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9)
마운드의 빌런-199화(199/285)
마운드의 빌런 199화
메이저리그 개막전.
겨울동안 잠자고 있던 야구의 본능이 깨어나는 날이었다.
전 세계 야구팬들은 언제나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올해는 더더욱 많은 팬들이 이 날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홈구자아인 오클랜드 콜로세움.
일찌감치 모든 자리가 채워질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원래라면 경기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관중석이 모두 찼는데. 오늘은 일찌감치 모든 자리에 관중들이 앉았네요.”
“그만큼 정하성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뜻이겠지.”
“과연 오늘 경기에서 시범경기만큼의 활약을 보여줄까요?”
“가능성은 충분해. 텍사스의 선발투수인 C.J 윌슨은 뛰어난 투수지만, 크리스 리가 더 위협적이었으니까요.”
“리를 잡지 못한 게 텍사스 입장에서는 뼈아프겠군.”
“올해 레인저스는 이상한 곳에 투자를 많이 했어요. 브랜드 웹을 영입한 것도 그중에 하나죠.”
작년 텍사스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실패했고 그에 따른 보복성 영입에 나섰다.
덕분에 올 시즌 많은 선수가 텍사스에 합류했다.
그러나 대외적인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이상한 곳에 돈을 썼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올 시즌 텍사스의 위상은 높지 않았다.
하나 하성의 생각은 달랐다.
‘올 시즌에도 텍사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지.’
그는 미래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 시기 텍사스가 얼마나 막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애드리안 벨트레를 필두로 한 타선이 폭발하고 마운드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덕분에 그들은 아메리칸리그의 패자로 군림하게 되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미래를 알고 있기에 그들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알기에 하성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타선에 설 준비를 했다.
‘첫 경기가 중요하다.’
타자로서 보여주는 첫 번째 경기다.
여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결정된다.
‘시범경기에서 아무리 날아다녀도 결국 중요한 건 실전이지. 실전에서 엉망이 된다면 프런트도 날 쓸 수 없게 돼.’
하성은 프런트에서 근무하기 위해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프런트는 언제든지 내 투타 겸업을 반대하고 나설 수 있어.’
현재 상황에서 프런트의 결정을 거부할 방법은 없었다.
물론 그에 따른 여러 대안이 있었다.
‘여차하면 팀을 떠나면 될 일이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팀을 떠나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어슬레틱스는 자신을 품을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자신을 품을 수 있는 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들조차 몸값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하성은 걱정하지 않았다.
‘시장논리는 간단하다. 유일무이한 스타가 된다면 날 원할 팀은 나오게 되어 있어. 그때가 된다면 내 몸값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일무이한 스타.
그것이 되기 위해서는 투타 겸업에 성공해야 한다.
그런 하성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마운드에서 견고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투수 정하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맡게 된 정하성 선수, 올 시즌에는 투타 겸업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면서 평소보다 어깨가 무거울 거 같습니다.] [여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타자로서의 도전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시범경기에서의 좋은 모습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게 된 것에 불과했다.
그건 하성을 비롯한 모든 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정하성 선수, 사인을 교환합니다.]마운드에 오른 하성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인을 교환하고 천천히 투구 자세에 들어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타자는 중압감을 받았다.
‘이 녀석, 작년보다 더 커졌잖아?’
텍사스는 하성과 상대한 전적이 많은 팀 중 하나였다.
데뷔한 지 3년 차에 불과했지만, 하성을 상대로 많은 경기를 치렀기에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레인저스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투수가 작년보다 더 커진 모습으로 등장하니 중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하성은 엄청난 성적을 거둔 투수다.
타자들 입장에선 무의식중에 그런 부분이 압박감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압박감은 타자들의 반응을 느리게 만들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타자의 몸쪽을 찌르는 강력한 패스트볼! 구속은 100마일이 찍힙니다!] [역시 정하성 선수! 초구부터 100마일의 광속구를 뿌리면서 타자를 압박합니다!]하성과 트레버는 그런 타자들의 변화를 바로 캐치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빠르게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첫 번째 타자부터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1시즌 첫 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첫 번째 탈삼진을 시작으로 두 번째 타자는 유격수 땅볼, 세 번째 타자 역시 4구 승부에서 결정구를 뿌렸다.
“흐앗-!!”
쐐애애애액!!
뻐어어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타자의 배트 헛돕니다! 세 번째 아웃 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내는 정하성 선수!!]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이리 쉽게 아웃 카운트 잡아낼 수 있는 투수가 있을까요? 역시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다운 투구를 보여줍니다!!]하성의 엄청난 투구에 팬들은 환호로 답했다.
현장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일어났다.
-정하성 올해도 쩌네.
-진짜 얘가 투타 겸업 한다고 했을 때는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정하성 걱정하는 게 가장 불필요한 일일 듯.
-ㄹㅇㅋㅋ
-오늘도 101마일 정도는 가볍게 던지네.
