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7)
마운드의 빌런-197화(197/285)
마운드의 빌런 197화
마운드에 오른 하성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첫 시범경기 등판이지만, 최고구속이 100마일까지 나오면서 컨디션이 좋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도 이전보다 더 묵직해진 거 같네요.] [그렇습니다. 캠프에서 준비를 잘한 거 같네요.]하성의 피칭은 이전과 같았다.
벌크업으로 인해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간단하게 무너트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번째 삼진을 기록하며 이닝을 마감하는 정하성 선수!] [환상적인 투구로 여전히 언터처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12개의 공을 던진 하성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메이저리그의 세 타자를 돌려세운 그의 모습에 관중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하성 최고다!”
“올 시즌 사이영상도 네 거야!”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오랜 시간 야구를 보지 못해 쌓였던 갈증이 일순간에 풀리는 관중들이었다.
* * *
하성은 2회에도 세 명의 타자를 돌려세우며 삼진을 5개까지 채웠다.
우려는 결국 우려에서 끝났다.
실전에서 자신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걸 증명한 하성은 이제 다음 관문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정하성 선수가 대기타석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두타자 다음으로 타석에 서게 될 테니까요.] [정하성 선수를 9번이 아닌 6번에 배치했다는 건 그만큼 타격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소리겠죠?] [그렇습니다. 크리스 단장은 본래 정하성 선수의 투타겸업에 부정적이었죠. 그렇기에 기회를 주더라도 후타순에 넣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벗어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역시 자체 연습경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이 인상이 깊었나 보군요.] [기사로 확인했을 때 정하성 선수는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총 6번 타석에 들어서 4개의 안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중에 한 개의 홈런과 2개의 장타를 때려내는 등,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었죠.] [이야~그 정도면 웬만한 타자들보다 뛰어난 성적이군요.] [그저 말로만 투타겸업을 선언한 게 아니라는 걸 몸소 보여주었습니다.]연습경기에 불과하지만, 하성의 성적은 뛰어났다.
크리스 단장의 생각을 바꿀 정도로 말이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유격수 잡아 1루로!]퍽!
“아웃!!”
[아웃입니다! 선두타자가 아웃이 되면서 1사에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하성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하성의 등장에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정하성이다!!”
“진짜 타석에 서는 거야?!”
“와~이런 장면을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하성아 한 방 날려 버려!!”
“삼진만 피하자!”
관중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과연 하성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당연하게도 중계를 보는 사람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시범경기임에도 말도 안 되는 숫자의 사람들이 시청하면서 신기록을 갱신할 정도였다.
“이 정도 수치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요.”
“투타겸업이란 게 흥행 면에서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군.”
“그것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정하성이 선언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킨 거 같아요.”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물론 방송국 관계자들까지 지금 수치에 집중하고 있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메이저리그의 흥행부진은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긴 경기시간이었다.
평균 2시간 3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경기가 진행된다.
호흡이 빠른 걸 좋아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시간이었다.
거기에 복잡한 규칙 역시 장벽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 역시 문제로 지목되고 있었다.
“스타 플레이어는 매번 나오고 있지만, 트렌드를 바꿀 만한 빅 스타는 나오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었죠.”
“맞아. 그런 와중에 등장했던 게 바로 정하성이지.”
투수로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던 정하성.
그런 그가 투타겸업을 선언하니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눈길을 가게 만들었다.
덕분에 이번 시범경기는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었다.
“이번 투타겸업이 성공하면 좋겠군.”
메이저리그 관계자들 입장에선 하성의 성공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타석에 들어선 정하성 선수, 선발투수인 팀 린스컴을 상대합니다.]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에이스 대결을 펼쳤던 두 선수가 이번에는 투수와 타자로 대결을 펼치게 되겠네요.] [정말 재밌는 장면이 나왔네요.]팀 린스컴은 타석에 들어선 하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투수를 하면서 동시에 타자까지 한다고? 도대체 얼마나 메이저리그를 우습게 보는 거냐.’
팀 린스컴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평범한 체격의 그였지만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려댔다.
거기에 특이한 투구폼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스타성이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투수로서의 자부심 역시 대단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진 그는 하성의 투타겸업을 이해하지 못했다.
‘투수 하나만 하기에도 벅차다. 그만큼 투수라는 포지션은 어렵고 난해한 포지션이야. 그런데 갑자기 타자를 겸하겠다고?’
그의 입장에선 하성의 선언은 투수를 우습게 보고 있는 듯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최소한 린스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선언 여기에서 무너트려 주마.’
그렇기에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어떻게든 하성을 돌려세울 생각이었다.
