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on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0)
마운드의 빌런-20화(20/285)
마운드의 빌런 20화
마이너리그의 소식은 대중에게 자주 전달되지 않는다.
본토인 미국에서조차 마이너리그의 소식은 찾아봐야 할 정도로 비주류에 속했다.
그래서인지 록하운즈와 미션스의 경기는 찻잔의 파문으로 끝났다.
하지만 한국에선 조금 달랐다.
‘휘유~ 반응 쩌네.’
백준기가 기사를 작성해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이번에는 단순히 글만 작성한 게 아니라 동영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동영상에서는 하성이 헤드샷을 날리는 장면과 이후의 모습들이 찍혀 있었다.
대중의 반응은 이번에도 갈렸다.
-헤드샷을 저렇게 날리냐?
-저거 살인미수 아님?
-인성 썩었네.
-동업정신도 없는 새끼.
머리로 공을 던진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거 이전 동영상도 올라왔네.
-저 타자새끼 미친놈인데?
-이건 헤드샷 노리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이 새끼 뭐냐? 저 미친놈이 달려드는데 오히려 걸어가네.
-배짱 쩌네.
-한국에도 이런 놈이 나와야 하는데.
누군가는 하성의 행동을 칭찬하기도 했다.
여러 반응이 오가고 있을 때.
하나의 동영상이 또 올라왔다.
하성이 던진 5구가 굴절이 되면서 바튼의 중요부위를 맞히는 장면이었다.
그걸 본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오우씨……내 파이어에그가 다 아프네.
-이건 너무했네…….
-아앗…….
국적불문.
남자라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 *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인 크리스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후반기 우리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투진을 보충해야 하는데. 추천할 만한 선수가 있습니까?”
현재 애슬레틱스의 순위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였다.
2위인 텍사스 레인저스와는 3게임 차로 아직 포스트시즌 레이스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최근 회의가 잦은 이유였다.
“AAA에 조던이 현재 폼이 가장 좋습니다. 현재까지 4승 1패, ERA는 1.36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세이브 상황에서도 모두 세이브를 성공시킬 정도로 배짱이 있었습니다.”
조던은 애슬레틱스가 보유한 최고의 투수 유망주였다.
다른 구단에서도 눈독을 들일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조던을 1순위로 두도록 하죠. 다른 투수들은 어떻습니까?”
회의는 계속 진행되었다.
투수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후반기에는 확장 로스터가 적용되기에 최대 40명의 선수를 로스터에 등록할 수 있었다.
등록된 선수가 많아지니 경기 운영에도 여유가 생긴다.
특히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AAA에서 활약 중인 우익수…….”
“좌익수인 랜들이 타격감을 찾고 있습니다.”
“조나단의 투구 성적이 나날이…….”
스카우터들은 그동안 보고 있던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포지션과 선수는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모두 AAA에서 활약 중인 선수란 점이었다.
마이너리그의 승격 시스템은 체계화가 잡혀 있었다.
각 단계를 밟아 선수를 육성시키고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키는 시스템.
그것이 정착되어 있기에 애슬레틱스의 스카우터들 역시 그것을 따르고 있었다.
‘대부분 아는 이름들이군.’
하지만 크리스는 그들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이름들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는 건 그들이 구단에 도움이 될 것인지 검토를 끝냈다는 소리다.
‘올리면 도움은 되겠지만,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끌어갈 수 있을까?’
크리스는 이번 시즌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07시즌에 9년 만에 처음으로 5할 승률이 붕괴되는 참사를 맞이했다.
그렇기에 올해에는 5할 승률 이상에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과감한 전략을 쓰려고 했다.
“AA에서는 괜찮은 선수가 없습니까?”
바로 AA에서 선수를 찾는 것이다.
간간이 트리플A를 패스하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크리스는 세이버메트릭스를 잘 사용하는 단장 중 한 명이었다.
선수의 경력보다는 데이터를 중시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스카우터들은 아직 크리스의 과감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직 더블A까지는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스카우터들은 아직도 기존의 메이저리그 시스템에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더블A에서 선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트리플A에서 선수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훌륭한 선수는 더블A에도 있어요. 그러니 더블A까지 체크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크리스는 한숨을 돌렸다.
그는 야구공을 쥐어 가볍게 머리 위로 던졌다.
천장에 닿을 듯 말 듯 올라가던 야구공이 중력의 법칙에 의해 다시 떨어지자 그걸 잡았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며 크리스는 생각을 정리해 갔다.
‘선발로 쓰고 싶은 조던을 굳이 마무리로 돌려야 할까?’
그는 조던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의 1선발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몸값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좋은 트레이드카드가 된다는 소리다.
반면 마무리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무리보다는 선발로 키워야 더 많은 선수를 사서 구단을 이끌어갈 수 있다.’
크리스가 단장직을 맡은지 어언 9년이 되었다.
그 기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 5번이나 된다.
하지만 구단의 지원이 많아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애슬레틱스는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책임이 줄어든 건 아니다.
‘이번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 내가 원하는 사장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어.’
크리스는 구단의 사장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레드삭스에서 제안했던 단장직을 거절했었다.
사장이 되기 위해선 커리어를 더 단단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올해는 반등이 필요했다.
‘더블A에서 좋은 선수를…….’
뚜르륵-!!
