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
마운드의 빌런-2화(2/285)
마운드의 빌런 2화
억울했다.
“내 이름이 하나도 없다고?”
팀을 위해서 헌신했다.
팬을 위해서 고통을 참고 던졌다.
수술 실패로 인한 은퇴.
거기에 약속받았던 지도자 자리도 무산되었다.
그래도 구단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계약금으로 치킨집을 차렸을 때 온 화환에 기뻐했다.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다.
“내 기사가 단 하나도 없다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난 도대체 무얼 위해 살아왔던 거지?”
미칠 듯한 허무함에 빠져들어 가고 있을 때였다.
“오호, 제법 재능이 있는 친구군.”
한 노인이 나타났다.
“누구……?”
“야구의 신. 재능이 제법 있던 친구인데. 이런 쯧! 부상으로 인해서 일찍 은퇴했군. 그래서 내가 몰랐던 거야.”
“……왜 남의 아픈 상처를 쑤십니까?”
“껄껄! 야생마 같은 놈이군. 싸가지가 없는 게 마음에 들어.”
“기분도 더러우니 그냥 가시죠.”
“자네를 과거로 보내줄 수도 있는데. 정말 그냥 갈까?”
과거로 보내준다?
무슨 소리지?
“말했잖은가? 신이라고. 자네를 과거로 보내주는 건 어렵지 않아.”
“정말입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과거로 보내주십쇼.”
“껄껄! 시원하군. 하지만 조건은 잘 확인해야지. 매니지먼트 계약도 그렇고 의료사고로 인해 수술에 실패해 은퇴했는데 정신을 못 차렸군.”
“그걸 어떻…….”
상대는 신이다.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제가 뭘 해야 합니까?”
“가서 야구나 하게.”
“야구요?”
“그래. 멀쩡한 몸으로 야구를 해봐. 자네를 보는 맛이 꽤 재밌을 거 같거든.”
“……그냥 돌아가서 코인이나 사면 안 됩니까?”
“그놈의 코인 타령은. 안 돼. 난 야구의 신이지 코인의 신이 아니거든. 만약 야구가 아닌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 돈을 벌면 자네에게 벌이 내릴 거야.”
“무슨 벌입니까?”
“뭐 또 팔이 아작나서 공을 못 던지고 하는 사업마다 다 망하는 정도?”
젠장이었다.
가장 쉬운 방법이 막히다니.
“무엇보다 난 자네가 야구를 하는 걸 보고 싶어서 돌려주는 거야. 자네 같은 재능을 가진 친구가 활약도 못 하고 은퇴하다니. 쯧쯧.”
“저라고 은퇴하고 싶어서 은퇴했겠습니까? 이미 다 아시면서 뭘 다시 곱씹어주십니까.”
“껄껄! 성격이 아주 바뀌었군.”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에 배신당한 기분이었으니까.
“그럼 원하시는 건 두 가지군요. 첫 번째는 제가 야구를 하는 것, 두 번째는 다른 일로 돈을 벌지 않는 것.”
“정확히는 미래지식으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거지.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이도록 하지.”
“말씀하시죠.”
“메이저리그로 가도록 해.”
“메이저리그요?”
“그래. KBO는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내가 보질 않거든. 그러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걸 보여줘.”
과연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과거로 돌아가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날 즐겁게 해달라고.”
하성의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 * *
까앙-!!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퍼졌다.
“뛰어! 뛰어!!”
“빠졌다!!”
앳된 얼굴의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그 사이에 정하성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왔다.’
하성은 손에 들린 글러브를 바라봤다.
낡은 글러브를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진짜 돌아오다니.’
꿈이라 생각했다.
죽기 전에 꾸는 헛된 꿈.
그런데 사실이었다.
‘그것도 내가 부상당하는 대회로 돌아오다니.’
선수의 몸은 한 번에 망가지지 않는다.
데미지가 누적되면서 망가진다.
그중 가장 큰 데미지를 입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었다.
‘이때부터 어깨에 이상이 생겼지.’
프로구단과 계약하기 전.
메디컬 테스트에서 발견된 어깨 부상.
덕분에 수술을 하고 입대를 했다.
2년간의 시간이 날아간 것이다.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는 부상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
문제는 부상을 입은 어깨를 아끼기 위해 팔꿈치에 무리가 생겼다는 점이다.
토미 존 수술을 하게 된 계기가 된다.
‘결국 어깨부상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 뿌리를 뽑아야 해.’
그때였다.
“와아!!”
“역전이다!!”
동료들이 환호를 질렀다.
그라운드를 보니 슬라이딩으로 홈에 들어온 주자가 보였다.
역전한 것이다.
전국대회 중 하나인 황금사자기 16강을 넘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감독은 바로 다음 상황을 준비했다.
“하성아! 6회 말부터 네가 올라간다.”
태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백우식이 하성을 보며 말했다.
하성이 전날 9이닝 동안 161구를 던졌지만, 휴식이란 글자는 백우식의 머리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초로 16강을 넘으면 내 몸값도 뛴다.’
태일고는 한 번도 전국대회 16강을 넘어본 적이 없다.
매번 32강에서 탈락했다.
그런 학교를 16강까지 올린다면 지도자로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하성을 올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늘은 쉬고 싶습니다.”
“응?”
나올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사실 답변을 기대하고 되물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팔이 아픕니다. 오늘 못 던지겠습니다.”
백우식의 커진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 하는 거야? 내가 올라가서 던지라면 넌 던져야 해!”
“어제 160구를 던졌습니다. 감독님이 현역이었다면 그렇게 던지고 연투가 가능하십니까?”
