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7)
마운드의 빌런-187화(187/285)
마운드의 빌런 187화
투타 겸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었다.
“투타 겸업에는 여러 타입이 존재한다. 투수일 때만 지명타자를 제외하고 타석에 서는 유형이 가장 대표적이지.”
간혹 투수들 중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가 있다.
잭 그레인키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투수이면서도 타격에 재능이 뛰어났다.
그래서 간혹 대타로 타석에 서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투타 겸업이라 할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선발투수로 뛴 이후 야수로서 경기에 나서는 거다.”
미래에 오타니 쇼헤이가 투수이면서 외야수로 경기에 나설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로서 경기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오타니 쇼헤이의 가장 큰 문제는 체력적인 부분이었지.”
선발투수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포지션이었다.
그렇게 소모된 에너지를 회복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4일의 휴식 기간을 주었다.
4일 휴식 5일 등판이라는 루틴은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에 딱 들어맞는 기간이었다.
“이 중간에 다른 포지션으로 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팬, 전문가, 그리고 현업에 있는 선수들조차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불가능을 해낸 선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는 사람들의 상식을 부수면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을 통해 체력을 만들고 거기에 더해 회복력까지 더해야 해.”
관건은 몸의 회복을 빠르게 하는 방법이었다.
체력이야 원래부터 뛰어났으니 괜찮았다.
여기에서 더 강도를 높인 훈련을 통해 몸에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소모된 에너지를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거기에 타격 메커니즘까지 새로 장착해야 한다.”
하성은 투수치고는 타격에 재능이 있었다.
원래 가진 힘이 대단했기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잠재력도 있었다.
하지만 타격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타격 메커니즘을 제대로 장착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토니 게이어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토니 게이어는 2020년대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트레이너다.
본래 스포츠사이언스를 전공했던 그는 자신만의 철학을 더해 타격 메커니즘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사이비 혹은 엉터리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하나 둘 메이저리그에 등장하면서 평가는 바뀌었다.
“24년에 나온 60홈런을 터뜨린 신인 조지 머론이 대표적이었지.”
조지 머론.
LA다저스 팜의 최대 유망주였던 그는 2024년에 데뷔, 60홈런 30도루를 기록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에도 머론은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선수로 자리 잡는다.
그는 2030년에 역사상 최고액인 5억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의 신기원을 썼다.
“조지 머론의 활약으로 토니 게이어의 주가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그의 타격 이론은 사실상 이미 완성되어 있다고 봐야 해.”
토니 게이어는 자신이 유명해진 이후 저명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사실 나의 이론은 2010년대에 완성됐다. 하지만 구단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사장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유망주였던 머론을 찾아 성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의외로 보수적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진보된 기술을 받아들였지만, 사람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이들을 쓰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외부의 인물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역시 바뀌긴 했지만, 확실한 건 지금까지는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시기에 게이어를 데려올 수 있다면 퍼펙트겠지.”
그때였다.
지잉-!
울리는 스마트폰을 본 하성은 이사벨의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성 씨, 저예요. 다름이 아니라 토니 게이어와 오늘 미팅을 가지기로 했어요.]“정말입니까?”
[네. 통화로 대체적인 부분은 이야기했는데. 긍정적인 답변이 나와서 현재 LA로 가는 중이에요.]오클랜드에서 지내던 이사벨은 업무차 뉴욕으로 돌아갔었다.
그랬던 그녀가 다시 LA로 간다는 건 꽤 강행군이었다.
그만큼 하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준다는 소리였다.
“그를 꼭 잡아야 합니다.”
[물론이에요. 반드시 영입해서 하성 씨의 팀에 넣을게요. 그리고 또 하나 전달 사항이 있어요.]“해멀스에 대한 것인가요?”
[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식사를 하기로 했어요.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낼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오클랜드는 캘리포니아에 속하는 도시였다.
시장의 파워도 막강했지만, 캘리포니아 전체를 관장하는 주지사의 입김이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성도 아직 주지사와 인연이 닿지 않았는데.
그녀는 뉴욕으로 돌아간 지 3일 만에 주지사와 식사 약속을 잡았다.
새삼스레 그녀의 엄청난 인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하성 씨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파이팅하세요!]“예.”
전화를 끊은 하성은 날짜를 확인했다.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곧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기에 도시의 조명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올해도 솔로크리스마스네.”
회귀 후.
하성은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냈다.
워낙 바쁘기도 했지만, 여유보다는 미래를 보고 달려가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를 챙기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다 보니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여유가 생기면서 주위를 볼 수 있게 되자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당장 내 상황을 이해해 줄 사람을 만나긴 힘들겠지.’
