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9)
마운드의 빌런-189화(189/285)
마운드의 빌런 189화
하성의 한마디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투타 겸업을 선언한 정하성!] [정하성이 선언한 투타 겸업은 무엇인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된 정하성!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을 선언한 정하성!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기대감과 우려가 교차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메이저리그 정하성 선수가 투타 겸업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전문가 두 분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정하성 선수가 투타 겸업을 선언했습니다. 정확히 투타 겸업이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한다는 말입니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일단 메이저리그 규정상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투수를 하던 선수가 외야로 나가 수비할 수도 있고 지명타자를 빼면 본래 투수가 타석에 서야 하는 게 규정이니까요.]투타 겸업이란 생소한 단어였다.
이 시대 전 세계 프로야구에서 그것을 해내는 선수는 없었다.
[그럼 현실적으로 투타 겸업이 가능합니까?] [전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체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스케줄은 살인적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1주일 중 휴식일이 따로 없어 매일 같이 경기를 치릅니다. 물론 이동일에는 휴식을 취하겠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인 건 변함없습니다.]전문가의 입에선 바로 부정적인 말들이 나왔다.
[실제 한국이나 일본에서 뛰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가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스케줄입니다.] [쉬는 날이 없다면 아무래도 회복하는 데 문제가 많겠군요.] [그렇습니다. 선발투수는 한 번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렇게 소모한 에너지를 며칠간의 회복과 훈련 등으로 복구한 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루틴을 밟죠.] [루틴이란 건 중요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루틴을 정말 칼 같이 지키면서 자신의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합니다.] [정하성 선수도 대표적이었죠.] [예. 그런데 타자를 겸업하게 된다면 문제는 이러한 루틴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투타 겸업을 하게 될 경우 타자로서도 경기에 나서게 된다.
이럴 경우 두 포지션을 병행하는 것이기에 휴식을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하성 선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단순히 투수일 때 타석에 서는 것이 아니라 야수로서도 경기에 나서겠다고 표명했는데요.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부분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일각에선 야구가 움직임이 적기에 힘들지 않다고도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부 팬들은 야구의 에너지 소비에 대해 물음표를 표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수비 시간에도 움직임이 거의 없어 축구나 미식축구 같은 다른 스포츠보단 에너지 소비가 적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야구는 구기 종목 중에서도 긴 플레이 시간과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합니다. 거기에 경기를 하는 와중에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심한 스포츠입니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더욱 에너지 소모가 심하죠.] [맞습니다. 정하성 선수 같은 에이스 투수의 경우 한 경기에 100구 이상을 투구하기 때문에 특히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그런데 야수까지 나선다는 건 너무 무모한 도전이라 할 수 있겠죠.] [무모한 도전이라 말씀하셨지만, 일각에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말하기도 하더군요.]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그동안 언론은 하성에게 무척이나 우호적이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 선수에게 날을 세울 언론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동안 누구도 밟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도전에 보수적인 언론은 날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정하성 선수가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도전 정신이 높은 건 이해합니다만,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맞습니다. 무엇보다 정하성 선수는 최고의 투수이긴 합니다만, 긴 시즌을 치른 게 아닙니다. 일단 현재의 자리를 단단하게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기성세대의 입장에선 하성의 도전이 젊은 치기로 보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조언이란 명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성의 반응은 간단했다.
[투타 겸업에 대해 말들이 많더군요. 마치 제가 선발로 전향할 때와 비슷한 반응이라 재밌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마무리로 뛰라고 했던 분들이 투수에만 전념하라고 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1년 전.
하성은 선발 전향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런 하성에게 마무리투수로 뛰라는 걸 조언했다.
하지만 하성은 밀어붙였고 선발투수로서 최고의 위치에 섰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들의 조언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런 하성의 반응에 팬들도 갈렸다.
-크으-! 정하성 역시 멋지네.
-실패할 수도 있지만, 도전하는 정신 지렸다.
-1년 전에도 실패한다고 했던 애들 또 입 터네 ㅋ
-저런 애들 찍 소리도 못 하게 하고 싶음.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 나간 듯.
-ㅇㅈ. 하성이라 해도 투타 겸업은 불가능임.
-자만심이 쩌네.
-야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같은데?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게 할 소리는 아닌 듯.
하성의 발언은 단순히 투타 겸업에 대한 논쟁이 아닌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논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 * *
이번 하성의 발표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이사벨은 매일같이 언론의 전화를 받았다.
“네, 죄송하지만 인터뷰는 거절입니다. 당분간 훈련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전화를 끊은 이사벨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 인터뷰들을 다 받으면 얼마나 좋아.”
남들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에이전시에서 엄청난 홍보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전국구 방송에서 단독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하성은 그런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뭐, 인터뷰를 한다고 더 올라갈 인지도가 없긴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었다.