“너 인마! 뭐라도 잘못 처먹었어? 감독인 내가 올라가라면 가서 그냥 쳐 던져!!”
“저는 선생님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새끼가!!”
백우식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쳤다.
눈에 보이는 행동이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짝-!!
뺨을 맞는 순간.
하성의 몸이 옆으로 날아갔다.
쿵!
큰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하성을 보며 백우식의 눈이 커졌다.
“뭐…… 뭐 하는 짓이야?!”
아무리 성인과 학생이라지만,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파워가 아니었다.
그런데 저런 오버액션이라니?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이상함을 감지한 심판이 다가왔다.
백우식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눈에 웅성거리는 관중들이 보였다.
‘젠장!’
그제야 깨달았다.
관중석에 누가 와있는지 말이다.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 본선이다.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원정 응원을 온 상태였다.
거기에 카메라까지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쓰러졌던 하성이 일어났다.
그리고 백우식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
“괘…… 괜찮지? 방금 넘어진 거 미끄러진 거지? 어? 그렇다고 말해야 해. 알았지?”
“아직도 몰라?”
“뭐……라고?”
“당신 X 됐어.”
그리고 하성은 쓰러졌다.
“학생!”
심판이 다급히 하성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하성아!!”
“너 이 새끼가!!”
하성의 부모님이 달려왔다.
백우식은 깨달았다.
자신이 엿 됐음을 말이다.
* * *
[야구부 감독이 전국대회에서 학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스포츠 1면을 장식한 감독의 폭행 사건.
기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학생을 폭행했던 태일고 백모 감독이 학부모에게 뒷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촌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그 사실을 알린 것도 하성이다.
‘이 인간이 돈 받아 처먹은 건 다들 아는 사실이지.’
그걸 몰래 기자에게 흘렸다.
기자는 좋다고 그것을 물어뜯었다.
이제는 줄줄이비엔나처럼 기사가 쏟아질 거다.
‘교감과 연결된 것과 프로구단과 연결된 사실도 알아서들 밝혀내겠지. 거기에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학생을 폭행한 것과 미성년자 성매매 건도 있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알게 된 사실들이 대부분이다.
아, 물론 미성년자 성매매는 달랐다.
5년 뒤.
녀석이 함정수사에 걸려 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진다.
당시 타이틀이 뭐였더라?
‘프로야구는 동물의 왕국인가? 전 프로 선수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다 적발! 이었던가?’
그런 쓰레기를 일찍 보내준 것이니 미안할 건 없었다.
물론 하성도 이번 일로 불이익을 받을 거다.
‘그래 봐야,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거겠지.’
과거였다면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고교 시절에 던지는 건 나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 어차피 빅리그를 노려야 한다면 전국대회에서 던지는 것도 의미가 없어.’
전국대회에서 던진다는 건 자신을 홍보하는 거다.
빅리그에 가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쨌든 빅리그 스카우터들의 눈에 들어야 계약을 맺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성은 다른 방법도 알고 있었다.
‘직접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면 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영입을 여러 방법으로 진행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트라이아웃이다.
구단들은 매년 같은 시즌에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영입하는 트라이아웃을 개최한다.
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참가료를 내면 된다.
미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참가도 막지 않았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하성은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
‘고교 시절에 몸이 부서져라 던져봐야 돌아오는 건 없다. 추억? 개나 주라 해.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그런 건 없어도 돼.’
차가운 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성은 한 번 경험했다.
무엇보다 큰 실패를 맛봤기에 지금은 자신의 성공만을 생각했다.
‘일단 몸을 만들어야 해.’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구단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선수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가장 많은 케이스가 몸만들기였다.
‘고교 시절에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해. 시설도 빈약하고 지식도 떨어진다.’
하성은 방에 있는 거울 앞에 섰다.
뒤이어 티셔츠를 벗어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근육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너무 왜소해. 체중을 늘리고 근육량을 늘려야 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작정 증량하면 몸이 둔해질 수 있다.
야구는 순발력과 파워, 그리고 스태미너가 모두 더해져야 하는 스포츠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피지컬에서 모두 압도적인 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히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일단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도록 단련한다.’
계획을 잡은 정하성은 곧장 실천에 옮겼다.
* * *
토미 존 수술의 실패는 하성에게서 구속을 뺏어갔다.
최고 구속 162㎞까지 던졌던 하성은 수술 이후 130㎞도 던지지 못하게 됐다.
남은 선택지는 은퇴밖에 없었다.
당시 구단에서 지도자로서의 길을 제안했기에 은퇴를 선택할 수 있었다.
‘구단의 수뇌진이 갈리면서 그 이야기가 무산됐지만.’
그래도 얻은 게 제로는 아니었다.
당시에 지도자 수업을 위해 미국으로 1년간 유학했다.
비용은 모두 구단에서 지원해 주었기에 편하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걸 써먹을 기회가 찾아왔네.’
미국에서 선수들에게 첫 번째로 요구하는 것은 바로 먹는 거다.
영양 섭취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장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하성은 먹는 것부터 시작했다.
‘단백질의 비중을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먹는 양을 늘려야 해.’
열여덟.
쇠를 씹어도 소화시킬 정도로 소화 능력이 좋을 나이다.
그렇게 흡수된 영양분은 곧장 성장으로 이어진다.
하성은 가리지 않고 음식을 섭취했다.
“엄마! 한 공기 더 주세요.”
하성의 요구에 어머니의 눈이 커졌다.
“아들, 벌써 다섯 공기째야. 배 안 불러?”
“네. 그리고 제육볶음도 더 주세요.”
“그…… 그래…….”
늘어난 하성의 위장만큼 어머니의 고생도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