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78)
마운드의 빌런-178화(178/285)
마운드의 빌런 178화
잭과 트레버의 합작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하성.
하지만 토니 감독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바꿔야 하는 건가?’
하성의 투구 수는 9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원래라면 교체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에 고민이 됐다.
‘고작 1점이다. 이 점수를 지키는 건 다른 투수들로 무리야.’
불펜투수들도 분명 잘해주고 있었다.
아직 블론세이브는 나온 적이 없었으며 크게 무너져 이기고 있는 경기를 역전당한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불펜을 가동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토니 감독은 하성을 믿기로 했다.
‘하성이 8회를 막아주면 바로 베일리로 넘어간다.’
하성의 후계자인 베일리는 완벽한 클로저로서 어슬레틱스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가 마운드에 올라오면 경기를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
토니 감독의 머릿속에는 그런 계산이 서있었다.
[1점의 리드를 업고 정하성 선수가 8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투구 수가 95개를 넘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토니 감독의 선택은 정하성 선수군요.] [그만큼 정하성 선수를 믿고 있다는 소리겠죠?]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감독이라 해도 정하성 선수를 등판시킬 겁니다.]압도적인 실력.
100구를 넘어서도 공을 던질 수 있는 내구력.
수없이 많은 경기에서 그러한 것들을 보여준 하성이기에 보는 이들도 이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성은 이번에도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맹렬하게 공을 뿌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구속은 99마일!] [약간 구속이 떨어졌습니다만, 공의 무브먼트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딱!!
“파울!!”
[2구 바깥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때렸지만, 파울이 됩니다.] [배트의 끝으로 겨우 맞출 정도로 변화의 각이 큰 슬라이더였습니다.]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은 3구와 4구를 유인구로 던졌다.
퍽-!
“볼!”
[4구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는 원볼 투스트라이크가 됐습니다.] [3구에 던졌던 스플리터를 겨우 걷어냈던 게 아쉽네요.] [거기에서 헛스윙이 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습니다.]원볼 투스트라이크.
하성은 유인구를 통해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타자의 집중력이 생각보다 좋았다.
‘하이 패스트볼에는 배트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4구에 던진 하이 패스트볼의 구속은 101마일을 기록했다.
볼카운트가 몰렸던 타자라면 충분히 배트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좋은 공이었다.
하지만 배트는 나오지 않았다는 건 타자의 집중력이 그만큼 좋았다는 소리다.
‘정면승부로 끝내는 게 좋겠어.’
집중력이 좋은 타자에게 유인구를 계속 던져도 득볼 것은 없었다.
결국 남은 건 정면승부로 찍어 누르는 것이었다.
‘승부를 보겠어.’
하성의 사인에 트레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데, 투수가 먼저 말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트레버가 미트를 내밀자 하성이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가며 힘을 모았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정하성 선수 5구 던집니다!]“흡-!!”
스트라이드와 함께 허리를 돌려 몸의 회전을 만들어낸 하성은 기합과 함께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몸쪽을 강하게 찔러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후웅-!
마치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 그의 스윙에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하성의 공은 예상했다고 때려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휘릭-!
패스트볼이지만, 마지막 순간 공에 회전이 걸리면서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 변화는 임팩트 순간 배트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힘없이 구른 타구가 3루수를 향했다.
가볍게 공을 잡은 3루수가 1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휙-!
퍽!
“아웃!!”
[8회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송구가 다소 높긴 했지만, 1루수 잭이 잘 처리했습니다.] [그리 어려운 송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해설위원이 보기에도 어슬레틱스 선수들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하성과는 관련없는 이야기였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4번째 삼진을 기록하면서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그는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섰음에도 여전히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런 하성의 피칭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하성! 정하성!!”
짝짝짝짝-!!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팬들의 응원에도 하성의 집중력은 깨지지 않았다.
‘응원과 비난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다.’
하성은 최고의 위치에서 한 번에 나락까지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지금 팬들의 응원에 감사함은 느끼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내가 실패하는 순간 저 응원은 사라진다.’
응원하는 저들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집중해야 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정하성 선수, 8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위해 사인을 교환합니다.]집중력은 체력과 비례한다.
100구가 넘은 시점부터 하성의 집중력은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체력을 넘어서는 정신력이 있었다.
한 번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에 남들보다 더 강한 정신력으로 떨어진 체력을 보완할 수 있었다.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8회 마지막 타자를 상대했다.
“흡-!!”
쐐애애애액-!
딱!!
“파울!!”
[초구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겨우 걷어냅니다!] [좋은 집중력입니다. 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을 던져야 합니다.]“흡!!”
쐐애애액-!
퍽!
“볼!!”
[2구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타자의 배트 나오다 멈춥니다! 트레버 포수 3루심에게 스윙 체크!]“세이프!”
[아~ 돌지 않았다는 판정입니다.]“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엄청난 야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돌았다고 판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스윙이었는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3루심이 돌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니 투수인 정하성 선수는 이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작은 것에 연연하면 집중력이 깨질 수 있다.
해설위원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로 약한 정신력을 소유한 선수가 아니었다.
‘돌지 않았다면……!’
[3구 던집니다!]‘돌게 만들면 돼!’
“흡!!”
쐐애애액-!!
하성의 손을 떠난 공이 2구와 마찬가지로 존의 바깥쪽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는 마치 패스트볼과 같은 궤적에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돌아간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릭!
