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77)
마운드의 빌런-177화(177/285)
마운드의 빌런 177화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월드시리즈 4차전.
한국에서 중계가 시작됐다.
시청자는 지난 1차전보다 더 늘어나 40퍼센트를 넘어섰다.
방송국 관계자들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중계 초반부터 시청률 40퍼센트를 넘다니.”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순간시청률이 얼마나 나올지 짐작도 되지 않아.”
TV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었다.
특히 스포츠 시청률은 한 자릿수를 유지할 정도로 처참했었다.
물론 한국인 선수가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40퍼센트는 비정상적인 수치였다.
월드시리즈 1차전의 순간 최고시청률이 44퍼센트였으니, 시작과 동시에 그것과 근접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역시 1차전의 여파가 컸나 보네요.”
“승리투수에 결승타점까지 혼자 올렸으니 도대체 어떤 경기를 펼치는지 궁금했겠지.”
“오늘 경기도 내셔널리그 룰로 경기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러게 말이야.”
하성이 승리하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확실히 어나더레벨의 투수였고 그것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했었다.
4차전 역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그것만으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 모두 채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하성은 월드시리즈에서 그 이상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TV앞에 앉게 만들었다.
“하성이 오클랜드를 떠나서 내셔널리그로 가면 좋겠군.”
“하하!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좋겠네요. 선발 때 타자로도 뛰면 시청자들이 더 많이 볼 테니까요.”
국내에서도 하성이 오클랜드에 남을 거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하성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오클랜드에서 그 비용을 감당하는 건 무리라는 게 정론이었다.
“뭐가 됐건 우리는 정하성이 앞으로도 잘되는 게 최고지.”
“맞습니다. 당분간 정하성의 활약 덕분에 광고가 끊이지 않을 거 같습니다.”
방송국 입장에선 하성의 활약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경기 시작하네요.”
그때 카메라에 잡힌 하성이 투구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 * *
4차전은 월드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자이언츠가 이긴다면 시리즈는 원점이 되고 어슬레틱스가 이긴다면 완벽하게 시리즈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하성의 투구 내용이 중요했다.
[정하성 선수, 첫 타자인 버스터 포지를 상대합니다.] [궁지에 몰렸던 자이언츠를 살린 버스터 포지와 언터처블 피처인 정하성 선수의 대결.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포지의 위상은 1차전과 달라져 있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자이언츠를 살린 영웅으로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엄청난 응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오클랜드였다.
“정하성! 네가 최고다!!”
“자이언츠 따위 여기에서 끝내버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자!!”
오클랜드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과 함께 하성이 트레버와 사인을 교환했다.
‘초구는 몸쪽으로 강하게 꽂아버려.’
트레버의 리드에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하성 선수, 와인드업!]버스터 포지는 그런 하성을 보며 타이밍을 맞춰갔다.
‘녀석의 초구는 패스트볼로 올 가능성이 높다.’
하성의 초구 패스트볼 비율은 72퍼센트다.
이는 매우 높은 수치였고 다른 파이어볼러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렇기에 버스터 포지는 어렵지 않게 초구의 이미지를 잡았다.
메이저리그급 타자가 어떤 공이 올 것인지 예상한다면 그것을 때려내는 건 쉽다.
하지만.
“흡!!”
[1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애액-!!
그 공의 구속이 100마일을 넘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후웅-!!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 몸쪽을 가르게 찌르는 101마일의 공에 포지의 배트가 헛돕니다!] [스윙 타이밍을 봤을 때 패스트볼을 노린 거 같았는데. 공의 위력이 더 위였습니다.]하성은 초구부터 100마일이 넘는 공을 뿌리면서 포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딱-!!
“파울!!”
[겨우 공을 건드렸지만, 파울이 됩니다!] [정하성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요.] [역시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피칭입니다!]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낸 하성이 3구를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오자 포지는 반사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배트는 목표물을 놓치고 허공을 갈랐다.
후웅-!
퍽!
배트가 허공을 가른 뒤에야 공이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포지와의 첫 대결에서 승리한 하성은 거침없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번째 타자 역시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하성 선수!]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고.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중견수가 안전하게 잡아내며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세 번째 아웃 카운트까지 완벽하게 잡아냈다.
1회에 던진 투구 수는 고작 8개.
하성은 1차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오클랜드 팬들을 열광시켰다.
* * *
하성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6회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도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월드시리즈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는 것이 쉽진 않은데. 정하성 선수는 마치 밥 먹듯이 편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담대함이 정말 놀랍네요.]하성은 페넌트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어슬레틱스의 타선이었다.
[하지만 어슬레틱스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습니다.] [팀 린스컴 투수에게 안타 2개를 뺏어냈지만,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타자들이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서 두 팀의 스코어는 0 대 0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크리스 단장이 걱정하던 게 그대로 경기 내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역시 아놀드가 빠진 게 크다.’
아놀드는 팀 타선의 핵심이었다.
그런 아놀드의 부상 이탈은 타선의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거기에 선수들이 가지는 자만심은 타격이 터지지 않는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이럴 거면 차라리 하성이 타석에 서는 게 낫겠어.’
