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2)
마운드의 빌런-192화(192/285)
마운드의 빌런 192화
메이저리그에 하성이 데뷔했을 때.
그는 동양인답지 않은 피지컬을 보유한 선수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그가 훈련에 전념한다면 3년 이내로 더 좋은 피지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하성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1년 만에 성장한 피지컬로 등장했다.
피지컬의 성장과 함께 그는 이전과 달라진 구위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의 피지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1년 전보다 더 좋아진 몸으로 등장할 수 있는 거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 정도의 변화라고?’
자신들의 눈앞에 서 있는 하성을 본 기자들은 눈을 의심했다.
하성은 불과 몇 개월 전보다 분명 더 좋아진 몸으로 서 있었다.
특히 전완근을 비롯한 팔과 어깨의 근육이 확실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타격을 위한 근육들이 모두 발달했다.’
‘정말 투타 겸업을 할 생각인 거야.’
‘그런데 저런 벌크업으로 과연 투구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성의 벌크업은 분명 대단했다.
하지만 야구 전문가들인 기자들이 보기에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구 매커니즘이 발전함에 따라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광받고 있었다.
근육의 과한 발달은 유연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하성의 더 커진 벌크업에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한 기자는 하성에게 그러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물었다.
“작년보다 근육이 더 커지셨는데. 타격을 위해서입니까?”
“맞습니다. 제 목표는 슬러거입니다. 한 방을 가진 타격을 손에 넣기 위해 벌크업을 시도했습니다.”
“보이는 걸로 봐서는 벌크업에는 성공하신 거 같군요. 하지만 파워는 얻었더라도 유연성은 떨어졌을 거 같은데요. 투구에는 문제가 없으십니까?”
다른 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자신들이 묻고 싶었던 걸 대신 물어봐 준 동료 기자가 히어로처럼 보였다.
그런 분위기를 캐치한 걸까?
그는 조금 더 오버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타격을 위한 근육을 키우는 건 좋지만, 투구에 영향이 간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아닙니까?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과유불급이라 한다더군요.”
“맞지.”
“정확하네.”
“저렇게 근육을 키우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투구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어.”
다른 기자들도 동조하면서 기자들의 시선이 하성에게 집중됐다.
마치 먹잇감을 노린 하이에나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한 가지였다.
하성의 입에서 투구에 영향이 간다는 말이 나오길 원했다.
‘내가 유튜브에만 전념한 게 저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나 보군.’
하성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해 왔다.
덕분에 캠프에서 어떤 훈련이 진행됐는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당연히 기자들은 하성에게 취재 요청을 주기적으로 했다.
하지만 하성은 모두 거절하면서 동영상을 오직 유튜브에만 공개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유튜브의 발전은 기자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유튜브가 커지면서 정보를 그곳에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그런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아닌 자신의 채널에만 관련 정보를 올리다니…….’
‘건방진 놈이야.’
기자들 입장에선 하성이 눈엣가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제 하성의 이런 행동을 다른 유명인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고 자신의 유튜브를 개설해 그곳에 주요사항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자와 방송국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하성은 너무 큰 거물이었다.
그런 불만을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공식 취재자리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공식적인 질문을 통해 하성을 압박할 수 있었다.
하성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거 데자뷰인가요?”
“예?”
“작년에도 같은 말을 했던 소위 말하는 전문가라는 분이 있던 거 같은데요.”
“아…….”
하성의 말에 기자들의 뇌리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마무리투수에서 선발투수로 전향할 당시 하성은 불과 몇 개월 만에 엄청난 벌크업에 성공해 돌아왔다.
근육이 늘어나 커진 그의 몸을 보고 많은 이들은 가마탄을 터뜨렸지만, 몇몇 전문가는 촌철살인의 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중 한 명이 한국야구계의 원로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비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성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그를 비난했던 이들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면서 하성에게 다시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이 나타났다.
“마무리투수로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고 그에 따라 도전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니 쏟아지는 건 비판이더군요.”
하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작년 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남겼습니다. 다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가 치솟았고 전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다시 비판이 쏟아지더군요.”
하성의 시선이 기자들을 노려봤다.
그의 눈빛에는 적대심이 나타났다.
“근육이 늘었으니 투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고? 그런 질문은 작년에도 똑같이 했으니, 다른 질문이나 하시죠.”
“하지만 과한 벌크업은 근육의 유연성에…….”
“그런 부분은 전문가들을 통해 충분히 보완했습니다.”
“그 말을 저희가 어떻게 믿죠?”
“실전에서 보여드리죠.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때가 되면 오늘 했던 질문을 후회할 겁니다.”
하성이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질문의 수준을 좀 바꾸도록 하세요. 어떻게 1년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는 우려를 내놓는 겁니까?”
그의 말에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성의 말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을 밀치고 지나가는 하성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선 언론과 친해질 수 없겠군.’
언론과 적대하지 말라.
야구계는 물론 연예계 등.
