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6)
마운드의 빌런-186화(186/285)
마운드의 빌런 186화
여성의 이름은 소피아라고 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몸매 역시 모델급으로 좋았다.
특히 금발 미녀의 모습은 지나가는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뛰어났다.
실제 주위의 남자 손님들은 그녀에게 눈길을 뺏기고 있었다.
“팬이에요.”
그녀는 하성에게 악수를 건네며 팬이라고 밝혔다.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하성도 인사를 나누었다.
“정하성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올 시즌 활약 정말 대단했어요. 공 던지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가워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술 한잔 같이할 수 있을까요?”
하성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유명인이 된 이후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언제나 많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단순히 자신을 만나는 게 신기해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소수의 인원은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다가왔다.
그 목적이 순수할 수도 있었지만, 때로는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이런 작은 차이를 캐치하지 못했겠지만…….’
지금 하성의 나이는 22살이다.
사회 경험이 적고 사람의 내면을 파악하는 게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하성의 안에는 이미 한 번의 인생을 산 고인물이 숨어 있었다.
약간의 대화와 상대가 접근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신호를 캐치해 이 상대가 어떤 이유로 자신에게 접근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여자 무언가 목적이 있다.’
눈앞의 여자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가 실수한 부분은 없었다.
단지 그동안 사람을 만나오면서 경험했던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은 선의를 가지고 접근한 게 아니라 무언가 목적이 있다는 걸 말이다.
‘그 목적이 무엇일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이 여자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여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하성은 다소 위험하지만,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물론입니다. 때마침 좋은 술을 선물 받았으니, 제가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어머! 그렇게까지 해주시니 감사해요.”
소피아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하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성은 직원을 불러 잔을 하나 준비해 시장에게 받았던 술을 그녀의 빈 잔에 따라주었다.
“오클랜드 시장님께서 선물로 주신 위스키입니다. 방금 마셔봤는데, 맛이 아주 좋더군요.”
“오클랜드…… 시장님이요?”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성이 대단한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란 고위공무원과 연이 닿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입술을 발견한 하성은 자신의 의심에 확신을 가졌다.
‘좋은 목적으로 접근한 건 아니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시장님과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이 술도 이전에 제가 관심을 두니 오늘 오셔서 직접 선물을 해주시고 가시더군요.”
“매…… 매우 친하신가 보네요?”
“아무래도 제가 오클랜드에서 제법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이니까요. 그리고 유명세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일반 사람이 들으면 재수 없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눈앞의 소피아에겐 다르게 들렸다.
‘이 남자가 이렇게 영향력이 컸어?’
그녀는 이번 일을 조금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저 잠 한 번 잔다면 마무리되는 그런 일 말이다.
남자와 밤을 보내는 건 그녀에게 일과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걸로 생업을 이어가는 여자였으니 이번에도 매우 간단한 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했다.
부가적인 부분이 추가됐지만, 그것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실제 이런 의뢰가 들어오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부가적인 옵션으로 인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이번 일을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
‘정치인과 친하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잖아!’
문제는 하성이 시장과 인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치인과 잘못 엮인다면 얼마나 골치 아픈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에스코트걸을 하면서 다수의 유명인과 정치인들을 상대했다.
유명인들은 자신들의 유명세 때문이라도 불합리한 조건에서도 큰 액션을 취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업가나 정치인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사회의 직위를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온갖 압박을 해왔다.
연예인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는 것과 단순히 인기가 많은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과 같았다.
‘이 사람이 시장과 친하다면 괜히 잘못 엮이는 거 같은데…….’
미국에선 스포츠스타들도 정치인과 깊은 교류를 가진다.
하지만 하성은 데뷔한 지 3년 차이고 미국인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정치권과 친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녀의 생각이 얼마나 짧은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조건의 의뢰를 받았을 테고 말이다.
‘멍청한 년이었군.’
하성은 그녀의 반응에서 얼마나 어리숙한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몇 마디에도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에선 이번 일이 얼마나 허술하게 꾸며진 일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곧 한 사람을 떠올렸다.
‘최근 내가 원한을 산 무리는 파파라치들이다. 그중에서 이런 일을 꾸밀 정도로 막가파인 녀석은 해멀스겠군.’
쉽게 추리가 가능한 일이었다.
확신은 아니었지만 70퍼센트가량 확신을 가졌다.
여기에선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소피아 씨.”
“네?”
“방금 제 비서에게 연락이 왔는데. 어떤 남자와 함께 있는 걸 봤다고 하더군요.”
“그…… 그럴 리가요?”
