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
마운드의 빌런-19화(19/285)
마운드의 빌런 19화
“이 새끼가!!”
록하운즈 선수들이 벤치를 박차고 나갔다.
“막아!”
기다렸다는 듯 미션스 선수들도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양팀의 벤치가 순식간에 비였다.
‘1회부터 벤치클리어링이라니…….’
백준기의 얼굴이 굳어졌다.
1회, 첫 타자부터 양측의 벤치가 비워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기에 선수들이 흥분하는 게 보였다.
“와아~ 한 판 붙어라!!”
“라이트를 날리란 말이야!”
흥분한 몇몇 관중들이 그런 선수들에게 부채질했다.
하지만 난투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만들 해!!”
“뭐 하는 거야? 주먹질이라도 하려는 거야?!”
양측 코치들이 선수들을 만류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때 백준기는 잭을 챙기고 있는 하성을 발견했다.
“어깨는 어때?”
“괘…… 괜찮아.”
“괜찮기는, 척 보기에도 심하게 부딪혔는데. 어떤 거 같아요?”
“어? 일단 정밀검진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코치의 말에 하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 질주를 하다 시도한 슬라이딩이다.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충돌했으니 멀쩡할 리 없었다.
타박상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다면 최소 몇 개월의 결장이다.
잭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그것은 치명적이었다.
하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튼을 노려봤다.
“너 이 새끼, 일부러 그랬지?”
“앙? 뭐라는 거야, 원숭이 새끼가.”
두 사람의 대화에 황급히 코치들이 난입했다.
“정! 일 더 크게 벌리지 마!”
“바튼! 뭐라는 거야?! 닥쳐!”
코치들의 손에 이끌려 멀어지는 두 사람.
하지만 하성은 그를 노려보며 시선을 떼지 않았다.
* * *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건드리지 않는다.’
회귀 후, 하성은 그것을 지표 삼아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일은 참을 수 없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선수의 어깨를 일부러 가격한다고?’
야구선수에게는 몸이 재산이다.
특히 어깨는 가치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다.
투수, 타자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바튼은 그 어깨를 노리고 가격했다.
‘미친개에게는…….’
1회 말.
하성은 마운드에 올랐다.
‘매가 약이지.’
그의 손에는 매가 들려 있었다.
만약 잭이 아닌 다른 선수가 부상을 입었다면? 그리고 그것이 고의가 아닌 실수였다면?
이 매를 휘두를 일은 없었을 거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잭.
그리고 그런 그를 고의로 부상을 입게 만든 바튼의 행동.
이러한 것들이 맞물려 하성에게 하여금 매를 휘두를 결단을 내리게 만들었다.
“후우…….”
심호흡을 뱉고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미션스의 선두타자는 공교롭게도 바튼이었다.
하성이 그를 노려보자 바튼도 배트를 들어 하성을 가리켰다.
‘어디 와보라고, 노란 원숭아.’
비록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바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까지 도발이라니.
‘미쳐도 제대로 미친 개X끼야.’
더 이상의 신경전은 필요 없다.
사인을 교환하고 하성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팰 때는 제대로 팬다.’
어설프게 패면 개X끼는 다시 자신을 물려고 할 거다.
‘불문율이라…….’
메이저리그에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다.
선수와 코치진들 사이에만 통용되는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불문율이라 불렀다.
그중에는 보복구를 던지더라도 머리로 던지지 말라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하성이 킥킹과 함께 다리를 내디뎠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매드독 바튼의 머리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바튼은 머리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쐐액!!
공이 바튼의 헬멧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포수가 미처 반응하지 못했기에 공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안전펜스를 때렸다.
까앙!!
굉장한 소리와 함께 공이 튀어 올랐다.
순간적으로 그라운드에 적막이 흘렀다.
“이 개X끼가!”
그 적막을 깬 것은 미친개였다.
그는 난폭하게 짖으며 하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준기가 깜짝 놀랐다.
하성의 덩치가 제법 크지만, 갓 데뷔한 선수다.
이런 벤치클리어링에 놀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이어졌다.
“어?”
마운드에 서 있던 하성이 달려오는 바튼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와봐.”
하성은 달려오는 바튼을 향해 말했다.