다양한 곳에서 진리처럼 내려져 오는 말이었다.
그만큼 펜의 힘은 강했고 대중은 언론에서 내놓은 기사를 믿었다.
하지만 하성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실전에서 보여주면 된다.’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리고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오직 실력이 말해줄 것이다.
* * *
하성의 복귀와 함께 스프링캠프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 시즌 어슬레틱스의 선수 라인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구단주의 투자가 그저 그러니 선수보강도 거의 없을 수밖에 없지.’
짠돌이인 구단주, 거기에 하성의 높아진 몸값까지 합쳐지면서 자연스레 어슬레틱스는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스프링캠프를 위해 내놓은 티켓이 모두 매진됐습니다.”
“거기에 정하성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이 심상치 않습니다.”
“페넌트레이스의 시즌권은 물론 대부분의 경기 티켓이 매진되고 있습니다.”
어슬레틱스는 결코 인기구단이 아니었다.
연고지 이전 이슈가 올해도 계속되면서 자칫 잘못하면 팬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한 번에 잠재운 선수가 있었다.
“정하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시즌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관심이라면 01시즌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01년.
세상은 배리 본즈와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대결을 지켜보면서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그런 당시와 비교할 정도로 하성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투타 겸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소리겠군.”
“그렇게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마케팅적으로 봤을 때는 대성공입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하성의 투타 겸업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원래부터 투타에 모두 재능을 보였던 선수도 아니었다.
거기에 프로로 데뷔한 이후에는 간헐적인 타격훈련만을 해왔던 하성이다.
그런 하성이 성공적으로 투타 겸업에 안착할 거란 기대를 하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마케팅적으로는 대성공이었다.
이미 어슬레틱스는 작년 매출을 갱신할 것이란 예측이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정하성은 뭘 하고 있지?”
“캠프에 합류한 이후 스케줄에 맞춰 본인의 훈련과 팀 훈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테스트는?”
“아직 타격훈련은 들어가진 않아서 그 부분은 미지수이지만, 기초체력적인 부분은 모두 합격점입니다. 오히려 작년보다 상승한 부분이 있을 정도로 준비를 잘 해왔습니다.”
“확실히 프로페셔널하군.”
간혹 한 시즌을 성공한 루키들이 다음 시즌에서 준비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FA에 성공한 선수들에게서도 가끔 나타났다.
하성도 FA는 아니지만, 고액연봉을 받게 되면서 시즌 준비에 게으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준비를 해왔다.
“투구 쪽에서는 어떻지?”
“아직 시뮬레이션 피칭도 진행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토스만 놓고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분간은 정하성을 집중적으로 체크하도록 해. 올 시즌 그가 팀의 중심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하성은 더 이상 루키가 아니었다.
팀의 중심이었고 가장 중요한 선수였다.
그런 그를 체크하는 건 구단의 첫 번째 임무였다.
* * *
캠프에 합류한 하성은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는 결코 급하게 달려가지 않았다.
‘그들에게 증명하려고 급하게 달려가면 넘어질 수 있다. 지금은 내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야.’
하성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하나하나 준비를 하면서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캠프에 합류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는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늘 피칭은 컨디션 점검을 위해서니 무리하지 말고 가볍게 던지도록 해.”
감독인 토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마운드에 섰다.
그를 보기 위해 단장은 물론 훈련중이던 선수들도 훈련을 멈추고 그의 피칭을 바라봤다.
“후우…….”
오랜만에 서는 마운드에 하성은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에 몸이 굳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긴장감이야말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려준단 말이지.’
이런 감각이야말로 야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하성은 그런 긴장감에 미소 지으며 마운드의 흙을 골랐다.
그리고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언제든지 던져!!”
캐처 박스에 앉은 포수는 트레버였다.
올 시즌에도 주전 포수로 낙점된 그는 당연하게도 하성과 파트너를 맺게 되었다.
어슬레틱스의 확고한 안방마님이 된 그는 크게 연봉이 상승하면서 확실하게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커진 연봉만큼이나 준비를 잘해서인지 작년보다 커진 몸으로 캠프에 등장했다.
만약 하성이 아니었다면 꽤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준비를 잘해온 모습이었다.
‘덩치가 커진 덕분인지 과녁으로 삼기 좋네.’
투수 입장에선 포수의 몸이 커진 건 반길 일이었다.
그만큼 노리고 던지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하성은 그를 바라보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촤앗-!!
다리를 차올린 하성이 몸을 비틀며 힘을 축적시켰다.
그리고 상하체를 회전시키며 축적했던 힘을 일순간에 방출시켰다.
“흡-!!”
기합소리와 함께 던진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렀다.
쐐애애애액-!!
뻐어어억!!
굉음과 함께 미트에 꽂힌 공에 투구를 바라보던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크리스 단장은 자신의 손에 들린 스피드건을 보며 눈을 부릅 떴다.
‘102마일…….’
시즌이 시작도 되지 않았음에도 하성은 작년 최고구속과 비슷한 공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