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4)
마운드의 빌런-184화(184/285)
마운드의 빌런 184화
해멀스는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를 보며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공인이 아니야! 날 왜 찍는 건데?!”
“이상한 소릴 하네. 이건 널 찍는 게 아니라 날 찍는 거야. 그런데 네가 내 뒤에 있으니까, 자연스레 구도에 잡히는 거지.”
“그게 무슨……!”
“그렇게 싫으면 저 멀리 떨어져 있든가.”
“크윽……!”
해멀스는 할 말을 잃었다.
설마 하성이 이런 방식으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스타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을 취재했다.
그들 중 자신을 고소한 사람도 있었고 경찰을 부른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폭력을 사용해 자신을 내쫓으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자신을 내쫓을 수 없었다.
법은 자신의 편이었고 그들은 이미지에 금이 가면 안 되는 스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카메라를 동원해 자신을 찍다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찍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촬영을 진행하면서 교묘하게 구도에 집어넣는 게 문제였다.
아무리 피해도 카메라의 앵글을 옮기면서 자신을 구도에 집어넣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최근에 파파라치 때문에 일상생활이 없다니까요. 심지어는 제가 머물고 있는 호텔까지 파파라치가 들어오면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습니다.”
멘트 중간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집어넣으며 심리적인 압박을 걸었다.
‘도대체 이런 짓을 해서 뭐 어떻게 하려는 거지?’
의아한 것은 이런 행동을 하는 하성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날 찍는다고 이득 볼 게 없을 텐데.’
뭐가 됐건 일단 이 자리가 불편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혹시 이런 식으로 날 불편하게 만들어서 자신을 못 찍게 하려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벌써부터 자신을 찍는 카메라가 불편하니 말이다.
‘우습군.’
해멀스는 비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게 맞다고 하더라도 곧 적응할 것이다.
‘일단 지금은 자리를 피하겠지만, 다음에 두고 보자.’
당장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렇게 판단한 해멀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병신.’
어떤 생각으로 자리를 피했는지 뻔히 보였다.
‘한 번으로 끝날 거였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성은 철저하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허락도 없이 사생활을 찍히는 게 얼마나 엿 같은 것인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대중의 반응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정확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 * *
하성은 매일같이 촬영팀을 동행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단순한 촬영처럼 보였지만, 교묘하게 자신을 찍는 파파라치를 앵글에 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하성의 유튜브에 업로드됐다.
[오늘은 제가 훈련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아, 댓글에 제 뒤에 계신 분들이 누군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스태프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냥 저를 찍는 파파라치들입니다.]
하성은 영상 중간중간 멘트를 넣어 파파라치의 존재를 상기시켰다.
그러한 영상이 올라오자 대중의 반응도 나오기 시작했다.
-파파라치가 계속 나오네.
-원래 저런 식으로 따라다님?
-한국에서는 저러면 범죄 아닌가?
-기자들도 저렇게 따라다니지 못하는데.
-미국에서는 저게 합법이라서 어쩔 수 없음.
-그냥 찍는 게 합법이라고?
-와…… 미국 초상권 강하지 않냐?
-이상한 데서 합법을 시키네.
-그나저나 저런 거에 찍히면 짜증 제대로 나겠다.
-어디든 쫓아다니는 거 아니야?
-할리우드 스타들 저걸로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더라.
-나쁜 놈들이네.
대중은 파파라치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 네티즌은 물론 미국인들 역시 파파라치들에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의견을 올렸다.
-그 순했던 마이클 잭슨도 쟤들에게 욕했잖아.
-마잭이 욕할 정도면 쟤네들이 잘못한 거지.
-쟤네들 범죄자나 다름없지.
-법을 교묘하게 피해갈 뿐.
-쟤네들 블로그 가보면 말하는 거 장난 아님 ㅋ
-블로그도 있어?
-저놈들 중 가장 유명한 해멀스 블로그 유명해.
-여기 주소
해멀스를 비롯해 악질 파파라치들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성의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그들의 블로그를 방문해 악플을 남겼다.
-하성이 좀 그만 따라다녀라.
-기생충 같은 새끼들.
-일상도 없이 따라다니는 게 말이 되냐?
-거머리 같은 놈들!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빌붙어서 살고 싶냐?
-너희들도 그런 고통 좀 느껴봐야 돼.
-그러다가 사람 죽으면 책임질래?!
미국과 한국, 그리고 야구를 하는 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성이다.
그런 하성을 괴롭히는 파파라치들은 팬들의 타깃이 되기에 충분했다.
파파라치들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가 뭘 어쨌다고 이 지랄들이야?!”
“망할 놈들! 자기네들이 우리한테 와서 악플을 남기는 건 잘하는 짓이야?”
“웃기는 놈들이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계속 우리 일이나 하자고.”
“하…… 스트레스받네.”
파파라치들은 팬들의 반응에 신경을 끄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하성이었다.
하성은 미래에 있을 브이로그라는 형식의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면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여기는 오클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입니다. 아, 뒤에 일행이냐고요? 아닙니다. 여기에도 파파라치분들이 따라오셨네요.]식당을 가도 따라오고.