“개X끼야.”
두 사람의 충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새끼가! 누구한테 달려들어?!”
새롭게 마스크를 쓴 토마스가 몸으로 바튼을 제지했다.
“너도 죽고 싶어?!”
바튼이 금방이라도 토마스를 향해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다시 두 팀의 벤치가 깨끗해졌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모였고 이전보다 더 큰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나 난투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회에 벤치클리어링이 두 번이나 일어나다니…….’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이런 일이 있었던가?
백준기의 머리로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 녀석 뭐지? 타자가 달려들면 쫄아서 물러설 수도 있는데.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설치한 카메라를 녹화로 해둔 덕분에 그 모습이 정확히 찍혔다.
하성은 분명 바튼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뭐라 중얼거리는 모습까지 찍혀 있었다. 거리가 멀어 무어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하성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저 배짱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마치 백영호가 마운드에 있는 줄 알았어.’
레전드 백영호를 떠올리며 백준기는 고개를 저었다.
한편, 그라운드에서는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다행인 건 이번에도 폭력사태는 없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임에도 폭력이 일어나지 않다니.
하지만 심판들은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한 번 더 벤치클리어링이나 빈볼 혹은 고의적인 비매너플레이가 나올 경우 선수는 즉시 퇴장 조치 될 것이고 상황에 따라 몰수경기를 선언하겠소.”
심판이 내릴 수 있는 최대의 경고였다.
몰수경기가 내려지면 양 팀 모두 패배로 기록된다.
이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었다.
두 팀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경기는 재개됐다.
‘원숭이 새끼……! 한 번만 더 내 얼굴로 공을 던져봐.’
바튼은 이를 악물었다.
본때를 보여주고 싶지만, 몰수패를 당하면 징계가 내려올 확률이 높았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만나면 본때를 보여주마.’
아무리 미친개라 하더라도 징계는 두려웠다.
징계가 내려지면 윗선에도 연락이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미래는 망가질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바튼이 스카우트 팀장 로버트가 와있는 걸 모르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정말 개판이군. 저런 녀석을 우리 파드리스의 미래로 생각했다니.’
그동안 보고서를 봤기에 바튼의 성격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출장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트레이드카드로 쓸 수밖에 없어.’
마이너리그에는 수많은 유망주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외부에는 숨겨야겠지. 녀석의 출전 수를 줄이고 스탯 관리를 하는 쪽으로…….’
그때였다.
마운드의 하성이 2구를 뿌렸다.
‘응?’
그런데 공의 궤적이 나빴다.
이번에도 바튼의 머리로 공이 날아가고 있었다.
바튼이 깜짝 놀라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저 정이라는 투수도 인성이 개판이군. 팀보다 복수를 우선으로…….’
하성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화했다.
바튼의 머리로 날아가던 공이 횡으로 크게 휘면서 존 안으로 들어갔다.
뻐억!!
묵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미트에 꽂혔다.
“스…… 스트라이크!!”
구심조차 놀라 스트라이크 콜이 조금 늦었다.
‘저런 변화구를 던진다고?’
* * *
바튼의 똥 씹은 표정에 하성이 피식 웃었다.
‘왜? 내가 이런 공도 못 던질 줄 알았냐?’
어쩌면 그게 당연했다.
하성은 그동안 커터와 패스트볼. 두 가지 구종만 던져왔으니 말이다.
‘던지지 않는 것과 못 던지는 건 하늘과 땅 차이지.’
하성은 그동안 변화구를 아껴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몸은 소모품이다. 계속 무리하게 되면 결국 망가지게 되어 있어. 변화구를 던지지 않을수록 내게는 이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득보다 우선해야 할 게 생겼다.
‘망할 새끼! 나한테도 어디 한번……!’
촤앗-!!
킥킹과 함께 하성이 3구를 뿌렸다.
‘지껄여 보시지!!’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존의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는 바튼도 배트를 돌렸다.
공과 배트의 궤적이 하나가 되려는 순간, 공이 다시 한번 횡으로 이동하며 배트에게서 멀어졌다.
퍼엉-!!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엉덩이까지 빼면서 배트를 내밀었던 바튼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구심의 콜을 들었다.
