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3)
마운드의 빌런-183화(183/285)
마운드의 빌런 183화
연간 2천만 달러.
한화로 23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고 3년 만에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들과 같은 연봉을 받게 됐다.
2011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투수는 CC사바시아로 2,300만 달러를 받는다.
사바시아는 FA로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2천만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런데 하성은 FA가 아닌 연봉 조정으로만 2천만 달러를 받게 되면서 팬들 사이에선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연봉 조정 1년 차에 2천만 달러 ㅋㅋㅋ
-도대체 얘 FA 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
-한 5천만 달러는 받아야 할 듯.
-5천만 달러는 무슨 ㅋ 연간 1억 달러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 금액을 감당할 구단이 어디에 있냐?
-양키스라면 가능하지 않겠냐?
-걔네들도 무리지 ㅋㅋ
일각에서는 하성의 연봉이 1억 달러까지 오를 거란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워낙 허황된 이야기이기에 사람들은 그저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어쨌건 하성의 3년 차 연봉은 2천만 달러로 결정되면서 어슬레틱스는 골머리를 썩이게 됐다.
“젠장! 그 망할 것들이 정하성의 손을 들어주다니……!”
“정하성 선수에게 2천만 달러를 주게 되면 내년 운영비에 영향이 갑니다.”
크리스 단장의 말에 구단주인 루이스 울프는 인상을 구겼다.
“다른 선수들의 연봉을 줄여. 그리고 긴축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줄 수 있겠지.”
“이보다 어떻게 운영비를 더 줄입니까? 차라리 운영비를 더 내주십시오. 작년 구단의 수입도 32퍼센트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역시 증가할 예정이라는 데이터가 압도적이고요.”
“이봐. 고작 1년 흑자를 봤다고 바로 운영비를 올리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동안 손해 봤던 걸 메꾸어야지.”
크리스는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수입이 적다고 운영비도 최소치를 주던 루이스였다.
그런데 흑자를 봤는데도 운영비를 올려주지 않겠다니?
“리그챔피언에 오르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운영비를 올려 선수들에게도 충분히 보상을 해야 합니다.”
“운영비는 작년 기준의 10퍼센트를 올려서 주겠어. 그 이상은 어림도 없네.”
“그런……!”
10퍼센트라고 해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월드시리즈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면 선수들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거기에 하성의 연봉 증가인 1,950만 달러를 합친다면 어림도 없는 증가액이었다.
크리스는 할 말이 많았지만, 루이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잘 부탁하네.”
그 말과 함께 루이스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크리스 단장은 한숨을 내쉬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 * *
계약을 맺은 하성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로렉스 뉴욕 지부장인 마이클 베리입니다.”
“정하성입니다.”
명품시계 중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로렉스.
그곳의 뉴욕 지부장과 미팅을 가졌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저희 로렉스사의 공식 모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로렉스의 공식 모델.
아직 한국에서는 스포츠선수가 로렉스사와 계약을 맺은 사례가 없었다.
그만큼 하성의 입지가 높아졌다는 의미였다.
“기간은 3년, 매년 200만 달러의 모델료와 함께 50만 달러어치의 로렉스 모델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로렉스의 시계는 하나에 몇만 불에서 몇십만 불에 달한다.
그러한 것들을 무료로 착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단순히 착용하고 공식 석상에 서는 것만으로 말이다.
거기에 한화로 23억 원이라는 모델료도 받을 수 있으니 나쁜 계약은 아니었다.
3년 계약이라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으니 충분했고 말이다.
이후 세부적인 조건을 더 들은 후 하성은 그들과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첫 계약이 잘 이루어졌네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 이사벨이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첫 계약이 순조로웠다.
“준비를 잘 해주신 덕분인지 따로 조율할 게 별로 없었네요.”
“그거야 하성 씨가 먼저 조건을 상세하게 말해주신 덕분에 조율하기 쉬웠던 거죠.”
“이제 다음은 어디죠?”
“다음으로는 자동차 브랜드인 GM과 페라리 쪽과 미팅을 가지기로 했어요.”
“바쁘겠군요.”
“하성 씨가 이번에도 큰 사건을 하나 터뜨려 준 덕분에 그쪽에서 더 안달이 났으니까요.”
2천만 달러 계약.
그것은 단순히 부를 얻은 게 아니었다.
대중에게 커다란 임팩트를 남겼고 정하성이란 이름을 뇌리에 새기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2010년은 정하성의 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구에서의 일이다.
세상에는 야구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즉, 일부의 일에 불과하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돈은 모든 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누가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성 씨의 이번 계약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어요. 야구는 물론 축구 미식축구 등. 어떠한 스포츠에서도 3년 만에 1년 2천만 달러 계약을 맺은 케이스는 찾기 힘드니까요.”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이번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했다.
자연스레 하성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그를 모델로 쓰고 싶어 하는 업체들 입장에선 더욱 탐이 나게 만드는 일이었다.
“당분간은 바쁘실 테니. 각오 단단히 해주세요.”
“예.”
하성의 계약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 * *
하성은 본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고액연봉자가 되니 이제는 대중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런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살기 위해 파파라치들이 하성에게 붙기 시작했다.
“휘유.”
차에서 내린 하성은 멀리서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이 기자가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예전에도 파파라치는 있었지만, 이제는 그 숫자가 확 늘어났네요.”
