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0)
마운드의 빌런-190화(190/285)
마운드의 빌런 190화
좌타로 바꾸자는 게이어의 말에 하성의 눈이 커졌다.
“그게 가능합니까?”
“어려운 일입니다. 불가능할 수도 있겠죠.”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해야 하는 건 왜입니까?”
“정하성 선수가 타자가 아닌 투타 겸업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게이어의 말에 하성의 뇌리에 스치는 이론이 떠올랐다.
그때 게이어가 말을 이어나갔다.
“투수의 투구 메커니즘과 타자의 타격 메커니즘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체를 회전시키는 것이죠.”
투구와 타격은 아예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메커니즘으로 봤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하체부터 허리 상체까지 회전시켜 회전력을 만드는 메커니즘.
투구와 타격이 갈리는 부분은 도구를 이용해서 회전력을 폭발시키느냐, 아니면 손으로 폭발시키느냐의 차이였다.
“정하성 선수는 투구에서 이미 신체에 큰 데미지를 입히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어리고 신체가 건강하기에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져도 빠르게 회복이 가능합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신체에 데미지를 입더라도 빠르게 회복이 가능했다.
이는 체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젊음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회복은 더뎌질 것이고 자연스레 구속도 낮아질 겁니다.”
냉정하지만 팩트였다.
하성도 지금과 같은 회복력이 계속 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큰 충격을 받지 않고 게이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타로 타석에 선다면 몸은 더 빠르게 데미지가 누적될 겁니다.”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입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서 쉽게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통찰력이 좋으시군요. 맞습니다. 타격까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면 근육에는 더 무리가 갈 것이고 자연스레 부상의 위험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좌타를 통해 반대의 회전력을 더하겠다는 거군요.”
“예. 그것이 부상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인간의 신체는 결코 무한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병들고 점점 약해진다.
그것을 알기에 하성은 게이어의 제안에 납득할 수 있었다.
거기에 하성은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연구자료를 알고 있었다.
‘오타니 역시 우투 좌타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투 좌타가 몸의 회전력이 반대로 일어나 부상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었지.’
게이어는 그것을 10년이나 일찍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를 영입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성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의 말대로 좌타로 전향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당신을 영입한 겁니다. 무엇보다 롱런을 위해서는 현재 좌타로 전향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바꿔야겠죠. 전 하루 이틀 야구를 하고 그만둘 게 아니니 하루라도 빨리 바꾸는 게 낫겠죠.”
하성의 말에 게이어는 약간의 감동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이론을 말하면 거기에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 사람은 뭔데 내 말을 바로 납득하는 거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자신의 이론을 바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라니.
거기에 대답하는 걸 들어보면 이해까지 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 남자 범상치 않아.’
평범한 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하성은 본격적인 타격 훈련에 들어갔다.
우타에서 좌타로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근육을 정반대로 사용해야 하니 처음에는 어색할 따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타격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는 게 다행이야.’
하성이 타격을 했던 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였다.
투수로서 재능을 보였기에 타격훈련은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말인즉슨 타격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라는 뜻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홈런을 때려냈다는 건 하성의 피지컬과 재능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소리였다.
어쨌든 하성은 매일같이 타격 훈련을 하면서 좌타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좌타로 전향하는 게 괜찮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사벨은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유망주들이 타격하는 손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였다.
하지만 프로선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기에 걱정이 됐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하성이 타격으로서는 아직 보여준 게 없다는 점이다.
‘백지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으니 이제 와서 좌타로 바꾸는 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3자의 입장에선 걱정되는 게 사실이었다.
세상의 여론 역시 그리 곱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좌타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이놈의 언론들은 하성 씨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날뛰고 있어.’
하성은 자신의 유튜브를 제외한 그 어떤 매체와도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언론들은 하성에게 공격적인 보도를 이어나갔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언론일수록 그 강도는 높았다.
문제는 하성이 유튜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게 적다는 것이 문제였다.
반발이 없으니 그것이 마치 사실인양 사람들은 받아들이면서 일반 대중의 여론도 나빠지고 있었다.
‘유튜브는 내 소관이 아니라서 어떻게 말도 못 하겠고…….’
만약 자신이라면 유튜브를 통해 더욱 자세한 입장 표명을 했을 것이다.
대중이 하고 있는 오해를 푸는 영상을 제작했을 텐데.
하성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후우…….”
덕분에 이사벨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눈앞에서 땀을 흘리는 하성의 모습에서 그녀는 이내 스트레스를 털어냈다.
‘저렇게 노력하는데. 에이전트인 나도 더욱 힘을 내야지.’
