레버는 하성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생긴 것이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빠른 볼을 지켜보는 트레버 선수.] [아주 좋습니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가 잘된 공이었습니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더블플레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코스였습니다.]트레버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이 원하는 코스의 공을 기다리면서 어설픈 공에는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그 결과.
퍽!
“볼!”
[볼입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트레버 선수!] [이렇게 되면 투수가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투수의 입장에선 볼넷을 주면 무사만루가 되기에 그런 상황은 애초에 피하고 싶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공에서 승부를 지으려고 할 겁니다.]트레버도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포수라면 여기에서 승부를 걸어올 거다.’
풀카운트 승부는 피하고 싶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안타도 피하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을 만한 공이라면…….’
패스트볼은 아닐 것이다.
현재 마운드에 있는 머클리의 패스트볼은 구속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슬라이더가 올 거다.’
머클리의 슬라이더는 훌륭하다.
구속은 80마일 중반으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횡의 변화가 커서 결정구로 자주 애용한다.
그것을 떠올린 트레버는 타격자세를 취하면서 슬라이더를 노렸다.
[트레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과연 여기에서 한 방이 터져줄 것인지 기대되네요!] [6구 던집니다!]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뿌린 머클리의 6구가 몸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실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트레버는 발을 내디디며 허리를 돌렸다.
‘슬라이더다!’
후웅-!!
그 순간.
공의 궤적이 변하면서 스트라이크존 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트레버의 배트는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공을 놓치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타구의 방향을 확인하면서 1, 2루 주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구가 중견수 키를 넘는 걸 확인한 잭과 아놀드가 속도를 높였다.
[빠졌습니다!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 [두 명의 주자 모두 들어올 수 있습니다!]선행주자였던 잭은 안전하게 베이스를 밟았다.
선취점을 올린 상황에서 아놀드도 3루 베이스를 통과한 상황.
[주자는 베이스를 통과하고 중견수는 공을 잡아 송구합니다! 외야까지 나왔던 2루수 캐치와 동시에 홈으로!!]물 흐르듯이 이어진 중계플레이.
아놀드 역시 몸을 날려 홈베이스를 터치했다.
거의 동시에 공을 받아낸 포수가 홈을 가로막고 아놀드의 어깨를 때렸다.
촤아아앗-!
퍽!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구심에게 향한 순간.
구심의 손이 좌우로 펼쳐졌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트레버 선수의 2타점 2루타가 폭발합니다!!] [완벽하게 노려서 때려낸 타구였습니다! 홈런이 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에요!] [어? 그런데 무슨 일이죠?]카메라가 홈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아놀드가 쓰러진 채 어깨를 부여잡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놀드 선수가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는데요.] [태그 상황에서 부상을 입은 거 같습니다.] [트레이너가 나와서 상황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아놀드 선수가 부상이면 이거 정말 뼈아픈데요. 어슬레틱스 타선의 핵심인 선수입니다.]아놀드는 올 시즌 어슬레틱스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타자였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하면서 공격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아놀드의 부상은 어슬레틱스에게 큰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트레이너에게 부축을 받으면서 빠져나갑니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선취점을 냈지만,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하성은 더그아웃에 돌아온 아놀드에게 다가가 상태를 체크했다.
“으윽…….”
“어때?”
토니 감독의 질문에 트레이너가 고개를 저었다.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만, 심상치 않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알았네.”
토니 감독의 허가가 떨어지자 트레이너가 아놀드를 부축하고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하성은 생각했다.
‘향후 아놀드를 제외해야 할 수도 있겠네.’
냉정한 소리로 들리지만, 야구에서 부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의 메이저리그에선 홈을 막는 포수의 행동이 규칙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홈 충돌이 흔하게 일어나는 시기였다.
아무래도 부상이 나올 상황이 많이 만들어졌다.
‘부상이 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성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놀드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어수선했던 7회 초가 마무리됐다.
오클랜드는 이후 후속타가 터지면서 트레버까지 홈으로 들어왔다.
