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76)
마운드의 빌런-176화(176/285)
마운드의 빌런 176화
샌프란시스코는 충격에 빠졌다.
[에이스 린스컴이 무너지다.] [에이스를 무너뜨린 에이스의 등장.] [린스컴의 패착은 무엇인가?] [월드시리즈 1차전을 내준 자이언츠!]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에게 홈런을 허용하면서 패배했다.
이 사실이 팬들과 자이언츠 선수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그런 자이언츠를 상대로 어슬레틱스는 2차전 역시 압승을 거두었다.
딱-!!
[때렸습니다!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득점에 성공하는 어슬레틱스!] [1차전의 승리로 어슬레틱스의 기세가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카메라에 잡히는 정하성 선수, 전날 오버피칭을 했음에도 표정이 밝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꾼 만큼 마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겠죠.] [어제 장면은 정말 앞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에 매번 나올 거 같습니다.]지금 기세만 놓고 보면 월드시리즈가 이미 끝난 분위기였다.
그만큼 하성이 터뜨린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하성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월드시리즈는 아니지만, 하성은 국제무대와 한국시리즈 등.
다양한 무대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같은 장기전은 짧은 시간에 변수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들 모두 마음에 여유가 있기에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천천히 풀어가려 한다.
하지만 단기전은 이야기가 다르다.
‘잘 풀리는 시리즈도 갑자기 흐름이 넘어간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지.’
선수도 사람인 이상 컨디션을 매일 좋게 만들 순 없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둘 중 하나다.
평소 일상 루틴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준비하든가 아니면 타고났거나.
하성의 경우 전자였다.
그의 일상 루틴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매일 같았다.
그것은 하성이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야구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런 건 아니었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루틴을 지키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렇게 한 번 루틴이 깨지기 시작하면 그것을 다시 지키는 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에게는 큰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하성은 루틴을 지키는 것에 철저했다.
한 번씩 깨지더라도 다시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정신력이 있었다.
이미 한 번의 삶을 실패해 봤기에 그럴 수 있었다.
‘실패했던 삶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그 삶을 살았기에 지금 삶에서 루틴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보다 더한 힘듦을 견뎌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일수록 당장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다 보니 루틴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과연 우리 팀 선수들 중에 그걸 지킬 수 있는 게 몇 명이나 될까?’
당장의 승리에 취한다면 결국 집중력은 흐트러질 것이다.
그리되면 이 승리는 오래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하성은 그걸 말할 생각이 없었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겪어봐야 아는 법이지.’
팀을 이끌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승리를 위해 그들과 함께할 뿐이었다.
하성은 동료들의 승리를 지켜보며 다음 등판을 기다렸다.
* * *
[월드시리즈 2차전도 승리로 장식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정하성의 솔로 홈런 이후 기세가 오른 어슬레틱스 타선이 폭발하다!] [무너진 자이언츠의 마운드와 복구되지 않는 타선!] [거인은 이대로 무너지나?]월드시리즈 2차전은 싱거운 승부가 됐다.
어슬레틱스가 완승을 거두었고 자이언츠는 무기력하게 패배하면서 분위기가 기울었다.
도박사들은 어슬레틱스의 승리에 배팅을 하면서 자이언츠의 배당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어슬레틱스의 승리를 점쳤다.
[자이언츠의 최근 분위기가 많이 나쁘다는 방증입니다.] [팬들과 도박사 거기에 전문가들까지 어슬레틱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어요.] [일각에선 이번 월드시리즈가 싱겁게 끝나지 않을까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되면 정하성 선수는 한국인 선발투수로 첫 우승 반지를 손에 얻게 되는 선수가 되겠군요.]한국에선 벌써부터 하성이 우승 반지를 끼고 귀국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성처럼 다른 변수를 걱정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건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2차전까지 승리를 가져오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아직 월드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집중해서 남은 경기들을 빠르게 가져와야 해!”
단장인 크리스부터 시작해서.
“이길 수 있을 때 이겨둬야 한다. 단기전에선 단숨에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감독인 토니와 코칭스태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클럽하우스의 베테랑 선수들도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팀의 주축선수들은 대부분 루키나 연차가 적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조언을 듣고는 있었지만,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걸 귀찮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거참, 어차피 우리가 분위기를 확 잡고 있는데. 무슨 상관입니까?”
“맞습니다. 자이언츠는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녀석들은 단번에 잡아내고 우승시킬 테니! 두고 보십시오!”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 모습을 보며 크리스 단장은 사무실로 돌아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세요?”
캐서린의 질문에 크리스 단장은 골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누르며 대답했다.
“선수들이 너무 자신감이 넘치고 있어.”
“좋은 거 아닌가요?”
“자신감이 높은 건 좋지. 문제는 그게 너무 과도할 경우 나오는 부작용들이야.”
“음……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니 경기에서는 잘할 텐데요.”
“자신감이 넘치는 게 나쁜 건 아니지. 문제는 그게 너무 넘쳐서 경기에까지 영향이 갈 수 있어.”