“그만큼 하성 씨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소리예요. 베이스볼 스타에게 이 정도로 파파라치가 붙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고요.”
파파라치의 숫자는 대략 15명에 달했다.
저들의 얼굴은 이제 익숙할 정도였다.
워낙 자주 보니 얼굴을 외울 지경이 된 것이다.
“그래도 영화에서 보듯이 막 달라붙거나 하진 않는군요.”
“악질이 아닌 이상 그 정도로 붙진 않아요.”
“그런 케이스가 진짜 일어납니까?”
“오히려 그것도 순화해서 표현된 거죠. 정말 악질들은 집까지 찾아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범죄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정말 악질인 놈들은 전과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사벨의 얼굴에 경멸의 표정이 나타나는 걸 봐서는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닌 듯했다.
‘그래도 뭐 나한테는 그런 일을 저지르진 않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들어가시죠.”
“예.”
아직까지는 말이다.
* * *
파파라치들은 유명인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취재하고 그것을 언론에 넘겨 돈을 번다.
그 비용은 얼마나 자극적인 소재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파파라치들 중에는 더욱더 자극적인 부분을 취재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들 중 가장 악명이 높은 이가 있었다.
“후우-!”
어두운 방에서 담배 연기를 내뱉은 한 남자.
그는 모니터에 떠 있는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동양인으로 메이저리그를 제패한 남자라…….”
사진의 주인공은 하성이었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
거기에 어마어마한 연봉까지 받으면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하성에게 남자는 관심을 가졌다.
“다음 타깃은 너다.”
파파라치들 중 가장 악질이라 불리는 남자.
해멀스가 하성을 타깃으로 결정했다.
* * *
하성은 미국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여전히 자신이 이동하는 곳에는 파파라치가 붙었지만, 그들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파파라치들은 멀리서 자신의 사진을 찍을 뿐, 딱히 위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 역시 취재를 위해 하는 일이니 제재를 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사적인 부분까지 찍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큰 문제로 삼지 않으면서 파파라치와 트러블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런데 최근 좀 바뀐 부분이 있었다.
‘저 남자는 처음 보는데?’
지저분한 수염에 퀭한 얼굴이 뭔가 다가가기 꺼림칙한 남자였다.
거기에 전신에 문신이 있는지 목까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문신이야 워낙 자주 본 것이니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남자의 행동이 다른 파파라치와는 조금 달랐다.
“헤이! 정! 옆에 여자가 섹시한데? 무슨 사이인 거야?”
그는 하성에게 접근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에게 질문도 던졌다.
특히 이사벨과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사벨은 하성의 팔을 끌어당기며 조용하게 말했다.
“며칠 전에 말했던 악질 파파라치 중 한 명이에요. 괜히 휘말리지 말고 들어가죠.”
“알겠습니다.”
하성도 괜한 트러블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뭐야? 왜 말이 없어? 어젯밤에 뜨겁게 몸을 비벼서 말할 힘도 없는 건가? 아니면 SM 플레이라도 한 거야? 그 여자가 여왕님이고 너는 노예 역할인 거야?”
남자, 해멀스는 자극적인 말을 뱉어 하성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의 주인인 정하성! 침대에서는 여왕님의 노예! 타이틀 죽이는군!”
마음대로 떠드는 그의 태도에 하성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런 하성의 모습에 이사벨이 놀라 다시 그를 만류했다.
“하성 씨. 저 녀석을 건드리면 그때부터는 범죄에 연루되게 되는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순 없겠네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놈들의 방식대로 끝낼 테니까요.”
“그게 무슨……?”
그녀는 의아했지만 더 이상 묻지 못했다.
하성이 마치 악당과도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하성의 변화를 모른 채, 해멀스는 계속해서 하성을 도발해 댔다.
하성이 건물에 들어갈 때까지 말이다.
* * *
해멀스의 행동은 서서히 도를 넘어갔다.
“오호, 여기가 네가 사는 호텔인가? 여기에서 여자들을 데려와서 파티라도 하는 거야?”
그는 호텔의 로비에서 대기하면서 하성이 지나갈 때마다 시비를 걸어왔다.
직원들의 제지가 있었지만,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호텔에 출입했다.
때로는 룸을 잡기도 했고 호텔 내부의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출입했기에 그를 제지할 방법은 따로 없었다.
거기에 하성이 가는 곳마다 따라붙었고 심지어는 자신의 블로그에 허위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알고 봤더니 밤의 제왕이었다!] [여왕님과의 한때를 즐기는 언터처블 투수!]직접적인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하성을 연상케 만드는 내용과 표현을 쓰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자연스레 조회 수는 올라갔고 그의 블로그는 단숨에 미국에서 가장 조회 수가 많은 블로그가 되었다.
“크크! 역시 정하성은 좋은 소재였어.”
그는 다른 사람의 불행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기사의 조회 수를 올리는 데만 집중했다.
그 와중에 상대가 받는 고통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스러운 마인드였지만, 그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하지 않아도 다른 놈들이 하는 일인데 뭐. 오늘도 취재나 하러 가볼까.”
그는 카메라를 챙겨 하성이 머무는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로비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생각보다 늦는군.’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이게 누구야? 날 따라다니던 파파라치 아니야?”
“응?”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에 해멀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의 눈에 하성과 다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뭐긴, 촬영이지.”
하성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