공짜로 홍보가 될 기회가 사라지니 말이다.
“인터뷰할 시간이 없긴 하지…….”
이사벨은 창문을 통해 내부를 바라봤다.
오로지 하성만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성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단순히 땀을 흘리는 게 아니라 마치 비가 내리듯 땀방울이 연신 뚝뚝 떨어졌다.
훈련에 돌입한 하성의 모습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도대체 저 훈련을 받으면서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하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저런 집중력이 있으니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된 거겠지.”
그렇기에 기대됐다.
과연 이번 캠프를 통해 하성이 투타 겸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말이다.
지잉-!
그때 이사벨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네, 국장님. 네, 죄송하지만 인터뷰는…….”
다시 거절해야 할 시간이었다.
* * *
하성의 훈련 강도는 1년 전과 비교해 약 1.5배가량 높아졌다.
1년 전의 훈련만 하더라도 보통 선수들의 훈련량에 비해 2배는 높았으니 그보다 더 심해졌다는 소리다.
단순히 훈련량만 높아진 건 아니다.
“투타 겸업을 위해서는 몸에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해야 합니다. 거기에 파워를 내야 하는 근육량도 늘려야 하기에 지방과 근육을 동시에 늘리는 벌크업의 식단이 필요합니다.”
식사량도 이전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하루에만 10,000 칼로리의 열량을 섭취해야 했다.
일반 성인 남자의 하루 권장 섭취량이 3,000 칼로리인 것을 생각하면 무려 3배나 많은 양이었다.
수영황제로 불리는 펠프스도 12,000 칼로리를 섭취하는 걸 생각하면 거의 비슷한 양이라 할 수 있었다.
“현재 정하성 선수의 훈련량이면 앞으로 조금씩 열량을 늘려 최종적으로는 하루 14,000 칼로리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열량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것을 소모하는 게 더 중요했다.
일만 칼로리를 섭취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지만, 매일 메뉴가 바뀌어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나면 약간의 휴식 이후 훈련에 돌입했다.
“투구와 타격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유연성입니다. 지금도 유연성이 좋은 편이지만, 근육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스케줄로 진행하겠습니다.”
하성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강속구를 던진다는 건 그만큼 신체에 데미지를 입게 된다는 소리였다.
이런 데미지를 최소화로 해주는 것이 바로 유연함이었다.
몸이 유연해야 신체에 데미지를 입더라도 그것을 상쇄시켜 최소한의 타격만 입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필요한 게 바로 파워였다.
“하성의 파워는 이미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지만, 타격까지 겸하기 위해서는 더 늘릴 필요가 있어.”
하성이 꿈꾸는 타자는 장타력을 갖춘 파워히터였다.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파워를 더 늘릴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순발력과 폭발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까지 겸하면서 정말 하루 종일 훈련으로 보내야 할 정도였다.
물론 단순히 훈련만 하는 건 아니었다.
“훈련만큼 중요한 게 바로 휴식이지. 마사지를 통해 근육에 생긴 피로를 풀어줄 테니, 마음 편하게 쉬라고.”
마사지와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몸에 쌓인 피로를 풀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살인적인 일정이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하성은 그런 모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바탕을 만들어갔다.
게이어는 그런 하성을 옆에서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투타 겸업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만한 정신력을 가진 놈이로군.’
게이어는 자신만의 타격 이론을 만들 정도로 야구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하성의 투타 겸업 선언에 반감이 생겼었다.
‘처음에는 자만실에 쩔어서 앞뒤 보지 못하고 달려드는 멍청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하성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불가능에 가까운 훈련 스케줄을 소화했다.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하더라도 토할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그것을 해내는 하성에게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다.
‘이 정도까지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는 녀석이라면 내가 말하는 것들도 해낼 수 있겠지.’
게이어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낸 이론을 현실로 옮기지 못했다.
그 이유는 기존에 있던 이론과 반대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도 반감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것을 감내하고 자신을 영입했다.
즉, 자신의 이론을 현실로 펼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 녀석이라면 가능하다.’
게이어는 확신을 가지고 하성과의 미팅을 준비했다.
* * *
캠프가 열리고 일주일 뒤.
하성은 점점 훈련에 적응하고 있었다.
물론 힘든 건 여전했지만, 몸이 적응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지금 시점에서 타격 훈련을 겸할 때였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하성은 게이어와 미팅을 가졌다.
거기에서 게이어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정하성 선수는 우타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예. 중학교 시절에 타격을 배웠는데. 당시 우타로 시작했습니다.”
“일단 그 부분을 좀 바꾸고 싶습니다.”
“바꾼다고요?”
“예. 좌타로 전향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