하성은 현실적이었다.
미래에도 그랬지만, 야구선수는 연인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유명인이라는 점이 걸린다.
거기에 매일 경기를 한다는 걸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결혼할 때도 대부분 처음부터 야구선수인 걸 이해해 주고 만나는 게 대다수였지.’
이전 삶에서의 동료들도 연인을 만나는 것에 힘들어했다.
물론 만나는 사람은 잘 만났다.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어딘가에 자신의 인연이 있을 거란 기대도 들었다.
“쩝, 무슨 청승이냐.”
하성은 몸을 돌려 잔에 위스키를 따랐다.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 쓰는 것보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해.”
회귀 후 가장 중요한 시즌이 될 예정이었다.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
그때였다.
지잉-!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화는 아니었고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의 내용을 확인한 하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빠! 저 은하예요. 한국은 지금 눈이 와서 화이트크리스마스예요!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빠도 해피 크리스마스 보내세요!]은하의 문자를 본 하성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멀리서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자 외롭다는 감정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힘내자.”
하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을 불태웠다.
* * *
새해가 시작되면서 반가운 기사가 찾아왔다.
[캘리포니아 세필드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파파라치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집중단속하겠다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클랜드 경찰은 최근 악명 높은 파파라치인 해멀스를 긴급 체포했다며 발표했습니다.]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발언과 함께 해멀스가 체포됐다.
빠르게 체포된 이유에는 주지사의 발언이 컸다는 게 언론의 평가였다.
이사벨의 말대로 파파라치 문제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해멀스는 체포됐고 하성의 주위로 파파라치가 몰리는 일은 사라졌다.
물론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멀리서 그를 찍는 이들도 있었지만, 최소한 해멀스 같은 악질은 모두 사라졌다.
‘이사벨의 능력이 새삼스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
자신에게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걸까?
문득 이사벨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카메라에서 자유로워진 하성은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 스텝은 멤버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하성은 미팅 날짜를 잡고 일명 팀 하성의 멤버들을 만났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레이먼, 샘, 바튼, 그리고 래너드까지.
네 사람은 하성의 부름에 흔쾌히 다시 그의 캠프에 합류했다.
“오랜만입니다.”
“하성! 네 활약 잘 봤다고!”
“크으! 올 시즌 활약은 정말 대단했어!”
“몸의 근육이 많이 빠졌군요. 식단관리를 빡세게 해야겠습니다.”
네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은 여전했다.
특히 레너드는 안경을 고쳐 쓰며 벌써부터 하성에게 어떤 음식을 먹일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하성은 든든함을 느꼈다.
‘이들이 있다면 내 계획은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거야.’
변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믿음이 생겼다.
투타 겸업을 해낼 수 있는 신체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전에 먼저 그들에게도 알려야 했다.
“다음 시즌 준비는 작년보다 더 빡세게 할 생각입니다.”
“그래야겠죠.”
“지금 자리를 지키려면 그래야지.”
“지금 자리를 지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더 위를 보고 있습니다.”
“더 위?”
레너드의 질문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투타 겸업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투타 겸업이라니?”
네 사람이 놀라 되물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투수와 타자를 겸해서 내년 시즌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인간의 신체로는 불가능한 일이야.”
“물론 네 운동 수행 능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지만, 그럴 경우 몸이 회복되기 전에 경기에 나서는 것이기에 피로가 축적될 수 있어.”
“맞아. 나도 반대야.”
세 사람이 연달아 반대했다.
하성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레너드에게 시선을 옮겼다.
“레너드 박사, 당신은 생각은 어떻습니까?”
“음…….”
레너드는 잠시 더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해서 타자로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어.”
부정적인 말이 먼저 이어지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레너드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성, 너의 회복 능력을 생각한다면 매일 경기에 나서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뭐?”
“하성의 회복 능력은 일반인은 물론 엘리트 플레이어의 수준을 넘어섰어. 하성이 올 시즌 마지막까지 기복 없이 던질 수 있었던 건 그런 괴물 같은 회복 능력이 있기 때문이야.”
레너드의 말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동감입니다. 분명 풀 시즌을 치렀는데 체력적인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하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다른 이들이 반대하더라도 도전해 본 뒤에 포기하고 싶습니다.”
도전해 보고 포기하고 싶다는 말에 반대하던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좋은 선택이지.”
“어린 녀석이 말은 정말 멋지게 하네.”
“최선을 다해 도와줄게.”
팀원들의 대답에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하성이 전화를 받았다.
“예, 이사벨.”
[하성 씨! 게이어를 영입했어요!]토니 게이어의 합류까지.
캠프 준비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