“제길!!”
치욕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게 화가 났는지 다시 욕설을 내뱉는 바튼에게 구심의 주의가 내려졌다.
그 모습을 보며 하성은 피식 웃었다.
‘미친개답게 계속 짖는구나.’
때로는 이빨을 숨길 필요도 있다. 그런데 저 녀석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상대가 누구건 상황이 어떻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닌데 말이야.’
하성은 이빨을 숨겼다.
정상적인 투구를 하는 것처럼 4번째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는 전력투구였다.
눈 한 번 깜박일 순간에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미친개는 배트를 돌리려다 움찔 멈췄다.
‘그래. 재능은 조금 있다 이거지.’
뻐어억-!!
“보…… 보올!!”
바깥쪽 존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공간을 찔렀다.
하지만 마지막 제구가 흔들리면서 존에서 벗어났다.
녀석이 배트를 돌렸으면 이대로 1차전이 마무리됐을 거다.
경기가 끝났을 거냐고?
아니다.
잭에 대한 1차 복수전 말이다.
‘복수전을 2차전, 3차전으로 끌고 가면 오히려 지루하지.’
하성은 더 길게 끌 생각은 없었다.
방금 전, 어깨를 부여잡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던 잭을 떠올리자 손에 힘이 들어갔다.
‘경기를 몰수패로 만들 순 없어. 그거야말로 민폐를 끼치는 거니까.’
고등학생 때야 야구부 녀석들이 방관자였으니 당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록하운즈의 팀원들은 방관자는커녕 몸을 던져 자신을 보호해 주려 한 동료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떡밥을 던져뒀지.’
앞서 던진 세 개의 공.
정상적인 투구라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미친개의 짖음에 구심은 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럴 때…….’
하성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실투가 나오더라도…….’
킥킹과 함께 몸을 비튼 그가 있는 힘껏 다리를 내디뎠다.
‘구심은 진짜라고 생각하게 되지!!’
그리고 있는 힘껏 팔을 돌리며 공을 뿌렸다.
이전과는 다른 그립에서 자유의 몸이 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바튼은 자신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을 보고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이번에야말로……!’
앞서 4구가 강속구였기에 이번에는 스윙 타이밍이 빨랐다.
빠르게 다리를 내디디고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때.
휘릭!!
공의 궤적이 변화했다.
더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의 궤적에 놀란 바튼이 다급히 배트의 궤적을 안쪽으로 꺾었다.
그게 최악의 실수였다.
딱!!
원래라면 그냥 공이 몸에 맞았어야 했다.
그러려고 던졌으니까.
그런데 놈이 배트를 꺾는 바람에 공이 배트의 안쪽에 맞았다.
그리고 거기에 맞아 굴절이 일어난 공이 놈의 세 번째 다리를 강타했다.
퍽!!
“오우 쉣……!”
구장을 찾은 모든 남자가 다리를 움츠렸다.
* * *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게임 셋!!!”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이로써 록하운즈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끝까지 경기를 관람하던 로버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곁으로 인스트럭터가 따랐다.
‘1회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져서 다행이야.’
바튼이 부상으로 교체됐다.
이후에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면서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구단의 높은 사람까지 와서 보는데 몰수경기가 나왔으면 고개를 들지 못했을 거다.
그때 앞서가던 로버트가 말했다.
“바튼은 앞으로 출전을 제한시키세요.”
“예?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재능은 아쉽지만, 인성이 너무 쓰레기입니다. 카드로 쓰면 좋은 재료가 될 테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죠.”
“알겠습니다.”
로버트가 결정을 내렸으면 그렇게 될 것이다.
파드리스는 아직 단장이 권한이 강하지만, 마이너리그는 로버트가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록하운즈의 선발투수에 대해 알아보세요.”
“록하운즈요?”
“예. 괜찮은 공을 던지더군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로버트는 1회 하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듬어지지 않은 90마일 후반의 패스트볼, 거기에 칼 같이 꺾이는 커터와 변화가 큰 슬라이더. 마지막으로…….’
그가 던졌던 5번째 공을 떠올렸다.
‘그건 분명 싱커였어.’
로버트의 눈에 탐욕이 나타났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