[팀 린스컴, 버스터 포지와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 정하성 선수도 타격자세를 잡으면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정하성 선수의 타격폼은 정석에 가깝습니다. 릴렉스가 잘 되어 있어서 파워를 실기에 충분한 폼입니다.] [과연 두 선수의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까요? 팀 린스컴이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린스컴이 다이나믹한 투구폼과 함께 1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확히 찔러 갔다.
하성은 인사이드로 발을 내디디며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후웅-!!
빠르게 돌아간 배트가 순식간에 공을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빠르게 날아간 타구가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 밖에 떨어졌다.
“파울!!”
[아~파울이 됩니다! 아쉽습니다!] [매우 잘 맞은 타구였는데요. 홈런성 파울이 나오면서 아쉽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휘어져 나갔죠?] [예. 아마 바깥쪽으로 오는 공을 때려내면서 공에 회전이 걸린 듯합니다.] [그래도 정하성 선수의 파워가 정말 대단한 거 같네요. 초구부터 홈런성 타구를 만들어내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늘렸다고 하던데. 확실히 힘 하나는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이 듭니다.]초구 파울홈런은 린스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면 바로 넘어갔어.’
웬만한 타자들보다 좋은 타격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스윙에 거침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타격에 완벽한 믿음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유형의 타자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버스터 포지는 하성의 타격을 눈앞에서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웬만한 타자들보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 거기에 궤적도 처음부터 공의 위치를 노리고 있었어.’
배트 스피드는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스윙의 속도가 느리면 강속구에 약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노림수가 무척이나 훌륭했다.
마치 처음부터 어디로 어떤 공이 올지 알고 있었다는 듯 망설임 없는 스윙이 나왔다.
‘여기에선 조심스럽게 가야 해.’
버스터 포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성이 심상치 않은 타격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런 상대에게 함부로 승부를 걸었다가는 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슬라이더로 일단 반응을 체크하도록 하자.’
포지는 최대한 조심스러운 리드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린스컴이 고개를 저었다.
‘승부를 피할 생각은 없어. 녀석은 전문적인 타자가 아니야. 바로 정면승부로 눌러 버리겠어.’
‘위험해. 지금은 상대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는 게 우선이야.’
‘바로 상대하겠어.’
다시 사인을 보냈지만, 린스컴은 단호했다.
그 순간 포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아님을 말이다.
린스컴은 하성을 타자가 아닌 한 명의 투수로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다른 공을 요구하면 자존심을 건들게 된다.’
린스컴은 자존심이 강한 선수였다.
그 프라이드를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될지 뻔했다.
‘위험하긴 하지만, 아직 시범경기야. 굳이 에이스의 자존심까지 건들면서 피할 필요는 없지.’
무엇보다 현재 경기가 시범경기라는 것이 포지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시범경기는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성적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에 린스컴의 결정에도 포지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반드시 잡는다.’
그런 포지의 사인을 받은 린스컴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린스컴의 공이 하성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우투수인 린스컴의 패스트볼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크로스파이어 형태의 궤적을 그렸다.
하성은 오픈스탠스를 취하며 배트를 돌리다 중간에서 멈췄다.
뻐어억-!!
“볼!!”
[볼입니다! 정하성 선수! 좋은 선구안으로 빠지는 공을 걸러냅니다!] [정말 좋은 선구안이었습니다. 공 반 개 정도 빠지는 코스였는데. 이걸 골라내네요.] [정하성 선수가 단순히 타격만이 아니라 선구안도 상당히 좋은 거 같네요.]공 반 개가 빠지는 코스를 골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성은 그것을 해냈다.
선구안이 좋은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이건 하성이 선구안만으로 해낸 일이 아니었다.
‘린스컴의 성격상 내게 변화구 승부로 피할 생각은 없을 거야.’
하성은 린스컴의 성격까지 생각해서 던질 공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구에서 던졌던 공이 바깥쪽 낮은 코스였다는 걸 떠올리고 다음 공을 예상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 크로스파이어를 던지는 건 린스컴의 특기지. 하지만 오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은 몸쪽에 야박하다.’
거기에 구심의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하성이 오랜 세월 경기를 뛰었던 베테랑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그렇기에 하성이 뛰어난 선구안으로 공을 골라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원볼 원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린스컴이 택할 수 있는 가장 베스트 공은 유인구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면승부를 택하겠지.’
하성은 다음 공을 예상하면서 타격자세를 취했다.
‘나라면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낼 거다.’
와인드업을 하는 린스컴을 보며 하성이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흡-!!”
[3구 던졌습니다!!]린스컴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코스는 몸쪽으로 붙는 높은 코스.
예상대로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에 하성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딱-!!
[때렸습니다!!]배트에 강타당한 공이 빠르게 날아갔다.
손맛을 본 하성은 팔로스로를 끝낸 배트를 던지며 천천히 1루로 달렸다.
[배트를 던진 정하성 선수!! 그리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갑니다!!]시범경기 첫 홈런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