-메이저리그 톱타자들이 공을 건들지도 못하냐 ㅋㅋ
-한국에서 이런 애가 등장하다니.
-지렸다.
-팬티 좀 갈아 입고 옴.
팬들의 뜨거운 반응만큼이나 시청률을 비롯해 온갖 지표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성의 상품성이 다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1회 말, 어슬레틱스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이번 공격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하성 선수가 투타 겸업으로 처음 타석에 설 수 있는 순간이니까요.] [정말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역사적인 순간이죠.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 중에 투타 겸업을 시도한 선수는 없었습니다.] [베이브 루스가 있지 않습니까?] [베이브 루스는 조금 다른 케이스라고 봐야 합니다. 당시에는 아직 야구가 정립되기 이전이라 봐야 합니다.] [고교야구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투타 겸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까요?] [정확합니다. 베이브 루스는 투타에 모두 재능을 가진 선수였죠. 무엇보다 그는 타격에 재능을 보인 순간부터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로 봐야 합니다.]하성의 투타 겸업 선언과 함께 베이브 루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선수가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선수와 비교되는 것만큼 하성의 횡보는 파격적이었다.
그런 그가 타석에 설 수 있을지 모든 이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하늘도 그것을 보고 싶은지 1회 초 어슬레틱스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딱-!!
[때렸습니다! 선두 타자 가볍게 1루로 진출합니다!]선두 타자의 진출과 함께 공격의 실마리가 풀렸다.
딱!!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타구! 3루수 몸을 날려 공을 캐치합니다! 바로 일어나서 2루를 체크! 하지만 늦었다고 판단했는지 1루로 공을 송구합니다!]퍽!
“아웃!!”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선행주자는 2루까지 진출하면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좋은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동시에 나왔습니다.]원아웃에 주자는 2루.
타석에는 3번 타자가 들어섰고 대기타석에는 4번 타자가 준비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의 입구에서 하성이 등장하면서 경기장이 들썩였다.
“정하성이다!”
“경기 초반부터 타격을 볼 수 있는 거야?”
“정말 헬멧 쓰고 나왔네!”
“한 명만 더 출루하면 볼 수 있겠다!”
“타자들 집중해라!!”
어슬레틱스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레인저스 마운드를 압박했다.
딱!
“파울!!”
[7구도 파울이 되면서 투스트라이크 투볼의 상황이 이어집니다!]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이네요.] [오늘 경기에서 어슬레틱스 타선이 무섭게 마운드를 압박하네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홈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는 거 같습니다.]집중력은 결국 빈틈을 공략했다.
퍽!
“볼! 베이스 온 볼!!”
[공 빠졌습니다!! 10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1사에 주자는 1, 2루!!] [타석에는 4번 타자가 들어서고 대기타석에는 드디어 정하성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현지 카메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보다 하성을 포커싱했다.
그리고 현지 중계진들 역시 그의 등장을 더욱 비중 있게 다루었다.
[어슬레틱스의 에이스 정하성 선수가 오늘은 헬멧과 배트를 들고 서클에 섰습니다.] [정말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을까요?] [아마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타 겸업을 시도하는 첫 선수를 보고 있습니다.]하성의 투타 겸업은 전문가들조차 불가능할 거라 말했던 일이었다.
정작 본인은 계속할 수 있다 말했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니 기대감이 폭발했다.
사람들은 더 빨리 보고 싶어 했다.
하성이 메이저리그 역사를 세우는 순간을 말이다.
그런 염원이 통한 걸까?
딱!!
[때렸습니다! 높게 떠오른 타구!!] [이건 중견수가 잡아낼 수 있을 거 같네요.]퍽!
“아웃!!”
[잡아냈습니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면서 투아웃에 주자는 1, 2루 그대로 유지됩니다!] [드디어 정하성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서네요.]1회부터 하성이 타석으로 들어섰다.
* * *
카메라가 하성을 포커싱했다.
[정하성 선수가 타석으로 걸어옵니다.]하성의 등장에 시청률은 수직상승 했다.
한국 언론들은 속보를 내보냈다.
[(속보) 정하성 개막전 1회 말부터 타석으로!] [(속보)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투타 겸업 도전!]SNS에서도 하성의 투타 겸업에 관련된 소식이 피드됐다.
-정하성 나왔다.
-걔는 원래 나오잖아?
-타자로 나왔다고.
-진짜?
ㅇㅇ. 투아웃에 주자는 1, 2루.
-여기에서 적시타 때리면 지리겠네.
-와…진짜 나왔네.
-정하성은 신이다!
TV의 시청률도 상승했고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정하성이다!”
“정말로 타자로 나오네.”
“와…….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야?”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펍과 식당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하성이 들어서는 걸 바라봤다.
TV 속 하성은 타석에 서서 천천히 자신의 루틴대로 타격 준비에 들어갔다.
카메라는 그런 하성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를 찍었다.
뒤이어 하성이 배트를 양손으로 쥐고 타격 자세를 취했다.
[정하성 선수가 준비를 끝내고 타석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