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1)
마운드의 빌런-191화(191/285)
마운드의 빌런 191화
공항으로 가는 길.
크리스 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투타 겸업으로 가게 되는군.”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다.
단장으로서도 에이스의 이런 선택이 우려됐지만, 단순히 그거 하나만은 아니었다.
‘투타 겸업에 도전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선발투수로서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
크리스는 하성이 투타 겸업을 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다.
문제는 선발투수로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결정은 선수의 커리어가 걸린 결정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최정상의 투수인 하성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런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건 막고 싶었다.
단장이 아닌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저 고집은 꺾을 수 없다.’
선수가 하겠다는 걸 구단 입장에서 막을 방법은 없었다.
물론 구단이 그를 타자로 기용하지 않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하성은 평범한 선수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투수였다.
그런 그가 사라질 수도 있는 선택을 배제하기 위해 기용하지 않더라도 구단을 비난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하성과 구단의 신뢰는 끊어지게 되겠지.’
하성은 다른 구단으로 이적을 택할 것이다.
물론 어슬레틱스가 하성을 잡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더 짧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기대된다.’
모순일 수도 있다.
투타 겸업을 하는 걸 반대하면서 그의 투타 겸업을 기대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전 야구선수이자 긴 시간 야구를 사랑한 사람으로서 역사가 바뀌는 걸 보고 싶었다.
‘투타 겸업이라니…….’
누구든지 상상은 해봤을 법한 이야기다.
한 선수가 승리투수가 되고 결승 타점을 올리는 선수가 되는 걸 말이다.
만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야구팬은 없을 것이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선수야.’
성적과 실력은 물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과는 다른 궤도에 있는 선수였다.
그런 정하성이 어디까지 질주할지 궁금한 크리스였다.
* * *
하성은 구단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내가 성적을 만들지 못하면 팀에선 날 타석에 세우지 않겠지.”
“뭐, 그건 예상했던 거 아닙니까?”
“맞아. 성적이 최우선이지.”
“그래도 너무하는군. 에이스가 도전을 하겠다는데. 벌써부터 반대하다니 말이야.”
“구단 입장도 이해는 해야겠지.”
팀 하성 내부에서도 의견은 반으로 갈리고 있었다.
구단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실망하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결국 네가 준비를 완벽히 해내면 구단도 반대만 할 순 없을 거야.”
“시범경기에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면 그들도 널 타석에 세울 수밖에 없을 거다.”
시범경기까지 앞으로 한 달.
하성은 거기에 맞춰 충분히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좌타에는 조금 적응했어?”
“아직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어.”
하성은 게이어의 지도에 맞춰 좌타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좌타에 적응하기 위한 타격 훈련은 이어졌다.
딱-!!
하성은 티에 공을 올려두고 허리를 돌려 배팅을 이어나갔다.
티배팅을 통해 정확성을 높이고 스윙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스윙이 조금씩 모양새를 잡아가고 있군요. 하지만 아직까지 팔로 스윙을 하려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윙은 팔로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회전으로 하는 겁니다.”
흔히 아마추어나 경력이 짧은 선수들은 스윙을 팔로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스윙은 몸 전체를 회전시켜야 했다.
그래야 파워를 한 번에 실을 수 있었고 정확한 배팅을 해나갈 수 있었다.
“투구와 타격은 결국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돌아갑니다. 투구도 팔에 과도하게 힘을 주면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듯, 타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이어의 설명에 맞춰 하성은 팔에 힘을 빼는 걸 시작으로 핀포인트를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하성의 타격이 조금씩 좋아지자 게이어는 다음 스텝으로 나아갔다.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트의 배럴을 회전시키는 방법입니다.”
야구에서 배럴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 말하는 배럴 타구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배트의 명칭이었다.
사실 이는 공통된 말과 같았다.
배럴 타구라는 말을 만든 세이버메트리션인 톰 탱고가 배트의 배럴에 맞은 타구가 멀리 날아가는 걸 알고 그걸 차용한 것이다.
배럴이란 흔히 스윗스팟으로 알려져 있는 부분을 말한다.
이 부분에 정확히 공이 맞으면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 배럴이 정확한 타이밍에 히팅 포인트로 나오기 위해서는 팔로 스윙을 하는 게 아니라 허리로 회전을 해야 합니다.”
허리로 회전을 한다는 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팔꿈치를 몸에 붙인 상태로 허리를 돌린다면 결국 배럴이 나중에 나오면서 배트가 퍼져 나오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히팅할 수 있습니다.”
게이어가 배트를 돌리며 직접 시연을 보였다.
그는 하체를 돌리고 고정한 상태에서 허리를 돌려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딱-!!