하성의 훈련량은 보는 것만으로도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먹고 훈련하고 휴식하는 루틴의 반복.
어떻게 사람이 기계처럼 저런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성의 피부를 벗기면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마저 들었다.
그만큼 하성이 훈련에 임하는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나라도 대응하자.’
이사벨은 그런 하성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캠프가 시작되면서 하성의 유튜브에는 브이로그 형태의 영상이 업로드 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는 브이로그라는 용어가 없었고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성은 그것이 얼마나 대중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훈련 영상을 브이로그 형태로 만들어 유튜브에 매일 업로드했다.
[유산소 훈련의 목적은 심폐지구력을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올림픽 선수들이 주로 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통해 심폐지구력을 극한까지 단련할 계획입니다.]짧은 설명과 함께 이후에는 하성이 훈련하는 장면이 빠르게 재생되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 덕분인지 시청자들은 지루하지 않게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하성은 거의 모든 훈련을 편집없이 올리기에 시청자들은 그가 얼마나 힘든 훈련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와…… 도대체 몇 세트를 하는 거냐?
-난 1세트 만에 뻗을 자신 있다.
-저런 트레이닝을 매일 하는 거야?
-매일도 아니고 이게 고작 오전 일과임 ㅋㅋ
-진짜 미쳤다.
-하루에 몇 번이나 이런 트레이닝을 한다고?
-오버 워크 아님?
-이러다가 몸 상하겠는데?
-훈련만큼이나 휴식이 중요한데.
시청자들은 하성의 하드 트레이닝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하나씩 올라오는 식사, 휴식과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안심했다.
그리고 감탄했다.
얼마나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사벨이 움직이면서 몇몇 언론들도 조금씩 하성에게 호의적인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정하성!] [선구자에게 비난보다 격려를 보내는 게 옳은 방법이다!] [투타 겸업은 성역이 아니다!]각종 언론에서 하성에게 유리한 보도가 나오면서 대중의 여론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 비난 일색이긴 했지.
-투타 겸업에 도전한다는 게 뭐 이상한 건 아니잖아?
-이미 투수로서 최고의 위치에 섰으니 타격에 도전하는 게 뭐가 문제임?
-ㅇㅈ
-투타 겸업에 성공하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너무 고지식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
물론 한 번에 바뀌지는 않았다.
일부의 의견에 불과했고 여전히 많은 이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성의 훈련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 하성에게 한 사람이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단장님.”
그는 크리스 단장이었다.
* * *
하성은 크리스 단장과 마주 앉았다.
“하와이까지 오시다니. 뭔가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오셨을 거 같군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투타 겸업 때문이시군요.”
“예. 처음 기사가 나왔을 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설마 작년과 같은 폭탄 발언을 또 구단과 상의없이 진행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크리스 단장은 처음 기사를 봤을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잘못 봤나 의심했고 눈을 비비면서 한 번 더 확인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캐서린에게 기사를 읽어보라면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끝에야 믿었다.
그렇게 확인한 뒤, 크리스 단장은 구단에서 연일 회의를 거듭했다.
하성과 통화를 하려고 했지만, 훈련에 들어간 하성은 통화조차 되지 않았기에 이렇게 직접 하와이까지 날아오게 되었다.
“이번 결정을 철회해 주시길 바랍니다.”
크리스 단장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작년 선발로 전향할 때보다 더 강력한 반대 의견이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기에 하성은 고개를 저었다.
“도전은 해보겠습니다.”
“실패할 겁니다.”
“단언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뇨. 만약 그게 성공할 수 있었다면 다른 선수들이 이미 해냈을 겁니다.”
“그런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겠죠.”
하성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런 하성의 대답에 크리스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구단은 당신에게 2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줘야 합니다.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책임감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충분히 그 정도의 활약을 할 겁니다.”
“우리는 에이스였던 당신이 필요한 것이지 반쪽짜리가 된 당신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격앙된 목소리의 크리스의 말에 하성의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그 이상 나간다면 선을 넘게 되는 겁니다.”
하성의 경고에 크리스도 입을 다물었다.
너무 흥분한 탓에 자신의 말이 심했다는 걸 인지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일에 대해 구단에서는 무척이나 우려하고 있었다.
“선을 넘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구단 입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 위치를 이용해서 무작정 투타 겸업을 시켜달라고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작년과 마찬가지입니다. 시범경기에서 도전해 볼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1년 전.
하성은 구단의 반대를 이겨내고 시범경기에서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크리스 단장은 그를 선발로 기용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시범경기에서 제가 타자로서 재능을 보이지 못한다면 도전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는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도전에 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