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3)
마운드의 빌런-193화(193/285)
마운드의 빌런 193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 컨디션을 올린 상태로 합류한다.
자율적인 훈련이 일반화가 되어 있는 메이저리그다 보니 선수들도 각자 준비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캠프에 합류한 투수들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 올라와 있는 게 정석이었다.
그럼에도 하성의 구속에 놀라는 이유는 하나였다.
‘작년 하성의 평균 구속을 상회하고 있다. 거기에 최고 구속과 비슷한 공을 초구에 뿌리다니.’
첫 불펜피칭이었다.
거기에 첫 번째 공을 102마일로 던졌다는 건 그의 몸 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이 베스트 컨디션인가? 아니면 더 올라가는 건가?’
아무리 하성이라도 첫 투구에서 베스트 컨디션을 낼 가능성은 적었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몸 상태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말인즉슨 하성의 최고 구속이 갱신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였다.
‘선발투수로서 최고 구속 103마일을 던지는 녀석이었는데. 여기에서 더 구속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건가?’
크리스 단장은 소름이 돋았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질 것이다.
마무리나 불펜투수가 아닌 선발투수가 103마일 이상을 던지다니 말이다.
‘투타 겸업을 한다고 해서 투수로서의 능력이 하락할 것을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군.’
투타 겸업에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타자로서의 검증은 필요하다.’
마운드에서는 걱정이 없더라도 투타 겸업을 허가해 줄 생각은 없었다.
타자로서 충분한 검증이 끝난 뒤에야 그를 타석에 세울 것이다.
그만큼 투타 겸업에 대해 크리스 단장은 부정적이었다.
‘하성의 체력이 아무리 괴물 같더라도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경기에 나서면 아무래도 지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두 포지션에 모두 영향이 가게 될 거야.’
크리스 단장은 팀을 이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변수를 없애고 싶을 뿐이었다.
그 역시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는 보고 싶었다.
‘만약 성공할 수 있다면…… 베이스볼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
다른 선수라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성이라면 일말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뻐어어억-!!
하성의 공이 미트에 꽂히며 굉음을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크리스였다.
* * *
캠프가 열리면서 다양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그들 중에는 마이너리거도 있었고 나이가 든 베테랑들도 있었다.
아직 팀을 찾지 못한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신인들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캠프에 합류한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지. 여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야 메이저리그 계약이 가능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분명 초청받기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었다.
여기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살아남아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모두 그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어슬레틱스의 주전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합류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았다.
“하성, 이번에도 몸이 장난 아닌데?”
“오랜만에 봐도 공이 엄청나더라.”
“도대체 그런 공은 어떻게 던지는 거야?”
작년 한 해를 같이 보냈던 동료들이 하성을 볼 때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같은 메이저리거지만 하성은 어나더 레벨의 선수였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도 그의 훈련방식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나랑 같이 훈련하면 알 수 있는데. 같이할래?”
하성은 그런 그들에게 훈련을 제안했다.
하지만 모두가 손을 내저었다.
“어우…… 너랑 같이하자고?”
“그건 사양하겠어.”
“네 연습량을 따라가다간 오버워크로 연습경기 전에 뻗어버리고 말 거야.”
이전에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성의 훈련량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제안하는 훈련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은 하성의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어나더 레벨인 하성과 함께 훈련하면서 그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누구 한 명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
‘내 훈련법이 쉽게 적응할 수 없긴 하지.’
과거 지도자도 준비했었기에 하성은 자신의 훈련법이 얼마나 괴랄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적응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 과정을 넘어서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넘어서는 게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동료들의 저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올해는 나와 훈련하려는 애가 등장할까?’
마무리투수로서 활약을 보여준 뒤로 캠프 시기가 되면 자신과 함께 훈련하려는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끝까지 함께한 선수는 없었다.
과연 올해는 그럴 선수가 등장할 것인지 궁금했다.
‘같이할 만한 녀석이 나타나면 좋겠어.’
하성은 자신의 훈련 방법을 딱히 감출 생각이 없었다.
누군가 요청해 온다면 함께 할 의향도 있었다.
과거 자신이 선배들에게 배움을 요청할 때 거절당했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함께 훈련한다면 거기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
새로운 이의 등장을 기대하면서 하성은 자신의 훈련을 이어나갔다.
그런 하성의 모습을 멀리서 한 남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정하성…….’
남자의 이름은 벤자민.
올해 27살이 된 그는 트리플A 소속으로 뛰고 있었다.
좋은 피지컬에 긴 팔을 활용해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드래프트 당시 상위 라운드에 뽑힐 정도로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절벽에 서 있었다.
‘성장이 멈춰버렸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해.’
프로의 벽을 높았고 그의 재능은 개화하지 못했다.
구단에서의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올해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마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되겠지.’
트리플A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다른 구단으로 가더라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선수층이 얇은 어슬레틱스에서 성공하고 싶었다.