[7회 말! 3 대 0의 스코어에서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다시 오릅니다!] [점수는 올렸지만, 아놀드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 아쉽네요.] [그건 분명 아쉬운 상황입니다만,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죠.]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도 동료의 부상을 잊고 자신의 피칭을 해나가길 바라겠습니다.]사람들은 혹시나 하성에게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4구 만에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정하성 선수는 흔들리지 않네요.] [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하성 선수의 멘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아놀드의 부상에도 하성은 전혀 영향받지 않는 피칭을 선보였다.
그 결과.
퍽!
“아웃!!”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아~ 정말 깔끔한 이닝이었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1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하는 정하성 선수! 정말 멋집니다!] [어느덧 투구 수가 98개가 되면서 이제는 마운드를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마운드를 내려가는 하성에게 레드삭스 팬들은 더 이상 야유를 쏟아내지 못했다.
그의 피칭은 완벽했다.
그리고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났다.
레드삭스가 정하성이란 선수를 넘어서질 못했다는 게 말이다.
[7이닝 동안 12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정하성 선수!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경기를 마무리합니다!]이날.
하성은 챔피언십 시리즈 2승을 올리면서 시리즈 스코어를 3 대 1로 만들었다.
* * *
한국이 스포츠로 가장 뜨거웠던 시기를 말하자면 2002년이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4강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자 전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응원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그리고 2010년.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비슷한 열기를 내는 스포츠 경기가 있었다.
“정하성 경기 봤어?”
“봤지! 장난 아니더라.”
“와…… 어떻게 그런 야유가 쏟아지는데. 아무렇지 않게 공을 던지지?”
“멘탈은 진짜 넘사벽이더라.”
“피칭도 넘사벽이던데?”
학교는 물론.
“과장님, 정하성 선수 경기 보셨습니까?”
“봤지. 아~ 그거 보니까 야구 하러 가고 싶더라.”
“어? 직접 하세요?”
“사.야 뛰거든. 왜? 이 대리도 관심 있나? 우리 주말에 경기하는데 합류할래?”
“하…… 하하…… 저…… 저는 주말에 좀 바빠서…….”
직장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선 정하성이 주제가 되어 이야기꽃을 피웠다.
단순히 남자들만이 아니었다.
“언니, 요즘 메이저리그 봐?”
“보긴 하는데. 너무 어렵더라.”
“그렇긴 해도 정하성 선수가 나오니까 볼만하지 않아?”
“그건 맞아! 어째 남자애가 그렇게 잘생겼니.”
“요즘 운동선수도 얼굴 보고 뽑나 봐.”
“그러게 말이야.”
하성의 잘생긴 외모는 여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팬클럽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팬카페는 회원 수가 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하성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일반인만이 아니라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은하야, 너 정하성 선수 알지 않아?”
“네? 아, 가끔 연락해요.”
“정말? 어떻게?”
“예전에 같이 광고 찍은 적이 있거든요. 그게 인연이 돼서 연락처는 알고 있어요.”
“와! 그럼 실제로 만난 적도 있어?”
“시즌 중에는 못 보지만, 그래도 가끔 문자 정도는…….”
“어때? 어떤 사람이야?”
“그냥 젠틀해요.”
“그래? 기자들한테 하는 거 보면 엄청 무서운 사람인 거 같던데.”
“그러게 말이야.”
“만나면 무슨 이야기 하는데?”
“다음에 나도 같이 좀 보자!”
하성은 연예인들의 연예인 같은 포지션을 가지면서 은하가 때아닌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만큼 하성의 인기는 대단히 높아졌다.
1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쉬운 건 오성전자였다.
“1년 전에 잡았어야 했어.”
이용진 전무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10년에 100억을 거부한 이유가 있었군.”
오성전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제안이었다.
그런데 하성은 그걸 거절했다.
당시에 오성전자 내부에서는 하성의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1년 만에 그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몸값이 얼마나 오를는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지 않는 이상 장기계약은 물 건너갔다.
모든 기업이 하성을 노렸고 그만큼 몸값은 올라갔다.
“하지만 반드시 잡는다.”
그러나 이용진 전무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하성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버지를 봬야겠군.”
오성그룹의 회장이 나서야 될 때였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9회 말 마무리투수 베일리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옵니다!]스코어는 5 대 4.
단 1점의 리드를 안은 채 베일리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클랜드가 보스턴을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합니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