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0)
마운드의 빌런-180화(180/285)
마운드의 빌런 180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베이스볼.
보는 이들이 많은 만큼 엄청난 광고가 붙으면서 구단들의 수익은 거대해졌다.
그러한 수익의 지출은 대부분 선수들의 연봉으로 나갔다.
당연하게도 선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연봉은 하늘과 땅 차이지. 그리고 2010년대 초반에는 잠깐 주춤하게 되고.’
2000년대 알렉스 로드리고의 장기 계약이 깨지는 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이 깨지는 순간, 마치 봇물 터지듯 선수들의 연봉은 하늘 높이 올라가게 된다.
2020년대에는 연간 4,000만 불이라는 꿈의 연봉을 받는 선수도 나타나게 된다.
‘굳이 지금 장기 계약을 할 필요가 없지.’
하성은 그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물론 이게 계속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미래가 보장된다는 건 큰 이점이 있기에 충분할 정도의 조건이 들어온다면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어슬레틱스에서 7년 1억 달러를 제시했어요.”
“7년이요?”
하성은 순간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가 의심하며 되물었다.
“네. 저도 재차 확인했지만, 크리스 단장은 7년 1억 달러라고 말하더군요.”
“별로 저랑 계약할 생각이 없나 보군요.”
“후우…… 그러게요.”
“고민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단기 계약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조정위원회로 넘어갈 준비를 하죠.”
“알겠어요. 그럼 크리스 단장과 협상을 진행하도록 할게요.”
어슬레틱스는 스몰마켓이다.
거기에 구단주는 짠돌이였다.
막대한 부를 벌지만, 투자에는 인색했다.
그러니 지암비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도 트레이드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덕분에 어슬레틱스에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존재하지 않았다.
“단년계약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연봉은 어느 정도 수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잡을지 생각해 보셨나요?”
조정 대상자인 하성의 올해 연봉은 60만 달러다.
이것은 최저연봉에 근접하는 금액이었기에 대폭 인상은 불가피했다.
“최근 연봉 조정 대상자 중 가장 큰 연봉 상승을 보였던 투수는 자이언츠의 팀 린스컴이었어요.”
“조정 대상자였지만, 2년 계약을 맺었죠?”
“네. 2년 2,300만 달러로 1년에 1,150만 달러의 규모였어요. 사실상 최대 인상 금액을 갱신했었죠.”
린스컴이 요구했던 금액은 1년에 1,300만 달러였다.
반면 자이언츠는 80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연봉 조정위원회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그때 린스컴이 재밌는 행동을 보였다.
“린스컴이 사이영상을 들고 구단사무실을 찾아갔다는 게 사실인가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사실이에요. 자이언츠 구단은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이사벨이 웃으며 말했다.
린스컴의 이 일화는 메이저리그 연봉 조정에 있어 상징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만큼 린스컴이 2000년대 보여주었던 기록은 대단했다.
그리고 하성은 그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럼 전 더 받을 수 있겠군요.”
“물론이죠.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예요. 린스컴을 넘어서는 금액을 받을 수 있어요. 아니, 받아낼게요.”
“그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네!”
이사벨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성의 연봉 조정은 야구팬은 물론 관계자들도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었다.
[과연 정하성은 얼마를 받을 것인가?]가장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은 하성이 얼마큼의 금액을 받을지였다.
-사실상 1년 차 최대 상승하지 않겠냐?
-그건 당연한 거지.
-문제는 얼마나 더 받느냐지.
-당장 사바시아나 린스컴은 넘어서야 하는 거 아니냐?
팬들은 하성이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투수인 사바시아나 린스컴을 넘어서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어슬레틱스가 그걸 감당할 수 있겠냐?
-안 그래도 프런트가 X신 짓 해서 연봉 조정을 1년 일찍 하게 됐는데 ㅋㅋ
-지금부터 그 금액 주면 당장 내년에 트레이드 각임.
-기사로는 어슬레틱스가 7년 1억 달러를 제시했다던데?
-헛소문이겠지.
-그게 말이 됨?ㅋㅋ
-어슬레틱스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건 농락 수준이지.
7년 1억 달러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대규모 계약에 속한다.
하지만 하성의 성적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은 금액이었다.
무엇보다 하성은 어리고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성기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하성의 나이가 워낙 어려 아직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근거였다.
어쨌건 하성이 미래를 잡히면서 헐값에 장기 계약을 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곧 현실이 되었다.
1차 협상은 결렬됐다.
연봉 조정 협상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 *
시즌이 마무리됐지만, 하성은 더욱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오늘은 뉴욕 타임즈에서 취재를 올 거예요. 그 뒤에 4시에는 ESPN과 단독 인터뷰가 있을 거고 이후에는 비고르 쪽과 회의가 잡혀 있어요.”
하나같이 쟁쟁한 이름들이 나왔다.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도 그의 입지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쉴 시간이 없겠군요.”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정말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해요.”
정말 쉴 틈 없는 일정들이었다.
설마 매일 이런 스케줄이 있나 걱정이 될 때 이사벨이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일주일 뒤부터는 휴식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행이군요.”
“앞서 언질을 주셔서 충분히 조절하면서 일정을 잡았어요. 앞으로의 일정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유명 매스컴에 대한 일정만 잡혀 있어요.”
너무 많은 행사나 매스컴과 접촉을 해도 좋을 건 없었다.