[오늘은 아버지 어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오클랜드의 한식당에 왔습니다.이제 아시겠지만, 뒤에는 일행이 아니라 파파라치들입니다.]
부모님과의 이별 자리에도 따라오는 그들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졌다.
특히 오클랜드 시민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나빠졌다.
-이 자식들 파파라치였어?
-아무리 그래도 가족들과 이별하는 자리까지 따라갔다고?
-직업이라 해도 너무하네.
-이 자식들 며칠 전에 우리 식당으로 밥 먹으러 온 놈들이잖아?
-우리 가게에도 온 놈들이네. 두 번 다신 안 받는다!
-맞아! 우리 투수를 괴롭히는 녀석에게 팔 밥 따위는 없어!
-우리 모텔에 온 놈들도 방금 내쫓았다.
오클랜드 시민들은 파파라치에게 물건을 판매하지 않거나 방을 내주지 않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주면서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응은 생전 처음 겪는 파파라치들은 당황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까지 다른 스타들을 건드릴 때는 가만히 있던 녀석들이 왜 이제 와서 난리야?”
“고작 공 좀 던지는 녀석을 건드렸다고 이러는 거야?”
파파라치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했던 일들을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대중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하성보다 더 인기 있는 스타들을 취재할 때도 이러한 반응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는 하성이 영리하게 그들의 행위를 대중에게 폭로했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스타들은 파파라치에게 피해를 입더라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기껏해야 기사에 불과했지.’
기사는 대중에게 와닿지 않는 매체다.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전해오는 기사였기에 코어팬이 아니고서는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브는 달랐다.
‘브이로그는 마치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은 효과가 있지. 일상의 어디든 따라오는 파파라치의 모습에서 팬들도 심각성을 알게 됐을 거고.’
브이로그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팬들에게 심각성을 전달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SNS나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파파라치들에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팬들은 손쉽게 그들을 찾아 항의할 수 있었다.
“어디 계속 건드려 보라고.”
* * *
하성의 브이로그 효과는 확실했다.
대중의 악플에 시달리던 파파라치들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는 이도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이가 바로 해멀스였다.
“고작 그 정도 악플로 포기하다니. 그 자식들은 파파라치를 그만둬야 하는 놈들이야.”
“끌끌, 맞지.”
“오히려 경쟁자가 줄어서 다행 아니야?”
“그것도 맞는 말이지. 이제 하성의 사진은 더 비싸게 팔릴 거야.”
악질 파파라치들은 오히려 경쟁자가 줄었다면서 좋아했다.
“그나저나 정하성 이 녀석은 여자는 안 만나는 건가?”
“그러게 말이야.”
“여자랑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라도 찍으면 대박 날 텐데 말이지.”
“우리 모르게 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유명인이 여자와 같이 있는 모습은 언제나 인기가 많았다.
그렇기에 파파라치들은 하성이 여자와 같이 어울리지 않는 걸 아쉬워했다.
그때 해멀스가 말했다.
“어울리지 않는다면 어울리게 만드는 건 어떨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친구 중에 VIP들에게 에스코트걸을 보내는 애가 있어. 녀석에게 말해서 괜찮은 여자를 하나 붙이는 거지.”
“오호! 미끼를 보내자는 거군.”
“그래. 여자가 우리 편이면 어디를 갈 건지 루트가 나올 거 아니야.”
“잠복하거나 카메라를 숨겨두는 것도 쉽겠군.”
“비디오라도 하나 만든다면 대박이지 않겠어?”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데?”
이들이 말하는 건 불법이었다.
아무리 파파라치라 하더라도 사적인 공간에서 사진을 찍는 건 법을 어기는 것이었다.
거기에 여자를 보내 유인하자는 거 역시 도의적으로 어긋난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 * *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하성은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같이 미팅을 진행하고 광고를 촬영하는 등.
쉴 틈 없이 일하면서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올해는 한국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는 미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해 나갔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올해만큼은 참기로 결정했다.
그만큼 하성을 찾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정확히 1년 만이군요.”
눈앞에 있는 남자는 바로 이용진이었다.
“이사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과 MVP 동시 수상도 축하드립니다. 올 시즌 활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끝내고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미국까지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라면 한국에 오실 때 보려고 했지만, 올해는 한국에 오실 계획이 없으시다고 하셔서 제가 직접 오게 되었습니다.”
즉, 미국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온 게 아니라 오로지 하성만 보기 위해 왔다는 소리였다.
그 말을 들은 하성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듣기 좋은 말이군요. 여기까지 오셨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거겠죠?”
“예. 정하성 선수에게 전속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왔습니다.”
예상했던 것이었다.
이용진은 1년 전에도 자신에게 전속 모델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당시에 제시했던 금액과 기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큰 금액은 분명했지만, 10년이란 미래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거절이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르고 하성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1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정하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고 거기에 걸맞은 제안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기대되는군요. 조건을 들어볼까요?”
하성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원래 이런 성격이라는 걸 알기에 이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져온 조건을 꺼냈다.
“연간 40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하고 싶습니다.”
1년 전보다 무려 4배나 인상된 조건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