크리스는 긴 시간 단장 생활을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분위기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프런트와 현장은 분리되어 있었다.
특히 선수들의 프로페셔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에 일일이 코칭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들을 믿고 맡기는 게 메이저리그의 운영방식이었다.
“부디 이 흐름이 바뀌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군.”
선수들이 잘해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게 답답할 따름이었다.
* * *
하성과 크리스.
두 사람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딱-!!
“와아아아아!!”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단기전의 흐름은 단숨에 변했다.
그 변화를 일으킨 선수는 단 한 명이었다.
[이 타구! 넘어갑니다!!]담장 밖으로 사라지는 타구를 바라보던 포지가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2 대 0으로 완전히 궁지에 몰렸던 자이언츠를 구해내는 건 루키 버스터 포지입니다!!]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어슬레틱스를 살린 건 정하성 선수라는 괴물 루키였는데, 자이언츠를 살린 영웅은 버스터 포지였습니다!]1차전과 2차전.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버스터 포지는 3차전에서 폭발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3안타 경기를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위기에 빠졌을 때 등장한 히어로에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환호를 보냈다.
“포지! 포지! 포지!!”
[자이언츠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웁니다!] [버스터 포지 선수가 자이언츠를 절벽 끝에서 구해내네요.]버스터 포지의 활약은 자이언츠에 3차전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서 어슬레틱스의 타선이 집중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그렇습니다. 자이언츠가 오늘 기록한 안타는 모두 11개였고 어슬레틱스는 9개였습니다. 사실 안타 개수는 둘 다 비슷했죠. 하지만 어슬레틱스는 산발성으로 터진 반면 자이언츠는 기회가 생겼을 때 집중력 있게 안타를 만들어냈어요.] [한마디로 기회가 왔을 때 살렸다는 소리군요.] [맞습니다. 그로 인해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월드시리즈 3차전.
자이언츠가 승리를 챙기면서 시리즈 스코어는 2 대 1이 되었다.
그리고 무대는 다시 오클랜드로 옮겨졌다.
* * *
팀이 패배했지만, 전용기에서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아~ 3차전은 재수가 없었어.”
“그러게 말이야.”
“우리들이 연달아 터졌으면 그냥 잡았을 텐데.”
“뭐 1경기 정도는 내줄 수도 있는 거지.”
선수들은 3차전의 패배를 그저 재수가 없었다는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위험하겠네.’
하성은 그들을 보며 4차전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전은 하성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루 이동 일을 포함해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에 그의 체력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메리칸리그의 룰을 따른다는 점이었다.
‘내가 점수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마운드에서야 점수를 내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타석에 서지 못하는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타자들이 힘을 내서 점수를 내줘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에서는 다소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내 승리까지 날아가는 건 기분이 더러운데.’
타자들이 죽을 쒀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건 크게 상관없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몸값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당장 자신이 보여준 월드시리즈에서의 활약만으로도 몸값은 충분히 올라갈 것이다.
거기에 연봉은 대부분 페넌트레이스에서의 활약으로 결정된다.
그렇기에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단지, 월드시리즈라는 특수성 때문에 승리하고 싶었다.
노력해서 던졌는데 아무런 보답이 없다면 그것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고민이 깊어져 갔다.
* * *
3차전을 패배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오클랜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자이언츠의 3차전 승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4차전 도박사들의 배팅 비율이 오클랜드에 압도적으로 쏠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월드시리즈 4차전에 등판하는 정하성!] [자이언츠는 정하성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쓴 정하성을 내세운 오클랜드! 월드시리즈에서 유리한 고지를 다시 점할 것인가?!]
정하성이란 언터처블 에이스의 등판.
그것만으로도 4차전은 이미 끝난 경기라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하성이 포스트시즌에서 선발로 나온 경기에서 오클랜드는 모두 승리했다.
거기에 하성은 단 1점도 실점을 하지 않으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하성이기에 팬들의 예상은 결코 과한 게 아니었다.
‘1점만 내면 된다.’
4차전을 앞두고 크리스 단장은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성이 마운드에 오르는 이상, 단 1점만 낸다면 오클랜드에 무척이나 유리하다는 걸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3차전을 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선수단의 분위기가 염려돼서 그런 걸까?
하성이 등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젠장…….’
크리스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누르며 다음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 * *
월드시리즈 4차전.
오클랜드 시민들은 오랜만에 열리는 월드시리즈에 일찌감치 경기장으로 향했다.
“오클랜드에서 시리즈 끝내버리자!”
“오클랜드 파이팅!!”
“굳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
“일단 4차전부터 확실하게 잡아내자!”
“어차피 하성이 올라가는 날인데. 그냥 이기는 거지!”
“맞아!”
하성의 등판은 승리와 직결된다.
마치 그것이 공식이라도 된 것처럼 오클랜드 시민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하성은 클럽하우스에 앉아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후우…….”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구단 직원이 그에게 다가왔다.
“올라가실 시간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글러브를 챙겨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4차전의 승리를 위해 등판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