아무 곳에나 나타난다면 그의 희소성이 사라진다.
그렇기에 스케줄 조절은 꼭 필요했다.
그런 부분을 서포트해 주는 게 에이전트인 이사벨이 할 일이었고 말이다.
“어슬레틱스와의 협상은 어땠습니까?”
“음…….”
이사벨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전화로 말씀드렸지만, 금액적인 차이가 커요. 저희가 원하는 건 최소한 1,500만 달러 이상이지만, 어슬레틱스가 제시한 금액은 800만 달러였어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 차이였다.
무엇보다 하성이 생각하는 1,500만 달러도 최소한의 수치였다.
그런데 거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제시했으니 협상이 진행될 여지는 없었다.
“800만 달러라…….”
“어슬레틱스는 재정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할 거예요. 정하성 선수는 올 시즌이 첫 연봉 조정이고 앞으로 4번의 연봉 조정이 더 있을 예정이니까요.”
본래 연봉 조정 신청은 3년 차부터 6년 차까지.
총 4번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하성은 슈퍼2조항에 따라 5번의 조정 협상을 치러야 한다.
매년 하성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인상은 불가피했다.
그렇기에 첫 연봉 협상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금액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구단 입장에선 연봉 인상을 하더라도 그 인상폭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정하성 선수에게 중요한 게 아니죠. 중요한 건 정하성 선수의 가치를 인정받는 거니까요.”
“마음에 드는 말이네요.”
이사벨의 말은 정답이었다.
연봉이야말로 프로선수의 가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구단이라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미니멈 연봉을 올리도록 하죠.”
“2,000만 달러 정도면 적당할 거 같아요.”
“마음에 드는군요.”
2천만 달러.
한화로는 200억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만약 이 금액으로 계약이 성사된다면 하성은 연봉 조정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을 받게 된다.
이는 1년 차 연봉 조정이 아닌 전체 연봉 조정 연차에서 말이다.
“이걸 성공한다면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비 FA 최고 연봉 선수가 되는 거네요.”
이사벨의 말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2번째 협상 날.
크리스 단장은 이사벨이 제시한 금액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얼마라고요?”
“2천만 달러를 원합니다.”
“천만 달러나 천이백만 달러를 잘못 말한 게 아닙니까?”
“아뇨. 정확히 들으셨어요. 이천만 달러가 제 고객이 원하는 금액이에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크리스 단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제 첫 번째 연봉 조정입니다! 그 금액을 준다면 2년 차에 도대체 얼마큼의 연봉을 줘야 된다는 말입니까?!”
“그건 미래의 일이에요. 전 현재를 이야기하는 거고요. 현재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예요. 그런데도 최고 연봉을 요구한 게 아니에요.”
“사바시아와 클리프 리 같은 선수들은 FA를 통해 그 연봉을 받고 있는 거예요! 비 FA 중에 도대체 누가 2천만 달러를 받고 있단 말입니까?!”
“그럼 메이저리그의 어떤 투수가 정하성 선수와 같은 성적을 올리고 있죠?”
크리스 단장의 말문이 막혔다.
이사벨이 말한 것은 진실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투수도 하성과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정하성 선수는 최고 연봉을 요구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만 달러만 요구하는 건 구단의 사정을 충분히 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약 이번 제안도 거절한다면 조건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이사벨의 말은 최후 통보나 다를 바 없었다.
결국 크리스 단장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후우…… 의논해 보겠습니다.”
“긍정적인 대답 바랄게요.”
환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녀를 보며 크리스 단장은 이를 악물었다.
* * *
연봉 조정 협상과 함께 다양한 스케줄을 진행하면서도 하성은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뉴욕이란 곳이 정말 좋구나.”
“도시라서 번잡한데. 차라리 하와이나 그런 쪽이 좋지 않으세요?”
“엄마는 이런 분위기도 좋아.”
“나도 이런 곳이 더 낫더구나.”
부모님을 모시고 뉴욕 관광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걸 먹으러도 갔다.
과거에는 훈련이다 뭐다 해서 이런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시간이 생긴 뒤에는 이런 걸 하고 싶어도 먹고 사는 게 다시 바빠져 그럴 수도 없었다.
부모님도 더 나이가 들어 먼 곳을 다니는 게 어려워졌고 말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도 하지 못하게 돼.’
하성은 그것을 이전의 삶에서 배웠다.
그렇기에 지금을 충실히 살아가는 법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덕분에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하성아, 연봉 조정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냐? 뉴스대로라면 잘 진행되지 않는 거 같던데.”
“갭차가 제법 되는 거 같아요. 에이전트에게 맡겼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예요. 만약 성사되지 않더라도 위원회로 넘어가면 되니까요.”
“메이저리그에서도 위원회로 넘어가는 일은 잘 없다고 하던데.”
“제가 좀 특이한 케이스잖아요. 너무 잘해서 연봉 조정 협상을 하는 건 꽤 어려울 거예요.”
“그건 그렇겠지.”
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아들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었으니 뿌듯한 게 당연했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하성에게 걸려왔다.
“저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래.”
부모님에게 양해를 구한 하성이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예, 단장님.”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크리스였다.
[휴식 중에 죄송합니다. 연봉과 관련해서 의논할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그 부분은 에이전트에게 위임했는데. 이사벨과 통화를 해보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단지 구단주께서 직접 보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예상치 못한 소식에 하성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