공이 변화를 일으키며 보더라인 밖으로 도망쳤다.
타자가 어떻게든 치기 위해 엉덩이를 빼면서 배트를 뻗었지만, 공의 변화를 좇아가기 무리였다.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이번에는 확실한 헛스윙! 정하성 선수 컷패스트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냅니다!] [슬라이더로 스윙을 유도하지 못하니 이번에는 커터를 던져 확실하게 헛스윙을 만들어내네요.]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하성이 관중석을 바라봤다.
‘저보다 더 긴장되십니까?’
거기에는 기도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공을 던지는 자신보다 더욱 긴장된 얼굴의 부모님을 보며 하성은 마지막 공을 준비했다.
‘부모님 앞에서 경기를 망칠 순 없지.’
의지를 다진 하성이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승부를 짓겠어.’
직접 보낸 사인에 트레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미트를 내밀자 하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여기에서 끝낸다는 생각으로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와인드업과 함께 그 힘을 모은 하성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흐앗-!!”
쐐애애애액-!!
[던졌습니다!]하성의 손을 떠난 공은 매서운 속력으로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타자의 배트가 돌기 어려울 정도로 절묘한 코스였다.
뻐어어억-!!
굉음과 함께 미트에 꽂힌 공에 순간적으로 경기장은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스트라이크!!”
구심의 외침이 적막을 깼다.
“배터 아웃!!”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삼진입니다!! 정하성 선수 월드시리즈 4차전! 15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며 이닝을 마감합니다!!] [정말 엄청납니다!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두 번이나 무실점 피칭을 해내는 정하성 선수! 그야말로 언터처블입니다!!]1차전과 4차전.
모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한 하성에게 오클랜드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커튼콜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클랜드 콜로세움을 가득 메운 팬들이 일제히 정하성 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하성은 걸음을 멈추고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어 감사함을 전달했다.
그런 하성의 눈에는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하성은 두 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 * *
기자들은 경악했다.
“설마 4차전도 무실점 피칭이라니……”
“이럴 수가 있는 거야?”
“내 눈으로 봤으니 믿을 수밖에 없지.”
“도대체 한국에서 어떻게 저런 선수가 나타난 거야?”
기자들의 놀라움은 이해됐다.
반면 한국인 기자들은 그런 외국기자들의 반응에 즐거울 따름이었다.
“쟤네들이 우리 선수를 보고 놀라는 게 얼마 만이야?”
“전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거의 10년 전이 마지막 아니었을까?”
“빅초이가 3연타석 홈런 날렸을 때가 마지막인 거 같은데?”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많은 한국 선수들.
그들은 한순간이나마 미국을 놀라게 만들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통틀어 유의미한 성적을 남겼던 건 단 세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나 누구도 하성과 같은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번 월드시리즈 MVP는 하성이 차지하겠는데?”
“하성밖에 없지.”
“이건 정하성 시리즈나 마찬가지야.”
기자들은 벌써 어슬레틱스가 우승을 한 것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4차전까지 승리한다면 시리즈 스코어는 3 대 1이 된다.
5차전과 6차전을 내주더라도 7차전에는 다시 하성이 등판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자이언츠가 하성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했다.
어슬레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실해보이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들은 야구의 명언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9회 초 스코어 1 대 0으로 어슬레틱스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클로저 베일리가 마운드에 오릅니다.]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베일리는 첫 번째 투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4차전이 끝나기까지 두 개의 아웃 카운트가 남았습니다.] [베일리 투수 오늘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네요.]모든 이의 마음 속에 어슬레틱스가 승리할 거란 생각이 깃들었을 때.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공!]변수가 생겼다.
[유격수 엘리스 공을 잡아 1루로!] [아!]해설위원의 탄식과 함께 송구된 공이 1루수 키를 넘어 날아갔다.
[송구 높았습니다! 주자 1루에 들어섭니다!] [어처구니없는 에러가 나왔습니다.] [어려운 타구도 아니었는데요.] [이건 깔끔하게 처리했어야 할 공이었어요!]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에러였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에선 나와서는 안 되는 에러였다.
그리고 이 에러는 스노우볼이 되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아~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옵니다!] [에러 때문일까요? 베일리의 제구가 갑자기 흔들립니다.]흔들리는 베일리의 모습에 토니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하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흐름이 무너졌다.’
단 하나의 에러였지만, 베일리는 경험이 적었다.
멘탈이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토니 감독의 방문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었다.
‘교체하는 게 나을 텐데.’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팀의 마무리 투수를 내리고 다른 투수를 올린다는 게 말이다.
결국 토니 감독은 베일리를 격려만 하고 내려왔다.
[1사 주자 1, 2루의 찬스에서 버스터 포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그리고 최악의 상대가 타석에 들어섰다.
‘불안해.’
하성의 불안은 그대로 적중했다.
딱!!
[아아! 잘 맞았습니다!!]포지의 배트는 한가운데로 몰린 베일리의 초구를 그대로 때렸다.
‘넘어갔다.’
하성은 그 공이 넘어갔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건 베일리 역시 마찬가지인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넘어가는 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옵니다! 9회 초 1사에서 역전 쓰리런 홈런이 나옵니다!]모두가 이길 거라 생각했던 경기.
그러나 어슬레틱스는 4차전을 내주면서 월드시리즈 스코어는 2 대 2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