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79)
마운드의 빌런-179화(179/285)
마운드의 빌런 179화
[정하성의 호투를 무색하게 만든 버스터 포지의 9회 초 역전 쓰리런 홈런!] [드라마가 만들어진 월드시리즈 4차전!] [107구의 호투를 허사로 만든 마무리투수 베일리의 블론세이브!] [정하성만으로는 무리였다! 월드시리즈 동률이 된 어슬레틱스!]하성이 등판한 다음 날이면 언제나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평소와 다른 느낌의 기사들이었다.
하성은 호투를 펼쳤지만, 월드시리즈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8이닝 무실점이라는 엄청난 대업을 낳으면서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그러나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언론은 경악했다.
[월드시리즈 4차전의 패배는 어슬레틱스의 패배이지 정하성 선수의 패배가 아닙니다.]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죠.]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호투했습니다.]패널들이 나온 프로그램에서도 하성을 옹호하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단순히 한국에서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월드시리즈 리뷰를 하는 이들 모두가 하성의 패배가 아니란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8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았는데. 이걸 못 이기네.
-어슬레틱스는 정하성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네.
-그러게 말이야.
-정하성이 9회까지 완투해야겠는데?
-그래봐야 최대 3승 아님?ㅋㅋ
-이제 많이 올라와야 1번이지.
-뭐가 됐건 자이언츠가 월시 우승 각이다.
이제 대중은 월시 우승팀으로 자이언츠를 꼽았다.
그 이유는 정하성의 부재였다.
[정하성 선수의 다음 등판은 언제가 될까요?] [아마 6차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짜로 보면 꽤 촉박한데. 그게 가능할까요?] [5차전이 끝나고 이동 일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5차전을 내준다면 시리즈 전적은 3 대 2가 되면서 궁지에 몰리니 그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겁니다.]어슬레틱스가 이기기 위해선 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너무 과한 소리일 수 있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제대로 활약을 펼친 선수가 하성밖에 없었다.
거기에 시리즈의 흐름 자체가 자이언츠에 넘어간 상황.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선 하성의 등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가 6차전에 등판할 경우 이틀 휴식 후 등판하게 되는 것이다.
[정하성 선수가 6차전에 오르게 된다면 기존의 루틴이 파괴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는 기본적으로 4일 휴식 5일 등판의 루틴이 있었고 정하성 선수는 그동안 그 루틴을 충실히 지켜온 선수죠.] [그게 갑자기 깨질 경우 부진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슬레틱스도 고민이 될 겁니다.]해설위원의 판단은 정확했다.
어슬레틱스의 크리스 단장은 5차전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후 경기들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하성을 대기시키고 하성의 등판을 미룰 수 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오늘 경기를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슬레틱스 입장에선 다양한 경우의 선택지가 생긴다.
하지만 진다면 그런 선택지는 사라진다.
‘진다면 6차전에 하성을 무조건 등판시켜야겠지.’
문제는 하성이 가진 데이터다.
그동안 하성은 루틴을 정확히 지켜온 선수다.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이라는 공식이 깨졌을 때 하성이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
하물며 3일 휴식 후 4일째 등판을 시킨다?
그것은 베테랑 선수들조차 힘겨워하는 일이 많았다.
‘알아보니 일본이나 한국은 5일 휴식 후 6일 등판이라는 루틴을 가진다. 주 1회를 던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비록 프로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온 하성도 비슷한 타입일 수 있다.’
그런 하성이 4일 휴식 5일 등판이라는 루틴을 지켰다는 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일 휴식 4일 등판은 도박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으로 7차전에 등판시키고 싶다.’
문제는 크리스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지 않았다.
딱-!!
“아-!”
[잘 맞은 타구! 좌중간을 가릅니다! 자이언츠의 공격이 연속해서 터집니다!!]4차전의 역전승으로 인해 자이언츠의 기세가 올랐다.
그리고 기세가 오른 자이언츠를 막기엔 어슬레틱스의 마운드는 강하지 못했다.
결국 어슬레틱스는 홈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배하며 시리즈 스코어가 3 대 2로 몰리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크리스 단장은 입술을 깨물며 결정을 내렸다.
* * *
[궁지에 몰린 오클랜드.] [5차전도 패배한 오클랜드! 한 번만 더 지면 월드시리즈 제패에 실패한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6차전에 정하성을 등판시켜야 한다!] [정하성은 과연 구원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모든 언론의 포커싱이 하성에게 집중됐다.
전문가들 역시 블로그와 SNS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남겼다.
-오클랜드가 월드시리즈 7차전을 가기 위해선 하성을 등판시켜야 한다.
-하성밖에 정답이 없어.
-오클랜드는 궁지에 몰린 쥐와 같아. 그들이 이 궁지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하성이 등장하는 거지.
대부분 하성을 등판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하성은 지금까지 4일 휴식 5일 등판이란 루틴을 지켰어. 3일 휴식은 미지수의 상황이야.
-차라리 그를 불펜에 대기시키고 다른 투수들로 6차전을 막아가는 게 낫다.
-정하성이란 카드를 먼저 사용하면 7차전은 이길 수 없어.
-어슬레틱스의 크리스 단장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거야.
6차전과 7차전.
한 경기라도 지면 궁지에 몰리게 된 어슬레틱스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하성에게 하루의 휴식을 더 보장하면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등판시키느냐.
아니면 6차전에 올리면서 무모한 도전을 할 것이냐.
어려운 문제였기에 크리스 단장은 회의를 거듭하며 토론을 이어나갔다.
“2일 휴식 후 등판을 시키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6차전을 진다면 7차전은 생각할 수도 없어요.”
