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4)
마운드의 빌런-194화(194/285)
마운드의 빌런 194화
하성이 타석에 서는 건 그리 희귀한 장면이 아니었다.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기에 윈터리그가 열리면 그 역시 타석에 서야 했다.
거기에 홈런까지 기록했던 선수다.
펀치력이 좋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 하성이기에 타격 실력이 기대됐다.
거기에 투타 겸업을 선언한 그가 준비해 온 것을 볼 수 있는 첫 자리였으니 사람들의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다.
“과연 투타 겸업을 할 정도로 준비를 해왔을까?”
“하성이라면 준비는 철저히 했을 거 같은데.”
“연습타격에서 잘하더라도 실전에서 잘해야지.”
“그래도 여기서부터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기자들의 의견도 가지각색이었다.
연습타격은 의미 없다는 이들부터 여기가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이 많은 만큼 그들의 생각도 모두 다른 법이었다.
그런 기자들을 뒤로하고 하성은 좌타석에 들어섰다.
그런 하성에게 트레버가 물었다.
“어? 너 원래 우타 아니었어?”
“올해부터 바꿨다.”
“뭐? 투타 겸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거기에 좌타로 바꾸기까지 했다고?”
“이게 더 낫다는 계산이 섰거든.”
“뭐?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타자에 도전하는데. 거기에 우타가 아닌 좌타로 전향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우리 코치가 그랬어.”
“하~ 도대체 그 코치가 누군데? 내가 알 만한 사람이야?”
“있어. 앞으로 유명해질 사람.”
트레버는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프로이기에 프로인 하성에게 더 이상의 말은 조언이 아닌 오지랖인 걸 알고 있었다.
‘뭐, 어련히 잘하겠지.’
그동안 워낙 잘 준비해온 하성이다.
그렇기에 트레버는 더 이상의 조언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네가 그렇게 호언장담했으니 한 방을 보여달라고.”
“그럴 생각이야.”
하성이 배트를 꽉 쥐었다.
배팅장갑의 마찰력이 배트에 발라둔 파인타르와 닿으면서 더욱 단단하게 배트를 쥘 수 있었다.
‘처음에는 컨디션을 찾는 느낌으로…….’
게이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타격과 투구는 마찬가지입니다. 투구도 점점 예열을 해서 몸 상태를 올려야 최고 구속을 낼 수 있는 것처럼 타격 역시 충분히 몸을 예열해야 합니다.]운동선수에게 있어 예열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충분한 예열을 거쳐야 근육이 풀어지고 혈액이 빠르게 순환하면서 온전한 힘을 쓸 수 있었다.
하성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지도자 생활을 준비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스트레칭이었지.’
선수들 중 스트레칭을 소홀히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스트레칭의 중요성은 누누이 알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정적인 동작이 많기에 선수들이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도 2010년대에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했었지.’
스트레칭으로 워밍업을 끝내면 투수는 피칭으로 타자는 스윙을 하면서 충분한 예열 과정을 거친다.
하성은 이런 단계를 끝내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처음에 공이 별로면 말해줘!”
“오케이!”
배팅볼 피처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인 하성이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탠다드하네.”
“과하게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릴렉스가 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네.”
“훈련을 하루 이틀 한 게 아닌가 본데?”
오랜 시간 선수들을 관찰하고 기사를 써온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들이다.
하성이 타격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준비를 잘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거 하나만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스윙이지.”
“저 자세에서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있는지 봐야 해.”
“스윙 후에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타격까지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기자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기자들은 하성의 투타 겸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자신들이 가진 상식이 깨지는 걸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상식이란 사람에게 있어 한계선과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넘어서는 노력을 포기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사람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이 역시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자신이 상식이라 받아들이고 노력조차 포기한 사람은 자신의 그런 선택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렇기에 상식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는 이들도 생긴다.
‘투타 겸업이 성공할 리가 없어.’
‘연습타격에서 성공하더라도 실전까지 가지 못할 거다.’
‘연습타격에서부터 바닥을 보일 거야.’
기자들의 부정적인 기대와 달리 하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배팅볼 투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스윙에 집중하면 된다.’
그는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배팅볼 투수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촤앗-!
다리를 가볍게 차올린 배팅볼 투수가 공을 뿌렸다.
배팅볼이란 것이 타자의 감각을 끌어 올려주기 위해 던지는 공이다.
그렇기에 전력이 아닌 적정한 속도와 치기 좋은 코스로 던지는 게 목적이었다.
지금 공을 던져주는 배팅볼 투수인 라이언은 베테랑이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건 지금 날아오는 공의 궤적에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다.’
치기 적절한 속도로 날아오는 공에 하성이 하체를 돌렸다.
발을 내디뎌 단단히 고정한 채 허리를 돌리며 회전력에 속도를 더했다.
‘팔을 돌리는 건 가장 나중이다. 최대한 팔을 뒤로 두고 힘을 모은다.’
투구와 타격은 같은 부분이 많았다.
가장 닮은 부분은 회전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힘을 축적해 그것을 한순간에 방출시키는 것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같은 건 아니었다.
‘타격과 투구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결정적인 점은 투구는 결국 수직 움직임으로 변하지만, 타격은 마지막까지 수평적인 움직임을 유지해야 한다.’
근육의 움직임이 다르기에 거기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다.
게이어의 훈련은 무척이나 체계적이었고 혹독했다.