‘올해 캠프에 합류했으니 반드시 성공해야 해.’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힘든 역경이 있더라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게 그의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하성을 벤치마킹하기로 결정했다.
‘정하성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다. 그의 훈련법은 분명 특별할 거야. 그 훈련법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그의 결의는 무척이나 강했다.
그렇게 한 명의 스토커가 생긴 하성이었다.
* * *
투수조가 먼저 합류한 캠프장은 그리 많은 선수가 있지 않았다.
아직은 번잡하지 않았기에 하성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딱딱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 하성의 눈에 벤자민이 띄는 건 시간문제였다.
‘최근에 자주 보이네.’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항상 함께 훈련하는 녀석의 모습에 하성은 약간의 흥미를 가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서 녀석이 자신의 훈련 방법을 따라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견딜 수 있을까?’
그걸 눈치채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자신의 훈련법은 메이저리거들조차 견디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런데 마이너리거로 보이는 선수가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우욱!”
예상대로 녀석은 곧 헛구역질과 함께 밖으로 달려 나가는 게 보였다.
‘그럼 그렇지.’
녀석이 포기했다고 판단한 하성은 이내 신경을 껐다.
하지만 그가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제법 끈기가 있는데?’
하성은 선수이자 지도자로서 일생을 보냈다.
그렇기에 끈기가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
특히 회귀 이후 자신의 훈련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이걸 따라오는 벤자민의 끈기에 감탄했다.
‘한번 제대로 굴려볼까?’
자신의 훈련을 따라오는 그의 모습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녀석이 요청하면 모를까 굳이 내가 나서서 굴릴 필요는 없겠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먼저 나서서 도와줄 의리는 없었다.
올해 처음 본 선수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성은 신경을 끈 채 자신의 훈련에 열중했다.
그러기를 열흘쯤 지났을 때.
야수조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캠프가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야~ 하성, 너 몸이 왜 이렇게 커졌어?”
“이제는 나보다 더 커졌는데?”
하성과 친분이 두터운 아놀드와 잭이 합류하면서 그의 모습에 감탄을 터뜨렸다.
“오랜만이다. 잘들 지냈어?”
“잘 지냈지.”
“그나저나 진짜로 타자에도 도전하는 거야?”
잭의 질문에 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난 처음 그 기사 보고 오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구나?”
“아니, 갑자기 투타 겸업이라니.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이미 투수로는 정점에 올랐으니까. 새로운 동기부여를 위해서 도전할 목표가 필요했어.”
“오…….”
“하긴, 너는 이미 투수로서는 이룰 수 있는 건 모두 이루었네.”
“정말 대단하다.”
두 사람이 하성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선수라면 오만하다고 말하겠지만, 하성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만큼 하성은 투수로서는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이루었으니 말이다.
“타격 연습은 했어?”
“당연히 했지. 나쁘지 않게 교정이 되었어.”
“그래? 그럼 오늘 네 타격을 볼 수 있는 건가?”
“단장이 기회를 주면 볼 수 있겠지.”
오늘부터 야수조의 훈련에 들어간다.
거기에는 타격 훈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본래 투수들도 타격 훈련을 조금씩 진행하기에 기회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발전된 타격을 보여줄 기회를 말이다.
“기대하고 있을게.”
두 사람의 응원에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 * *
크리스 단장은 스케줄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 크리스에게 캐서린이 말했다.
“오늘이네요.”
“그래. 오늘 타자인 정하성을 볼 수 있는 날이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직도 반대하시는 거 같아요.”
“반대는 아니야. 녀석이 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인다면 기회는 주기로 했으니까. 내가 하고 있는 건 걱정이지.”
“하긴, 두 포지션을 병행한다면 체력적인 문제가 클 테니까요.”
“그래. 하성이 무너진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만큼 팀에서 하성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야.”
“그런 선수가 요청하는 거니까, 거부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요?”
“후우…… 맞지.”
캐서린은 언제나 정곡을 찔렀다.
그걸 알기에 크리스 단장은 스케줄표를 얌전히 접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장의 권한으로 그의 도전을 막겠어.”
“모든 건 오늘 결정될 거예요.”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발걸음이 타자들의 타격 훈련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타자들의 컨디션 체크 겸 프리배팅이 있는 날이었다.
배팅볼 투수가 던져주는 공을 치면서 타격감을 조절하는 훈련이었다.
본래 투수들은 따로 훈련을 하지만, 오늘은 하성이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찍기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크리스는 작은 한숨과 함께 하성에게 다가갔다.
“오늘 비록 훈련이지만, 약속했던 것처럼 자네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난 자네의 도전을 막겠네.”
“알겠습니다.”
하성은 담백하게 대답을 하고는 배트를 쥐었다.
“그럼 제가 첫 번째로 배팅에 나서겠습니다.”
“그래.”
하성이 글러브가 아닌 배트를 들고 그라운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