그때 단장실의 전화가 울렸다.
* * *
전화를 끊은 크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파드리스에서 바튼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바튼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다.
파드리스가 보유한 유망주에서 랭크A에 속해 있는 선수다.
잠재력과 성장 속도를 생각했을 때, 2~3년 뒤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파드리스에서 매물로 내놓았다.
‘그리고 그 소식이 내게 들어왔다.’
파드리스의 단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바튼을 비롯해 유망주들의 카드를 맞춰보자고.
유망주의 트레이드는 메이저리그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파드리스였기에 의심이 갔다.
‘은퇴를 앞둔 양반이 유망주를 걱정할 가능성은 적어. 아마도 로버트의 의사가 적용되었겠지.’
파드리스의 내부 사정은 크리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로버트가 다음 단장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말이다.
메이저리그의 단장은 외부에서 데려오든 내부에서 승격을 시키든 둘 중에 하나다.
파드리스는 후자를 택했고 그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만큼 로버트는 매우 뛰어난 수완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의심이 갔다.
‘바튼의 성격을 잡지 못했다는 건가?’
바튼의 가장 큰 단점은 성격이었다.
문제는 그의 포텐셜이 단점을 덮을 정도로 컸다는 점이다.
그런 그를 매물로 내놓았다는 건 장점이 단점을 덮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소리다.
‘궁금한 건 어째서 우리에게 연락을 했냐인데…….’
자신에게 연락이 직접 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이유없이 움직이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이유를 찾아봐야겠군.’
크리스가 전화를 들었다.
“최근 로버트의 행적을 좀 조사해 줘. 그래, 파드리스의 로버트 팀장 말이야.”
* * *
미션스와의 원정경기가 마무리되고 록하운즈는 홈으로 돌아왔다.
‘잭 녀석의 부상이 심하진 않아서 다행이야.’
잭은 정밀검진 결과 단순한 타박상을 입었다.
아마 몇 주 안에 복귀할 것이다.
부상이 크진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어 직접 병문안을 왔다.
“여.”
병실에 들어서자 잭이 손을 들어 그를 맞이했다.
“어깨 부상을 입은 놈이 그 손을 드냐?”
“하하, 아무렇지도 않거든. 선물은?”
“에혀, 입원한 놈이 햄버거를 찾는 건 뭐냐?”
“병원 밥은 맛이 없거든.”
동서양을 막론하고 병원 밥은 별로인가 보다.
치즈버거를 건네자 한입에 절반이나 삼킨 잭을 보며 물었다.
“어깨는 어때?”
“괜찮아.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괜찮다니 다행이네.”
잠깐의 적막이 흘렀다.
눈치를 살피던 하성이 조심스레 말했다.
“미안하다.”
“뭐가?”
“매드독이 그렇게 날뛴 거 어떻게 보면 나 때문이잖아.”
“미친개가 이유가 있어서 날뛰냐? 그냥 자기 혼자 발광한 거지. 신경 쓰지 마.”
잭은 덤덤하게 넘겼다.
이러니 더 미안해지는데…….
“재활은 어떻게 한다던?”
“트레이너가 알아서 일정 짜주겠지. 어려울 거 없어. 하루 이틀 재활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선수라면 부상은 달고 산다.
재활을 하루 이틀 해본 게 아니었다.
그러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했다.
“내가 한국에서 배운 운동이 있는데. 하나 알려줄까?”
“무슨 운동?”
잭의 물음에 하성이 미소를 지었다.
* * *
스포츠사이언스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스포츠라는 분야 자체가 어마어마한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메이저리그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최전선에 위치해 있었다.
특히 2010년대 이후에는 첨단 장비를 도입해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
모두 선수를 성장시켜 구단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스포츠사이언스는 매우 수준이 낮지.’
하성은 2020년대에 스포츠사이언스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투수의 메커니즘을 비롯해 타자들의 메커니즘까지.
어찌해야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어떻게 하면 더 멀리 공을 때려낼 수 있을까?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포츠사이언스에서는 매우 자세하게 내놓았다.
‘그 결과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또 그것을 때려내는 타자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과학의 발전은 선수의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분석해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강해지는지 답을 내렸다.
구단들은 그 답을 가지고 선수를 육성해 더 뛰어나게 만들었다.
그 결과 2020년대에는 베이스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타구의 발사각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투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수가 각광받는다.
그런 곳에서 공부를 했기에 하성은 잭에게 조언을 할 수 있었다.
‘잭이 내가 알려준 스트레칭을 충실히 이행하면 지금보다 나은 선수가 될 수 있겠지.’
조언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단순히 어깨 근육 주변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스트레칭이었다.
거기에 몸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다.
하성이 봤을 때 잭의 양쪽 어깨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 재활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다.
이후부터는 녀석이 얼마나 충실히 스트레칭을 이행하느냐다.
스트레칭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동작의 반복이다 보니 대충 넘기는 이들도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성이 간과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었다.
“후우…… 후우…….”
잭의 진지함이었다.
그는 야구에 있어서는 매우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한 사람을 믿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성이 간 날 이후로 매일같이 그가 알려준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매우 간단한 스트레칭이었다.
밴드를 이용한 세 가지 스트레칭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뚝! 뚝!
그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이마에 흐른 땀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집중해서 말이다.