그의 배트에 맞은 공이 강하게 날아가는 모습을 본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힘을 준 거 같지 않은데도 타구가 힘있게 날아가는군요.”
“이것이 배럴을 돌리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배럴이 끝까지 뒤에 남아 있으면서 충분히 힘을 축적시킬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게 힘을 축적시켜 공을 때려내면 타구는 멀리 날아갈 수밖에 없고요.”
“정답입니다.”
게이어의 타격 이론은 배럴 스윙에 있었다.
배럴 타구라는 이론이 2015년부터 통용되고 배럴의 중요성도 2010년 중반 이후부터 알려진 걸 감안하면 게이어는 확실히 앞선 이론을 사용하고 있었다.
‘역시 이 남자를 데려온 게 정답이었어.’
다시 한번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진 하성은 게이어의 훈련에 집중하며 타격 레벨을 올려갔다.
* * *
게이어는 밤늦게까지 자신의 방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하성의 타격을 녹화해 둔 동영상을 통해 그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했다.
“타격에도 재능이 넘친다.”
하성을 직접 가르치면서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신체적인 능력이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노력이 엄청나.”
프로선수들은 누구나 노력한다.
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었다.
물론 재능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리고 게이어는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재능에 자만심에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런 케이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노력하면서 위로 올라가려 하고 있다.”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안주하지 않는다.
하늘이 내린 재능이 있는데도 노력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하성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정말 성공할지도 몰라.”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게이어는 하성이 실패할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는 하성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무모한 도전이라 이야기할 정도로 투타 겸업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게이어는 점점 불가능에서 가능이란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고 싶다.”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하성이 야구라는 스포츠를 바꾸는 걸 보고 싶은 게이어였다.
* * *
하성의 훈련은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쳐졌다.
리조트에는 취재진은 물론 다른 손님도 출입이 불가능했기에 그의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도 몰랐다.
간혹 올라오는 유튜브 영상을 제외하고는 볼 수 없기에 궁금한 사람들은 그의 유튜브를 찾아왔다.
자연스레 유튜브 채널의 팔로우와 조회 수가 수직 상승했다.
“이번 주에 구독자가 150만 명을 넘어섰어요. 평균 조회 수도 50만을 넘어서면서 성장세가 확실하게 눈에 보이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성장세를 보고 받은 하성은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군.”
“언론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매체에 집중한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쉽게 도입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언론을 등진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걸 밀어붙였고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 측에서 저희 채널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하성의 채널에 대해 유튜브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의 채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홍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는 사전에 협의가 된 부분이었다.
‘앞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유튜브를 등에 업었으니 날개 달린 호랑이가 된 셈이군.’
모든 게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작년보다 더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하성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앞으로 보름 남았다.’
스프링캠프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그 안에 모든 컨디션을 끌어올려 시범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 * *
2월이 되면서 스프링캠프장으로 각국의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많은 기자들이 모인 곳은 어슬레틱스가 캠프를 여는 애리조나 피닉스였다.
“드디어 하성을 볼 수 있겠군.”
“녀석이 얼마나 준비를 잘했을지 기대되는데?”
“작년보다 발전된 게 있겠어?”
“그건 그래. 워낙 피지컬이 발달할 대로 발달했었으니까.”
“난 피지컬보다 과연 투타 겸업을 할 만큼 준비를 했을지 궁금해.”
“그냥 언플 아니었을까?”
“언플?”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최정상급 투수인 하성이 굳이 투타 겸업을 할 이유가 없잖아?”
“그건 그래.”
기자들은 아직 하성의 투타 겸업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하성이 투타 겸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적다는 생각에서였다.
“투타 겸업을 하더라도 투수만큼의 위치에 오를 순 없을 거고 결국 그저 그런 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무리해서 두 개를 병행할 이유는 없지.”
“그러니까,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 최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한다! 이런 이미지라면 팬들에게 더 먹히지 않을까?”
사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하성이 굳이 이미지 메이킹을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투타 겸업이 불가능하다 생각한 기자들이기에 그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여기에 모인 기자들 중 대다수는 하성의 투타 겸업이 실패한다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하성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했다.
그때였다.
부아아앙-!!
한 대의 스포츠카가 요란한 배기음을 내면서 호텔로 들어오고 있었다.
붉은색 스포츠카를 본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하성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호텔 앞에 멈춘 스포츠카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어떤 모습일까?’
‘작년하고 비슷하겠지?’
‘빨리 내려라.’
그들은 스포츠카의 문이 열리길 간절히 기다렸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하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본 기자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작년에도 커진 몸으로 등장했던 하성이 더욱 커져서 등장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