“차라리 더블 선발 체재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6차전을 이긴다면 7차전에 올릴 투수가 없어요!”
갑론을박이 오갔다.
각종 전략이 나올 정도로 이번 결정은 어려운 문제였다.
결국 크리스 단장은 선수 본인의 의사를 묻기로 결정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하성을 크리스 단장이 맞이했다.
“어서 오게. 좀 쉬었나?”
“예. 다음 등판을 위해 푹 쉬고 있습니다.”
하성의 대답에 크리스 단장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가 해야 할 건 컨디션 관리였다.
하성은 그걸 잘해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잘하고 있군. 역시 자네는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야.”
“프로라면 당연한 거죠. 그나저나 절 호출하신 건 등판 문제 때문인가요?”
“잘 알고 있군.”
“언론에서 매일같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라도 꽤 머리가 아플 거 같거든요.”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네. 그래서 자네의 의견을 묻고 싶어.”
연장자가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미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하성은 팀의 에이스다.
경력을 넘어서는 성적을 올리는 선수이기에 충분한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전 7차전에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전 루틴이 철저한 선수입니다. 그걸 지켜야 지금과 같은 피칭이 가능합니다.”
“음…….”
“물론 6차전에 나가라면 등판할 겁니다. 하지만 선발로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하성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에 크리스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꽤나 직설적이군.”
“이런 일에 돌려 말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전 삶에서 하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비슷한 선택을 해야 했다.
그곳에서 하성은 등판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에이스면 어떤 상황에서도 마운드에 오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때 내가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운명이 바뀔 수 있었겠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하지만 돌릴 수 없는 일이었기에 후회만이 남았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어.’
하성은 이미 크리스 단장이 부르기 전부터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이동 일을 포함하더라도 제가 6차전에 등판했을 경우 정상 컨디션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인가?”
“예상입니다만, 아마 맞을 겁니다. 백퍼센트 컨디션은 낼 수 없습니다.”
크리스 단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선수 본인이 저렇게 이야기한다면 플랜을 조절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무리하게 그를 등판시켰다가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소 위험성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결국 팀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에게 모두 짐을 지게 할 순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자네가 등판해야 할 수도 있네.”
“불펜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이것까지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팀에서 공을 던지라고 한다면 던져야 하는 게 현재 하성의 위치였으니 말이다.
* * *
오클랜드로 돌아올 당시의 어슬레틱스 전용기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선수들은 말이 없었고 무거운 분위기가 전용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1패라도 하나다면 곧장 우승은 날아가니 부담감이 장난 아니겠지.’
하성은 눈을 감고 자신의 회복에 집중했다.
‘6차전에 내가 올라가 봤자 몸에 부담을 더 줄 뿐이다. 그런 부담이 쌓이면 결국 망가지게 되어 있어.’
어깨는 소모품이다.
던지면 던질수록 결국 고장 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어깨에 입는 데미지를 줄이는 방법은 있었다.
바로 철저한 루틴을 지키는 것이다.
‘월드시리즈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선수가 많은 돈을 받는 건 결국 꾸준한 활약이 정답이야. 월드시리즈에서 잘 던져봐야 한순간의 찬사만 있을 뿐이다.’
다른 선수들이나 팬들이 들으면 경악할 정도로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다르게 생각했다.
‘명예로 먹고살 순 없다. 결국 내게 필요한 건 부야.’
명예는 사라진다는 걸 잘 아는 그였기에 하성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체력의 회복에 전념했다.
* * *
월드시리즈 6차전.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성의 등판을 예상했다.
하지만 발표는 전혀 달랐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선발투수로 본래 로테이션을 지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네요.] [그렇습니다. 6차전을 패배한다면 7차전은 없을 텐데요.] [정하성 선수가 불펜에 대기한다고는 하나, 그를 올린다면 7차전에 등판할 투수가 없게 됩니다.] [한마디로 등판시키는 건 무리라는 거겠죠.]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그건 현실로 나타났다.
[어슬레틱스와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6차전이 많이 기울고 있습니다.] [어슬레틱스는 3선발인 세필드를 그대로 등판시키는 선택을 했지만, 이게 패착이 되었네요.] [7회 현재 스코어 7 대 2로 자이언츠에 많이 기운 경기. 어슬레틱스는 다수의 투수를 동원했지만, 1회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경기는 기울었다.
그리고 어슬레틱스는 결국 이 기운 경기를 되돌리지 못하고 경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 6차전을 패배하면서 우승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2010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결정됐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MVP는 우승팀인 자이언츠에서 나오지 않았다.
[정하성!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MVP 수상!] [팀은 패배했지만, 정하성은 승리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 패배팀 소속으로 MVP를 수상하는 정하성!] [50년 만의 기록을 세운 정하성!]하성의 상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게 된 정하성!]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다!]사이영상 수상자가 된 하성은 또 하나의 상을 수상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정하성 메이저리그 MVP에 뽑히다!] [올 시즌 정하성보다 더 뛰어난 선수는 없었다! 월드시리즈 MVP에 등극하게 된 정하성!] [역대 두 번째 사이영상, 월드시리즈 MVP, 메이저리그 MVP를 동시에 수상하게 된 정하성!] [정하성! 전설 샌디 코팩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하성은 세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쥐어내며 2010시즌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언론들은 그런 하성의 활약에 하나의 물음표를 띄웠다.
[2011시즌 슈퍼2 조항에 따라 연봉조정협상자가 된 정하성, 과연 얼마나 받을 것인가?!]본격적인 스토브리그의 서막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