“호텔에 들어오시기 전에 다른 남자와 함께 차에 있다가 내리는 걸 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성이 자신의 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건 필요 없었다.
사실이 아니라면 상대는 어이없다는 반응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럼 끝이다.
어차피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에게 미움받아 손해 볼 건 없었다.
그렇기에 던질 수 있는 카드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으로 모든 건 끝났다.
“그리고 그 남자가 제가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왔던데요.”
“그…… 그런…….”
“제게 접근하신 이유가 듣고 싶군요.”
하성의 압박에 그녀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심리 게임은 끝났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모든 걸 털어놓는 것밖에 없었다.
* * *
모든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해멀스가 고용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해멀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전해 들었다.
“비디오라니.”
어이없는 발상이었다.
남의 사적인 부분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다니 말이다.
“날 이렇게까지 이용해 먹으려고 했단 말이지.”
일상을 찍는 것도 아니고 매우 사적인 부분까지 촬영하려고 했다.
단순히 돈을 위해서 말이다.
유명인이 관계를 맺는 비디오는 큰 금액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거래가 아니더라도 당사자에게 협박해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다.
실제 할리우드 스타나 빌보드에 올랐던 유명인들도 비디오로 인해 피해를 본 적이 있었다.
해멀스가 원한 게 무엇이건 자신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넘어갈 순 없지.”
이미 증언은 확보했다.
그녀에게도 제안을 통해 증인에 선다면 이번 일에 대해 처벌받지 않도록 손을 써준다는 이야기를 해두었다.
거기에 결정적인 증거인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시계까지 확보했다.
“이 뒤의 일은 내가 처리할 게 아니지.”
하성은 곧장 에이전트인 이사벨에게 연락을 넣었다.
이사벨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단숨에 호텔로 달려왔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수수한 얼굴로 호텔 방으로 들어왔다.
화려한 화장을 하던 그녀의 가벼운 메이크업을 보자 새삼 같은 사람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하성의 생각을 읽었는지 이사벨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 자려고 준비하다가 급히 나오느라 화장을 옅게 했어요.”
“오히려 그렇게 가벼운 메이크업이 더 어울리네요.”
“그…… 그래요?”
“네. 시계는 테이블 위에 있고 녹음해 둔 증언은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아!”
그녀는 급히 테이블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리저리 살피던 그녀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정말 초소형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네요. 이 정도의 물건이라니…….”
“해멀스가 단단히 제 동영상을 가지고 싶었나 봅니다.”
“정말 거머리 같은 놈이에요.”
하성은 그녀의 입에서 험한 소리가 나오자 순간 당황했다.
그동안 이사벨은 한 번도 험한 소리를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그녀가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하성 선수만 원하신다면 이번 일,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에이전트 생활을 오래 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들 중에는 주지사도 있고 정치권에서 목소리 좀 크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사벨은 유능한 에이전트다.
에이전트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니만큼 다양한 사람을 아는 게 중요했다.
그런 그녀의 인맥이라면 해멀스 정도는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을 거다.
“정하성 선수에게 두 번 다시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어드릴게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그녀의 얼굴에 단호한 결의가 보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단호함에 하성도 한발 물러섰다.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 없는 일이다.
그녀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면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왕 오신 김에 전에 부탁드렸던 건 어떻게 잘 해결됐습니까?”
“아, 작년에 같이 팀을 짰던 멤버들 말이죠?”
“네. 이왕이면 올해 하와이 캠프에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하성은 내년 시즌을 위해서 하와이 캠프를 일찌감치 시작할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투수만이 아닌 투타 겸업까지 도전하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전보다 더 빠르게 훈련에 돌입해야 했다.
“네 분에게 모두 연락해서 오케이 사인을 받았어요. 작년보다 페이가 높아져서 그런지 다들 흔쾌히 수락하셨어요.”
“다행이군요.”
“그런데 마지막 사람은 아직 수배 중이에요.”
마지막 사람이란 말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남자는 지금 유명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가 유명해지는 건 앞으로 4년 뒤였다.
메이저리그의 타격 메커니즘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사라지는 한 남자.
“토니 게이어라는 이 남자,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했는데. 정말 이 남자를 타격 인스터럭터로 영입하실 생각이신가요?”
“예. 그는 아직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의 타격 메커니즘은 매우 뛰어납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걸 보긴 했지만…….”
이사벨도 야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토니 게이어의 타격 메커니즘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전문학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하성이 관심을 가지는 게 의아했다.
“그는 제 투타 겸업에 꼭 필요한 남자입니다.”
단호한 하성의 발언에 그녀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번 주 안으로 꼭 확답을 받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해멀스는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럼 믿고 있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