오늘 경기에서 가장 힘을 내는 건 역시 하성이었다.
비록 마운드이기는 했지만, 그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자이언츠 타선을 묶고 있었다.
만약 그런 그가 타석에 선다면 지금 다른 타자들보다는 더 좋은 승부욕을 보여줄 것이다.
승부욕은 전염성이 강하다.
팀의 에이스인 하성이 그렇게 좋은 승부욕을 보여준다면 다른 타자들 역시 자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에선 투수인 하성이 타석에 설 수 없다.
‘지명타자를 빼는 방법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타석에 세울 필요는 없지.’
아직은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생각할 수 없는 시기였다.
크리스 단장은 그저 생각만으로 치워두며 경기에 집중했다.
* * *
하성의 호투는 팀 전체에 자극을 주지 못했다.
언제나 같은 모습을 보여왔기에 팀 동료들은 그의 호투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단 두 사람.
하성과 가까운 사이인 트레버와 잭의 생각은 달랐다.
‘파트너가 저렇게 열심히 던지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다니.’
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꾸준히 호흡을 맞춘 트레버다.
거기에 그는 포수라는 포지션답게 평소 투수들이 느끼는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점수가 나지 않는 지금 이 상황에 답답해할 거야.’
그걸 알기에 트레버의 의욕이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잭 역시 비슷했다.
‘나한테 도움을 주었던 하성한테 보답할 시간이다.’
마이너리그에서 하성의 도움을 받아 실력이 일취월장했던 잭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하성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 두 사람의 타격은 확실히 다른 선수들과는 달랐다.
[원아웃에서 잭이 타석에 들어섭니다.]타석에 선 잭은 끈질기게 린스컴을 물고 늘어졌다.
딱!!
“파울!!”
[4구 파울입니다! 투스트라이크에서 변화구를 파울로 만들어내며 좋은 집중력을 보여줍니다.] [린스컴의 투구 수가 한계에 이르렀기에 이런 끈질긴 승부도 아주 좋습니다.] [선발투수가 바뀌면 기회가 찾아오겠죠?] [맞습니다. 자이언츠는 그동안 불펜의 소모도 많았으니 분명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린스컴의 투구 수는 어느덧 105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1차전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지만, 한계 투구 수에 육박한 건 사실이었다.
‘구속이 떨어지고 있다.’
자이언츠의 감독 브루스 보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린스컴의 교체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7회까지는 막아주면 좋을 텐데.’
이닝 중간에 투수를 교체하는 건 불안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린스컴의 구속 저하를 봤을 때 바꿀 타이밍을 재야 할 때였다.
“불펜에 투수들은?”
“준비하고 있습니다. 린스컴이 저 녀석만 잡아내면 7회까진 맡을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잭의 집중력이 만만치 않아.”
퍽!!
“볼!!”
“결정구로 던진 브레이킹볼도 골라내네요.”
“경기에 집중하는 게 다른 타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아. 저런 녀석은 쉽게 유인할 수 없어.”
결국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보치 감독은 포수인 버스터 포지에게 직접 사인을 보냈다.
‘정면승부를 해.’
그의 사인에 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이 녀석은 유인구로 돌려세울 수 있는 녀석이 아니야.’
집중력이 다른 타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았다.
결정을 내린 포지가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낮은 코스.’
코스를 결정하고.
‘네 베스트 볼을 던져.’
구종의 사인을 보냈다.
린스컴도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과 함께 6구를 뿌렸다.
“흡-!!”
[6구 던졌습니다!]쐐애애액-!!
손에서 느낌이 왔다.
제대로 긁혔고 오늘 던진 공들 중 베스트에 준하는 공이었다.
그 순간.
후웅-!!
잭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배트는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라인을 정확히 찌르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잘 맞은 타구! 좌익수 키를 넘어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립니다! 그 사이 잭 선수 1루 돌아 2루로!]공이 펜스를 맞고 나오는 걸 잡은 좌익수가 그대로 3루로 공을 뿌렸다.
덕분에 잭은 2루에 멈춰야 했다.
[2루에서 멈춰 서는 잭! 하지만 원아웃에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면서 어슬레틱스가 좋은 기회를 잡습니다!] [잭 선수의 타격이 아주 좋았습니다! 결대로 밀어쳐 장타로 만들어냈어요!]욕심 부리지 않은 타격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장타가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트레버 선수가 들어섭니다!]타석에 들어선 트레버는 장타를 맞아 충격에 빠진 린스컴의 힘없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딱-!!
[초구를 강타!!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깔끔하게 빠진 타구에 2루의 잭이 3루를 돌아 홈을 파고들었다.
촤아아앗-!
[잭 선수 홈을 밟습니다! 드디어 선취점을 올리는 오클랜드!!] [드디어 점수를 올립니다! 트레버의 욕심 내지 않고 휘두른 배트가 만들어낸 점수입니다!]두 선수가 만들어낸 점수에 전광판을 밝히고 있던 0이란 글자가 1로 바뀌었다.
하성이 승리투수로서의 요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