그러한 훈련을 견뎌낸 하성의 스윙은 완벽했다.
후웅-!!
마지막까지 힘을 축적시킨 배트를 있는 힘껏 돌렸다.
배트가 바람을 가르면서 묵직한 소리를 내뿜었다.
뒤이어 그의 배트가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강타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빨랫줄같이 날아갔다.
라인드라이브 식으로 날아간 타구는 그대로 외야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꽂혔다.
퍽!!
튕겨 나온 공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투바운드가 되어 내야로 굴러왔다.
그 모습을 바라본 기자들과 관계자들의 눈이 커졌다.
“저게 무슨……?”
“저게 말이 되는 타구야?”
“관중석을 때린 타구가 투바운드로 내야까지 돌아왔다고?”
“도대체 얼마나 힘이 세면 저게 되는 거야?”
야구공은 탄력이 거의 없다.
웬만큼 강한 타구가 아니면 원바운드가 되면 힘을 잃어 크게 굴러가지 않는다.
물론 회전이 많이 걸린 공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이번 공은 예외로 두어야 했다.
특히 관중석을 직격하고 돌아온 공이다.
회전이 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내야까지 굴러왔다는 건 한 가지 가정밖에 없었다.
‘정하성의 파워가 심상치 않아.’
하성이 가진 순수한 파워 그 자체가 엄청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힘을 완벽하게 공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타격의 수준이 높다는 소리와 같았다.
“방금 전에 보여준 스윙 어떤 거 같아?”
“완벽 그 자체였어.”
“배트를 마지막까지 뒤에 두어서 힘을 제대로 실었어.”
“하체의 회전부터 허리, 그리고 마지막에 상체를 회전시키는 것까지 완벽했지.”
기자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그만큼 하성의 첫 번째 타격은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의 폭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딱-!!
딱-!!
뒤이어 이어진 연습타격에서도 엄청난 스윙을 선보이면서 계속해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쳤다 하면 담장 밖에 떨어지는 타구들에 기자들의 눈이 커졌다.
“정하성이 이 정도였어?”
“타격에 대한 잠재력은 있는 줄 알았지만…….”
“이거 우리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수준인데?”
하성의 스윙은 이미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특히 그의 파워가 인상 깊었다.
“배팅볼이 그렇게 빠른 편도 아닌데. 모두 담장 밖으로 날려버릴 정도라는 건 파워가 장난 아니라는 거 아니야?”
“저 근육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군.”
배팅볼은 타자가 잘 때려내기 위해 던지는 공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이 빠르지 않았다.
공이 빠르지 않다는 소리는 반발력이 그만큼 적게 일어난다는 소리였다.
강속구일수록 반발력은 크게 일어나면서 장타가 많이 나오게 된다.
물론 공을 제대로 맞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어쨌든 분명한 건 배팅볼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건 순수하게 타자의 힘으로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하성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파워도 파워지만, 정확도도 좋군.’
크리스 단장은 하성의 스윙을 보면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자신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실력이었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훈련을 했기에 저 정도로 실력이 늘었을까요?”
크리스 단장의 옆에 서 있던 타격코치인 셰인이 말했다.
“예전에는 저 정도 수준은 아니었지?”
“전혀 아니었죠. 분명 파워는 가지고 있었지만, 스윙 메커니즘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배트를 돌리는 것이나 몸의 회전이나 모든 부분이 완벽합니다.”
셰인은 오랜 세월 선수로 뛰었고 지도자 생활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안목은 정확했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그런 그가 놀랄 정도라면 하성의 기술발전은 엄청나다는 소리였다.
“하성과 함께 일했던 타격 인스트럭터가 게이어라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예. LA 쪽에서 대학 코치로 일하고 있다 하더군요.”
“자네도 아는 이름이야?”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친구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
“예. 게이어 본인의 타격이론들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일단 박식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너무 실험적인 부분이 많고 기존의 이론과 충돌하는 부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즉, 새로운 이론이란 소리군.”
“예.”
셰인의 말을 들은 크리스의 눈이 빛났다.
‘그런 이론들을 받아들이고 하성이 성공했다. 말인즉슨 게이어 그 친구의 이론이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리겠지.’
하성의 잠재력을 단시간에 이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이론이라면 상당히 구미가 당겼다.
“게이어 그 친구를 한번 만나봐야겠군.”
다른 구단이 눈치채기 전에 접촉할 필요가 있었다.
딱-!!
그때 하성의 마지막 타격이 끝났다.
30개의 공 중 25개를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괴력을 터뜨린 하성에게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 * *
[첫 연습 타격을 시작한 정하성!] [괴력을 선보인 정하성의 첫 연습타격!] [투타 겸업은 허언이 아니었다! 첫 연습타격에서부터 가능성을 보여준 정하성!] [30개의 배팅볼 중 25개를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다!]각종 미디어에서 하성의 첫 연습타격에 대해 다루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성이 연습타격부터 날아다니나 보네.
-이야~ 진짜 투타 겸업이 성공하는 건가?
-그래도 아직 모르지 않음?
-아직까진 배팅볼 수준이잖아?
-실전과는 다르니까 모르지.
-빨리 연습경기 시작하면 좋겠다.
-시간아 빨리 가라~
-시범경기 언제 시작이냐?
대중은 시범경기를 기다리면서 하성이 실전에 나서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